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40th. 거래 준비 (1)
할아버지와의 통화를 끊고 1시간 뒤.
나와 선해철은 스탠더드 캐피털 사무실 응접실에서 할아버지를 상석에 모시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허허, 사무실 꾸미는 데 쓴 돈보다 찻값이 더 나가겠구나.”
할아버지는 골든팁스가 담긴 잔을 내려놓고 껄껄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양보할 수 없더라고요. 늘 먹는 게 먼저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도 있고요.”
할아버지는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나 옷은 이름값이 높아지면 하등 쓸모가 없어요. 그와 달리 먹고 마시는 건 쓰는 돈만큼 그 사람의 값어치가 높아지지. 다른 놈들이 너희들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할아버지 말이 맞았다. 지금 가치로 한 잔에 수만 원이 넘는 골든팁스의 맛에 익숙해진 덕분에 헨리와의 첫 만남에서 대화를 이끌어가지 않았나? 진짜 부자들은 먹고 마시는 것에서 다른 점을 보여주니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차를 반쯤 비울 무렵, 할아버지가 본제를 꺼냈다.
“명 회장한테 태현정유와 석유화학을 가져왔으니 인자 너희들이 가진 물건을 거둬왔으면 하는구나. 다 합쳐서 2조 2천억 원에 가져오마.”
“2조 2천억 원이나요?”
의외였다. 장호민 상대로 공사 치느라 쓴 돈이 15억 달러라도 첫 공사를 칠 때 환율과 며칠 전에 마무리 작업 칠 때 환율을 따로 계산하면 많이 잡아도 1조 5천 억 원이다. 거기에 7천억 원을 더 주겠다니?
나와 선해철의 벙찐 표정을 보며 할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
“미국 사돈이나 그 양반이 거느린 사람들이 너희들 믿고 맡긴 돈인데 허투루 쓰려는 게야? 그 사람들한테 전부 줘야 할 건 아니겠다만 너희도 뚠뚠히 벌어놔야 너희 실력 믿고 돈 맡길 놈들이 생길 게 아니냐?”
우리 할아버지, 보통 재벌총수들과 결이 달랐다. 후려치든, 비싸게 사주든 피붙이들의 정을 거론할 텐데 신용을 이유로 값을 더 쳐주려 하다니.
“이 할애비, 우리 회사에 돈 빌려줄 때도 똑같은 조건으로 빌려줬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가 아니더냐?”
“아···.”
나지막이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당신 하고 싶은 말씀을 계속했다.
“내 회사라고 봐주고 내 회사 아니라고 안 봐주면 장사꾼으로서 평판 잃고 돈 날리는 건 시간문제다. 장사꾼은 무엇보다 공정함이 먼저다.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겸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처럼 희귀한 걸 손에 쥐고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흐흐.”
“그럼···?”
“너희나 나야 돈이 아쉽지 않으니 공정거래를 하지만 다른 놈들은 아니지 않더냐? 몇몇이야 봐줘야겠다만··· 흐흐.”
역시나였다. 할아버지는 이번 달러 장사로 확실히 돈을 불릴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이해한 나는 할아버지에게 내 계획을 말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홍콩에 있는 100억 달러, 각자 나눠서 파는 게 어떠십니까, 할아버지?”
나의 새로운 제안에 할아버지가 눈을 껌뻑거렸다.
“무슨 소리냐? 장사를 안 하겠다는 게냐?”
“장사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더 비싸게 팔고자 드리는 말씀입니다.”
“말해 보거라.”
“스탠더드 캐피털이 신성과 GK에 투자한 액수가 27억 달러입니다. 그 돈 전부 미국에서 단기로 끌어왔는데 100억 달러에서 운용보수 15퍼센트를 떼고 분배받을 달러면 원리금 전부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흐음···.”
할아버지가 침음성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100억 달러가 한꺼번에 풀리면 후려치려 들 터. 너도 네 주머니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그 편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리고··· 종금에 남을 20억 달러와 증권에서 운용보수로 받은 15억 달러는 더 이상 처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해동종금과 해동증권의 최대주주가 나라도 35억 달러 남짓 남을 달러를 팔지 못하게 하는 건 내가 생각해도 무리한 부탁이다. 해동그룹의 수장은 할아버지가 아닌가?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다 여겼지만 할아버지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
“알았다. 네 스스로 거래하는 것도 연습해야 할 테니 밑천이 필요하겠지. 이문만 많이 남겨봐, 허허.”
넉넉하게 웃는 할아버지를 보며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35억 달러로 해동종금과 해동증권의 주춧돌을 만들 테니 말이다.
***
시간은 흐르고 흘러 11월 21일이 되었고, 이 나라에 수십 년간 트라우마를 남길 IMF 관리체제가 시작되었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이 사태의 원흉으로서 전 국민의 욕받이 무녀가 되었고 야당은 신나게 여당을 물어뜯고 있었다.
정치권이 개판으로 돌아가건 말건 재계 인사들은 달러를 구하기 위해 삼청동 이대수 저택을 드나들고 있었다.
“자네들, 스탠더드에서 줄 돈은 원화겠지만 우리 해동에서 줄 아도자동차 인수대금도 원화로 받고 싶나?”
책상 앞에 앉은 이대수가 깍지 낀 손가락 위에 턱을 괴고 물어보자 소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던 은행장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달러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장님.”
“달러라··· 환율은 얼마나 쳐줄 건가?”
이대수의 질문에 은행장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들이 준비해온 제안에 이대수가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1조 5천억 원, 8억 달러로 대신 받고 싶습니다. 맘에 안 차시겠지만 달러로 결제해주십시오, 회장님.”
은행장들의 저자세에 이대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달러당 1,875원씩 쳐주겠다는 말인데 IMF의 구제금융이 늦게 실행될 것과 자신의 성품을 알고 알아서 기는 게 아닌가? 허나 이대수는 가타부타 말도 않고 침음성만 흘렸다.
“흐음···.”
침음성을 흘리던 이대수가 책상 서랍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액수는 이거 보고 얘기하지.”
“예···.”
대표 격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은행장이 일어나 서류철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서류철 표지를 연 그는 다른 은행장들에게도 한 부씩 서류를 돌렸다.
“이건···?”
서류철을 보고 놀란 은행장들을 보며 이대수가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해동종금이 지점을 늘리려고 하는데 자질구레한 문제가 많네. 자네들이 힘을 써주면 내 10억 달러까지 쳐주지.”
은행장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8억 달러에 2억 달러를 더 얹어주고 은행들의 경쟁자가 될 해동종금을 키우는 데 부려먹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은행을 대표하는 자신들의 면전에 대고 그런 주문을 하다니!
은행장들 모두 해동종금이 시중은행들의 경쟁자가 될 건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충격과 공포, 수치심에 그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회, 회장님, 그래도 종금사 지점 추가 출점은···.”
“자네들 모두 나랏밥 먹을 만큼 먹고 그 자리에 앉지 않았나? 그거 하나 해결할 힘도 없으면서 은행장 자리를 꿰찼다는 게야?”
말이 끊긴 은행장은 이대수의 매서운 질타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비롯해서 소파에 앉은 은행장들 모두 재무부나 증권감독위원회 등에서 고위직을 거쳐 은행장이 되지 않았나? 인맥과 권력으로.
“IMF에서 550억 달러 빌려주겠다고 한 거, 언제 들어올지 아무도 장담 못하네. 그런 마당에 자네들이 생각한 것보다 2억 달러를 더 얹어주는데 포기하겠다는 겐가?”
이대수의 책망 섞인 질문에 은행장들의 얼굴 모두 입 안 가득 모래를 머금은 표정이었다.
2억 달러를 더 받자니 가장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인 해동종금이 점차 은행들을 위협할 테고, 안 받자니 금덩어리만큼 귀한 달러를 2억 달러나 버린 멍청이가 될 판이 아닌가?
참다못한 은행장이 이대수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연유를 알려주십시오, 회장님. 다음 대선 당선자와 조율해도 되실 텐데 왜 저희 같은 놈들까지 잡아두시려는 겁니까?”
“내가 다음 청와대 주인장하고 짝짜꿍해서 종금사 점포 늘리면? 자네들이나 다른 그룹 회장나부랭이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네그려, 쯧쯧.”
빈정거리듯 혀를 차던 이대수가 차 한 모금을 마시고 표정을 가다듬으며 얼굴이 굳은 은행장들에게 말했다.
“그러니 자네들과의 거래부터 끝내려는 걸세. 나도 손쓰겠지만 자네들까지 손을 보태면 공무원이든 회장들이든 그 어떤 나부랭이들도 아무 소리 못할 테니 말이야.”
이대수 본인도 지금의 자신이 오만하다는 것을 알지만 8.3 사채동결 때 맺힌 한을 풀려면 은행 간판은 달지 못할지언정 해동종금을 은행처럼 키워야 했다. 시중은행에 고만고만한 지분만 있는 타 재벌들과 달리 해동종금은 가문과 그룹에서 모든 주식을 틀어쥐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마냥 채찍질만 할 만큼 무식하지도 않았기에 이대수는 은행장들이 솔깃할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동종금에서만 돈 퍼다 쓸 생각은 없네. 법정 대출한도가 있으니 부족한 건 자네들 은행에서 퍼다 써야겠지. 안 그러나?”
이대수가 내보인 당근에 은행장들의 얼굴에서 희미하게나마 기대가 보였다. 그 당근을 보여주기만 할지 진짜로 줄지 확인하고 싶어 은행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와도··· 자금 거래를 해주시겠다는 겁니까?”
“자네들 눈엔 내가 천지분간 못하는 놈으로 보였나보지? 실망이구먼, 쯧쯧.”
이대수가 혀를 차든 말든 그가 보여준 당근이 절대 보여주기만 하며 약 올리려는 게 아님을 은행장들 모두 확인했다. 손익계산을 마친 그들은 황급히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해동그룹은 늘 정도를 지켜오지 않았습니까? 건실하게 그룹을 키워 오신 회장님과 거래할 수 있다면 저희가 더 감사할 따름이지요.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회장님! 다른 그룹들이 분수도 모르고 돈 빌려달라고 할 때마다 주름살이 늘었는데 해동그룹 같은 우량 고객이 생기면 바랄 것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해동그룹에서 할 사업들이 많으실 텐데 이용해주시면 저희야 바랄 것도 없습니다, 하하.”
지금 이 나라에서 현찰이 가장 많은 해동그룹을 거래처로만 잡아두면 은행들로서는 예금이든 대출이든 숨통이 확 트인다. 은행장들의 아부 섞인 진담에 이대수가 피식 웃었다.
“그리 생각해주면 고맙고. 자네들 모두 우리 해동의 거래처가 될 걸세. 더 얹어줄 2억 달러는 그 선금이라고 생각하게. 이걸로 인수협상도, 해동종금 지점 확대도 마무리된 걸세?”
말을 마치고 골든팁스를 마시는 이대수에게 은행장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회장님. 그 귀한 달러를 풀어주셨는데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하하.”
껄껄 웃은 은행장과 함께 다른 은행장들도 한시름 덜어낸 표정으로 홍차를 마셨다. 이대수이길 망정이지 다른 재벌이었으면 지금 같은 사치는 누리지도 못했을 은행장들이었다.
***
이대수가 은행장들을 상대로 아도자동차 인수와 해동종금 확장에 대한 거래를 마쳤을 무렵, 해동증권 홍콩 지점에서는 민주형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으으-. 우린 언제 돌아가냐, 박 이사?”
“왜?”
“심심해 죽겠다. 맨날 정보만 취합하고 거래는 안 하고 있잖아. 100억 달러 더 굴리면 돈이 될 텐데.”
민주형은 그저 입맛만 다셨다. 지금도 홍콩 금융시장에서는 투기꾼들과 홍콩 금융당국의 돈싸움이 한창인데 정시출근, 정시퇴근만 반복하는 일상이 무료하기만 했다.
“그렇습니다, 이사님. 어느 정도는 거래를 해줘야 감이 안 죽는데 말이죠.”
그 차분한 주승빈마저 한 달 가까이 편하게 살다보니 좀이 쑤시는 걸 견디지 못했다. 박태진은 두 사람을 보고 찻잔을 내려놓은 채 피식 웃었다.
“너희도 노름꾼 다 됐어, 흐흐.”
“배운 게 돈놀이 아니냐? 손에 쥔 달러 빨리 들고 돌아가서 우량주 긁어모으고 싶어 죽겠다, 흐흐.”
“민 이사님 말이 맞습니다, 이사님. 우리 계좌에 들어있는 돈만 100억 달러입니다. 지금 한국 들어가서 달러 장사하고 주식 사들이면 돈이 얼맙니까?”
민주형이나 주승빈 모두 홍콩 증시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사로 가져가서 어디에 투자할지 머릿속에 리스트가 가득했다. 박태진은 그런 두 사람에게 일침을 놓았다.
“아서라. 그 돈, 해동증권 돈으로만 배팅한 게 아니잖아. 초기 투자자금 맞춰서 정산해야지.”
“그러네. 운용보수 15퍼센트 빼면···.”
손을 꼽으며 계산을 하던 민주형이 휘파람을 불었다.
“햐아,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는 이 이사님하고 장하연 상무가 대박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사님. 운용보수 15퍼센트를 떼도 이 이사님이 14억 달러, 장하연 상무가 5억 7천만 달러네요. 부회장님 자녀분들도 2억 8천만 달러씩 받고요.”
주승빈도 혀를 내둘렀지만 박태진은 담담한 미소만 띨 뿐이었다. 이성민의 가장 큰 돈주머니인 스탠더드 캐피털도 이번 거래로 28억 달러 이상 챙기게 되지 않았나?
이러한 사실은 말할 수 없지만 박태진은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알려줘도 상관없는 한 가지를 말해줬다.
“이사님하고 부회장님 아이들, 그 돈으로 증여세부터 낼 걸?”
“증여세?”
두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박태진을 바라봤다. 재벌이 증여세를 내겠다니?
“100억 달러, 한국에 보내서 원화로 바꾸면 이사님이나 부회장님 아이들 모두 회장님께서 물려주신 주식 증여세 낼 거야. 다 내면 1조 원은 넘겠네.”
“이, 일 조?”
심드렁한 목소리의 박태진과 달리 민주형이 입을 떡 벌렸다. 1조 원이면 강남에 있는 어지간한 대형빌딩 두세 채는 살 돈이 아닌가?
“장하연 상무는요?”
“고려호텔, 아니 신성물산에 합병된 고려호텔하고 면세점, 리조트, SH자산개발 지분 넘겨받는 데 쓰겠지.”
“그렇게 하면 1조는 써야하는데··· 신성그룹은 왜 그러는 겁니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주승빈의 표정을 보고 박태진이 그 이유를 알려줬다.
“장 상무가 물려받을 거에 아무도 손 못 대게 하려고 그런 거겠지. 그 집 사남매, 사이 안 좋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삼남매가 배다른 남매인 장하연을 따돌리고 있었지만 주승빈은 박태진의 말이 사실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보며 차를 마시던 민주형이 찻잔을 내려놓고 웃음을 터뜨렸다.
“장하연 상무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삼남매는 완전 바보 되겠는데? 그치들은 60만 달러밖에 안 넣었잖냐? 으하하.”
“그러겠네요, 하하.”
민주형과 주승빈이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박태진이 잽싸게 수화기를 들었다.
“This is Hae-dong security···, 아, 네. 이사님. 네. ···! 알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모두 정리하겠습니다. 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박태진을 보고 민주형의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리면··· 들어오라는 거야?”
“오늘 안으로 스탠더드 본사에 수익 분배해주고 남은 달러 전부 본점 계좌로 보내라고 하셨다. 우리도 전부 들어오라고 하셨고.”
박태진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주형이 불끈 쥔 주먹을 위로 내질렀다.
“예스! 드디어 돌아가는구나!”
민주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리방을 나가 소리쳤다.
“다들 짐 싸! 돌아간다!”
###
민주형을 비롯한 해동증권 사람들이 방방 뛰며 환호하고 있을 때 주승빈이 박태진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사님, 여기서 탱고 배운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 돌아가서 교습소부터 알아보려고, 후후.”
박태진은 이성민이 한국으로 돌아간 날부터 홍콩 시내에 있는 댄스 교습소에서 탱고를 배우고 있었다.
슬슬 때가 다가오는 만큼 ‘일생일대 최고난이도의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였는데 디데이가 빨리 다가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