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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40화 (139/229)

140화. 41st. 거래 시작 (1)

김포공항에서 차를 탄 헨리 일행은 고려호텔 본점에 도착했다. 벤츠 리무진 뒤에서 내린 헨리는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로이스. 고려호텔 대표이사 정창호입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스터 로이스. 고려호텔 상무이사 장하연입니다.”

오는 길에 미리 연락을 해둬서인지 호텔 사장과 젊은 여성을 앞에 세운 호텔리어들이 자신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것을 보고 헨리와 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열흘 간 이 호텔을 통째로 빌리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비용은 충분히 지급할 겁니다.”

헨리의 정중한 요청에 정창호가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물론입니다, 미스터 로이스. 머무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창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경기가 어려워서 호텔 객실이 텅텅 비어있는데 월스트리트의 거물, 그것도 신성그룹에 돈을 벌어다준 거물이 놀고 있는 객실을 열흘씩이나 전부 소화해주겠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벤츠 리무진 뒤에 끝도 안 보일만큼 줄줄이 늘어선 차량에서 내리는 경호원들 숫자면 식대와 주류 등 각종 부대수익까지 낼 수 있으니 가뭄에 단비였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미스터 정.”

“아닙니다, 미스터 로이스. 그럼, 객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장 상무.”

정창호의 부름에 장하연이 입을 열었다.

“네, 대표님. 지금부터는 제가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미스터 로이스.”

장하연이 헨리의 옆에 서서 공손히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를 가리켰고, 다른 트라이엄프 캐피털 임원들도 고려호텔 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각자 머물 객실로 향했다.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앞에 도착한 장하연은 문을 열어서 방 안 쪽으로 또다시 손을 뻗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미스터 로이스.”

헨리는 장하연의 모습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새겨뒀다. 장하연은 헨리의 눈길에 압박감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객실에 갖춰진 미니바부터 욕실 등 하나하나 안내했다.

“훌륭한 호텔이군요. 이런 곳이면 어떤 귀빈이 와도 만족할 것 같습니다, 하하.”

“과분하신 칭찬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로이스.”

장하연은 자신의 앞에 있는 거물의 칭찬에 볼이 달아올랐다. 예상치도 못한 귀빈의 칭찬을 받다니?

수줍어하는 장하연의 얼굴을 보며 헨리가 푸근한 미소로 말했다.

“신성그룹 오너의 첫째 따님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장하연 씨. 내가 듣던 동양의 재벌들과 당신은 많이 다르군요. 진심 어린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네?”

처음과 달리 어눌하게나마 헨리가 한국어로 전한 정중한 감사인사에 장하연이 깜짝 놀랐다. 헨리는 그 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놀라게 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허허.”

“아닙니다, 미스터 로이스. 결례를 범한 점, 죄송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장하연에게 헨리가 다시 영어로 말했다.

“필요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을 부를 테니 직접 오지 않아도 됩니다. 수고했어요.”

“···편히 쉬십시오, 미스터 로이스.”

방을 나온 장하연은 곧바로 정창호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초조해하던 정창호는 집무실에 들어온 장하연에게 물었다.

“괜찮다던?”

“네, 아저씨. 객실 청결상태나 서비스에 대한 컴플레인은 없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장하연의 대답에 정창호가 침음성을 흘렸다.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르겠구나. 그 정도 거물인데다 경호원들까지 수십 명이나 데려왔으니 지금쯤이면 객실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을 거다.”

“그럴 거예요. 우리도 호텔 보안팀 시켜서 도청장비나 감시카메라 없는 건 확인했으니까 우리 그룹 이미지는 안 다칠 것 같은데···.”

장하연이나 정창호 모두 헨리처럼 부담스러운 귀빈은 처음이었다.

다른 외국 국빈들도 종종 맞았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신성그룹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투자자가 아닌가? 트라이엄프 캐피털의 강력한 지배자인 헨리 로이스는.

“앞으로 열흘. 그 안에 최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면 꼼꼼히 살펴봐야겠어요. 입맛이나 수면 패턴, 건강상태 전부요.”

정창호에게 말하는 장하연의 얼굴은 비장하게까지 보였다. 얼마 안 있으면 독립해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자신을 챙겨주려 애써준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헨리에 대한 서비스 계획을 점검한 뒤, 장하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잘 해낼 수 있겠죠?”

“걱정 마라, 하연아. 너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절대 안 부족한 호텔리어니까.”

푸근한 미소로 바라보는 정창호에게 장하연이 말했다.

“그런데 아저씨, 미스터 로이스가 제 정체를 알고 있어요.”

“무슨 소리냐?”

“아버지 딸인 거요. 그것도 우리나라 말로 말했어요. 어눌하게나마요.”

정창호의 눈이 커졌다. 그 대단한 인사가 어떻게 장하연의 정체까지 알고 한국어를 쓴단 말인가?

“사실이냐?”

“네. 그런데 저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보통 재벌과 달리 직접 환대해줬다고요.”

나쁜 시그널은 아니었기에 말하는 장하연이나 듣는 정창호 모두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너를 좋게 보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네가 고려호텔을 맡길 잘한 것 같다, 허허.”

정창호의 칭찬에 장하연은 밝은 미소를 띠었다. 일만큼은 칼 같은 정창호도 인정해줘서인지 그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

장하연이 나간 뒤, 손에 쥔 생수를 마시며 객실을 둘러보던 헨리가 핸드폰을 꺼냈다.

“들어오게.”

짤막한 통화가 끝나자마자 방에 들어온 경호원 십여 명이 손에 들고 온 007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서 전자 장비를 꺼낸 경호원들은 양변기 수조부터 침대 밑바닥까지 철저하게 살폈다.

검문을 마친 경호원들이 2오 횡대로 모였고, 그들 앞에 선 헨리가 물었다.

“어떤가?”

“도청장비, 감시카메라 모두 없습니다, 주인어른.”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지만 역시 철저했다. 헨리는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가벼운 침음성을 흘렸다.

“수고했네. 편히 쉬도록.”

“네, 주인어른. 편히 쉬십시오.”

경호원들을 내보낸 헨리는 창가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여름이 되면 제법 수려하겠군.”

지금은 이 나라의 살림처럼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보였지만 헨리의 눈에는 녹음이 짙푸르게 우거질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젊은 친구가 다시 봄을 불러올 곳이 아닌가?

“그런 처자였으니 조니가 그리도 공을 들였군, 하하.”

혼자 남은 방에서 뇌까리던 헨리가 껄껄 웃었다.

자신이 봐도 단아하고 정숙하면서도 오너 가문의 딸임에도 자신을 모심에 소홀함이 없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젊은 친구가 이 호텔에 머물러달라고 부탁할 만했고, 자신 또한 충분히 흡족했다.

웃음을 거둬들인 헨리가 핸드폰으로 번호를 눌렀다. 그 번호는 자신에게 이곳을 소개시켜준 젊은 친구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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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일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헨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헨리. 네.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네? 헨리도 은근히 짓궂으시군요, 하하. 이번엔 뵙지 못하겠지만 다음에 오시면 편히 모시겠습니다. 네. 편히 쉬십시오.”

헨리에게 걸려온 통화를 마치자 선해철이 짓궂은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누가 누구한테 짓궂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네 와이프 될 여자한테 그렇게 장난치고 싶디?”

“장난이라뇨, 삼촌. 누나 어깨에 힘도 넣어주고 헨리한테 제 여자 어떤지 봐달라고 부탁한 일인데.”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나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피식 웃은 선해철. 우리 둘을 지켜보던 박태진이 미소를 띠었다.

“여하튼 로이스 경께서 이사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셨으니 여러모로 좋은 일이 될 겁니다, 형님.”

“그러겠지. 우리 조카며느리 장사 안 돼서 무거워졌을 어깨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을 테고, 고려일보 황 씨 것들도 헨리가 눈여겨보는 조카며느리니 해코지할 생각도 못할 거야. 그리고.”

선해철은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나머지 한 가지 이유를 더 말했다.

“헨리도 성민이가 좋은 여자하고 만나는 거 알았으니 이 녀석에 대한 믿음이 더 굳어지겠지. 안정적인 가정만큼 믿음을 주는 게 없잖아? 하하.”

가화만사성이라는 거,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모든 일이 잘 되려면 가정이 뒷받침돼야하지 않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해철에게 말했다.

“헨리께서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바랄 것도 없죠, 하하.”

“그럴 거다. 아무튼, 쇼는 모레부터 시작이니까 재밌어지겠어, 하하.”

아주 재밌어질 것이다. 이 나라 국민들은 아무도 모를 초특급 사기가 시작될 테니까.

***

이틀 뒤.

호텔 객실에 틀어박혀 시차에 적응하며 여독을 푼 헨리는 경호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새정치 민주회의’의 당사 앞에 도착했다.

당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은 차에서 내리는 헨리를 보며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떤 연유로 결정하게 되신 겁니까?”

“미스터 킴의 미국 망명 시절에 그의 연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연설에 담긴 민주주의의 가치가 당시 혈기 넘치는 저를 움직였고, 그날 바로 미스터 킴을 찾아가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그런 제 오랜 친구인 미스터 킴을 만나고자 결정한 일입니다.”

전혀 그런 적이 없었지만 헨리는 격정적인 표정까지 연출해가며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를 받아 적던 기자들 사이에서 젊다 못해 앳돼 보이는 여성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동양일보 조영란 기자입니다. 김 후보님과 교류하시면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양일보 조형만 사장의 장녀이자 이대수의 둘째 손자 이성문의 여자친구인 조영란의 질문에 헨리가 미소를 띠었다.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국민들이 있는 나라 아닙니까? 그토록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 분들이 있으니 이 고비도 극복할 거라 믿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 또한 손을 보태고 싶군요.”

헨리는 단순한 친분 때문이 아니라 기업가로서의 계산도 충분히 했다는 뉘앙스를 비치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인정만으로 투자를 하는 얼간이는 없으니 말이다.

“혹시, 김 후보가 당선되면 투자하겠다는 뜻입니까?”

“투자를 한다면 얼마나 하실 겁니까?”

조영란과의 문답이 끝나자 다른 기자들이 질문을 던져댔지만 헨리는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경호원들과 함께 당사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 한 중년 남성이 당직자들과 함께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자님들이 지금 던진 질문들은 이 나라의 품격을 깎아내린 질문입니다.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그런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건 어디서 배운 예절입니까?”

헨리를 마중 나온 새정치 민주회의 부총재의 사나운 목소리에 기자들이 그를 쏘아봤다. 오로지 조영란만이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졸 출신 변호사인 부총재에게 무시당했다는 분노를 기자들이 여과 없이 드러냈지만 그 또한 조영란을 제외한 기자들의 날선 눈빛을 피하지 않고 노려보며 말했다.

“대학까지 나와서 언론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이니 두 번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미스터 로이스의 환담을 기록해도 좋다는 후보님 수락이 있었으니 호명하는 기자님들은 순서대로 들어가시죠. 동양일보 조영란 기자, 민OO 기자, 한양일보 주OO 기자···.”

부총재의 호명에 기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조영란을 비롯한 선택받은 기자들은 문을 넘어서 헨리의 뒤를 쫓아갔다.

***

당직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에 들어간 헨리는 눈앞에 보이는 노년의 남성을 보며 미소를 띠었다.

“Mr. Kim! Long time no see!”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헨리는 미리 준비된 각본에 따라 환한 미소로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김 후보’에게 인사를 건넸다.

“Glad to see you here! Mr. Royce!”

‘김 후보’ 또한 미리 짠 각본에 맞춰서 헨리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네며 포옹을 나눴다. 이대수가 전해준 이 기획은 자신의 최측근들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일이었다.

두 남자는 총재실 소파에 앉아서 껄껄 웃으며 자연스럽게 환담을 나눴다.

“미스터 로이스 덕분에 미국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땐 그저 뜻있는 의인이 미국 땅에도 있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돼서 참으로 기쁩니다, 허허.”

“아닙니다, 미스터 킴. 당신처럼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분을 도울 수 있어서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하하.”

두 사람 모두 이대수, 이성민이 전해준 시나리오에 맞춰 물 흘러가듯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을 보고 기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뭐야, 이 양반들? 진짜 친구였어?’

‘김 후보가 이런 거물과 친구였다니!’

기자들 모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김 후보에게 헨리 로이스처럼 빵빵한 친구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할아버님,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다니?’

헨리의 방문을 귀띔을 받은 동양일보조차도 깊숙이 감춰진 진실들은 몰랐기에 조영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한참동안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던져주던 헨리가 김 후보에게 말했다.

“기자들은 그만 물리고 모처럼 만에 깊은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미스터 킴.”

“그럽시다, 미스터 로이스.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집에 가서 하십시다, 허허.”

***

소파에서 일어난 헨리와 ‘김 후보’는 각자의 차를 타고 일산에 있는 김 후보의 사저에 도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지하에 마련된 서재로 들어갔다.

“오는 길에 경호원들 연락을 받았는데 자택을 도청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고생이 크시겠습니다, 미스터 킴.”

헨리의 말을 듣고 ‘김 후보’가 쓴웃음을 지었다. 월가를 흔드는 거물이 가장 먼저 자신과 만나서 사저까지 왔으니 정부와 여당의 날이 얼마나 바짝 섰겠는가?

“어쩔 수 없지요. 독재에서 벗어난 지 이제 겨우 10년 남짓 됐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로이스. 자리에 앉으시지요.”

“아닙니다, 미스터 킴. 미스터 킴 같은 분을 도울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쁠 따름입니다.”

김 후보의 정중한 권유에 헨리 또한 정중히 대답하며 그와 함께 소파에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그리 생각해주시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헌데, 해동그룹과는 무슨 연이 닿아서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 겁니까?”

“제 친구 중에 선해철이란 사람이 있는데 해동그룹의 체어맨 리가 그 친구를 아들처럼 키워서 연이 닿았습니다. 제가 어려웠을 때 그 친구와 체어맨 리가 도와줘서 당신을 도울만한 힘을 갖게 됐지요.”

헨리는 선해철과 이대수에 대해 그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지만 ‘김 후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로이스가 지금 들려준 말은 유념하겠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보답하도록 하지요.”

‘김 후보’로서는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들어가서 이 나라를 살릴 방법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자신과 이대수의 거래에 헨리가 지금 들려준 얘기까지 고려하면 해동그룹을 배려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 같은 거물의 투자를 유치하면 그 액수도 무시할 수 없고 다른 외자유치도 쉽지 않겠나?

‘김 후보’가 말하지 않아도 그 보답이 뭔지는 헨리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점에 이른 두 사람은 속뜻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진의를 주고받았는지 미소 띤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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