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39th. 정산 시작 (5)
나는 선해철의 벙찐 표정을 보고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나는 애써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시속 6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 레이싱 만화 시리즈 말이에요.”
선해철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만화 볼 틈이 어딨냐? 매일매일 일하느라 바쁜데.”
“아무튼 거기 보면 ‘프란츠’라는 독일인 레이서가 나오는데···.”
그 ‘프란츠’가 개발한 십자가 모양의 전기자동차에 대해 알려주자 선해철이 날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얌마! 만화하고 현실이 같아? 그거 만들려고 GK전자랑 GK화학, GK상사에 투자한 거냐?”
선해철의 매서운 눈매를 보며 나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 잘못 말하면 일 날 것 같으니 얼른 수습해야 했다.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삼촌. 그 성능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앞으로도 수십 년은 걸릴 테니까요. 그래도.”
잠시 숨을 고른 나는 선해철의 마뜩찮은 표정을 보며 이유를 알려줬다.
“나중에 지금보다 유가가 몇 배로 오르고, 환경문제에 더 민감해지면 전기자동차가 뜰 거예요. 조금씩 밑그림을 그려놔야죠. 장사 한두 해 하고 접을 것도 아니잖아요?”
“흐음···.”
선해철의 반응이 한결 누그러졌다. 난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설득을 계속했다.
“모터도, 배터리도 국내에서는 외가보다 잘 만드는 데가 없어요. 그 두 개는 외가처럼 꼼꼼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일 곳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해요.”
‘프란츠’가 만든 ‘크로이츠 슈틸’의 하이퍼 리니어 휠과 롤링 콕핏, 뉴로 컴퓨터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부터 기술을 쌓으면 앞서나갈 싸움이 아닌가? 전기자동차 전쟁은.
그 전쟁의 승리에 가장 필요한 모터, 배터리 기술은 앞으로 GK전자와 GK화학이 세계 1위를 차지한다. 해동자동차로 간판을 바꿀 아도자동차에 가장 절실한 기술이기에 스탠더드 캐피털을 앞세워 GK그룹의 대주주가 된 것이었다.
선해철은 한참동안 말없이 나를 쳐다보던 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네 촉이 그렇다면 확실하겠지. 우리 집도 GK전자 청소기에 세탁기 쓰고, GK화학도 배터리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니.”
전생에도 모터 기술력과 내구성 덕분에 GK전자의 청소기와 세탁기는 국내외에서 일찍이 인정받았다. 냉장고만 해도 토네이도에 휩쓸려 수 킬로미터를 날아갔던 놈이 콘센트를 꽂으니까 작동됐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러니까 지켜봐주세요, 삼촌. 제가 장기투자로 실패한 적은 없잖습니까? 흐흐.”
“짜식, 잘난 척은. 네 외가 양반들이 명우나 제수씨 생전에 두 사람한테 살갑게 대해줘서 투자하는 줄이나 알아, 흐흐.”
기분 좋게 웃던 선해철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너희 외가도 우리가 회장님한테 석유화학 넘기는 거 오케이 한 거 보면··· 회장님께서 명세호 회장하고 정산하는 일로 서운해 하지는 않겠어. 그렇지?”
나는 선해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거예요. 오히려 우리하고 협력하길 원하는 것 같으니까요.”
외가 분들은 절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와의 동업을 원했으니 외가에서 할아버지와 명세호의 정산에 반발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이대수는 지금 흑단으로 만든 바둑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명세호와 대국을 두고 있었다. 태연한 표정으로 흰 돌을 놓는 이대수와 달리 검은 돌을 놓는 명세호의 표정은 긴장이 가득했다.
“아이고, 오늘은 기력이 달려서 더는 못 두겠구먼. 그만 두세.”
이대수가 엄살을 피우며 손에 쥔 바둑돌을 바둑통에 던지자 명세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대수를 바라봤다.
“이기는 판이신데 왜 그만 두시는 겁니까, 형님?”
“됐네, 이 사람아. 내 비위 맞추려고 져주는 사람이랑 뭐 하러 기운 빠지게 바둑판 앞에서 씨름하겠나?”
“···죄송합니다, 형님.”
이대수가 뚫어지게 쳐다보며 던진 핀잔에 명세호도 바둑돌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 명 회장.”
“계열분리 할 때까지만 해도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경이 되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더이다.”
명세호가 한숨을 내쉬고는 굳은 눈빛으로 이대수를 보며 말했다.
“태현정유, 태현석유화학, 형님이 인수해주시오.”
“무슨 소린가?”
“원유 대금을 지급하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달러 구하다가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소. 큰형님한테 진 빚 갚는 것도 버거운 거, 형님도 알고 있잖소?”
이대수가 침음성을 흘리는 걸 보고 명세호가 조건을 내걸었다.
“형님께서 태현정유와 태현석유화학 사주시면 그 돈으로 큰형님한테 진 빚 좀 털어내고 싶소.”
“흐음···.”
이대수의 침음성이 길어지자 명세호가 애타는 눈으로 이대수를 보며 말했다.
“태현석유화학이야 태현정유의 100퍼센트 자회사이니 태현정유 지분 100퍼센트만 인수하면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억 달러만 주고 가져가주시오.”
잠시 고민하던 이대수가 바둑판을 손바닥으로 쓸어버렸다. 바둑돌들이 따라락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그 광경을 본 명세호의 눈이 커졌다.
“형님?”
명세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걸 보고 이대수가 피식 웃었다.
“5억 불에 1억 불 더 얹어주면 다시 한 판 두겠나? 제대로 말일세.”
이대수의 제안에 명세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거기에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시면 한 달 내내 형님과 있는 힘껏 대국을 두겠소.”
명세호가 부탁 하나를 추가하자 이대수의 눈이 번쩍거렸다.
장손이 장호민의 코를 꿰어 신성그룹 석유화학계열사를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이대수는 명세호를 움직여 태현그룹에서 태현정유와 태현석유화학을 떼어냈다. 두 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모두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좋은 동생을 잃기 싫어서 1억 달러를 더 챙겨주려 했는데 한 달 내내 바둑 상대가 생기고 추가로 들어온 부탁에서 돈 냄새가 솔솔 풍기니 바랄 게 없었다.
“말해보게.”
한참동안 이대수의 눈치를 보던 명세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큰형님께 달러 좀 팔아주시오.”
“진호 형님?”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에도 이대수는 일부러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 그런 이대수의 속도 모르고 명세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께서 우리 큰형님한테 쌓인 게 많은 건 알고 있소. 그래도 형님께서 쥔 달러 팔아줄 만한 곳이 이 나라에서 태현 아니면 얼마나 손에 꼽히겠소?”
명세호의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해동그룹이 쓸 물량을 제외해도 아무도 모르는 40억 달러 대출권까지 합하면 해동그룹의 달러보유고만 160억 달러 남짓이다. 다는 아니더라도 물량을 처리하려면 태현그룹이나 신성그룹, GK그룹 같은 대형고객들과 거래를 터야 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이대수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먼저 진호 형님께 말해. 내가 먼저 말하면 모양새가 안 나오니까.”
“형님?”
명세호는 그 자리에서 절이라도 올리고 싶었지만 이대수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다.
“자네도 자네 형님한테 제대로 자세 잡고 말해. 그래야 자네도 집안에서 따돌림 당하는 신세 면하지 않겠나?”
“···그러고 말고요! 감사합니다, 형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친형제처럼 지내온 사이이기에 명세호와 이대수는 서로를 보며 껄껄 웃었다.
***
며칠 뒤 아침.
이대수와 바둑을 두면서 태현정유와 태현석유화학을 넘겨주고 6억 불을 손에 쥔 명세호는 모처럼 만에 명진호의 집 앞에 왔다. 명세호가 초인종을 누르자 명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세호입니다, 형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열렸고, 대문을 밀고 들어간 명세호가 정원을 거쳐 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라.”
“감사합니다, 형님.”
현관 앞까지 나온 명진호에게 고개를 숙인 명세호가 거실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해동그룹 이 회장한테 정유하고 석유화학 팔았다는 얘기는 들었다. 무슨 일이냐?”
평소와 달리 부드러운 큰형님의 목소리. 명세호는 큰형님이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는지 알았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정유, 석유화학 팔고 6억 달러 받았습니다.”
“유, 육억 불?”
명진호의 눈이 커졌다. 업계 내에서 5등을 다투는 회사들을 팔아치우고 황금보다 귀한 달러를 6억 달러나 받아냈다니?
“예. 저한테 묶어둔 빚 1조 원 전부 털어주시면 달러는 전부 형님께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진호가 명세호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세호야. 너한테 지운 짐, 깨끗이 털어주마.”
정부 외환보유고가 20억 달러뿐인 요즘 들어 명진호는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다. 1달러가 아쉬운 명진호에겐 명세호의 거래가 산소호흡기나 다름없었다.
그런 큰형님에게 명세호는 더 큰 선물을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형님. 형님께서 원하시면 해동그룹과 거래하실 수 있게 터드리겠습니다.”
“참말이냐? 이 회장이 달러를 판다고 했다던?”
8.3 사채동결 이후로 20년 넘게 왕래가 없다시피 해서 속만 태우고 있던 명세호다. 체면 차릴 겨를도 없이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 형님이 자꾸 눈에 밟혀서 힘들게 부탁드렸습니다.”
치사하게 계열분리를 해줬어도 반세기 넘게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큰형님이기에 명세호는 명진호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이대수에게 염치불구하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줬으니 홀가분하기 그지없었다.
“고맙다, 세호야. 정말 고맙다.”
명진호는 어느 새 동생의 손을 두 손으로 힘껏 잡은 채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달러 수급 때문에 계열사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었는데 해동그룹에서 달러를 구하면 급한 고비는 넘길 수 있었다.
“아닙니다, 형님. 우리 그룹 역량이면 해동그룹의 달러와 바꿀 원화는 충분히 구할 겁니다, 형님.”
“허허, 그렇지. 그렇고말고.”
명세호가 ‘우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물 흘러가듯이 관계 회복에 대해 넌지시 운을 떼자 명진호가 껄껄 웃었다. 어렵고 힘들 때 형제만큼 든든한 동반자가 어디 있겠는가?
웃음이 잦아들면서 명진호가 수화기를 들었다. 명세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명진호는 재빨리 전화번호를 눌렀다.
“잘 계셨나, 이 회장?”
[오랜만이오, 형님. 내 전번에는 말이 너무 심했소. 미안하오.]
그 일의 원인이었던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대수의 목소리에 명진호는 오랜만에 부끄러움이 다시 일어났다. 본인은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사과를 이대수에게서 먼저 받다니?
더 이상의 철면피는 될 수 없었기에 명진호도 입을 열었다.
“아닐세, 이 회장. 내가 잘못했으이. 그리고···.”
잠시 말을 흐리던 명진호가 20여 년간 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냈다.
“20여 년 전 일도 미안하네. 내가 미친놈이었네. 장병호 그 영감 꾐에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다 지난 일인데 더 이상 꺼내지 맙시다, 형님. 지금은 앞으로의 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 아니겠소?]
자신을 배려해주는 이대수에게 명진호는 또 한 번의 패배감을 맛봐야 했다. 거느린 기업은 자신이 더 많고 더 크지만 사람의 그릇만 놓고 보면 그 반대가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얼마에 팔아주겠나?”
[달러당 1,500원에 10억 달러 넘겨드리리다. 생색내려는 건 아니지만 내 형님께만 그 가격에 드리는 거요.]
현행 환율에 비하면 300원이나 비쌌지만 앞으로 폭등할 환율을 생각하면 폭리도 아니었다. 명진호는 이대수가 앞에 있기라도 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오늘 안에 은행장들 멱살 잡아서라도 돈 마련해서 자네 집에 감세.”
명진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환율이 더 뛰기 전에 10억 달러를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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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실 것까지 없소, 형님. 종금 조 대표한테 사람 보내서 달러 받아가시오. 그럼.”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대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석은 양반··· 그러게 왜 그 인간 꾐에 놀아나서···.”
이대수도 알고 있었다. 명진호가 장병호의 꾐에 빠져서 8.3 사채동결을 함께 주도했다는 것을.
이대수는 명진호의 우직한 성격상 언젠가는 스스로 고백하리라 믿고 있었다. 그 고백을 명진호가 코너에 몰리고서야 듣게 되어 회의감이 들면서도 지금이나마 본인이 털어놓았다는 것에 인정이 생기니 오묘하기만 했다.
이대수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추슬렀을 무렵, 집사장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주인어른, SG그룹 채정현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뫼시게.”
이대수가 외치자마자 채정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랜만이구먼, 정현이. 이 시국에 전경련 회장 노릇하느라 고생하는군.”
“아닙니다, 형님. 누군가는 맡았어야 할 일이 아닙니까? 내년이면 물러나니 홀가분합니다.”
소파에 앉은 채정현을 보며 이대수가 소파로 옮겨왔다. 뒤이어 세팅된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채정현이 달싹거리던 입술을 뗐다.
“부탁할 게 있다고?”
“···달러 좀 팔아주십시오, 형님. 원유를 사야 정유공장도 돌리고 주유소에도 기름 대주는데 달러가 없어서 원유를 못 사고 있습니다.”
통신과 더불어 석유화학이 주력인 SG그룹인지라 이대수도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달러당 1,600원입니다. 채권도 좋고 환전도 좋으니 우리한테 8억 달러만 팔아주십시오.”
“알겠네. 조 대표한테 연락할 테니 자네도 1조 3천억 원 준비해서 사람 보내게.”
“혀, 형님, 8억 달러면 정확히 1조 4천억 하고도···.”
당황한 채정현을 보며 이대수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1,800억은 내 장손이 대한이동통신 건으로 자네한테 손해 입힌 거 보상해주는 걸세. 잔말 말고 그 가격으로 거래해. 그리고.”
잠시 말을 끊었던 이대수가 절을 올리려다 만 채정현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기름장사 좀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세호 그 친구가 자기 짐이 버겁다면서 정유하고 석유화학을 넘겼는데··· 내 미리 언질 못해줘서 미안하이.”
채정현은 황급히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아닙니다, 형님. 다들 달러 없어 죽으려고 하는데 살아남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후한 값에 달러를 팔아주는 양반에게 어찌 싫은 소리를 하겠는가? 채정현의 선선한 대답에 이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리고 내 스탠더드 캐피털이 장호민이한테서 거둬온 신성 쪽 계열사들도 가져오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제 회사도 아닌데 형님 뜻대로 하십시오. 태현이든 신성이든 대산에 공장이 있으니 형님이 거둬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양놈들 손에 두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채정현은 지금 해동그룹의 석유사업 진출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도 달러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리는데 남의 집 사정이 눈에 들어올 턱이 있겠나?
“알겠네. 얼른 가보게.”
“고맙습니다,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채정현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올린 뒤, 서재를 나갔다. 이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전화기를 들었다.
“장손, 할애비 갈 테니 정산 하자꾸나, 으허허.”
이대수의 웃음소리에서 만족감이 흠뻑 배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