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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40화 (39/229)

40화. 12th. 예상대로, 예상 밖으로 (6)

할아버지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내게 원하는 게 뭘까?

사업가로서의 자신감? 책임감? 그것도 아니면 자기 여자를 지키는 남자의 모습?

뭐가 됐든 상관없다. 입술을 깨물던 나는 표정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대 300억까지 보증하겠습니다.”

“서, 성민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장하연은 내 팔을 붙잡던 손을 떼고는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는 장하연을 바라보던 눈길을 내게로 돌렸다. 내 눈에 비친 할아버지의 표정은 근엄하다 못해 딱딱해보였다.

“이 방에서 허언은 없다, 장손.”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대통령이 아닌 이상에야 누가 이 방에서 허언을 하겠습니까?”

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깟 일에 겁을 먹으면 사업을 할 자격도, 한 여자를 믿고 사랑할 자격도 없었기에 할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눈싸움 아닌 눈싸움 끝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고 실장.”

“예, 회장님.”

고승주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철 두 개를 꺼내더니 두 종이에 뭔가를 적고는 나와 할아버지에게 하나씩 건네줬다.

계약서를 받아본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할아버지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적혀있었고 보증액은 방금 전에 고승주가 적어서 잉크도 안 말랐다. 미리 작정하고 준비했나? 젠장.

나는 만년필을 꺼내서 망설임 없이 서명한 뒤, 할아버지와 서류를 바꿔서 다시 서명을 넣었다.

고승주는 우리 둘의 서명이 적힌 계약서를 걷어서 나란히 붙인 뒤, 가운데에 옥으로 만든 할아버지의 직인을 찍고 한 장씩 다시 서류철에 넣었다.

“자.”

고승주가 내민 서류철을 받은 나는 표정을 가다듬었지만 속으로는 한숨만 나왔다. 사업이라는 게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하신 것 같지만 장하연 보는 앞에서 이리도 무섭게 나오시다니.

서류를 챙기는 걸 보고 할아버지가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이걸로 됐다. 백화점 장사 잘 되기만 기다리거라, 흐흐.”

사람들이 왜 할아버지를 삼청동 짠돌이 영감이라 부르는지 오늘에야 알았다. 젠장.

***

본관을 나온 나는 차 앞에서 장하연과 마주 서 있었다. 옆에 있는 박태진도 계약서를 보고는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리한 거 아냐? 괜히 나 때문에···.”

할아버지 앞에서 있던 일이 맘에 걸렸는지 장하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풀이 죽은 장하연의 모습을 지우고 싶어서 얼른 손을 잡았다.

“누나 실력 믿으니까 기운 내. 누나 위해서 쓰는 거면 300억도 안 아까워.”

빈말이 아니었다.

실적이 안 좋아서 내 개인재산을 날리더라도 신성그룹의 내부거래를 받으면 해동물산의 매출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니 그룹 전체로 보면 플러스가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내 여자 능력 입증하는 데 300억이 대수인가. 10월에 주식만 팔면 세금 떼고도 천억이 훨씬 넘는 돈이 들어오는데.

“부담 갖지 말고 우리 실력 믿자. 알았지?”

“응···.”

따뜻한 목소리로 다독여주니 장하연이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풀이 죽어있었지만 우리의 기획서는 완벽했다.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입점 브랜드 구성부터 마케팅 전략과 출점 방향까지 담았으니 남은 건 시간의 흐름을 타는 것뿐이었다.

그때였다. 장하연이 핸드폰을 꺼냈다.

“네. 대표님.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회사일 같은데 뭐지?

“무슨 일이야?”

“우리 호텔에 걸린 그림 사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 세 점 합쳐서 20억에 사겠대!”

불행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장하연의 안목이 빛을 보기 시작했으니 자신감을 갖게 될 게 아닌가!

“거 봐. 누나 실력 믿는다니까? 그렇죠, 형?”

“물론입니다. 두 분이 노력하신 걸 옆에서 봤잖습니까? 하하.”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

분위기를 바꾸려고 축하회식을 제안하려던 찰나에 이번에는 내 전화기가 울렸다.

“네, 이성민입니다.”

[나다, 장손. 하연이 그 아이는 태진이 편으로 보내고 서재로 오너라.]

그렇게 매몰차게 하시더니 이제야 아쉬운 건가? 우리 할아버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전화를 끊은 나는 장하연에게 말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할아버지께서 누나 바래다주는 건 형한테 부탁하라고 하셨어. 괜찮아?”

“나쁜 일 아니지?”

장하연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응접실 안에서 할아버지와 내가 알게 모르게 기 싸움을 한 게 걸린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보며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냐. 사업은 사업이고 가족은 가족인 걸.”

“회장님께서는 공과 사가 명확하신 분입니다, 부장님. 사업 견해 차이로 충돌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잖습니까?”

박태진까지 나서서 말하자 장하연은 그때서야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그래도 들어가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 나 때문에 너하고 회장님 사이 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배려심 많은 여자를 봤나. 이러니 내가 사랑하지 않고 배길쏘냐.

“알았어, 누나. 대신에 누나도 걱정 안 하기다? 손.”

마음 같아서는 꽉 껴안아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새끼손가락만 든 손을 내밀었다.

“야···.”

부끄러워하면서도 손가락을 건 그녀를 보면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림 팔렸으니까 누나 능력 검증됐잖아. 안 그래요, 형?”

“그림 세 점에 20억이면 장 부장님 안목은 충분히 검증됐지요. 실례지만 얼마에 사셨는지요?”

박태진이 조심스럽게 묻자 장하연이 머뭇거리던 입을 열었다.

“한 점당 천씩 줬어요. 재작년에 화방 갔을 때 맘에 들어서 작가들 생활 알아보고 후원할 생각으로 산 건데···.”

나와 박태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이 커졌다. 3년 만에 6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다니? 이번 생의 박태진이야 처음 듣는 일이지만 알고 있던 나조차 귀를 의심했다.

“누, 누나···?”

“그림 판 돈에서 30퍼센트는 작가들한테 돌려줄 거야. 내 돈으로 투자했으면 반절은 줬을 텐데.”

저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 꿀보다 달콤할 수가 없었다. 어쩜 저렇게 예쁜 말만 할까? 장수연이었다면 다 먹고 쨌을 텐데.

흐뭇한 미소를 품고 바라보니 장하연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렇게 보니까 꼭 아버지 같아.”

“아하하하···.”

아재 버릇 또 나왔다. 하드웨어만 20대지 소프트웨어가 50대인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멋쩍은 미소를 깔고 뒷머리를 쓰다듬던 내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누나?”

이렇게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입술에 입술도 아닌 볼 키스 한 방이 왜 이리 짜릿한 걸까?

“아가씨?”

박태진도 어지간히 당황한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직책으로 불렀는데 예전의 습관대로 부르다니.

“나 이만 가볼게. 부탁할게요, 선배님.”

장하연이 날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차에 올라탔고, 박태진도 운전석 문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도련님, 다녀오겠습니다.”

“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멍하니 대문을 통과하는 차만 바라볼 뿐이었다.

“흐익!”

그 뒤로도 멍하니 있던 나는 내 어깨에 얹어진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집사장님?”

“벌써 30분이 넘었습니다, 도련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랑이 마약 같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니.

***

“왜 이리 늦게 온 게야? 삐진 게냐?”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소파에 앉았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가 않아서 할아버지의 말이 고막에 튕겨나가는 것 같았다.

빤히 날 쳐다보던 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리고 버럭 소리쳤다.

“정신줄 잡아, 이놈아!”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연신 허리를 숙였다.

“정신 사납다, 이놈아. 어여 자리에 앉어.”

“네···.”

할아버지는 허리를 반듯이 세운 날 보며 껄껄 웃었다.

“으허허허. 요놈아, 볼에 묻은 루즈부터 지우거라.”

“우리 성민이, 그새 영화 한 편 찍고 온 것 같습니다, 하하.”

할아버지에 이어서 고승주까지 날 놀리듯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집사장 할아범이 원망스러웠다. 모른 척할 게 따로 있지 이게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서 볼에 묻은 립스틱을 닦고 자리에 앉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약서 쓰라고 해서 서운했지?”

“아닙니다, 할아버지. 사업이라는 것의 무게를 깨달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자 할아버지가 입맛을 다셨다.

“고놈 참. 요즘 대학에서는 저렇게 대답하는 것도 가르치나보구먼, 흐흐.”

말없이 고개를 숙이자 할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경영자의 판단 하나 하나가 회사 식구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게야. 오늘 깨달은 교훈, 머리에 새기고 가슴으로 되새기거라.”

“네, 할아버지.”

“그리고··· 내 사람 지킬 땐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상대라도 맞서 싸워야 하는 법이다.”

“네, 할아버···지?”

무심코 대답하던 나는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애비한테 빚진 줄 알어, 이놈아. 흐흐.”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장하연한테 점수 따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단 말인가? 황당한 나머지 말할 생각도 못하던 내게 할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다. 매출 안 나오면 계약서대로 할 게야. 점수 딴 값으로 300억이면 네놈한테는 싸게 먹히지 않겠느냐? 흐흐.”

알아서 연애 잘하고 있는 장손에게 강매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떡 벌렸지만 할아버지는 어느 새 웃음을 거뒀다.

“고생했다. 우리 장손.”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이제야 컨설팅이 끝난 것 같았다. 남은 건 주식 정리에 미국 갈 준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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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단 말이지. 벌써부터 저리 정분이 났으니 못 말리겠어, 흐흐.”

“동문회 파티 때 봤었는데 장 부장 그 친구, 꽤 강단 있는 친구였습니다. 하하.”

“허허, 우리 장손이 지 마누라한테 꽉 잡혀 살 것 같구먼.”

고승주와 함께 껄껄 웃던 이대수가 웃음을 거뒀다. 오늘 그를 이 자리에 부른 건 두 사람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일 때문이었다.

“요즘 월가 놈들이 엔저에 배팅 중이라고 했지?”

“예, 회장님. 해동물산 뉴욕법인 보고와 해철이 소스가 일치합니다. 조지 소로스, 줄리안 로버트슨 등 한다하는 헤지펀드 모두 달라붙었다고 합니다.”

이대수는 고승주가 가방에서 꺼내 건네준 자료를 보며 음침한 미소를 띠었다.

“돈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구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난 연말에 있을 불확실한 변수가 해소되고 움직였으면 하는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철이뿐만 아니라 월가에 있는 대학동기들 얘기로는···.”

워싱턴 D.C에서 해소되지 않은 ‘불확실한 변수’에 대한 대화 끝에 이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물산 금고에 있는 달러는 지금처럼 관리해.”

“예. 작년에 해외로 빼낸 자금은 어떡하시겠습니까? 국내에 남은 자금은 힘들어도 트라이엄프를 통해 빼낸 해외 자금은 연말이면 세탁이 끝납니다. 기존의 자금도 충분하고요.”

“흐음···.”

침음성을 흘리며 턱을 만지는 이대수. 고승주는 그를 숨죽이고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대수가 턱에서 손을 뗐다.

“해철이한테 전해. 내가 신호 보내기 전까지 저번에 빼낸 돈하고 A벌크 모두 그대로 두라고. 알았나?”

“예. 회장님.”

두 사람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자신들이 꾸미는 일이 68년 해동그룹 역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

컨설팅을 마치면서 시간이 널널해진 나는 박태진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장하연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오너가 자리를 오래 비워두면 안 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뉴욕에 짐을 풀고 회사에 나와서 투자현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야후는 나쁘지 않네요.”

“제리와 데이비드가 머리를 잘 썼어. 추가 투자한 돈으로 서버를 늘리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넣었거든.”

클레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를 넣었다고?

입을 벌린 내 얼굴을 보며 클레어가 싱긋 웃었다.

“썬이 말했던 땅따먹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네? 인터넷이야 실물은 아니라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광고를 넣기로 했대. 광고수익은 서버 증설에 재투자할 거라고 했고.”

그 말 한마디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줄은 몰랐다. 잘만 하면 야후는 현금흐름도 없이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눈 먼 돈만 빨아먹는 블랙홀이 아니라 제법 괜찮은 회사로 클 것 같았다. 구글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잘 됐네요. 그리고···.”

다른 종목들에 대한 투자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포트폴리오에 제시했던 주식들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벤처 투자도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새천년이 되기 전에 대풍년을 맞을 것 같았다.

그 뒤로도 서류를 살펴보던 중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스탠더드 캐피털입니까?”

뒤를 돌아보니 웬 중년의 남자, 아니 신사가 있었다.

정갈하게 포마드를 먹인 금발머리.

오른쪽 눈두덩에 끼워진, 금줄이 달린 금테 모노클.

정갈하게 다듬어진 콧수염.

딱 봐도 비싸게 보이는 정장과 목에 감긴 애스콧타이.

오른손에 쥔 곧은 지팡이.

지금은 없어진 프로이센 귀족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압적인 이미지와 달리 모노클에 가려진 녹색 눈동자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더니 빙긋 미소를 띠었다. 뭐지? 피부 누런 동양인이 월가에서 일하는 게 신기하다는 건가?

귀족처럼 기품이 넘치는 저 남자를 바라본 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나와 달랐다.

“헤, 헨리?”

“보스께서··· 어떻게 여길···?”

보스라고 부르는 게 트라이엄프 캐피털과 관련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그들과 달리 헨리라고 불린 그 남자는 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놀라지들 말게. 자네들 나갈 때 자유라고 하지 않았나, 하하.”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위화감이 느껴질 때 클레어가 정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시죠?”

“자네하고 다른 친구들이 잘 지내나 보러 왔네, 미스 로렌스.”

푸근한 눈매의 헨리와 달리 클레어는 날 선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어요. 됐죠?”

“이런··· 모처럼 만에 왔는데 차라도 한 잔 내 줄 수 없는 건가? 나도 자네를 보내기 전에 차는 한 잔 대접했는데.”

헨리의 넉살 좋은 부탁에 클레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저기 가서 계세요. 골든팁스처럼 좋은 건 저희 회사에 없으니까 주는 대로 드시고요.”

“고맙네. 미스 로렌스. 다들 신경 쓰지 말고 일하게들.”

헨리는 그 말을 끝으로 휘적휘적 응접실로 들어갔고, 클레어도 머그컵 두 개에 커피를 채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 무슨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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