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32nd. 혼인, 그리고 동맹 (1)
무의식중에 눈살을 약간 찌푸리자 록펠러의 눈썹도 꿈틀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미스터 록펠러. 당신 같은 분과 악수를 하게 된 걸 믿을 수가 없어서 그만··· 하하.”
“정말입니까, 미스터 리?”
어색함을 감추고 뻔뻔하게 웃던 나는 의외로 집요한 록펠러를 보며 뜨끔한 감정을 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미스터 록펠러.”
록펠러는 잠시 내 눈을 뚫어져라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습니다, 미스터 리. 나와 우리 가문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나중에 다시 봤으면 합니다.”
그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록펠러에게 인사를 한 뒤,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문을 나설 때 뒤에서 록펠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친가인 해동그룹도, 외가인 GK그룹도 사업으로 방해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우리 록펠러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죠.”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 며칠 새에 거기까지 알아뒀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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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킬 뻔했군.”
혼자 남은 아이작 록펠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 눈치 챈 것 같은데···.”
록펠러는 자신의 손을 콧수염과 턱수염에 가져가며 중얼거리더니 콧수염과 턱수염, 심지어 얼굴가죽까지 뜯어냈다. 분장을 뜯어내고 난 아이작 록펠러의 얼굴은 훨씬 젊어보였다.
그랬다.
아이작 록펠러는 몇 년 전에 아내와 함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아이작 록펠러 시니어의 외아들인 아이작 록펠러 주니어였다.
***
아이작 록펠러와의 만남을 마친 우리는 체이스맨해튼 은행 본점 앞에서 멈춘 링컨 리무진에서 내렸다.
“살펴 가십시오.”
조수석에서 내린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는 인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대로로 사라졌다. 우리는 차의 꽁무니가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돌아가실 뻔했네.”
“록펠러를 만날 줄은 몰랐네요, 썬.”
“그러게요, 클레어.”
“별의별 일을 겪는군요, 도련님.”
선해철과 클레어, 나, 박태진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뼈대 있는 록펠러 가문의 수장을 직접 만나게 될 줄이야··· 박태진 말대로 별의별 일을 겪었다.
우리 넷이 정신을 수습하는 사이, 본점 앞에 서있던 벤츠 리무진 조수석에서 헨리의 집사장이 나왔다. 클레어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늦게 내렸겠지만 황급히 달려온 만큼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몇 시간째 연락이 안 된 통에 주인어른께서 크게 걱정하셨습니다.”
“죄송해요. 사실···.”
클레어가 사과에 이어 아이작 록펠러와의 만남을 알려주자 헨리의 집사장이 표정을 가다듬었다.
“거절하기 힘드셨겠군요. 주인어른께 알리겠습니다, 아가씨.”
“그렇게 하세요.”
헨리의 집사장은 클레어에게 숙였던 고개를 들고 핸드폰을 꺼냈다.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댄 그는 우리 일을 헨리에게 차분히 보고했다.
“···예, 주인어른. 지금 바로 모셔가겠습니다.”
집사장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걸 보고 우리는 헨리의 벤츠 리무진을 탔다. 미니바에서 꺼낸 샴페인을 한 잔씩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우리는 어느새 도착한 헨리 저택 현관 앞에서 내렸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작 록펠러를 만났다고?”
“네. 체이스맨해튼에서 대출 계약을 했는데···.”
윌슨 등에게 했던 말을 클레어가 알려주자 헨리가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자네들, 아이작 록펠러에게 당했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헨리?”
“자네들이 만난 아이작 록펠러는 아이작 록펠러 주니어일세. 이제 겨우 서른이지만 컬럼비아 대학 MBA를 스물하나에 졸업한 재원이지.”
“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중년이라기엔 악수를 한 손의 피부가 팽팽하더라니!
“아버지, 그럼 제가 아는 아이작 록펠러는···?”
말을 맺지 못한 클레어에게 헨리가 대답했다.
“클레어 네가 아는 아이작 록펠러는 몇 해 전에 조용히 세상을 뜬 아이작 록펠러 시니어였단다. 내겐 체스 라이벌이었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였지.”
말을 맺은 헨리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헨리, 그 아이작 록펠러 시니어와 꽤 친했던 것 같았다.
“그랬군요, 헨리.”
“여하튼, 아이작 록펠러 주니어 그 친구도 꽤 영민한 친굴세, 조니. 젊은 나이에 록펠러 가문을 휘어잡은 친구이니 자네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야.”
아이작 록펠러 주니어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난 죽음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 인간이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고 헨리에게 물었다.
“헨리, 혹시 록펠러 가의 체이스맨해튼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아이작이 세상을 뜨기 전에 듣기로는 대략 30퍼센트쯤 되는 걸로 알고 있네. 그 외에 이런저런 재산을 합치면 1,600억 달러는 될 걸세.”
록펠러 가문의 재산은 대충 확인했고···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헨리에게 확인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었다.
“그럼··· JP모건은 누가 지배하고 있습니까, 헨리?”
“당연히 모건 가문이지. 존 피어폰트 모건, 그 코주부 영감의 핏줄들이 대리인들을 내세운 투자회사들로 약 26퍼센트를 쥐고 있네. 다른 재산까지 합하면 2천억 달러쯤 되고. 세간에 도는 헛소문 따윈 무시하게.”
헨리의 말투를 보아하니 모건 가문과는 꽤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헨리는 내 눈빛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우리 선조께서 이 나라에 오시고 월가에 진출했을 때 그 망할 모건 놈들의 텃세에 시달리셨네. 반면에 록펠러 가문은 업종도 달랐지만 같은 독일계라고 우리와 손잡았었지.”
“모건 가문이 로이스 가문의 금융사업을 방해한 거, 마지막 양키 금융가라는 자존심 때문입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 나를 보며 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우리 가문이 내가 조니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 코너에 몰렸던 것도 모건 가문이 트라이엄프 내의 다른 주주 가문들을 밀어서였네. 최근 알게 된 일이지만 말이야.”
헨리의 굳은 얼굴과 거친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이 나라나 한국이나 굴러 들어온 돌을 곱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헌데, 두 집안 재산은 왜 물어봤나?”
“19세기 미국의 4대 트러스트1) 중 두 자리를 차지한 가문들이 아닙니까? 그 중 하나인 록펠러를 만났더니 궁금해지더군요.”
이 저택에 드나들던 나와 헨리는 사업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 헨리가 나를 보며 입을 얇게 벌렸다.
“그러고 보니 자네, 예전에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었지. 호기심이 동할 법했겠군. 세간의 소문보다 두 집안 재산이 적은 건 두 집안 모두 부침이 심해서였다네.”
“그렇군요.”
태연하게 웃었지만 소문과 달리 적은 두 집안의 재산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은 아니지만 때가 되면 모건 가문과 록펠러 가문 간에 터질 문제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을 것 같았다. 그 때가 올 때까지는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
***
그렇게 색다른 경험을 마치고 미국에 머물며 스탠더드 캐피털 일을 챙기다 보니 10월로 접어들었다. 선해철과 클레어의 결혼식 날짜가 얼마 안 남을 무렵, 할아버지는 약속대로 미주사업 점검이라는 명분하에 뉴욕에 도착했다.
[회장님 잘 들어오셨다니?]
“걱정마요, 이제 곧 입국하십니다.”
나는 걱정스러워하는 선해철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혹시라도 할아버지의 일정에 문제가 있을까 선해철은 전날까지도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일생일대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이대수 회장님께서 직접 미국까지 왕림해주신다니 오죽하겠나?
“할아버지!”
“어이구, 우리 큰 강아지! 잘 지냈느냐? 으허허.”
JFK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온 할아버지와 나는 이국땅에서의 재회에 감격을 숨기지 못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포옹을 푼 할아버지는 양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얼굴을 보니 밥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나보구나.”
“웬 걸요, 할아버지. 전주댁 여사님 밥상 그리워서 혼났어요. 여기서 똑같이 밑반찬 만들어 먹어도 그 맛이 안 나요.”
“풍토가 다르고 손맛이 다른데 오죽하겠느냐? 허허.”
할아버지는 나와의 해후를 마치고 내 옆에 있던 박태진의 손을 잡아줬다.
“고생하는구나, 태진아.“
“아닙니다, 회장님.“
“아니긴? 이놈 도와주느라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지 않았느냐? 내후년 시작되면 전무 명패 받을 준비해, 허허.”
2년 만에 상무를 건너뛰고 전무로 승진시키겠다니··· 나도 놀랐지만 박태진도 크게 놀랐는지 얼굴이 달아올랐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할아버지가 허리까지 숙인 박태진의 등을 두드려주고 옆으로 비켜주자 뒤에 있던 고승주가 미소 띤 얼굴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백부님.”
“죄송합니다, 실장님.”
나와 박태진이 얼른 고개를 숙이자 고승주의 너털웃음이 들렸다.
“죄송할 거 없어. 우리 그룹 가장은 회장님이시니 당연한 일 아니냐? 하하.”
우리는 고승주의 소탈한 너털웃음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런 우리에게 다가온 고승주는 한 손씩 우리 둘의 어깨에 올렸다.
“회장님 말씀대로 둘 다 애썼어. 너희들이 조금만 더 크면 내 어깨가 가벼워지겠다, 하하.”
“아닙니다, 백부님. 아직도 멀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실장님.”
우리가 고승주와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할아버지가 우릴 보며 말했다.
“해후는 편안한 곳에서 품세. 기다리는 이들이 있잖나? 허허.”
우리는 공항 입구에 대기 중이던 리무진을 타고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개인 사재로 최고급 스위트룸을 예약했지만 정작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헨리의 펜트하우스였다.
펜트하우스 거실에 들어서자 헨리와 클레어, 선해철이 있었다. 헨리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할아버지에게 다가와서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리. 헨리 로이스입니다.”
“먼 곳에서 초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미스터 로이스. 마르코 대수 리라고 하오.”
할아버지가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당신의 가톨릭 세례명을 붙인 영어이름을 소개하자 헨리가 겸연쩍은 미소를 띠었다.
“저도 한국어를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스터 리. 썬의 아버지 같은 분께서 영어를 써주시니 말입니다, 하하.”
“아니오, 미스터 로이스. 언어란 마음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지 않소? 중요한 건 그 그릇에 담는 마음이 아닐까 하오. 초면부터 이른 감이 있지만 마르코라고 편히 불러주시면 좋겠소이다, 허허.”
“그럼 저 또한 헨리로 불러주시죠, 마르코. 하하.”
영어권에서 이름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건 그만큼 서로를 친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대번에 진도를 빼다니··· 정상에 선 사람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는 건가?
할아버지와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은 헨리가 뒤로 물러나자 선해철과 클레어가 할아버지에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는 무슨. 먼저 가신 네 양친 대신에 혼주를 서게 됐으니 두 분께 미안하고 고맙구나.”
할아버지의 푸근한 목소리에 선해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혼을 앞두면 남자도 저렇게 되는 건가 싶었다.
“회장님···.”
“한량 같던 놈이 눈물을 보일 때도 있구먼, 허허.”
할아버지는 선해철의 어깨를 쓰다듬어주고는 클레어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드러냈다.
“진심으로 고맙소, 미세스 로렌스. 이 부평초 같은 놈을 누가 잡아줄까 걱정했는데 그대 같은 처자가 잡아준다고 우리 장손한테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오.”
“아닙니다, 회장님. 썬 같은 남자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클레어가 감사인사를 올렸지만 할아버지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감사는 무슨. 인연이 있으니 이어진 게 아니겠소. 처음 봤을 때 보여줬던 그 강단으로 이놈 좀 잘 잡아주시오, 허허.”
할아버지와 클레어의 인사를 끝으로 소파에 앉은 우리는 두 사람의 결혼 준비 이야기를 들었다.
“조용히 치러도 괜찮겠습니까, 마르코?”
“다 큰 사람들이 결정했으니 바라는 대로 해줘야겠지요, 허허.”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하객들은 오로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서부에서 올 클레어의 어머니, 그리고 스탠더드 캐피털의 이사진들뿐이었지만 헨리 또한 크게 개의치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마르코. 헌데,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칠순을 넘긴지 4년째외다. 늙어서 기력 빠졌다는 소리 들을까 짬짬이 관리하고 있소.”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헨리가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껄껄 웃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마르코. 조니의 조부이신 걸 몰랐다면 이제야 예순을 넘기신 줄 알았을 겁니다, 하하.”
“헨리 그대도 방금 전에 처음 봤을 때 마흔처럼 보여서 놀랐소이다, 허허.”
껄껄 웃으며 환담을 나누던 헨리가 헛기침을 했다.
“두 사람 혼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듯하니 실례가 안 되신다면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마르코.”
“흐음··· 말씀하시오, 헨리.”
할아버지의 수락이 떨어지자 헨리가 집사장에게 뻗은 손을 튕기며 코냑을 들여오게 했다. 모두가 코냑을 음미하며 긴장을 푸는 가운데, 헨리가 코냑 글라스를 입에서 뗐다.
“좋은 일을 앞두고 무거운 얘기를 입에 올리기 부끄럽지만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마르코.”
“이를 말씀이오, 헨리. 기탄없이 말씀해주시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헨리가 헛기침을 하고 스타트를 끊었다.
“조니의 말을 듣고 트라이엄프 아시아 방면 네트워크와 미국 본사에서 정보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내년이면 아시아에서 큰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헨리가 트라이엄프 캐피털에서 분석한 정보들, 다시 말해 아시아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알려주자 할아버지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 때문에 우리도 집을 고치고 담장을 높이고 있소. 고통이 따라도 한 번은 썩은 피고름을 짜내야 하지만 애꿎은 국민들이 추위에 떨고 굶어 죽을까 걱정이라오.”
일반 국민들이 들으면 할아버지에게 위선 떤다고 욕을 퍼붓겠지만 우리 집안의 돈과 권력만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고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우리 집안은 볕 드는 땅과 그늘진 땅 양쪽에 발을 걸친 데다 그 볕 드는 땅의 가업이 그늘진 땅의 것보다 작다. 할 수 있는 일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끌어안는 것뿐이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겠습니까, 마르코? 썬의 아버지 같은 분이고 하나뿐인 제 딸아이의 시아버지 같은 당신의 모국 일이라 남 일 같지 않더군요. 조니의 조언도 그렇고요.”
이어서 헨리가 내가 들려준 한고그룹, 아도그룹 부실을 풀어놓자 할아버지가 잠시 나를 바라봤다.
나는 할아버지가 헨리를 사돈이자 동맹으로 만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굳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내 눈빛을 마주한 할아버지도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헨리에게 말했다.
“때가 되면 부탁드리리다, 헨리. 그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소.”
“아닙니다, 마르코. 조니가 저와 우리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걸 갚으려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하.”
헨리의 넉넉한 웃음에 할아버지가 잠시 흠칫했지만 금세 미소를 띠었다.
두 집안의 가장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것 같으니 해동그룹과 트라이엄프의 동맹도 성사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