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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53화 (후기) (253/253)

# 253

제253장. 대미大尾, 후기後記.

원매치소.

원매는 원패를 황태자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원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최종결정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원패는 원매의 부름에 조금 긴장된 얼굴로 달려갔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간 봉기, 봉영등으로부터 수없이 들었기에,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를 알고 있었다.

"폐하. 강녕하셨습니까?"

"어서 오너라. 둘이 있을 때는 그냥 아버지라고 불러. 이리 앉거라."

"예. 아버지."

원소가 그랬듯, 원매도 원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편하게 이야기하며 가르칠 것은 가르치고, 혼낼 것은 혼낼 생각이었다.

"너는 황제를 하고 싶으냐?"

돌직구같은 질문에 원패는 움찔했지만,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예. 저는 꼭 황제를 하고 싶습니다."

"어째서? 이 자리가 바깥에서 보는 것만큼 마냥 화려한 자리만은 아니다. 힘들고 고된 자리지. 때로는 누군가를 죽이라는 명령도 내려야 하고, 전쟁도 벌여야 하며, 모두가 반대하는 일도 추진해야 한다. 알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도 황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이유를 들어보자구나."

"전 이 나라의 적장자이고, 기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습니다.또한, 이민족들을 정벌하여 기의 영광을 재현하고, 악덕관리를 뿌리 뽑아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열겠습니다."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자 원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봉영이 이런 답안을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 거 말고. 솔직한 네 마음을 말해봐."

"예?"

원매가 놀란 원패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원패는 그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봉영에게 들을 때는 이게 정답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저....... 황제를 못하면 억울해요."

"억울해. 왜?"

"이제껏 놀지도 못하고 계속 공부만했어요. 어머니가 제위에 오르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쉬지도 못하고 공부하고, 무예를 익혔습니다. 그래서 못하면 억울합니다."

"허어~ 이놈아. 억울해서라도 황제를 해야겠다? 이거냐?"

"아.... 아니 그게 ..... 아버지께서 솔직히 말해보라고 하셔서...."

"하나만 더 묻자. 만약 네 동생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쩔 것이냐? 이것도 솔직히 말해보거라."

"동생들을 평소에 잘 단속하겠습니다. 화목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반란을 일으킨다면 용서치않을 생각입니다."

"용서치 않으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원매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원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를 위해서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얼마나 고생을 하셔서 이 제국을 만들었습니까?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봉영의 마음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긴 9살 짜리에게 제대로 된 의견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그래도 원패가 영특하니 이런 말을 할 것이다.

"그래. 됐다. 앞으로 이 아비에게 잘 배우거라."

"예. 아버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패는 드디어 됐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209년 1월 정평 4년.

원매가 황제로 즉위한지 4년만에 원패가 황태자로 책봉되었다. 원소는 손자 패가 황태자로 오르는 것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제는.'

축하행사는 며칠에 걸쳐 이뤄졌고, 공손도와 북방의 이민족들은 업성으로 축하사절을 보냈다. 중원이 약해지면 숨겨진 이빨을 드러내는 그들이었지만, 지금처럼 강할 때는 고개를 숙이며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힘없는 자에게 비굴하다는 것은 어쩌면 생존하기위한 수단인지도 몰랐다. 살아남는다면 그 다음을 노릴 수 있으니까.

원매는 바쁜 행보는 계속이어졌다. 초반처럼 강하게 개혁법안을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게 법안의 부족한 부분을 토론하며 수정해 나갔다.

그는 대신들과 토의할 때 반드시 원패를 참석시켜 실무를 익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원패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태자사인太子舍人을 선발했다.

곽준 아들 곽익.

강경 아들 강유.

관구흥 아들 관구검.

조조 아들 조충.

진군 아들 진태.

두기 아들 두서.

총 6명. 많을 수도 있지만, 문과 무에서 능하고 충성심이 높은 이들로 고민고민하여 선발했다. 이들은 대부분 원패와 나이가 비슷했기에 후에 잘 보좌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그들이 올바르게 자랄 때까지는 제갈량, 사마의, 주유, 육손, 전예등이 가교 역할을 잘 할 것이다.

원패가 만용을 부려서 그들을 홀대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후 기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위협할만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원매가 군사력을 강하게 유지했기에 평화가 유지되었다.

20년 후. 228년 정평 24년.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가후, 순유, 전풍등이 죽음을 맞이했고, 처음에 구성했던 대부분의 뛰어난 인재들이 사라졌다.

제갈량이 가후의 뒤를 이어 승상이 되었으며, 태자사인이었던 곽익, 강유, 관구검, 진태, 두서, 조충은 요직을 차지했다. 조식 또한 한림원학사가 되었다.

여전히 군권은 전예가 쥐고 있었다. 그는 참으로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했다.

원매의 나이가 56세가 되었다. 어찌보면 한참 일할 나이였지만, 어쩐지 근래들어 몸이 좋지 않았다.

'젊어서 지나치게 무리를 해서 그런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것은 맞지만, 사후관리를 잘했다.

'그럼.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란 말인가? 그게 맞다면 과연 내가 현실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껏 모든 것을 누리며 3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런데 현대로 돌아가서 그 비루한 삶을 살라고? 도저히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번 몸이 아파오자, 하루가 지날 수록 힘이 빠졌다.

원매는 공손도에게 항복할 것을 명령했으며,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렸다. 공손도는 이미 속국의 신분이었기에 망설임없이 항복했다.

외적인 일들이 완료되자, 원매는 곧바로 원패를 불렀다.

"패야. 이제 네 나이가 30이로구나. 준비가 되었느냐?"

원패의 눈이 반짝였다. 그 말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20년의 기다림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다.

"물론입니다."

"그래. 믿는다. 제갈승상과 함께 의논하여 즉위식을 치르자구나. 이 아비가 요즘 들어 힘에 부치는구나. 그러니 준비하고 있거라.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 또한, 내가 네게 붙여준 태자사인은 훌륭하고 정직한 인물이니 네가 잘 데리고 쓰거라!"

"예. 아버지."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첫째는 온현의 사마씨, 둘째는 하동의 가씨를 조심하거라. 그들을 다룰 때는 두 번은 숙고하여 써야 하느리라. 그렇지만 싫다는 티를 내지 말거라. 태자사인과 제갈승상, 전대장군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제어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원패는 무엇인가가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왜 그런지 몰랐다.

"앞으로 시간이 제법 있으니까 하루에 한번씩 이야기를 하자꾸나. 전달해야 할 것이 많아."

"예. 아버지."

원매는 원패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했다.

"잘 할거야. 이 아비에게 배운 것처럼 내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적에게는 가혹하게 그렇게 처분하면 된다. 적을 만들더라도 내 사람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변하지를 않아."

"예."

원매가 돌아가라고 명을 내리자, 원패는 예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원매는 자리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이런 심정이셨을까? 야속하구나. 적어도 70까지는 살고 싶었는데. 이것이 나의 한계란 말인가? 흐흐흐흐- 웬지 허무하구나. 허무해.'

정확히 한달 후에 원매는 원패에게 황제를 선위했다. 행사는 대대적으로 열렸으며 이민족들은 축하사절을 보냈다. 또한 동쪽의 작은 나라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도 사신을 보냈다.

강대한 기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열흘에 걸쳐 치뤄진 행사에 원매는 더욱 쇠약해졌다.

'이제는 갈 때가 되었어. 이제는.'

그는 신하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고, 처자식과도 작별을 나누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독대를 한 사람은 제갈량과 전예였다.

"자네 두 사람만 믿고 가겠네. 다음 황제가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제갈승상이 보좌를 잘해주게. 태자사인은 내가 가려 뽑은 자들이니 그들이 도움이 될 것이야."

"예. 폐하.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원매는 제갈량의 두 손을 잡고,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 후, 그는 전예를 보았다.

"내가 자네보다 먼저 가는군.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지?"

"예. 폐하. 어찌 잊겠습니까?"

"그래. 자네가 군대를 책임진다면 안심할 수 있어. 진태, 관구검, 강유는 병법에도 능할 뿐만 아니라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믿을 만하네. 이들을 잘 키워주게. 그럼 다음 황제가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야."

"그리하겠습니다."

"고마우이. 내가 두 사람만 믿겠네."

원매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나가라는 신호에 제갈량과 전예는 깊숙이 예를 올리고는 천천히 물러났다. 그들은 계속해서 원매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예는 밖으로 나서자,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황제의 죽음은 위기상황이었다. 자신이 흔들리면 모든 게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 그는 재빠르게 대장군부로 이동했다.

제갈량은 탄식을 터트리며 하늘을 보고는 말이 없었다. 원매를 만난 것은 그에게 천운이었다. 처음부터 승상 그릇이라며 조건없이 그에게 모든 후원을 다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승상이 되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몰랐다.

'후- 아직 베풀어 주신 은혜를 갚지 못했거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원매곁에는 봉영, 전민, 조염과 자식들이 모여 있었다. 사위, 며느리, 손자까지 모이자 가득 찼다. 원매는 그런 모습이 좋았다. 쓸쓸하지 않고 좋았다. 그는 덕담도 하고 인사를 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

원매가 죽었지만, 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제갈량과 전예를 중심으로 강하게 단결했으며 원패 또한 20년간 받은 황제수업을 바탕으로 원만하게 제국을 이끌어 나갔다.

기는 923년 만주에서 일어난 야율아보기가 세운 거란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700여년을 동아시아 절대강국으로 융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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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삼국지 : 원소 셋째아들 천하를 얻다]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천하통일을 하고 그 다음을 어찌할까 고민하였습니다. 일단 개혁하는 부분까지 생각했고, 무사히 그부분을 마쳤습니다.

그 다음은 안정적인 치세인데, 이제는 삼국지를 벗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너무 늘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여 이렇게 개혁을 마치고 안정적으로 들어선 시점에서 글을 마칩니다.

원매가 현대의 권진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원매로 30년 넘게 절대권력을 휘두른 그가 현대로 돌아가서 핍박을 받는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정신병원에 가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을 쓰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실 것이라 생각하여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원소라는 최강세력을 공짜로 얻는 바람에 천하통일이 정말 쉽게 이뤄졌습니다. 언제 또 삼국지를 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이제 현대판타지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부분은 처음이라 잘 될지 걱정이 앞서네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 고마웠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다음 작품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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