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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7화 (17/229)

17화. 4th. 첫 수확 (3)

전화기를 건네받은 나는 태연하게 목소리를 흘렸다.

“응, 누나. 무슨 일이야?”

[성민아, 회장님은 별 말씀 없으셨어?]

“무슨 말씀?”

[세경그룹 회장님이 아버지한테 전화 넣었어. 내 주식 팔아달라고. 회장님한테도 전화했다고 아버지가 알려줬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세경그룹이 나와 장하연 때문에 속이 어지간히 탄 모양이다. 우리 주식을 전부 시장에 내던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인수가도 낮아질 테니 부탁했겠지.

“누나는 어떡할 거야? 다 팔 거야?”

[아니. 아버지가 채 회장님 부탁 거절하셨어. 나한테 살림밑천 마련하라고 하시던데?]

장하연에 대한 장호건의 사랑이 지극했다. 할아버지 때문에 대한이동통신을 못 먹었으니 딸에게 쌈짓돈이라도 챙겨주려는 건가?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던 나는 표정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나도 승주 백부님한테 들었어. 할아버지도 채 회장님 전화 받으셨다고 하네?”

[네 주식, 팔아야 해?]

“아니? 할아버지도 우리 집안 돈 다 날려서 물려줄 것도 없는데 손주 밥그릇 깨기 싫다고 채 회장님 부탁 거절하셨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속여야 한다. 장하연을 통해 장호건이 할아버지의 사채조직이 무너졌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니 미안한 감정은 잠시 접어둬야 했다.

[그랬구나. 이대로 쭉 가는 거지?]

“이번 같은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 우리한테.”

수화기 너머의 장하연과 앞에 있는 박태진을 두고도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봐도 뻔뻔해 보일 정도로.

[알았어. 힘 내.]

“응. 수고.”

전화를 끊자 박태진이 피식 웃었다.

“하연 아가씨가 나중에 아시면 많이 서운해 하시겠군요.”

“어쩔 수 없죠. 사업은 사업이니까요.”

내가 그녀를 좋아해도 공과 사는 구별되어야 한다.

나는 해동그룹 사람이고, 장하연은 신성그룹 사람이니까.

그때가 오기 전까진.

***

1993년의 마지막은 따뜻하다 못해 후끈했다.

나로 인한 나비효과 때문인지 연말이 되기도 전에 대한이동통신은 그 해의 마지막 종가를 33만 원으로 장식했다.

그 열기는 해를 넘긴 1994년에도 이어져서 1월 중순이 되기도 전에 38만 원을 찍어서 박태진도, 나조차도 입이 벌어졌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빠르게 주가가 치솟다니!

하지만.

꼭지에서 파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보유물량이 많은 만큼 어깨에서부터 처리하는 건 주식투자의 기본.

주가가 급하게 오르는 걸 보고 나와 박태진은 주당 31만 원 때부터 나와 장하연이 빌린 돈을 갚을 만큼만 시장에 풀었다. 그 결과 나는 34만 주, 장하연은 6만 5천 주를 순자산으로 남길 수 있었다.

나야 죽음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 데다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이 넉넉해서 좀 더 불렸을 뿐이다. 나와 달리 장하연은 무일푼에서 6만 5천 주나 되는 주식을 손에 쥐었으니 통장을 보여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궁금했다.

“너··· 나 모르게 기술자 썼니?”

“형한테 부탁해서 8월부터 산 거 밖에 없는데?”

주식을 정리한 나는 지금 장하연과 함께 레스토랑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둘만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출금을 갚고도 10억 가량의 현금이 남아서 기분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함께 못한 것을 풀 겸 만든 자리였는데 장하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말도 안 돼. 그런 고급정보를 어디서 받은 거야?”

현악 4중주의 연주 속에서 초롱초롱하게 눈이 빛나는 장하연에게 스물여섯이 맞나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기껏 딴 점수를 칠푼이 짓으로 까먹을 수는 없어 본제에 집중했다.

“누나, 대통령이 취임선언문 읽을 때 신한국 창조 타령한 거 기억해?”

“그걸 어떻게 기억해? 호텔서 일 하기도 바쁜데.”

“아무튼, 거기서 느낌이 왔어. 재작년 말에 제 2이동통신 사업자 입찰 엎어진 것도 있었고.”

“아···!”

막 던지는 말이었지만 장하연은 나지막이 탄성을 흘렸다. 석 달 만에 빚을 털어내고도 대한이동통신 주식 6만 5천 주를 안겨줬으니 어찌 안 믿을까?

내 자랑은 여기까지. 이제는 그녀를 띄워줄 차례다.

“그래도 경영은 멀었어. 이제 겨우 졸업장 받는데 언제 누나 따라갈지 모르겠네. 호텔만 해도 그렇잖아?”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너, 우리 호텔 온 적 없잖아?”

“글쎄? 호텔에 걸린 그림들, 전부 누나 초이스 아냐?”

와인 한 모금을 마신 뒤, 심드렁한 표정으로 되묻자 장하연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건데?”

‘어떻게 알긴. 당신 덕분에 고려호텔이 아니라 고려갤러리, 고려살롱이었는데.’

화가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장호건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경영학과에 입학한 장하연.

고려갤러리, 고려살롱은 그랬던 그녀 덕분에 고려호텔에 붙은 또 다른 이름들이었다.

황나연-장수연 모녀의 신성갤러리는 신성그룹의 돈세탁과 뇌물을 위해 돈지랄로 명작들을 쓸어 담은 비리의 온상이었다.

그와 달리 고려호텔 본점은 장하연이 사들인 국내외 유망주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파는 데 집중했다.

그녀의 안목이 좋았는지 고려호텔은 그림 매매로 매년 수십억에서 백억 단위의 수익을 냈는데, 수익의 일부를 장하연의 뜻대로 원 작가들에게 배분하거나 문화계 후원에 썼다.

당연히 고려호텔은 예술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저명인사들의 사교장이 되었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장하연은 고려호텔의 호텔 사업과 면세점 사업을 부동의 1위로 키웠다.

그러니 장하연의 심미안(審美眼)과 감식안(鑑識眼), 사업 감각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었다. 믿어줄 리도 없고 미래가 바뀔까봐 말해줄 수도 없지만 지금은 주절주절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대답이 최고였다.

“그림 보니까 누나가 떠올랐거든.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하자 장하연의 얼굴에 호기심이 일어났다.

“느낌적인 느낌? 뭔데?”

“화사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부드럽고, 싱그러운 느낌?”

처음에는 그녀가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거나 못 이룬 꿈에 대한 미련 때문에 모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장하연, 우리 아빠가 밖에서 데려온 애야. 그년만 아니었으면 호텔도 내 거였는데.]

장하연이 혼외자식이라는 사실을 신혼여행 때 장수연에게서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내면에 채우지 못하는, 그래도 채우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채우려는 게 아니었을까.

“너, 독심술 배우니? 어떻게 그걸···.”

옛 생각에 잠겨있던 나를 바라보며 장하연은 조막만한 입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을 알아봐서일까? 나는 빙긋 미소를 띠며 그녀의 마음을 향해 잽을 넣었다.

“독심술을 쓰는 것보다 누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어휴, 닭살.”

새초롬해 보이는 장하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어느 새 찻잔이 비워졌다.

“졸업하면 뭐 할 거야?”

“조만간 미국 갈 거야. 졸업장은 다음 달 말에나 받아야겠지.”

“미국? 회사는? 전경련 신년파티 때 회장님께서 네 칭찬 많이 하셨다고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어째 나보다 우리 집 소식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전경련 회관까지 나가서 나에 대해 호평했다는 것까지 알려줬으니 땡큐였다.

찬찬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장하연에게 말했다.

“1년 동안 공부하면서 돈 벌었으니까 푹 쉬고 오려고. 올 때 누나 선물 챙겨올게.”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기에 그녀의 매끈한 손목을 바라봤다.

카르티에가 좋을까? 불가리가 좋을까? 남성용, 여성용으로 하나씩 사야 하는데.

***

장하연과 헤어진 나는 할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삼청동에 들어갔다.

“할아버지, 성민입니다.”

[들어오너라.]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흑단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으허허허! 이놈아, 재미는 잘 봤느냐?”

“예?”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가 대뜸 던진 질문에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장하연과 만나는 것을 아는 건가?

순식간에 식은땀이 이마에 맺히자 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반 년 만에 수백억을 번 놈이 뭘 그리 놀라는 게야? 에잉, 쯧쯧.”

“아··· 그거요? 할아버지 놀라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들켰네요, 하하.”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색할 수는 없었기에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다과 좀 내오게.”

할아버지는 인터폰으로 주문한 다과가 탁자에 놓이는 걸 보고 소파로 옮겨왔다.

“할애비도 놀이 삼아 주식을 한다만 너처럼 번 적은 없다. 반 년 만에 5백억이 넘는 이문을 내다니··· 장하구나.”

“아닙니다, 할아버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도 실력이 있어야 잡는 게야, 인석아. 칠순 넘게 살면서 지 옆에 있는 운 놓치는 놈들 여럿 봤어요, 허허.”

껄껄 웃는 할아버지가 푸근한 눈길로 바라보니 씁쓸한 과거가 떠올랐다.

과거의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운이었던 장하연을 놓치지 않았는가? 그 운,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오냐. 이번에 보여준 솜씨면 허드렛일은 안 하고 오겠구나. 내일 간다고?”

“네.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됐는데 2월 말에나 돌아올 것 같아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거짓말치고 다니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박태진과 선해철 외에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했다.

지금의 나는 할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손자일 뿐 해동그룹 2대 회장 이대수의 후계자로는 까마득히 부족할 테니까.

더군다나 아버지와 이명진은 이란-이라크 전쟁 때 목숨을 걸고 이라크 송유관 공사에 성공하면서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았다. 그 점을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인정을 받는 것처럼 꾸며야 했다.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는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아쉬움이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번 설에는 우리 장손 얼굴을 못 보겠구나.”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아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도 있지 않더냐. 잘 배우고 돌아오너라.”

잘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지. 미국에서 사올 고생으로 제 2창업 이루게 해드릴게요.

***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나와 박태진은 선해철과 함께 뉴욕으로 향하는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싣고 태평양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유라시안항공도 좋네요. 주한항공만 좋을 줄 알았는데.”

“몇 년 안 됐는데 이 정도면 준수하긴 해.”

퍼스트 클래스의 편안함을 즐기던 우리는 기내 라운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기업이 탄탄하니 무리만 안 하면 쭉 성장할 겁니다, 도련님.”

“태진이 말이 맞아. 금융, 부동산, 석유화학까지 있어서 현금흐름도 견조하고.”

“광고도 괜찮잖아요. 모델이··· 박주미죠?”

유라시안항공은 전라도의 버스회사에서 출발한 재벌인 대호그룹의 주력회사다. 업계 1위인 주한항공보다는 작아도 친근한 서비스와 개성 있는 광고로 인지도가 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광고모델이 동안으로 유명한 박주미 아닌가? 앞으로 7년 내내 모델을 할 걸 알고 있어서 이걸로 내기나 걸어볼까 했지만 박태진의 말을 듣고 흥미가 사라졌다.

“알게 모르게 회장님 돈도 여기에 꽤 들어왔었죠. 동향 분께서 하시는 사업에 손을 보태겠다고 하시면서요.”

“진짜요?”

“지금은 거의 다 철수하셨지만 창립 초기만 해도 꽤 많은 돈이 들어갔었습니다.”

우리 집안 돈이 여기까지 들어왔었다니··· 할아버지가 숨겨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칵테일을 홀짝이던 나는 선해철을 보며 말했다.

“삼촌, 나중에 우리도 돈 많이 벌면 항공사나 하나 인수할까요?”

“뭐?”

“돈만 많으면 뭐해요.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지.”

내가 벌 돈과 지식이면 유라시안항공이 걸레짝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손을 탄 회사가 아닌가?

먼 훗날의 일이 되겠지만 농반진반처럼 얘기한 나를 선해철이 어처구니없다는 눈길로 빤히 쳐다봤다.

“하이고, 이놈아. 항공사가 동네 구멍가게냐? 굴리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이번에 돈 좀 벌었다고 어깨에 너무 힘들어갔다?”

“나중 일은 모르잖아요. 제가 얼마나 많이 벌 지.”

“그래서 그런 이름을 쓴 거야?”

“제 이름이요? 존 데이비슨 리(John Davison Lee)?”

선해철이 피식 웃더니 위스키를 홀짝거렸다.

“그래. 네가 석유왕 록펠러냐? 클레어나 다른 녀석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선해철은 클레어를 비롯해서 새 회사에 합류한 멤버들이 웃어댄 얘기를 해줬다. 젊은 친구가 꿈이 너무 큰 거 아니냐, 이름값 때문에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며 말이다.

그럴 만하다.

내가 쓸 이름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똑같은 퍼스트네임, 미들네임이 아닌가? 내 가톨릭 세례명인 ‘요한(John)’과 아버지의 세례명인 ‘다윗(David)’으로 만든 이름이지만 말이다.

“꿈은 클수록 좋은 법이잖아요? 그래야 투지도 안 죽고 권태기도 안 오죠, 흐흐.”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웃자 선해철이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네가 회장님이나 명우 같은 겜블러라지만··· 하하, 이거 참.”

“뭐든 꿈꿀 수 있는 게 20대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하하.”

박태진이 마티니를 홀짝거리며 옆에서 내 편을 들어주자 선해철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쭈? 동거인이라고 편 드는 거냐?”

“전 도련님의 수행비서니까요, 하하.”

박태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자 선해철도 인상을 풀면서 피식 웃고는 술을 마셨다.

“분위기는 어때요?”

“다들 너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마이너들끼리 뭉쳐서 월가에 뻑 큐 날리자고 하더라.”

내 부탁대로 선해철이 섭외한 멤버들은 실력이 좋아도 미국 상류사회의 주류인 와스프(WASP)가 아니었다. 양놈들이 만든 금융업에서 돈 되는 빅딜은 와스프들끼리만 돌리고 있으니 독기가 바싹 오른 것 같았다.

“미국이란 나라, 재밌네요. 샐러드 같아요.”

“그렇지. 애국심으로 버무린 초대형 샐러드잖냐?”

“애국심보다 더 센 드레싱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그 드레싱을 뿌린 사람한테 충성하겠지, 흐흐.”

선해철은 무심코 대꾸했지만 난 앞으로 그들에게 더 센 맛의 드레싱을 듬뿍 끼얹을 것이다. 부, 명예, 권력, 야망을 섞은 드레싱으로 오직 나를 먼저 생각하게 만들겠다.

앞으로 미국에서 펼칠 일을 그리던 나는 가장 중요한 걸 확인했다.

“지분은 어떻게 되죠?”

“네가 91퍼센트, 나하고 태진이가 3퍼센트씩. 클레어와 나머지 녀석들 합쳐서 3퍼센트고.”

“삼촌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클레어 로렌스라는 분은 왜 들어왔어요?”

“클레어?”

“네. 예전에 주신 거 봤는데 트라이엄프 상위 5퍼센트였다고 나와 있어서요. 다른 데 가도 됐을 텐데···.”

내심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선해철은 고개를 저었다.

“사연이 많은 여자야. 너라도 알려줄 수 없어.”

그런 사람을 어떻게 내 회사에 끌어들였을까? 사내연애? 사내정치?

의문을 떨치지 못한 채 술을 마시자 선해철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확실한 건 절대 해를 안 끼칠 사람이란 거야.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어. 회사 세우면서 클레어가 낸 돈이 5백만 달러야. 알지?”

“알고 있어요. 주식도 1.5퍼센트나 출자했잖아요? 그래서 더 보고 싶어요.”

파도가 많은 여자 같은데··· 클레어 로렌스, 어떤 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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