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39th. 정산 시작 (1)
씩씩거리던 명진호는 자신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임원들을 보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안 움직여?”
“예?”
명진호가 임원들을 보며 가슴을 두들겼다.
“청와대, 금뱃지, 공무원, 채권단! 전부 만나서 막아! 그놈들이 아도자동차 처먹기 전에 얼른!”
“예, 예!”
명진호가 회의실 문을 가리키는 걸 보고서야 임원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뛰쳐나갔고, 혼자 남아 씩씩거리던 명진호가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통화가 연결되자 명진호가 수신부에 대고 소리쳤다.
“야, 이대수!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하고 정말 끝장 보자는 거냐!”
30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나잇값 한다고 한 번도 남에게 함부로 하대하지 않았던 명진호다. 오늘만큼은 분을 이길 수 없어서 젊은 시절 습관이 나오고 말았다.
“감히 내 뒤통수를 후려쳐! 돈놀이만 하던 놈이 회사에 돈 좀 생겼다고 나대는 게냐!”
그 뒤로도 명진호는 10여 분 동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던 명진호의 귀에 이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하셨소? 속에 쌓인 말?]
이대수의 고저 없는 목소리에 명진호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뭐?”
[하실 말씀 없는 것 같으니 나도 말하겠소.]
저승의 공기보다 더 차가울 것 같은 이대수의 목소리에 명진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누가 먼저 뒤통수를 후려쳤는데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는 게요! 씹어뱉는다고 다 말인 줄 아시오!]
명진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껏 늘 깍듯하게 예절을 차리던 이대수의 입에서 이렇게 거친 욕이 큰소리에 실려 나오다니?
“뭐, 뭐라고? 개, 개소리? 씨, 씹어뱉어?”
[말꼬리 처물고 늘어지지 마시오! 20여 년 전에 형님이 병호 형님과 작당질해서 우리 집안 돈 휴지조각 만든 거, 내 모를 줄 아셨소?]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절대 모를 거라 여겼던 8.3 사채동결의 내막이 이대수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명진호는 얼이 빠진 나머지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20여 년 전, 돈을 구하기 힘들던 그 시절의 사채 이자를 견디지 못해 신성그룹 장병호의 꾐에 빠져 손을 잡은 명진호다. 술판을 벌인 것도 장병호의 공범자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갔기에 기억하기 싫어 잊고 살아왔었는데···.
[어떻게 안지가 대수요? 인두겁을 뒤집어썼으면 최소한의 염치는 차릴 줄 알아야지! 내 부친이나 내가 형님 믿고 그렇게 싸게 돈을 대줬는데 사람이 돼서 어찌 그랬던 거요!]
이대수의 살기 넘치는 고성에 명진호가 얼어붙었다. 이대수 집안이 몇 번이나 자신을 믿고 돈을 빌려주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올라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 아니었나?
밀려오는 죄책감도 죄책감이거니와 절망적인 현실에 명진호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도자동차 인수도 문제지만 서서히 돈줄이 말라붙는 지금, 해동그룹 외에는 돈을 구할 곳이 없지 않은가? 달러든, 원화든.
명진호가 입을 꾹 다문 사이에도 이대수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리도 호구로 보이시오? 돌아가신 내 부친께서 안 말렸으면 그날 형님 머리통에 내 손으로 도끼날 박았을 거요!]
그 뒤로도 명진호는 이대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맛봐야 했다. 인정사정없이 쏟아 붓는 이대수의 폭언과 독설에 명진호의 이마 가장자리에는 식은땀까지 맺히고 있었다.
이대수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명진호가 받아치기에 나섰다.
“그래서, 정말로 장병호 아들내미에 양놈들 개노릇하는 놈과 붙어먹어서 아도자동차를 먹겠다고? 3조에?”
[형님 살림이나 걱정하시오! 클린턴이가 자동차 산업에 슈퍼 301조 날려서 없는 살림에 미국 공장 지어야 할지도 모를 양반이 누굴 걱정하는 거요?]
명진호가 이를 악물었다. 이대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또 찌르는 이대수 때문에 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이, 이 급살 맞을 놈!”
명진호가 화를 못 참고 욕을 내뱉었지만 돌아온 건 이대수의 콧방귀 소리였다.
[누가 급살을 맞을지 모르겠소! 내 손에 들린 태현그룹 어음이 5천억인데 돌려도 되겠소? 당장 받아야 할 게 2,500억에 다음 달, 그 다음 달 돌아오는 게 합이 3천억이오만?]
“뭐, 뭐라고?”
명진호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 많은 어음을 이대수가 다 떠안았다니?
[놀라실 거 없소. 양키들 주식시장에 투자한 게 뚠뚠하게 불어나서 돈이 썩어나고 있소이다, 으허허.]
명백한 비웃음이고 조롱이며 모욕이었지만 명진호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의 신경은 온통 해동종금이 쥔 태현그룹 어음 5천억 원에만 쏠려 있었다.
“자, 자네, 그 어음 전부 돌릴 건가?”
[말이 고와진 걸 보니 이제야 아쉬워지는가 보구려. 사람이 사람답게 대할 때 스스로를 삼갈 줄 알아야지, 목줄 틀어쥐고 턱 밑에 칼끝 들이대야 삼가는 꼴이라니. 쯧쯧.]
이대수의 혀 차는 소리도 명진호에겐 들리지가 않았다. 태현전자 재작년 순이익의 반절이나 되는 5천억 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공포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5천억, 전부 돌릴 거냔 말이다!”
다급하게 소리친 명진호의 입이 바짝바짝 말라붙었다.
명세호와의 계열분리 때문에 수천억을 썼는데 이대수가 5천억 원을 한꺼번에 빼내면 자산 규모 수십조 원의 태현그룹은 겨우 1조 남짓한 유동현금으로 버텨야 한다.
자산이 덩치면 현금은 피다. 피가 돌지 못해 태현그룹이 쓰러지지 않게 하려면 명진호는 삼청동 서재에서 귀족놀음 하는 이대수의 마음을 돌려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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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서재의 책상 앞에 앉아있던 이대수가 고소해죽겠다는 표정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흠··· 형님 하는 거 봐서 고민하겠소.”
[하는 거 보고 고민하겠다고? 결정도 아니고?]
“맘에 드는 제안인지 아닌지 들어봐야 고민도 하고 결정도 할 거 아니오? 어린애도 아니고 일일이 말해줘야겠소?”
75년째 살고 있는 이대수에게 오늘처럼 속 시원한 날이 없었다. 그 명진호를 상대로 온갖 모욕과 수모를 던져주고 있지 않은가?
[끄으응···.]
한참동안 명진호의 침음성이 흘러나오자 이대수가 피식 웃었다.
“불도저 같은 양반이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다니 재밌구려, 으허허.”
껄껄 웃음을 터뜨리던 이대수가 명진호를 앞에 둔 것처럼 입꼬리를 한껏 올린 채 말했다.
“아도자동차에서 손 터시오. 손 털고 나오면 그 어음, 30년짜리 채권으로 전부 바꿔드리리다.”
[사, 삼십 년? 참말인가?]
명진호의 목소리가 밝아지자 이대수가 입꼬리를 올린 채 대꾸했다.
“내가 내 서재에서 헛소리 하는 거 봤소? 연이율 7퍼센트만 고정이자로 붙이고 전부 자동차, 건설, 정밀, 상선, 해상에 묶어주시오. 어떻소?”
지금껏 쌓인 울분을 생각하면 시중은행 금리에 연동시켜서 이자를 받고 싶었지만 이대수는 조금씩 길게 빼먹자는 장손의 간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 또한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한 발 물러선 것이었다.
[흐음···.]
“왜요? 아깝소? 그럼 지금 조 대표한테 연락해서···.”
이대수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말끝을 맺기도 전에 명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하겠네! 손 털면 될 거 아닌가! 2년 뒤부터 갚게 해주면 깨끗이 포기하겠다고 밝히겠네!]
명진호가 항복을 선언하자 이대수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좋소. 내일 오전에 계약서 꾸며서 도장 찍읍시다, 으허허.”
이대수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서재 안을 가득 채웠다. 웃음을 터뜨리는 이대수의 얼굴이 환해진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
며칠 뒤.
“이제야 돌아왔네.”
아도자동차 인수입찰 우선협상자로 해동그룹과 스탠더드 캐피털, 신성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 입국장을 나왔다.
이태원 집에 들러서 짐을 푼 나는 필요한 것만 챙겨서 그대로 삼청동 본가에 들어갔다. 서재 문을 열고 문턱을 넘은 나는 책상 앞에 앉은 할아버지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출장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
인사에 이어 절을 올리자 할아버지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장하다, 내 새끼!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났누!”
할아버지는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껄껄 웃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보며 미소를 띠었다.
“할아버지 장손이고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후후.”
“그럼! 내 장손이고 먼저 간 내 장남 하나뿐인 아들이지! 어여 앉자꾸나!”
나는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간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이 할애비, 언제 가도 여한이 없다. 먼저 간 네 부모 만나서 네가 이리 컸다고 알려주고 싶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할아버지.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 집안이 번창하는 거 보셔야죠. 손도 보태주시고요.”
눈을 껌뻑이던 할아버지가 다시 벙긋 웃었다.
“그렇지. 우리 장손이 집안 살림 건실하게 쑥쑥 키우는 거 지켜보면서 도와줘야 할 땐 도와줘야지, 으허허.”
껄껄 웃으며 차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태진이는 남겨두고 온 게냐?”
“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부를 때까지 푹 쉬다 오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띤 얼굴을 끄덕였다.
“잘했다. 다들 내 새끼 도와서 그만치 해냈으니 푹 쉬게 해줘야지. 우두머리는 상벌이 확실해야 하는데 안 가르쳐도 되겠어, 허허.”
“아닙니다, 할아버지. 다 할아버지나 다른 어른들 하시는 거 보고 배웠습니다.”
과분한 칭찬에 겸손을 떨었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알고도 안 하는 놈들이 태반이야, 인석아. 자신이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놈들이 반이고. 태진이를 남겨두고 풀어줬으니 알고 그리 한 게 아니더냐? 돈 문제도 그렇고.”
할아버지는 내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100억 달러나 되는 돈이면 누구라도 눈이 안 뒤집힐 수가 없어서 박태진을 남겨뒀는데···.
“들켰네요, 헤헤.”
“네놈이 돈 버는 재주는 이 할애비보다 나아도 세상살이는 이 할애비 따라오려면 멀었어, 흐흐.”
그럴 것이다. 내가 걸어가는 길을 할아버지는 이미 겪은 분이 아닌가?
그 뒤에도 할아버지는 홍콩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입을 벌리거나 동그랗게 모은 입술 틈새로 탄성을 흘렸다.
“내 새끼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하구나. 그렇게 역사책 뒤적거리고 싶어 했던 놈이 어찌 이리 변했을꼬?”
“환경이 바뀌었으니 저도 바뀌어야죠. 더 이상의 미련은 없습니다, 할아버지.”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복수를 하면서 내 손으로 역사를 만들고 있기에 한 점의 미련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더운 땅에서 여름 나느라 애썼다. 며칠 간 일은 손도 대지 말고 푹 쉬어.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며칠 간 푹 쉬겠습니다.”
할아버지의 배려에 대답했지만 할 일이 너무 많다. 외환위기라는 태풍 앞에서 달러라는 우산을 팔아야 할 때가 아닌가? 철저하게 벌어들일 것이다.
***
이성민을 보낸 뒤, 이대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걸었다.
“나다, 승주야! 명진이하고 세 사람 데리고 들어와! 지금 당장!”
[회, 회장님?]
“잔말 말고 다들 오라고 해!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주마!”
이성민이 홍콩에서 100억 달러를 번 사실은 고승주에게도 숨겨뒀던 비밀이다. 이대수는 고승주에게 날린 일갈을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서재 안을 서성거렸다.
이대수는 서재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손주가 벌어다 준 100억 달러를 어떡해야 더 불릴지 고민을 거듭했다. 할아버지로서, 집안과 그룹의 가장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한참동안 서성이느라 땀이 맺힌 이대수에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고승주입니다. 부회장 및 세 분 대표님들도 도착했습니다.]
“들어와.”
이대수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재훈, 태재호, 조영찬, 고승주, 이명진이 순서대로 들어왔다.
“다들 앉아.”
“예, 회장님.”
상석에 앉은 이대수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 다섯 남자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수는 그들을 보며 낄낄 웃었다.
“다들 바짝 긴장했나보구먼, 허허.”
“갑자기 오라고 하셔서 무슨 일 났나 싶었습니다, 하하.”
좌장인 배재훈의 너털웃음에 이대수가 피식 웃었다.
“자네도 늙었구먼. 월남에서 자네하고 각목에 쇠파이프 들고 진주호랑 그 떨거지들과 으르렁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흐흐.”
“아이고, 회장님. 저도 환갑이 넘었는데 몸을 사려야지요, 흐흐. 그런데 이 시각엔 어인 일로 부르셨습니까?”
너스레를 거둔 배재훈의 질문에 이대수가 헛기침을 하며 다섯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긴장도 충분히 풀렸을 거라 여기고 이대수가 사실을 밝혔다.
“성민이가 홍콩 증시에 3억 달러 넣은 건 알지?”
“예. 스탠더드 캐피털도 합류한 프로젝트 아닙니까?”
태재호의 질문에 이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래. 성민이 고놈이 그 3억 달러로 100억 달러를 만들었다.”
“예?”
이대수의 폭탄선언에 다섯 사내의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100억 달러라니?
“우린 그 달러까지 제대로 팔아먹어야 한다. 그래야 성민이 고놈한테 체면이 서지 않겠나?”
이대수의 말이 맞았다.
지금껏 그룹 차원에서 비축한 60억 달러에 체이스맨해튼과 계약한 40억 달러 대출, 홍콩에서 번 100억 달러로 뽕을 뽑는 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몫이었다.
얼굴에 도는 혈색을 가라앉히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다섯 사람을 보며 이대수가 조영찬을 불렀다.
“조 대표.”
“예, 회장님.”
“외환시장,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조영찬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종금 기획실과 그룹 비서실 합동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얼마 안 남았습니다. 헤지 놈들의 공세가 워낙 거센 탓에 다음 달 안에 달러당 1천 원은 무조건 넘을 겁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오를 수도 있고요.”
“조 대표 말이 맞습니다, 회장님. 재정경제원 내 실무진들 사이에서도 이대로 가면 IMF 관리체제는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조영찬과 고승주의 대답을 듣고 이대수가 침음성을 흘렸다.
“육시럴 놈들, 어설프게 샴페인 터뜨릴 때부터 알아봤건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었다. 어떻게든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통제했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그 분위기에 영합해서 지들 뱃속을 채우지 않았나?
다가올 잔혹한 현실 속에서 해동그룹은 큰돈을 벌겠지만 일말의 양심 때문인지 이대수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검은 피에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달러 장사는 스탠더드 캐피털이 장호건이한테 호구 씌우고 시작한다. 그때까지 1달러도 팔지 마.”
“예, 회장님.”
이대수의 엄중한 주문에 모두들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지시가 장손을 위한 이대수의 배려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