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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62화 (61/229)

62화. 20th. 말하지 않아도... (1)

이대수는 이성민을 물린 뒤 고승주를 보며 껄껄 웃었다.

“바깥물 먹고 올 때마다 부쩍부쩍 크니 이 노인네가 버겁구먼, 허허.”

성장기를 지난 손주가 더 클 키가 있겠냐마는 나날이 해동의 후계자다운 자질과 안목을 갖추는 이성민의 모습은 이대수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있었다.

“명진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회장님. 이제야 후계자다워진 것 같습니다, 하하.”

“고놈도 내 핏줄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어지간하면 정석대로만 하려고 해서 흠이지만 그러니 중공업 쪽은 명진이한테 맡겨야겠지. 녀석 성격이면 품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게야.”

창립 이래로 해동그룹은 불량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회사다. 이명진의 견실한 성격이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불량이라는 딱지가 안 붙을 거라고 이대수는 확신했다.

자식과 손주에 대한 평을 마치자 이대수는 이성민 앞에서 꺼내지 못했던 질문을 고승주에게 던졌다.

“그놈하고 스탠더드 관계는 알아봤나?”

“죄송하지만 어려울 듯합니다. 비상장법인인지라 미국 국세청을 뚫지 못하면 실소유주 파악은 불가능합니다. 월가에 있는 대학 동기들에게도 부탁해봤지만 쉽지 않다고 했고요.”

이대수는 내심 아쉬워하면서도 고승주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초부터 고승주가 미국 현지 인맥을 비롯한 모든 걸 동원했어도 알아내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성민의 회사가 아니거나 이성민이 그만큼 꼼꼼하게 숨겨뒀거나 일 터.

당장 급하지 않으면서도 해결 못할 문제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이대수는 다음 지시를 내렸다.

“성민이가 절대 매스컴 못 타게 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기자 놈들 입단속 철저히 하게.”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손주지만 온갖 의혹과 견제 때문에 대놓고 밝힐 수도 없다.

겨우 스물다섯인 놈이 자기자본 수천억 원의 우량 종금사 주인이 되면 고객들의 불안부터 정치권의 외압 등 온갖 바람이 불어 닥칠 터.

때문에 이대수는 해동물산이 해동종금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고 이명진의 부회장 취임으로 세간의 눈을 돌리려 했다. 그것도 모자라 언론까지 잠재우라고 주문한 것이었다.

“예, 회장님.”

“그리고 성민이는 하고 싶은 거 원하는 대로 하게 둬. 내 품 안에 두고 있기에는 너무 큰 놈이야. 훨훨 날게 해줘야지.”

이대수는 자신의 집안에서 나온 붕새가 훨훨 나는 걸 발목 잡을 만큼 옹졸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붕새가 날아오르는 만큼 집안과 그룹이 번창할 거라 여기고 판을 깔아줄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남에게 기대려는 성품도 아니기에 이대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물산 사업, 어디까지 진행됐나?”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섬유소재 연구소 예산 증액, 카자흐스탄 구리광산과 호주 퀸즐랜드 아연광산 인수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퍼스에 있는 그 회사가 문제라고 합니다.”

손주가 숙제를 낸지 벌써 1년 반이 넘은 일 중 하나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대수의 표정이 굳었다.

“뭐 때문에 그런다던가? 돈이 안 맞으면 저울에 더 올려도 되지 않겠나?”

“그게··· 얼마를 줘도 회사 지분은 절대 못 넘겨준다고 그쪽 회사 사장이 못을 박았습니다.”

고승주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이대수의 눈이 커졌다.

“그 회사 자료는?”

“이미 확보해뒀습니다. 배 대표님께서 직접 관리 중입니다.”

고승주의 대답을 끝으로 이대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넣어야겠군.”

***

그 길로 이대수는 외출 준비를 하고 고승주와 함께 해동그룹 본사로 갔다. 번잡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대수는 지하주차장에서 조용히 내려서 고승주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재훈의 집무실이 있는 층에서 내렸다.

배재훈의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 데스크에 앉아있던 비서가 벌떡 일어났다.

“회, 회장님?”

“요란 떨 거 없네. 나 왔다고만 말하게.”

“예··· 대표님, 회장님, 그리고 고승주 실장 도착했습니다.”

인터폰을 누르고 비서가 보고하자 배재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 기다리게. 음료수는···.]

“녹차나 한 잔 주게, 배 대표.”

이대수가 인터폰에 대고 직접 말하는 사이에 집무실 문이 열렸다.

“갑자기 회사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연락이라도···.”

“내가 못 올 데 왔나, 이 사람아? 우리 회사 온 건데. 어서 들지.”

이대수는 배재훈, 고승주를 뒤에 붙이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은 세 사람은 비서가 쟁반에 가져온 녹차 석 잔을 하나씩 잡고 목을 축였다.

“누구 다원에서 덖었는지는 몰라도 향이 좋구먼, 허허.”

“회장님 다원, 대서양그룹 회장이 본떠서 제주도에 만들 정도 아닙니까? 그래봐야 이 맛은 못 따라올 겁니다, 하하.”

껄껄 웃으며 차를 마시던 배재훈이 잔을 내려놨다.

“갑자기 예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늘 삼청동에 계시던 분께서 오신 걸 보니 큰일 같습니다만.”

“퍼스 쪽 사업, 난항 중이라고 들었네.”

이대수가 대뜸 아픈 곳을 찌르자 배재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죄송할 게 뭐가 있나. 자네도 내 밑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

고승주의 사과에 배재훈은 손을 휘휘 내젓고 이대수에게 말했다.

“몇 번이고 투자를 제안했는데도 거절당해서 지난번에는 직접 다녀왔는데 끝까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작년에야 부채를 300만 달러 밑으로 줄였다는데 무슨 고집인지 원···.”

배재훈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말 다했구먼. 쪽발이들 재끼고 아랍 가트라 시장 뚫은 자네가 그럴 정도면.”

이대수가 말한 그 건 때문에 배재훈은 국내 상사맨들 중에서 아는 이들의 존경을 받는 우상이다. 그런 배재훈이 대차게 거절당했다니··· 이대수는 그 회사, 아니 그 회사 사장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그 회사 사장에 관한 자료 좀 볼 수 있는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배재훈은 서류꽂이에서 서류철 하나를 가져와서 이대수에게 건넸다. 이대수는 품 안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서류철을 펼쳤다.

‘Hancock Prospecting’이라고 표지 위에 적힌 서류철 첫 장에는 제이나 호프 핸콕(Jaina Hope hancock)이라는 옛 이름과 현재 이름인 제인 레온하트(Jane Leonhart)라는 이름과 함께 얼굴선이 굵은 한 여성의 사진이 박혀있었다.

첫 장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대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독하구먼. 고집이 나보다 더하겠어. 이 여자, 일에만 파묻혀 살지?”

“예? ···예. 사무실에서도 오밤중까지 일하고, 그게 아니면 필바라 쪽에 캠핑카를 두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광맥을 탐사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질문에 배재훈이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이대수는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대수가 턱 소리를 내며 서류철을 탁자에 내려놨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뽑아낸 정보, 사업을 딸 때까지 비밀 유지에 돈을 퍼부을 그 여자의 온갖 정보들이 뒷장에 빽빽이 적혔지만 더 볼 가치도 없다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배팅하는데도 안 먹히면 심리전을 거는 게 좋은데··· 개인사를 건드리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니 내키지가 않아. 누구나 하나쯤은 드러내기 싫은 상처가 있잖나.”

“혀, 형님···?”

“말하지 않아도 훤히 보여, 이 여자. 나도 성민이 그놈이 자동차 사고 친 거 덮느라 자네나 고 실장하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 여자라고 안 그럴 것 같나?”

해동물산에 비하면 쥐꼬리 같은 핸콕 프로스펙팅이지만 제인 레온하트 또한 한 회사의 엄연한 오너다. 이대수는 그 여자의 관상뿐만 아니라 지위 등 모든 면에서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개인사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여하튼, 돈 먹인 놈들한테 다른 곳에 정보 못 팔게 입단속 잘하고 있겠지?”

“예··· 확실히 입막음해뒀습니다. 그놈들 모르게 감시할 사람도 붙여놨고요.”

배재훈은 식겁한 표정으로 이대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가 이대수를 바라보는 눈은 거의 작두 탄 무당을 바라보는 것에 가까웠다.

고승주 또한 배재훈의 반응을 보고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의 첫째가는 스승인 이대수의 감식안이 탁월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두 번째 스승인 배재훈을 흔들어놓지 않았나? 보고서 안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기에?

이대수는 경악한 두 사람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숨을 내쉬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 회사 광맥 개발, 얼마나 진행됐다고 하던가?”

“호프 다운스와 로이힐에서 규모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노천광맥을 탐사 중이라는데··· 둘 다 해안에서 300여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입니다. 광산 플랜트는 논외로 쳐도 해안에 댈 철도에 배가 드나들 항만까지 전부 깔아야 합니다.”

“끄응··· 말짱 황이구먼.”

환해졌던 이대수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광산 사업은 매장량, 채굴방식, 운송비용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핸콕 프로스펙팅의 광산 두 곳은 불합격이었다.

“철도 공유, 어렵겠지?”

“힘들 겁니다. 그 일대 철도는 BHP나 리오틴토(Rio tinto)가 꽉 쥐고 있는데 경쟁사에게 열어줄 리가 있겠습니까?”

알면서도 물어봤지만 여지없이 돌아온 배재훈의 대답은 냉엄한 현실만 재확인시켜줬다. 호주 광업계를 틀어쥔 터줏대감들은 후발주자인 해동그룹에게 통곡의 벽이었다.

배재훈이 이대수의 굳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입을 열었다.

“호주에 진출하시겠다면 그 회사보다는 노스 리미티드(North limited) 인수가 먼저라고 봅니다.”

“노스 리미티드?”

“예, 회장님.”

배재훈은 금고를 열고 서류철 하나를 꺼내 와서 이대수에게 건네줬다. 이대수는 품 안에서 꺼낸 안경을 쓰고 그 서류를 살펴봤다.

“호주 사업 준비하면서 알아봤는데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의 메사 지역 철광을 비롯한 여러 광산을 운영 중이고 로브 강 철도를 운영하는 등 광산 개발과 운영 노하우가 충분히 쌓인 회사입니다.”

“흐음···.”

이대수가 서류를 살펴보며 침음성을 흘리는 가운데 배재훈이 노스 리미티드 인수의 장점에 이어 단점도 밝혔다.

“철도망이 내륙 철광 지대까지는 안 닿아있지만 교두보나 노하우 흡수 등 이점은 충분합니다. 인수 뒤에 내륙으로 철로를 뻗어나가거나 핸콕과 합작해서 헤드랜드 항까지 신규 철도와 항만을 만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흐음···.”

이대수가 침음성을 흘렸다.

모든 게 불확실한 도박을 할지, 배팅을 더 얹어서라도 확실한 패를 손에 넣고 레이스를 칠지···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대수는 손을 뻗어 찻잔을 들고 녹차 한 모금을 마셨다.

“그 회사 시가총액 알아보게. 미국 달러 기준으로.”

“예, 회장님.”

배재훈은 바로 전화를 넣어서 확인하고는 이대수에게 말했다.

“현재 주가를 미국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1억 불입니다. 주식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과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최하 25억 불 이상 써야합니다, 회장님.”

우물쭈물하는 걸 싫어하는 이대수 때문에 견적을 뽑았지만 막상 일이 커진 게 부담됐는지 배재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고승주도 당황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가운데 이대수가 팔걸이를 내려쳤다.

“핸콕 쪽 접촉은 그대로 계속해. 고 실장은 해철이한테 말해서 이번에 번 돈 쓸 준비해둬.”

손주가 낸 숙제라도 불가능한 일에 무작정 돈을 쓸 수는 없는 일.

다가올 폭풍을 생각하면 더더욱 허투루 쓸 수 없지만 더 값어치 있는 회사부터 손에 넣으면 손주에게 걸맞은 할아버지가 될 거라 판단한 이대수 회장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사실이에요?”

[그래. 나한테 이번 엔고 배팅 때 비자금으로 번 돈으로 거기 주식 사놓으라고 하셨어. 주가 변동에 프리미엄까지 계산하면 넉넉잡고 25억 불 이상은 필요할 텐데···.]

‘대체 이게 무슨 나비효과냐···.’

선해철에게서 전화를 받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노스 리미티드는 2000년도에 리오틴토가 합병할 회사로 현재의 핸콕 프로스펙팅보다 훨씬 큰 회사다. 핸콕과의 협상이 어려울 거라 예상했지만 더 큰 사냥감부터 잡겠다니?

나는 책상에 놓인 인도네시아 만델링 한 모금을 들이켰다. 입 안에 몰아치는 쓰나미 같은 풍미와 바디감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을 깔끔히 정리하고 계산을 시작했다.

할아버지라면 그런 선택을 하고도 남을 분이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절대적인 지배력을 중시하는 분이 아닌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광물 개발과 운영에 대한 노하우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카드 한 장을 더 손에 넣고 협상을 준비하려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뜻을 내 나름대로 추측한 뒤, 선해철에게 물었다.

“삼촌이 봤을 땐 어떠세요?”

[나쁘진 않다고 봐. 그 회사, 수익도 괜찮고 제법 들고 있는 자산이 많거든. 광산 경영 노하우도 충분하고 광물 운송 철도를 운영하는 게 가장 큰 메리트야.]

“다른 건요?”

[철도망이 내륙에 닿지 않았다는 거. 그래도 해동물산이 광산개발에 투자할 돈으로 철로 까는 공사를 해동건설이 해주면 그룹 차원에서는 선순환이 될 거다.]

내 생각도 선해철과 같았다. 선해철까지 이렇게 말했으면 더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삼촌, 백부님한테 연락해서 스탠더드도 끌어들이자고 하세요. 트라이엄프에 있는 할아버지 비자금하고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페이퍼컴퍼니 여러 개 만들고 노스 리미티드 지분 50퍼센트씩 사들이게 하자고요.”

[그 다음엔?]

선해철, 예전 같았으면 미쳤냐고 했겠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가 허투루 돈을 쓸 놈이 아닌 걸 깨달은 걸까?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다음 액션을 알려줬다.

“30퍼센트씩만 물산에 넘기고 나머지는 우선매수청구권 넘겨주거나 해동물산에서 장내공개매수 할 때 털면 될 것 같아요. 스탠더드 쪽 매각대금은 5년 만기 원화 표시 채권으로 해동물산에 재투자하고요. 원리금 전액 5년 뒤에 상환 받으면 더 좋고요.”

나 때문에 나비효과가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집안의 히스파니아가 늘어나면 다가올 폭풍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모로 가도 내가 할아버지와 손발을 맞추면 되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조카, 머리 좋네? 물산 현금은 지켜야 한다는 거지?]

“그런 셈이죠, 하하. 부탁할게요, 삼촌.”

[알았다, 흐흐.]

전화를 끊자 설거지를 마치고 온 박태진이 내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도련님?”

“삼촌한테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호주에 있는 광산업체를 인수할 거라고 하네요. 그거 때문에···.”

트라이엄프에 맡겨둔 비자금으로 주식을 매집해두고 해동물산이 쥔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는 계획부터 내가 제안한 계획까지 알려주자 박태진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잘하셨습니다, 도련님. 해동물산의 달러를 아낄 수 있으니 좋은 판단을 내리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비자금으로 얼마나 번지도 알았으니 일거양득이죠, 흐흐.”

노스 리미티드 주식을 전부 사들이게 했다면 할아버지 비자금은 적어도 25억 달러 이상일 것이다. 비자금을 만드는 족족 선해철에게 맡겨놓고 트라이엄프 안에서 불렸을 터. 정말로 대단한 분이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장손이고 죽음의 심연에서 돌아온 나이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해동종금 주식 이전, 언제 끝날까요?”

“늦어도 이 달 말에는 끝날 겁니다. 그 전에 끝날 수도 있고요.”

할아버지께서 크게 움직이시기로 했으니 제대로 손발이 맞는 효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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