151화. 44th. 도장깨기 part.1 (5)
흡족한 표정을 띤 배재훈에게 나는 두 번째 사업 대책을 제안했다.
“하나 더. 석탄사업합리화사업단에서 광해(鑛害) 방지 분야의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을 대규모로 영입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을?”
다소 뜬금없는 제안 같겠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는 환경문제가 지금보다 큰 화두가 될 겁니다, 부회장님. 광산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환경복원도 중요해질 테니 광해방지기술을 갖춰야 합니다.”
‘떠난 사람은 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은 자원개발도 마찬가지다. 우리 때문에 오염될 땅이니 뒷정리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있었지만···.
‘그 일 모두 자원개발업체들이 낸 돈으로 하는 일이지. 2010년대에만 세계 광해방지사업 규모가 75억 달러였던가?’
해외 자원개발업체들은 광산이나 유전, 가스전을 운영할 때 주변 지역의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분담금을 낸다.
그러니.
지금부터 광해방지기술을 갖춰두면 또 다른 돈벌이가 된다. 환경오염에 신경 쓰는 이미지까지 가져가니 그룹 차원에서도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내 말을 듣던 배재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좋겠군. 그렇지 않아도 환경복원 분담금 회수 방안을 고민했는데 나쁘지 않겠어. 환경에도 신경 쓰는 이미지까지 생기니 꿩도 먹고 알도 먹겠군, 하하.”
“이 문제는 해동시멘트를 비롯한 중공업 부문과도 연관됐으니 이명진 부회장님과도 협의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뒤로도 우리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니켈 광산에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철광산과 니오븀 광산, 호주 남서부와 칠레 리튬 광산에 남아공 백금-팔라듐 광산 지분 확보까지··· 일거리 없다고 손가락 빨 일은 없겠구먼, 허허.”
주름 한 점 없는 배재훈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나 또한 미소로 화답했다.
“돈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되실 겁니다, 부회장님. 엔고투기 때 회사에서 받은 분배금도 불어나고 있고, 회사에서도 저와 우리 그룹을 믿고 있으니 최대한 끌어오겠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괜찮겠나?”
배재훈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나도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6년 안에 다 따둬야 합니다, 부회장님.’
알려주지 않아도 짐작하겠지만 6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경제가 커질 중국에서 지구상의 광산과 유전, 가스전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그 전에 먼저 손을 써둬야 한다.
자금을 충원할 방법도 전부 내 머릿속에 있으니 지금 계획만 충실히 실행되면 전 세계 곳곳에 해동그룹의 깃발을 꽂고 나의, 우리의 히스파니아로 만들 수 있었다.
‘두고 보십시오, 장인어른. 당신이 그렸으면서도 못 봤던 신성물산의 미래를 내가 만드는 모습을.’
피를 토하듯 해외 자원개발을 외치던 장호건이 6년 뒤의 해동물산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그때쯤이면 카드대란에 허우적거리느라 여념이 없겠지만 말이다.
“알겠네. 해외 사업은 이만하면 된 것 같고···.”
***
잠시 말끝을 흐리던 배재훈이 내게 뜻밖의 제안을 던졌다.
“대한중석, 어떨 것 같나?”
“대한중석이요?”
대한중석은 산업화 이전의 이 나라에 외화를 벌어다줬던 상동 텅스텐 광산을 운영하던 회사로 국영 대한제철 설립 자금의 25퍼센트를 댔을 만큼 자금력이 좋았다. 거평그룹에 넘어간 뒤로는 대구에 절삭공구 공장까지 만들었는데···.
배재훈이 헛기침을 하며 내게 말했다.
“거평그룹이 오늘내일 한다더군. 3천억 원이면 그 알짜배기를 통으로 먹을 수 있는데 이참에 우리도 그 동네에 깃발 꽂아야지. 그래야 야당 놈들한테도 줄 대놓을 게 아닌가?”
지금까지의 인수합병으로 우리 그룹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공장과 사무실을 두게 됐다. 대한중석까지 인수하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깃발을 꽂는 셈이었다.
“그것도 있지만 지금은 중국이 싼 값에 텅스텐을 수출하고 있어도 자국 경제가 커지면 내수 공급마저 급급해질 겁니다. 대한중석 절삭공구 품질도 이스라엘 IMC 사가 인정할 정도고요. 가져오는 게 좋을 듯합니다.”
‘체리코크 좋아하는 영감님한테는 미안하지만 대한중석은 내가 가져가야겠군.’
원래대로면 대한중석은 IMC 사가 내년쯤에 인수하고, 그 IMC 사를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하면서 대구텍으로 간판이 바뀐다.
하지만.
대한중석의 상동 광산에서 나오는 텅스텐은 이 나라의 핵심 전략광물이다. 초정밀 절삭공구, 그리고 대전차철갑탄의 핵심원료 아닌가?
대한중석을 가져오기로 결정한 내게 배재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이사도 잘 알고 있구먼. 인수 후에 상동 광산은 해동물산, 절삭공구 공장은 해동중공업에 붙이면 좋겠군.”
그 건을 끝으로 우리는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 시계를 본 배재훈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벌써 12시가 다 됐군. 제약사업 이야기는 내려가면서 하세. 점심은 휴게소에서 때울 텐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부회장님.”
나와 배재훈은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짐을 챙겼다.
***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탄 우리는 서산으로 내려가면서 제약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내가 건네준 서류를 살펴보던 배재훈이 내뱉은 단어에 나는 재깍 입을 열었다.
“바이오 복제약이라고도 하는데 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과 유사한 효능의 의약품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흐음··· 복제약이라···.”
말끝을 흐리는 배재훈의 표정을 보니 국내 제약회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여긴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있나. 차근차근 설명해줘야지.
“바이오시밀러는 기술난이도 면에서 일반의약품 복제약과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부회장님. 어려운 길이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면 세계 최초가 될 겁니다.”
세계 최초라는 말에 배재훈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호오··· 세계 최초라···.”
‘우리집안 어른들, 죄다 싸움꾼 같단 말이지.’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10여 년 이상 돈 깨먹을 각오로 투자해야 하는 인내심 싸움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초에 흥미를 보이다니··· 소싯적에 일본이 휘어잡던 아랍 가트라 시장을 뚫었던 사람 아니랄까봐 배재훈도 도전정신이 투철했다.
“예. 화학합성으로 만드는 일반의약품과 달리 고분자 단백질 합성 과정 때문에 난이도가 높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를 뒤져봐도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아직 전무합니다.”
배재훈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으로는 나머지 서류들을 매섭게 살펴봤다.
“우리도 이제는 미래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으니 못할 것도 없지. 한고그룹 인수 때 흡수했던 제약사업은 돈 버는 대로 죄다 그쪽에 투자해야겠어.”
서류를 내려놓은 배재훈의 대답을 들으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생물병기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가면 해동물산이 트라이셀은 뛰어넘겠는데?’
해동물산은 회사 안에서 자원개발과 제약사업, 섬유소재와 유통, 완전자회사를 통해서는 해운과 석유화학까지 다루고 있다. 이대로 가면 스트레스 풀이로 종종 했던 게임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에나 존재했던 ‘트라이셀’을 뛰어넘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트라이셀’ 같은 블랙기업이 될 일은 없다. 돈도 잘 벌고 구성원들도 즐거운 기업을 만들어야 처갓집 놈들이 배 아파 돌아버리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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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던 우리는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갔다. 우리는 주문한지 얼마 안 돼서 나온 우동과 김밥을 먹으며 일정을 확인했다.
“서산 가기 전에 당진부터 들러야겠죠?”
국물 한 모금을 마신 내 질문에 배재훈이 입 안에서 우물거리던 우동면발을 삼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가 철광하고 탄광 개발하면 제일 많이 팔아줄 곳이 아닌가, 흐흐.”
“그러겠네요, 흐흐.”
우리 둘은 서로를 보며 씩 웃었다.
당진에 짓고 있는 해동제철 제철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해동물산이 해외에서 생산할 철광석과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해줄 고객이 된다. ‘우수 고갱님’ 뵙는 건 당연지사였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 뒤로 1시간을 더 자동차를 타던 우리는 해동제철 당진제철소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부회장님.”
“연말인데도 고생하시는구먼, 허허.”
현장사무소 건물 응접실에서 배재훈과 인사를 나누던 이명진이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
“고생이랄 게 있겠습니까? 이곳이 우리 해동제철의 미래가 될 텐데요, 하하. 이 이사도 오느라 고생했어.”
“아닙니다, 부회장님. 부회장님들도 그룹을 키우려고 애쓰시는데 그룹 전략 컨설턴트인 저도 가만있을 수는 없죠.”
이명진은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띠었다.
“이 이사 때문에 우리 애들도 열심이야. 성문이, 성우는 학부 마치고 대학원에서 석사 따면 전문연구요원 마치고 입사하겠다고 했고, 성아도 이번에 건축학과 들어가면 토목학과 강의도 들으면서 건축사, 토목기사 딸 거라고 난리야, 하하.”
“그러고 보니 부회장 막내도 이번에 수능 치렀겠구먼?”
중간에 끼어든 배재훈의 질문에 이명진이 미소를 띠었다.
“네, 부회장님. 강단에 있는 선배들한테 우리 딸 성적 알려줬더니 건축학과 수석이 아니라 공대 수석까지 따놨다고 축하해주더군요, 하하.”
우리 숙부님도 아버지라는 건 속일 수 없는지 자식 자랑이 나왔다. 하긴, 삼남매 모두 자신처럼 서울대 공대 수석 입학생들인데 얼마나 뿌듯할까?
‘전생하고 참 많이 달라졌네.’
가세가 기울었던 전생에는 다들 외국으로 떠나서 티센크루프나 지멘스, 벡텔 같은 외국계 대기업의 임원으로 살며 이 나라에 눈길도 안 줬던 사촌동생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은 어떨지 궁금했다. 국내 최고의 재벌로 올라갈 해동그룹의 4세들은 다른 또래 재벌 후계자들이 비벼볼 수도 없는 괴수들이 아닌가? 사촌동생들과 함께 집안과 그룹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돈을 벌어 와야 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은 우리 셋은 직원이 가져온 커피를 마셨다.
“제철소 공사는 잘 되고 있나?”
찻잔을 입에서 뗀 배재훈의 질문에 이명진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장호민이가 토목공사는 제대로 해놔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기술진들도 대한제철이 정리해고에 나선 덕분에 그쪽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고요. 그런데··· 부회장단 회의에서 의논할 게 있습니다.”
“뭔가?”
“그게··· 규모가 꽤 큰 사업이라 부회장님은 물론이고 나머지 두 분의 동의도 필요한 일입니다. 테이블로 가시죠.”
이명진이 이리도 머뭇거리는 걸 보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와 배재훈은 이명진과 함께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으로 갔다.
“이럴 수가···.”
“···숙부님?”
나와 배재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크고 웅장한 규모의 제철소 설계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
“허, 허허, 허허허···.”
“아하하하···.”
이명진은 헛웃음을 흘리는 우릴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관제철소는 고로 3기부터 제철소 설비 효율과 수익이 향상됩니다. 때문에 2020년까지 400만 톤급 이상의 고로 6기를 갖춘 일관제철소를 지을 겁니다. 주변 부지도 매입하고 향후 고로를 확장해서 3천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고요.”
‘제철소 지을 돈이야 내가 벌어 와서 밀어주면 되는데··· 이대로 지어지면 광양제철소보다 더 커지겠는 걸?’
우리 숙부님도 공대 출신 상남자라는 걸 속이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겠다니?
십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될 엄청난 계획에 놀람을 숨기지 못하며 설계도를 살펴보던 나는 원료를 하역할 부두와 보관을 담당할 구역에서 눈이 멈췄다.
‘오호? 이걸 숙부님이?’
원래대로면 태현그룹이 한고제철을 인수했을 때처럼 부두부터 하역시설, 보관창고까지 전부 밀폐형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이명진에게 물었다.
“원료 하역부터 보관까지 전부 밀폐 처리하실 겁니까?”
“광양제철소나 포항제철소 모두 야적 방식이라 철광석, 석탄 분진 민원이 심해, 이 이사. 기업에 돈 버는 게 1순위라도 욕먹으면서 장사하면 안 되잖나?”
“맞습니다, 하하.”
이명진의 대답에 나는 나지막이 탄성을 흘리면서도 미소가 지어졌다. 옆에서 우릴 보던 배재훈도 껄껄 웃었다.
“허허, 부회장이나 이 이사나 회장님 핏줄인 건 못 속이겠구먼?”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회장님?”
눈을 껌뻑이는 이명진을 보며 배재훈이 입을 열었다.
“아침에 이 이사하고 자원개발 사업 얘기할 때···.”
배재훈이 개발도상국 광산촌 병원 설립과 광해방지기술 연구에 대해 들려주자 이명진도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부회장님. 해동시멘트도 광해 문제로 고민이 컸는데··· 중공업 부문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하하.”
“부회장이 나서준다니 다행이군. 우리가 열심히 해외에 판 깔아놓을 테니 광산 개발 공사나 유지보수 모두 중공업 부문에서 맡아주게.”
배재훈의 제안에 이명진의 눈이 무섭게 번쩍거렸다. 우리 숙부님도 할아버지 핏줄답게 장사꾼 유전자는 못 속이는 것 같았다.
***
그 뒤로도 이명진은 그룹 차원에서 솔깃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채권단에서 삼민특수강을 맡아 달라고 했다고?”
“네. 부채 2조 중 1조 원을 탕감해주고 지분 100퍼센트를 2천억에 넘길 테니 우리가 인수해달라고 하더군요. 내부에서 검토했는데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작년에 부도처리 된 삼민그룹에서 가장 크고, 가장 부담스러운 매물이었던 삼민특수강.
쇳덩이 만지는 재벌들 중 신성, 태현, GK, 대한제철 할 것 없이 구조조정에 혈안인데다 대주그룹은 ‘세계경영’, ‘탱크경영’을 외치며 해외사업에 눈이 팔려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삼민특수강을 떠안을만한 곳은 해동그룹밖에 없었다.
‘채권단이 많이 급한 모양이군.’
채권단은 일시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인 우량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이명진을 찾은 것 같았다. 3,4백 퍼센트의 부채비율에 짓눌린 다른 그룹들과 달리 부채비율이 50퍼센트를 훨씬 밑도는 해동그룹 아닌가?
5년 전부터 미국을 오가며 고생한 보람에 취한 사이, 배재훈은 좋은 장난감을 사달라는 듯한 이명진의 간절한 눈빛에 침음성을 흘렸다.
“흐음··· 부회장단 회의를 거쳐야겠지만 난 찬성하도록 하지. 대한중석을 인수하면 절삭공구 공장은 해동중공업에 넘겨야 하니까. 그런데, 해동제철 부채비율이 얼마나 되나?”
“지금껏 쌓아둔 달러 전부 처분하면서 30퍼센트까지 낮아졌고 현금도 7천억 가량 쌓아뒀습니다. 삼민특수강, 그리고 해동자동차 밑에 있는 해동특수강까지 가져와서 합병해도 60퍼센트까지는 억제될 겁니다.”
이명진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걸 보고 배재훈이 빙긋 미소를 띠었다.
“무리하지 말게, 부회장. 해동물산이 인수하고 해동제철에 붙이면 될 걸세. 해동제철은 제철소 공사에 집중하게나, 허허.”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이명진이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을 보던 배재훈이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 이사 자네 생각은 어떤가? 삼민특수강 인수 말일세.”
“저도 동의합니다, 부회장님. 고로를 지어서 고품질의 철강재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수강 공장이 있으면 자동차 엔진을 비롯한 부품 생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수직계열화를 근거로 대답한 내 말을 듣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배재훈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헌데, 대한제철이 가만있을까? 우리가 고로를 짓고 있는데 특수강 공장까지 인수하면 재료 공급 가지고 깽판 치려 들게 아닌가?”
“대통령 당선인께서 우리 편이긴 하지만 임기는 5년··· 부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어째 꺼림칙하군요.”
배재훈의 걱정에 이명진의 표정이 굳었다. 이번엔 내가 나설 차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