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22nd. 기브 앤 테이크 (5)
한 달 반에 걸쳐 매장 내부 공사와 제품 매입을 마친 우리는 개점을 2주 앞두고부터 현장 홍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를 반신반의하던 팀원들도 이제는 호흡이 맞고 있어서 탄력이 붙고 있었다.
앞으로 개점까지 일주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동마트 은평점을 알려야 했기에 우리는 오늘도 일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현장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고, 총각! 나도 하나 줘!”
“네, 어머님!”
중년 여성에게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뒤를 돌아보니 꺼내놓은 수건이 똑 떨어졌다.
“차장님! 안에서 수건 두 박스만 가져오세요!”
“네, 도련님!”
박태진이 크게 대답하자 나와 팀원들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겼다.
“도련님?”
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겸연쩍은 체하며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사실 저희 할아버지께서 해동그룹 회장님이세요. 현장부터 빡빡 기어서 올라와야 한다고 하셔서 이렇게 나오게 됐습니다. 그렇죠, 과장님?”
“네?”
얼른 옆에 있던 유현정을 보며 입꼬리를 양 끝으로 늘리자 그녀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성민 사원! 저희 회장님, 손주라고 쉽게 자리내주는 분이 아니랍니다. 그런 분이 하는 할인점이니까 믿고 오실 만하겠죠, 어머님?”
“그 말을 믿으라고? 해동그룹이면 지난번에 그 일본 놈들한테 왕창 돈 벌어온 집인데 그런 부잣집 도련님이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한대?”
유현정이 웃으며 말해도 투실투실한 아주머니는 못 믿는 눈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그들의 눈에 비치는 재벌들은 늘 화려하고 곱게 자란 사람들이니.
“이성민 사원, 예전에 서울대 문과 수석으로 입학하지 않으셨어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었잖아요?”
“아, 그거요? 언제 적 일인데 그러세요, 과장님? 다 지난 일인데.”
“에이, 이성민 사원도 참? 여기 나오셨으면서.”
유현정은 뒤에서 뭔가를 찾는 시늉을 하더니 파일 하나를 꺼내들고 아주머니가 보기 좋게 펼쳐보였다.
[해동그룹 삼대,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이어지다.]
[서울대 문과 수석은 해동그룹 4세? 이성민, 그의 선택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나 셋이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린 신문기사까지 보자 아주머니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참말이었어?”
“네, 어머님. 이성민 사원도 밑바닥부터 배우겠다고 왔어요. 그리고 저희 해동백화점, 품질 보증 되는 거 아시죠?”
유현정이 백화점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야 아주머니가 손뼉을 쳤다.
“깜빡했네! 나도 거기서 산 거 바로 환불 받았었는데. 마트도 똑같지?”
“물론이죠, 어머님. 저희 마트, 꼭 방문해주세요.”
아주머니를 보며 활짝 웃던 나는 박태진이 가져온 박스에서 수건이 담긴 상자를 꺼내 건네줬다.
“저희 매장 문 열면 오셔서 많이 팔아주세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이만하면 우리 셋이 준비한 콩트는 성공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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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 찍었지?”
“예, 과장님.”
“저 자식들 미친 거 아니냐? 홍보에 돈지랄 하는 건 그렇다쳐도 회장 손자를 저런 데 내돌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그룹이면 상상도 못할 짓인데.”
두 사람은 해동그룹의 홍보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업이라는 왕국을 지배하는 오너 일가.
그 오너 일가의 4세, 그것도 적통 중의 적통인 장손을 마트 홍보, 그것도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대면하는 현장 홍보에 동원하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지금 자신들이 보는 게 이성민이 짜낸 아이디어라는 걸 모르기에 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모르겠다, 씨발···. 돌아가서 보고부터 하자.”
“네.”
회사로 돌아간 그들은 일산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보고와 함께 각종 자료들을 받은 신세기그룹 비서실장 조석한은 곧바로 장호경을 찾아갔다.
“조 실장, 사실입니까?”
“예, 회장님. 비서실에 시켜서 붙여놨는데 증거자료들을 가져왔습니다.”
조석한은 자신이 받은 사진과 전단지를 장호경의 책상에 사뿐히 내려놨다. 사진 속에는 그의 말마따나 그 콧대 높은 해동그룹의 장손이 어깨띠를 둘러매고 전단지와 증정품을 나눠주는 모습이 박혀 있었다.
“···아하하하!”
사진을 보던 장호경의 입에서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정신입니까? 서민들이야 가격만 싸면 좋다고 찾아올 텐데 품질 보증에 증정품, 할인권, 경품행사··· 할인점이 백화점도 아니고, 참 나.”
“저 또한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딴에는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 주려나 본데 대세는 창고형이잖습니까?”
장호경 또한 조석한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진심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재계의 기인이 노망이 났나봅니다. 우리 SSK마트에는 상대가 안 되겠어요.”
장호경은 해동마트가 실패할 거라 여겼다. 해동종금이 다른 식품회사마다 접촉해서 돈을 꿔준 게 걸리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객단가가 낮은 물건을 소량 단위로 팔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장호경은 조석한을 보낸 뒤, 전화를 걸었다.
“나야. 해동그룹에 망조 들었는데 괜찮아?”
***
“무슨 소리요, 누님? 해동그룹에 망조가 들었다니?”
전화를 받자마자 대번에 누이가 날린 소리에 장호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성민인가 뭔가 하는 놈, 일산에서 천것들하고 부대낀다더라? 어깨띠 둘러매고 전단지에 할인권, 수건까지 나눠주고 있다는데?]
“뭐요? 그 애가 왜?”
당황한 나머지 장호건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장호경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게 다가 아니야. 할인점이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을 만들었어. 거기에 경품만 해도··· 삼청동 짠돌이 영감, 노망난 거 아니니? 아하하하!]
비웃음이 느껴지는 장호경의 웃음소리와 달리 장호건의 표정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게 다요?”
[응? ···그래. 그게 다야.]
“알겠소. 나중에 봅시다.”
장호건은 장호경과의 통화를 끊고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형님. 하연이한테 성민이 근황 좀 흘려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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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회장님. 지금 바로 알려주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정창호는 곧바로 장하연의 사무실로 갔다.
“대표님?”
장하연은 문을 열고 들어온 정창호를 보자마자 레스토랑 매출 현황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해들은 소식이 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할까?”
“네? ···네.”
자기도 모르게 뜨끔했던 그녀는 이성민과 미사리 카페에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일산 쪽에 사는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 성민 군이 해동마트 은평점 홍보를 하고 있다더구나.”
“네?”
정창호는 장하연이 놀란 척하는 줄도 모르고 그녀가 크게 뜬 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를 타고 가서는 어깨띠까지 둘러매고 전단지를 나눠준다고 하더라. 안 그래도 될 친구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성민 군 실력,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장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창호가 하는 말을 계속 들었다.
“네가 그 친구한테 마음이 있다면 잘 다독여주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젊어 고생 사서 한다지만 이 회장님께서 너무하신 것 같다.”
“고마워요, 아저씨.”
“원하면 오늘 반차 내고 만나 봐도 괜찮다. 인사팀에 말해서 연락 오면 수리하라고 일러두마.”
그 말을 끝으로 정창호는 휘적휘적 사무실을 나갔다.
“이번에도 제대로 해보려나 보네?”
혼자 남은 장하연은 자신에게 체포된 도둑놈이 얼마나 잘 해낼까 기대되는 듯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
일산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홍보를 마친 우리는 텅텅 빈 전단지 박스와 증정품 박스, 할인권 박스를 보고 숨을 내쉬었다.
“고생하셨어요, 유 과장님. 오늘 연기 잘하시던데요?”
“이성민 사원도 하는데 저도 노력해야죠. 아, 차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후훗.”
유현정의 싱긋 웃는 얼굴을 보고 박태진의 얼굴이 잠시 얼었다. 아까도 박스 나를 때 손수건으로 얼굴도 닦아주고 물도 건네주던데··· 뭐지?
“아닙니다, 유 과장님. 그런데 이성민 사원, 어째 저만 눈치 없는 놈이 되는 것 같습니다?”
“팔자라고 생각하세요, 박 차장님. 그래도 저하고 유 과장님 분량이 더 많은 건 아시죠?”
“맞아요, 차장님. 차장님은 매번 ‘네, 도련님!’ 이거 한 번만 하시잖아요?”
유현정의 새초롬한 목소리에 박태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다른 건 다 잘하는 박태진도 사람들 앞에서 유들유들하게 구는 건 젬병이었다. 그래서 ‘네, 도련님!’ 한 번만 소리치는 거 외에는 박스만 열심히 나르게 했고, 나와 유현정은 미리 짜고 친 대로 사람들 앞에서 연극을 했다.
“팀원들 조사 결과는 어때요?”
“택시기사 분들한테 물어봤는데 알아서 술술 얘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마트면 갈만하다고요.”
택시기사들이 떠들 정도면 더 볼 필요도 없다. 온갖 정보를 주워듣고 퍼뜨리는 양반들이 아닌가? 일산신도시에 소문이 퍼지면 고양시 전체로 퍼지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됐네요. 어지간한 건 다 세팅됐으니까 우리 셋은 일산하고 은평구 번갈아가면서 뛰면 되겠어요. 돌아가면···.”
말끝을 잠깐 흐리던 나는 유현정이나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볼 게 있었다.
“다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저녁식사만 했으면 하는데.”
모두들 고민하던 가운데 유현정이 박태진을 슬쩍 바라보고 말문을 텄다.
“네.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이 좋습니다. 여자친구 데이트는 주말이라서요, 하하.”
진심인지 거짓일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팀원들의 일정을 확인한 뒤 전화를 꺼냈다.
“이성민입니다, 팀장님. 매장에 있는 팀원들 저녁시간 비는지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사실이죠? 돌아가면 한우파티 어떠십니까? 네,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돌아가면 고기 먹으러 가요. 한우 괜찮죠?”
팀원들의 환호소리가 고막을 즐겁게 강타했다.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
회사에 도착한 우리는 근처에 있는 한우구이 집을 통째로 빌려서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한우구이와 와인으로 씻어내고 있었다.
“해동마트!”
“잘 팔아보세!”
건배사를 외친 우리는 호쾌하게 레드와인을 들이켰다. 맥주 컵에 채워서 마신다지만 마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이성민 사원 덕분에 입이 호강하네요. 회사 회식비로는 꿈도 못 꿀 일인데.”
“회식문화도 슬슬 바뀌어야죠, 팀장님. 매번 고깃집에서 소주만 마실 수는 없잖아요, 하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회식 때마다 소주 마시는 거였다. 개개인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 회식인데 기왕이면 좋은 걸 마셔야 기분이라도 풀지 않겠나?
“이거 꼭 직장 상사한테 듣는 이야기 같네요. 여하튼, 다녀오느라 고생했습니다, 하하.”
“고생은요. 현장 나가니까 좋더군요. 콧바람도 넣고, 사람들도 보고···.”
나창석의 말 한마디가 더없이 고마웠다. 신성물산 주택사업부에 있을 때 직원들 독려한다고 어깨띠 둘러매고 아파트 분양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다른 일까지 보며 완판했는데도 장호건에게 인정받지 못했는데···.
그때 생각에 씁쓸하게 웃자 나창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힘 드신 일이라도?”
“···아뇨. 저보다는 유 과장님이 더 잘했는데 미안해서요.”
“미안하지 않아도 되십니다. 솔직히··· 이성민 사원 모습이 돌아가신 큰 사장님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하하.”
껄껄 웃던 나창석이 와인을 들이켰다.
“큰 사장님이면···.”
“이명우 사장님이요. 제가 입사했을 때 백화점사업부 본점 과장이셨는데 명절 시즌 때 직접 어깨띠 둘러매시고 손님들 상대하셨습니다.”
“아···.”
“이성민 사원 일하는 거 보니 큰 사장님 아들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생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고 큰 기억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 같았다.
내게 소중한 퍼즐 조각들을 건네준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멋지게 메이드하고 싶다.
***
다음 날 아침.
박태진과 함께 해장 라면을 먹은 나는 할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삼청동에 들어갔다.
“일은 잘하고 있느냐?”
“네, 할아버지. 홍보도 순조롭고 문 여는 것만 남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얼음을 띄운 홍차를 마셨다.
“회사 일만 하는 건 아니지? 식구들 챙기는 것도 일이다.”
“네, 할아버지. 팀 식구들 일정 확인해서 볼링장이나 당구장, 칵테일 바도 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 눈치 보는 거 아니냐?”
“시대가 점점 바뀌니 맞춰야죠. 언제까지 고깃집에서 소주만 마실 수는 없으니까요.”
“먹는 걸로 뭐라 하는 게 아니다. 너무 숙이는 것처럼 보이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서려는 게 사람이라 그런다, 인석아.”
할아버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 또한 호의를 권리로 알고 날 이용하거나 조롱하려는 놈들을 수도 없이 박살냈었으니 모를 수가 있나.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숙부님처럼 실력과 노력으로 보여주면 누가 만만하게 보겠습니까?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날 보며 대견함과 씁쓸함이 뒤섞인 미소를 띠었다.
“허허, 인자는 이 할애비한테 한마디도 안 지는구나.”
“그렇다고 늙어간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빈부귀천이 어찌됐던 늙어가는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얼른 도발하자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끼, 이놈아! 이 할애비, 백 살까지 살다 갈 게다. 증손주들 전부 시집장가 가는 거 보고 갈 게야, 으허허.”
다시 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온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우리 집안이 번창하는 걸 보려면 10년은 훨씬 넘게 사셔야 하는 분이 아닌가? 의사들도 장수할 거라 했으니 앞으로 즐거운 일만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날 보며 웃던 할아버지의 입에서 웃음이 잦아들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청춘사업은 잘 하고 있느냐?”
“예?”
“내가 네 나이였을 땐 말이다. 경성제대, 이화여전, 숙명여전 할 것 없이 신여성들한테 받은 연애편지에 사진만 수백 장이었다. 먼저 간 네 할미만 봐도 알지 않더냐?”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경성제국대학 문학부 출신에 독립투사들을 돕던 변호사 집안에서 자란 단아한 여인이었다.
그런 할머니조차 할아버지에게 반해서 당신 사진을 넣은 러브레터를 보냈는데 한참 뒤에야 연락이 왔다고 자식손주들 다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를 구박하듯 놀리곤 했었다.
잠깐의 회상에 잠겨있던 할아버지가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할애비 젊은 시절과 네가 살 세상은 달라요. 인자는 네 말마따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자유연애를 해도 흠 잡힐 게 없는데 뭐가 두려운 게냐?”
“할아버지 핏줄인데 신중해야죠, 흐흐.”
“고놈 참··· 입만 살아가지고, 에잉.”
할아버지는 날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데 어쩌겠는가? 미안해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