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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28화 (127/229)

128화. 37th. 그 여름, 뜨겁게 움직이는 때 (5)

선해철은 이성민과의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다들 모였나?”

“네, 대표님.”

회의실에 모인 남자들은 전부 새로 뽑은 신입사원들이었다. 아도자동차 인수합병이 최우선 과제인지라 전부 기존 재벌그룹 출신이었는데 회계와 재무, 영업, 기획 등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로 꾸려진 드림팀이었다.

“아도자동차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경영진들을 구속시켜야 한다는 단계까지 안 간 것만 해도 천만다행입니다, 대표님.”

그밖에도 이어지는 대답들을 듣고 선해철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선은 지켜줄 테니 금 회장한테 알아서 빠지란 소리군.”

“네. 그래도 금석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도 믿는 바가 있으니 버티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도자동차 경영진들이 믿는 바가 자신과 고승주가 1,500억이나 퍼부은 기름칠 덕분이었지만 선해철은 시치미를 뚝 떼고 질문을 계속했다.

“회생 가능성은 얼마나 돼?”

“정부에서 공적자금만 최대한 투입해준다면 회생은 충분합니다. 해동그룹과 공동으로 아도자동차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본사에서 추가로 투자하면 업계 판도를 바꿀 겁니다.”

‘업계 판도를 바꿀 겁니다.’라는 직원의 의견에 선해철의 눈이 번쩍거렸다.

“5공 시절 자동차 산업 통폐합처럼?”

“아닙니다, 대표님. 그때처럼 업종별로 나누는 게 아니라 기업 단위로 통폐합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겁니다.”

“기업 단위 통폐합이라···.”

흐리는 목소리와 달리 선해철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 직원이 목소리를 냈다.

“예. 태현과 아도 외에도 대주자동차와 신성물산 자동차사업본부, 미룡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만 총 5개입니다. 내수와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하면 둘로 통폐합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건 그렇지. 체급별 모델을 통합시키고 생산량을 늘리면 디자인, 설계, 부품 가공, 조립생산 등 모든 면에서 원가가 절감될 테니까.”

그밖에도 직원들과 함께 아도자동차의 가치나 가능성을 점검한 선해철이 펑 소리가 나게 손뼉을 쳤다.

“인수 메리트는 충분히 확인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도록 해. 아도자동차 지분 매입하는 대로 회계감사 나설 준비하고.”

“네.”

직원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거대한 아도자동차의 속살을 까발리는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그 뒤로도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인 선해철에게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대표님, 신성그룹 장호건 회장님 오셨습니다.”

“오실 분이 오셨군.”

입꼬리를 올린 선해철은 자신을 부르러 온 직원과 함께 응접실로 걸어갔다.

***

“오랜만이오, 선 대표.”

“오랜만입니다, 장 회장님.”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의 손에 핏줄이 불거졌다. 두 사람 모두 이를 악물고도 미소를 띠며 한참을 버티던 끝에 선해철이 피식 웃으며 손을 놨다.

“요즘 들어 힘이 넘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장호건은 저 선해철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다. 자신의 밥상에 수저를 들이대려는 것도 괘씸한데 감히 비아냥을!

“힘이 아니라 화가 넘치는 거요, 선 대표. 차 한 잔 주시오.”

“그러죠.”

욱신거리는 손을 풀고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골든팁스를 마시면서 눈싸움을 계속했다.

“성민이는 어디 간 거요?”

“홍콩 보냈습니다. 그 아이가 모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선해철의 대답에 장호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동그룹과 스탠더드의 커넥션이 없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됐으니 본론으로 넘어갈 시간이었다.

“아도자동차, 진짜로 인수할 거요?”

“그럼, 가짜로 인수한다고 환전수수료 내고 기자회견까지 한 줄 아십니까?”

“투자회사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다니 물어보는 거요. 진짜 목적이 뭐요? 수익을 남기겠다면 충분히 보상해드리리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하하.”

선해철이 흘리는 웃음소리에 찻잔을 쥔 장호건의 손이 떨렸다. 손에 쥐고 있는 차를 선해철의 면상에 찌끄르고 싶었지만 장호건은 어금니를 깨물며 화를 누르고 잔을 내려놨다.

“어처구니가 없다··· 얼마를 원하는 거요?”

“장호건 회장님, 우린 진짜로 제대로 된 회사를 키우고자 아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겁니다. 공적자금이 대규모로 수혈되면 분명히 살아날 회사인데 그런 회사를 인수해서 더 크게 키우면 훨씬 남는 장사 아니겠습니까?”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거요? 언젠가는 회수할 거 아니오?”

“그건 우리 본사 이사회와 투자위원회 마음이죠, 장. 호. 건. 회. 장. 님.”

선해철이 밉살스럽게 한 글자씩 끊어가며 자신을 부르자 장호건의 눈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선해철은 그런 장호건의 눈을 보며 똑바로 말했다.

“우리 스탠더드가 한국에 들여온 돈에 미국에서 굴리는 자산까지 총 150억 달러입니다. 공적자금은 불가피해도 인수만 하면 당신네들처럼 빚돈 끌어 쓰는 게 아니라 우리 돈 부어서 키울 수 있다는 거요.”

선해철이 장호건에게 대놓고 면박을 줬다. 친아버지는 아니더라도 친아버지처럼 모시는 이대수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장호건이 아닌가?

“뭐, 뭐요?”

“참고로 지금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야후는 우리가 초창기에 수억 달러를 투자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제조업이라고 못할 것 같습니까?”

“닷컴기업이나 만지던 실력으로 제조업을? 웃기지도 않는 소리!”

선해철의 비아냥에 헛웃음으로 맞받아친 장호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볼 일은 없겠군. 어디 한 번 끝까지 해봅시다!”

“좋습니다, 장 회장님. 대신에.”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던 선해철이 말을 이었다.

“공적자금 투입은 피차일반일 테니 인수가격과 비전으로 붙어봅시다. 누가 인수하든 회사는, 임직원들은, 그 가족들은 살려야 할 거 아닙니까? 은행도 살리고 말이죠, 흐흐.”

실실 웃던 선해철이 씩씩거리는 장호건을 보며 조건을 더 밝혔다.

“하나 더. 우리가 소프트뱅크 지분 갖고 있는 걸로 물고 늘어질 생각하지 마쇼. 그 양반, 재일교포라서 충분히 되치기 할 수 있으니까 말이오.”

장호건이 입술을 깨물었다. 진흙탕 싸움으로 갈 때 쓰려고 했던 패를 꺾어버리다니?

“만약에 소프트뱅크 건 터뜨리면 내가 트라이엄프에 있었을 때 당신이나 태현그룹이 환투기에 돈 댄 거, 죄다 까발릴 테니 그리 아쇼.”

“뭐, 뭐요?”

장호건이 말을 더듬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후벼 파겠다니? 선해철은 장호건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빙글빙글 미소를 띠었다.

“재밌지 않겠습니까? 환투기로 번 돈은 어디에 쓰고 혈세를 그렇게 많이 퍼먹을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면 말입니다, 흐흐.”

“으으···.”

장호건은 꽉 쥔 주먹만 부들부들 떨며 선해철을 노려봤다.

대선이 코앞인 지금, 저 미친놈이 엔고 투기 건을 터뜨리면 정치권의 제물이 되기 딱 좋다. 아도자동차 인수 무산을 시작으로 신성그룹이 다 먹을 제재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선해철은 장호건의 날 선 눈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니 마감일까지 쩐과 비전으로 쇼부 칩시다, 흐흐.”

“얼마든지 덤벼보시오, 선 대표. 신성의 진정한 역량을 똑똑히 보여주지.”

씹어뱉어 던진 대답을 끝으로 장호건은 몸을 홱 돌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방에 혼자 남은 선해철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는 됐고··· 나머지 하나는 언제 오려나?”

***

스탠더드 캐피털 사무실을 나온 장호건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찢어죽일 새끼···.”

지금껏 당한 모욕 중 최악이었다. 이대수야 왕래가 있는 재계 어른이기도 하고 사돈어른이 될 사람이니 욕을 먹어도 괜찮았지만 선해철 그 자식은 뭘 믿고 저렇게 나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던 장호건은 낯익은 얼굴을 봤다.

“명 회장님?”

“장 회장?”

서로를 보고 당황한 장호건과 명진호.

두 사람 모두 순식간에 상대방이 이 건물에 온 이유를 알아채고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도자동차 때문에 오셨군요.”

“자네도 그런 것 같군, 흐흐. 보아하니 퇴짜 맞은 것 같은데 어떻던가?”

“직접 확인해보시죠. 그럼.”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장호건이 차에 올라탔다. 명진호는 휭 하니 건물을 빠져나가는 장호건의 리무진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건방진 놈··· 네놈 애비가 나한테 물 먹인 거, 고스란히 갚아주마.”

명진호는 장병호 때문에 태현전자가 가전 사업에 손대지 못한 일을 곱씹으며 스탠더드 캐피털 사무실로 향했다.

“선해철 대표 있소?”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데스크의 직원을 보고 명진호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태현그룹 회장 명진호’와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

그럼에도 그 이름을 알기에 직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은 무슨. 전화 한 통 없이 불쑥 온 내가 미안하지. 선해철 대표, 어디 있소?”

“응접실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명진호는 자신의 발로 성큼성큼 응접실을 향해 걸어갔다.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온 명진호를 보고 선해철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십니까?”

“태현그룹 명진호일세. 자네하고 이번에 찐하게 붙게 될 노인네지. 여긴 무슨 차가 맛있나?”

명진호의 질문에 선해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회사를 다방 정도로나 여기다니?

“골든팁스라고 드셔봤을지 모르겠군요.”

“골든팁스?”

“한 잔에 5,6만 원 정도 하는데 저흰 데스크 직원도 물처럼 마시는 차입니다. 저희 회사엔 그거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명진호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아도자동차 인수입찰이 돈지랄로 흘러가도 안 밀릴 자신이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무리 비싼 차라도 말단사원이 마시는 걸 자신에게 내주겠다는 하대까지 더해진 건 덤이었다.

애써 화를 가라앉힌 명진호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친구군. 존대인지 하대인지 알 수가 없어.”

“판단은 회장님께 맡기지요. 앉으시죠.”

“그러지.”

명진호는 선해철과 마주앉아서 직원이 내온 홍차를 마셨다.

“향이 좋군. 맛도 좋고.”

“다 돈값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도자동차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렇지. 국민들 세금 퍼먹고 기운 차릴 아도자동차만큼 돈값 할 물건도 없지, 으허허.”

잔을 내려놓으며 껄껄 웃던 명진호가 선해철에게 물었다.

“얼마면 되겠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도자동차에서 빠지는 값 말일세.”

명진호가 차 한 모금을 다시 마시고 선해철에게 말했다.

“눙치고 에두르는 거, 내 체질 아니네. 투자회사가 자동차 회사를 키우겠다니··· 개평 챙기겠다는 공갈치고 재미졌어, 으허허.”

껄껄 웃는 명진호와 달리 선해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뭘 잘못 아시는 것 같은데··· 개평이나 챙기려고 인수입찰 발표한 거 아닙니다, 명. 진. 호. 회. 장. 님. 우리도 이미 20억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거 모르십니까?”

선해철이 놀리듯이 한 글자씩 끊어가며 자신을 불러도 명진호는 여유를 보였다.

“알지. 그래도 자네, 숫자만 보던 사람이 그 무지막지한 노동자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명진호의 불도저 같은 직진에 선해철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미국에서 MBA 공부했을 때 일입니다. 노사관계론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경영진과 주주, 노동자가 합심해서 회사를 위해야 그 회사가 클 수 있다고 배웠죠. MBA 마치고 트라이엄프 M&A 사업부에서 일할 때 그 점을 생각하고 구조조정을 했더니 되팔 때마다 마진이 많이 남더군요. 인수한 회사도, 임직원들도 만족했고요, 흐흐.”

선해철이 지금 한 말은 사실이었지만 명진호의 표정이 붉게 물들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노조를 짓밟는 데 앞장섰던 자신을 비꼬는 소리가 아닌가? 결국엔 강성노조를 키워버린 꼴이 되었지만.

명진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와중에도 선해철은 미소를, 여유를 잃지 않았다.

“우리가 아도자동차를 인수하면 노동자들 복리후생에 최선을 다하고 생산성도 높일 겁니다. 썩은 피고름은 짜내야겠지만 생살까지 도려내는 짓은 절대 안 할 거란 말이죠.”

“자신만만하군. 더 이상 말할 게 없겠어.”

명진호는 선해철을 쳐다보며 깨끗이 비운 찻잔을 부술 듯이 내려놨다.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은 한국일세. 어디 한 번 제대로 붙어보세. 쓸 수 있는 패는 모두 써보자고, 으하하.”

호탕하게 웃는 명진호를 보며 선해철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 건으로 진흙탕 싸움 만들지 마시죠.”

“뭐라?”

“그 회사 오너가 재일교포인데 로엘그룹도 재일교포 분이 회장이라죠? 우리 자금이 일본계 자금이라고 하시면 로엘그룹도 엮일 테니 재밌겠군요, 흐흐.”

빙글빙글 웃는 선해철과 달리 명진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일본이 본거지인 로엘그룹의 자금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로엘그룹이 태현그룹의 반대편에 붙어서 아도자동차 인수를 깽판 칠 수도 있었다.

‘이놈의 새끼들을 그냥···!’

돌아가는 대로 소프트뱅크 건을 터뜨리자고 한 놈을 족쳐야겠다고 이를 갈던 명진호에게 선해철이 반격탄을 날렸다.

“그래도 소프트뱅크 건을 터뜨리시면 제가 트라이엄프에 있었을 때 태현그룹과 신성그룹이 엔고투기에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공개기자회견으로 터뜨릴 겁니다.”

명진호가 입을 떡 벌렸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그 건을 터뜨리겠다니?

“맨주먹으로 일어나서 국민들에게 존경받던 분이 똥구정물 뒤집어쓰실까 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쩐과 비전으로 승부하시죠, 흐흐.”

외통수에 걸린 걸 깨닫고 명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전 처음 당하는 모욕에 얼굴이 붉어진 건 덤이었다.

“얼마든지. 쇳가루, 모래바람 먹으며 큰 태현의 힘을 보여주지.”

“저 또한 월가에서 돈놀이로 큰 스탠더드의 힘을 보여드리죠.”

명진호의 부리부리한 눈을 피하지 않고 대꾸하는 선해철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

1997년 여름은 아도자동차 인수전으로 뜨거운 계절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기존의 인수합병 경쟁과 다른 양상이었다.

[태현자동차는 아도자동차를 인수할 시 일부를 제외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기존의 태현자동차 기술과 태현그룹의 자금을 지원하여···.]

[신성물산은 아도자동차 임직원에 대한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일부 문제가 있는 이들의 처벌은 피할 수 없지만 무고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그대로 고용을 승계하고···.]

태현그룹과 신성그룹은 상투적인 미사여구만 가득했지만 스탠더드 캐피털은 달랐다.

[스탠더드 캐피털은 아도자동차 임직원들과 만나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사내 부정부패 문제는 노사를 막론하고 엄격히 징계하겠지만 5조 3교대제, 주택자금 30년 무이자 할부, 신개념 성과급제 등을 시행하겠다는 각서와 운용자산 증명서를 전격공개 했다. 또한···.]

동양일보를 비롯한 다른 신문에 실린 스탠더드 캐피털의 공약은 장안의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그 어느 회사도 5조 3교대제와 주택자금 지원, 기본급 300퍼센트에서 900퍼센트까지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는 곳은 해동그룹을 제외하면 한 곳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탠더드 캐피털은 아도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생산량과 품질 모두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자 10년 간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내용은 미공개지만 스탠더드 캐피털 측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정확한 내용’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오로지 딱 한 사람, 해동증권 홍콩 지점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옥상에서 국내 소식이 인쇄된 종이를 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나만 알고 있었다.

“문제는 돈이군.”

깨끗이 비운 종이컵을 구기며 중얼거리던 나는 손목시계를 봤다.

“오늘이 7월 15일···.”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국면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손에 넣어야 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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