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30th. 파나마의 오리알 (2)
한참 동안 거친 숨을 내쉬던 박병준의 표정에서 붉은 기운이 가셨다.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한참동안 숙였던 고개를 들고 박병준이 수화기를 잡았다.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혔어도 자신을 구제해 줄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신성그룹 부회장 장호민입니다.]
“박병준입니다, 부회장님.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박병준? 난 그런 사람 모릅니다만?]
장호민의 비꼬는 목소리에 박병준의 표정이 굳었다. 각오는 했지만 초장부터 냉대하다니?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파나마에서 벗어나면 본진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박병준은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그땐 제가 미쳤습니다. 부회장님이야말로 신성을 이끌어 가실 분이었는데···.”
[공치사는 됐습니다. 박 사장이 형님한테 돌아서지만 않았어도 신성물산 건설부문이 내 거였는데 그딴 말이 입에서 나옵니까?]
장호민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묻어나도 박병준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룹 내 양대 건설회사인 신성물산 건설부문을 장호건의 꾐에 빠져 훌러덩 넘기지 않았나?
“죽을죄를 졌습니다, 부회장님! 그래도 선대 회장님 생전에 저만큼 부회장님을 보필한 놈도 없잖습니까?”
박병준은 장호민을 밀었던 자신의 과거를 들먹이며 호소를 거듭했다.
“그룹 내에서 다들 반대했던 신성정유 대산공장, 제가 밀어서 선대 회장님 승낙 받지 않았습니까? 신성정유에 신성생명 지분은 또 어떻고요?”
신성그룹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모기업인 신성정유.
그 회사 주식 100퍼센트는 장호민이 지배하는 신성중공업, 그리고 신성정유 설립을 강력하게 외쳤던 장호민이 갖고 있었다.
여기에 신성생명 주식 전량을 장호건 50, 장호경과 장호민 25씩 나눈 것도 박병준이 말년의 장병호를 움직여 유언장을 고치게 한 결과였다.
[알고 있습니다, 형님. 그런 분이 왜 나를 안 밀고 형을 민 겁니까?]
그 사실조차 외면할 수 없었는지 장호민은 돌아서기 전처럼 박병준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너무 늦었습니다. 형님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내드릴 자리도 없습니다. 전자와 물산에 묶인 채권은 또 어떻고요?]
박병준은 장호민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듣던 중 ‘채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는 장호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채권만 해결되면 구명해주시는 겁니까?”
[방법이 있습니까?]
“네, 부회장님. 제가 파나마에서 공사를 하며 인맥을 다져놨는데···.”
박병준에게서 파나마 구리광산 이야기를 듣고 장호민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사실입니까?]
“예, 부회장님! UN 놈들이 달려들어서 탐사했을 정도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병준은 장호민이 앞에 있다면 바짓가랑이에 매달릴 것처럼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장 자리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고문 자리만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부회장님.”
[형님이 이리 도와주시니 외면할 수도 없고···.]
장호민의 말끝이 흐려지자 박병준이 마른침을 삼켰다. 박병준의 입 안이 사막처럼 변할 때 장호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좋습니다. 자료부터 보내주시죠. 자료 받아보는 대로 실무진들 보낼 준비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박병준은 장호민이 구세주라도 되는 것처럼 밝은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
통화를 마치고 장호민이 철컥 소리를 내며 수화기를 내려놨다.
“병신 새끼, 이제 와서 매달려?”
방금 전과 같은 사람이냐고 묻고 싶을 만큼 장호민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우고 싸늘하게 내뱉었다.
장호민은 박병준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한 번 배신한 놈은 계속 배신한다는 장병호 전 회장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박병준의 장단에 놀아나 준 것은 박병준의 욕망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어떻게든 본진에 돌아오려는 욕망··· 그 욕망을 뒷받침하는 게 뭔지 알아보려고 꾹 참고 들어줬는데 의외의 수확이 걸렸다.
장호민은 조소를 머금고 박병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메모한 종이를 들었다.
“코브레파나마··· 카리브 해에서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졌고···.”
장호민은 광산개발에 흥미가 없었다. 만드는 대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는 중공업과 건설, 석유화학이라면 모를까 모 아니면 도인 광산개발은 영 찜찜했다.
그렇다고 장호건에게 넘겨주기에는 불안했다. 채권을 얼마나 탕감 받을지도 미지수고, 혹여나 이 광산이 대박이 난다면 배알이 꼴려서 죽을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할까···.”
고민 끝에 장호민은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진 프로젝트 팀 전원 회의실로.”
짤막한 지시를 끝으로 장호민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쪽지를 챙겨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몇 분이 안 지나서 10여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한고제철, 어떻게 될 것 같나?”
장호민은 어떻게든 제철소를 갖고 싶었다.
조선소를 비롯한 중공업 계열의 철강 수요, 여기에 중장비 사업 때문에 출장을 자주 다녀오는 중국의 성장을 보면 쇳물을 뽑아내는 대로 다 팔릴 것 같았다.
결국 당진 프로젝트는 장호민의 철강 산업 진출을 위해 한고제철을 손에 넣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는 초격차 전략을 내세우며 전열을 갖추는 장호건과 부딪칠 준비이기도 했다.
장호민의 질문에 가장 가까이 앉은 임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심각합니다. 벌써 4조 5천억 플러스 12억 달러나 투입했는데도 고로(高爐) 하나 못 올렸잖습니까?”
“그렇습니다, 부회장님. 한고그룹 계열사들이 제철소 건설비 전부 빼먹은 거, 다들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습니다.”
“정택주나 소통령과 붙어먹은 은행장들이 눈치 봐서 그렇지, 언제 어음을 돌려도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할 겁니다, 부회장님.”
임원들의 신랄한 보고에도 장호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고그룹이 썩고 곪을수록 자신의 꿈이 현실에 가까워지지 않겠나?
“연내까지가 데드라인이라고?”
“예. 은행 쪽 임원들과 접촉해봤는데 연내까지 어음 상환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음을 돌릴 거라 들었습니다.”
임원들이 모아온 정보 확인이 끝나자 장호민은 다른 준비를 물었다.
“입찰에 나설 놈들, 얼마나 될까?”
“태현그룹은 하동에 제철소를 짓고 있습니다. 대주그룹은 대한제철 제품만 고집하니 욕심낼 이유가 없고요.”
가장 큰 경쟁자 둘이 나설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게 확인됐지만 장호민은 안심하지 못했다.
“자금력 기준으로는?”
“장호건 회장님은 영등포 재개발과 신성전자, 신성물산 자동차사업에 집중하는 중이고, GK그룹은 그룹 성향 상 제철소와 궁합이 안 맞는데다 오씨와 해씨의 계열분리 준비가 한창입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경쟁자들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장호민이 핵심 문제로 넘어갔다.
“우리 측 여유자금, 어떻게 되지?”
“유보현금에 은행 여신을 포함하면 1조 원 플러스 2억 달러까지는 언제든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0억 달러는 대출이 필요합니다.”
불완전한 준비만 됐다는 회색빛 보고에 장호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침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호민은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임원들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이거부터 보고 얘기하지.”
장호민은 품 안에 넣어뒀던 쪽지를 탁자에 올려놨다. 임원들은 그 종이에 적힌 파나마 구리광산 관련 내용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부회장님?”
“파나마에 있는 박병준이가 살려달라고 바친 걸세. 얼마나 급했는지 자료부터 넘겨주더군, 흐흐.”
낮게 웃는 장호민과 달리 임원들의 눈에는 박병준이라는 이름 석 자에 쌍심지가 켜졌다. 선배고 나발이고 신성그룹의 상속분쟁 때 장호건에게 붙어먹은 배신자가 아닌가?
“걱정 말게. 도와줄 생각 따윈 없으니까.”
장호민은 임원들을 보며 손을 휘휘 저은 뒤, 안심한 그들에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이걸 잘 써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장호민은 지금 모인 이들에게 시험을 던지고 있었다.
자신의 뜻을 가장 잘 헤아리고 해답을 내놓을 최측근을 찾는 시험, 그 시험에 가장 먼저 도전한 건 막내 임원이었다.
“해동그룹 이명진 부회장에게 접근하는 게 어떠십니까?”
“이명진?”
장호민의 이마에 줄이 그어지자 말을 꺼낸 막내 임원이 얼른 입을 열었다.
“이명진 부회장도 잠재적 경쟁자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철강 제품과 시멘트를 납품하는 거래처입니다. 우리가 거래를 끊어버리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겁니다, 부회장님.”
이명진과 장호민은 대학 시절 친구인 동시에 고객사와 납품처의 관계였다. 해동제강과 해동시멘트에서 팔아주는 철강재와 시멘트 물량이 얼마인가?
막내임원은 장호민이 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뒤, 의견을 이어갔다.
“또한, 해동그룹은 현재 자원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다시 웅크리고 있는데 향후 호주 광산 개발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핵심이 뭔가?”
“해동그룹에 파나마 구리광산 자료를 넘겨주시고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달러를 융통해오는 게 어떨까 합니다.”
담당자가 내놓은 제안에 장호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그런 전개가 되지?”
“해동물산 상사부문 이사 한 명과 술자리가 있었는데, 이번에 발행한 채권을 스탠더드에 매각한 게 이성민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성민? 그 괴짜 같은 놈?”
장호민은 이성민이라는 이름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재계의 괴짜인 해동그룹 내에서도 가장 괴짜인 놈이 아닌가? 충분한 업적을 세우고도 그룹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 이대수 회장이 장손 실적 챙겨준다고 그쪽에 채권을 팔았다고 합니다.”
“그렇군.”
장호민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씰룩거리는 걸 보고 막내임원은 선배들을 앞지르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그러니 이명진 부회장에게 언제든 스탠더드와의 대출 협상을 주선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협상이 성사되면 광산 자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요.”
그럴 법하면서도 허점이 있는 대답에 장호민이 쪽지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걸로 10억 불에 대한 담보가 된다고 보나?”
“물론, 담보는 별도로 제공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담보라···.”
장호민은 고개를 숙인 임원을 보며 흐리던 말끝을 뚜렷이 했다.
“석유화학 계열, 이대로 가면 어떨 것 같나?”
임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담보 이야기에 이어 석유화학이 나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어서였다.
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막내 임원에게 쏠렸다. 일 만든 놈이 수습하라는 암묵적인 압박에 그가 입을 열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SG, GK, 미룡에 비하면 정제규모에서 현격히 밀립니다.”
“거기에 태현은 우리와 도찐개찐, 한호정유는 말할 가치도 없으니 사실상 꼴등이군. 정밀화학과 석유화학도 문제고.”
비관적이지만 현실적인 대답에 장호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손바닥만 한 대한민국에 정유회사만 여섯 개이니 장사가 될 턱이 있겠는가? 오래 전에 자신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장호민은 석유화학 계열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신성정유 지분 전량에 한고제철 인수 후 지분까지 전부 담보로 맡기도록 하지. 정밀화학과 석유화학까지 전부.”
장호민은 계륵을 버리고 확실한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
30여 분 뒤.
이명진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장호민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하나뿐인 조카 팔아서 네 돈 빌릴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진정하고 들어라, 명진아. 파나마 구리광산, 품질도 괜찮고 해안에서 20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졌다니까? 자리 만들어주면 이거···.]
거래처이자 알고 지낸지 오래된 친구지만 이명진은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어서 장호민의 말을 끊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너, 먼저 간 우리 형하고 나 사이 몰라서 그런 소릴 해? 너희 회사가 우리 물건 팔아준다고 협박하는 거야, 뭐야?”
파나마 구리광산 자료는 필요 없었다. 해동물산 뉴욕법인이 공성필을 통해 넘겨받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더군다나 집안을 위해 자신을 자기 회사에 스스로 저당 잡힌 조카, 먼저 간 형과 형수를 생각하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럼에도 이명진은 이 뺀질뺀질한 놈의 요구를 단박에 거절할 수 없었다. 장호민의 신성중공업과 신성건설이 해동제강과 해동시멘트에서 팔아주는 철강재와 시멘트 때문이었다.
이명진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내면에서 갈등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이 일 지경이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던 이명진의 귀에 장호민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협박은 무슨? 이자 듬뿍 쳐줄 테니까 자리만 마련해줘. 너희 조카 실적 챙겨주는 일이잖냐?]
이명진은 지랄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한고그룹과 아도그룹이 고꾸라지면 파국이 시작될 테고, 실적은커녕 원금도 회수 못해서 욕이나 안 들어먹으면 다행일 일이 아닌가?
그룹 수뇌부들만 공유하는 극비사항인지라 차마 말을 못하고 씩씩거리는 이명진에게 장호민이 숨겨뒀던 패를 던졌다.
[담보는 나하고 신성중공업이 보유한 신성정유 지분 전량에 신성정밀화학과 신성석유화학 지분 전량이다. 어때?]
장호민의 말을 듣고 이명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신성정유는 장호민과 신성중공업이 모든 주식을 가진 비상장기업이다. 그 신성정유와 신성중공업, 장호민이 신성정밀화학과 신성석유화학의 주식 100퍼센트를 쥐고 있는데 그걸 전부 담보로 내놓겠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걸··· 전부 던지겠다고?”
[기름장사로 보는 재미가 영 안 좋아. 그래도 담보 가치가 꽤 있어서 내미는 거다.]
장호민이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이명진은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독단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연락은 해볼 텐데 큰 기대는 마라.”
[말이라도 고맙다, 흐흐.]
통화를 마치고 이명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용서해주십시오, 형님. 형수님.”
이명진은 먼저 간 형과 형수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
한편, 나와 박태진, 선해철은 해동물산에서 보내준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코브레파나마··· 해볼 만할 것 같아요.”
“추정치이긴 해도 매장량이나 순도도 괜찮겠어. 환경영향평가가 걸리긴 하는데··· 괜찮겠냐?”
선해철의 우려는 기우였지만 지금의 나는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죠. 개발권만 따둬도 나중에 큰돈이 될 테니까요.”
내 기억의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은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 광산이다. 나중에 건설경기가 어려울 때 개발에 착수하면 해동건설의 일감 해결에 도움이 될 테니 아껴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훗.”
선해철과 함께 문서를 살펴보던 중 나도 모르게 코웃음소리가 나왔다. 내 모습을 보고 박태진이 빙긋 미소를 띠었다.
“좋으신 것 같군요.”
“당연히 좋죠, 형. 증조부님 유지 지키면서 회사 키우고 있는데.”
전생과 지금을 이어서 보면 내 인생이 현대판 탕자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집안을 버리고 떠났던 놈이 다시 집안에 돌아오지 않았나? 집안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료를 보던 중 노크 소리에 이어서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죠?”
“해동그룹 이명진 부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