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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49화 (249/253)

# 249

제249장. 억울함을 벗다.

사마의는 아침부터 줄줄이 잡혀오는 맹대일당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얼마나 많은지 끊임없이 줄에 매여 국문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심한 놈들같으니라고. 그 나이까지 살았으면서도 폐하가 어떤 분인지를 모른단 말인가?'

그는 뒤돌아서서 자신의 치소로 향했다.

'멍청한 놈들일뿐이다. 동정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야.'

그는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멈춰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래. 이것은 저들의 욕심도 맞지만, 폐하가 파놓은 함정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겠지. 역시 폐하야. 앞으로 기가 흔들리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다. 승상부 - 어사대 - 기주도호부. 이 셋이 철통같이 폐하께 충성하는 한 모든 반란은 허사로 끝이 날 것이다. 폐하께서 기반을 잘 닦아 놓으셨어.'

그는 고개를 흔들고는 몸을 움츠리며 가던 걸음을 걸었다.

서서와 곽가의 주도하에 모진 국문이 이어졌고, 강경은 곧바로 원매에게로 향했다.

"어서와. 이리 앉게."

"예. 폐하."

강경은 자리에 앉고는 조심스럽게 죽간을 내밀었다. 여러 개의 죽간을 보던 원매의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 세개는 어사대의 것이 아닌데?"

"저태위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입니다."

"마지막이라니?"

원매는 심한 갈증이 일며 눈이 흔들렸다.

"자결했습니다. 하나는 역모고변, 하나는 억울함을, 하나는 가족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맹대의 모략에 넘어간듯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고 보니 저태위에게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맹대! 이 쳐죽일 놈같으니라고!"

원매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저수를 잠시나마 의심했던 자신이 미워졌다. 강경이 조심스럽게 진언했다.

"그래도 저태위는 맹대가 가지고 있던 죽간에 이름을 올렸고, 중산태수(원상)가 작성한 일등공신에 기록이 올랐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죄를 물어야 합니다."

"이미 자결했어. 그걸로 마무리하지. 시신은 가족들에게 넘겨주고, 장사를 치르도록 하게."

"예. 폐하."

"그럼 상이는?"

"관평이 기병 2천을 이끌고 갔으니 문제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가 장합과 합류한다면 전도독이 전투를 통해서 제압해야 합니다. 지금 전도독이 하내에서 기병 3만, 보병 11만을 동원해서 출병준비에 한참입니다. 아마 열흘이내에 업성으로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매는 집게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상이는 문제가 안될 테고, 연과된 호족놈들 잡아들이는 것도 크게 문제되진 않겠지. 장합과 문추가 과연 순순히 항복할까?"

"전면전까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병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장합이 기병 7천, 보병 3만, 문추가 기병 5천, 보병 2만 5천입니다. 모두 정예병인만큼 둘이 연합하여 강하게 저항한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알았어. 국문을 엄히 하여 죄상을 낱낱이 밝혀내. 이번 기회에 불만을 품고, 역심을 가진 놈들을 모조리 속아내야겠어."

"예. 폐하. 그럼 추가사항이 생기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강경이 보고를 마치고 물러나자, 곧이어 금군대장 사마구가 들어왔다.

"어서오게. 오랜만에 보는군. 이리 앉아."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폐하."

"괜찮아. 자네 잘못이 아니잖아. 무슨 일인가?"

"예. 업성방어에 대해 보고 드리려고 합니다."

사마구는 지도를 펴고는 업성의 방어체계에 대해서 꼼꼼히 설명했다. 혹시라도 장합이나 문추가 보낸 병력이 전예보다 빠르게 치고 내려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알려서 원매를 안심시키려는 의도였다. 원매는 그런 사마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싱긋웃었다.

"좋아. 그리하게. 내 걱정말고, 차분하게 준비하게. 자만하지 않는다면 업성에 문제될 일은 없을 거야."

"예. 폐하."

사마구는 예를 표하고는 물러갔다.

국문은 빠르게 성과를 내며 진행되었다. 저수의 고변이 있었고, 맹대가 가지고 있던 연판장과 원상의 친서가 원매에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맹대를 비롯하여 수많은 관리들과 호족들이 고혼이 되었다. 이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자가 2천이 넘을 정도였다. 그들의 재산은 모두 국가로 압류되었다.

업성의 관리들은 숨을 죽이며 납작 엎드렸다.

관평은 기병을 이끌고 중산국으로 들어섰다. 그는 닫혀 있던 태수관아의 대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죄인 원상은 어서 나와 황명을 받으시오."

마치 아무도 없는듯 조용했다. 하급관리나 이곳을 지키던 병사들은 역모란 소문이 돌자 모두 줄행랑을 놓은듯했다.

"뒤져라!"

"예. 장군."

기병들이 일제히 넓은 태수관아를 뒤지며 원상을 찾았다. 얼마 후, 그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돌아왔다. 관평은 예상한 듯 다음 조치에 착수했다.

중산군 전역에 역적 원상을 찾는다는 수배령을 내렸다. 그후, 이곳에 머물면서 유주와 병주의 길목에 병사들을 깔아서 장합과 문추의 움직임에 대비했다.

장합군영.

"흐흐흐흐- 나보고 황도(업성)로 오라 이거지?"

전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합에게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라. 네깐 놈 죽여봐야 뭘하겠느냐?"

"감사합니다. 장도독!"

전령은 자신의 목이 붙어있는지를 확인하며 그대로 말을 달려 남쪽으로 도망쳤다.

'맹대 이 병신같은 놈! 그거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을 만들어?'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초촉과 장남을 불러 출병준비를 명령했다.

'이대로 끌려가면 죽음뿐이야. 이 장합이 이렇게 죽을 수야 없지. 일단 문도독이 돕는다면 전예와도 일전을 벌일 수 있어.'

유주에서 전투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병주도호부가 위치한 태원성에도 전령이 도착했다. 문추는 죽간을 읽으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역모가 발각되어 실패한 것이다. 너무 억울했다. 역모를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어찌 어찌 연루되어 목이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그는 전령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한형을 불렀다. 한형은 유주 대군 출신으로 문추가 병주로 왔을 때, 책사역할을 하던 자였다. 문추가 역모에 가담한 것을 그는 적극 만류했다. 문추는 어쩔 수 없이 그를 감옥에 가뒀는데, 이제 다시 부른 것이다.

"그간 고초가 많으셨소. 내가 그대를 볼 면목이 없구려."

문추는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전령에게 받은 죽간을 그에게 건넸다. 한형은 죽간을 읽고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문도독!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도 병주-유주가 연합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으실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역모와 관련된 병주자사 고간의 목을 친 연후에 즉시 장합에게 선전포고를 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투에는 누구보다 용맹했지만, 이런 계책은 서툴렀다.

"고맙소이다. 덕분에 앞이 보이는 것 같소이다. 장합은 내게 맡기시고, 고간의 목을 들고 업성에 다녀오시오. 내가 곧 고간을 목을 베어 오리다."

"알겠습니다. 같이 고간에게 가시지요. 문도독의 충성심을 폐하께서도 알아 주실 것입니다."

"한선생. 정말 고맙소."

문추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전투가 끝이 나면 자신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는 몰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역모를 뒤집어 쓴 채로 삼족이 멸해지는 것은 면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자식들에게는 피해가 덜 갈 테니까.

문추는 재빠르게 기병 1천을 이끌고 고간에게 달려갔다. 도호부와 자사부가 태원성안에 같이 있었기에 문추의 전격적인 기습앞에 고간은 속수무책이었다.

고간은 전령의 목을 베어 버리고는 어찌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문추가 기습하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문도독! 이게 무슨 짓이요? 우린 한편이오."

문추는 대도를 뽑아들고는 다가왔다. 고간은 얼굴이 하얘지며 악을 썼다.

"문추! 네 이놈! 이제 와서 혼자 살겠다고 배신을 하는 것이냐?"

"죽어라!"

문추는 일언반구의 대꾸 없이 그대로 고간을 목을 베었다. 기병들이 소금상자를 가져와 그의 목을 담자, 한형은 말없이 그 상자를 안아 들었다. 그는 기병 일백을 이끌고 업성으로 내달렸다.

문추는 안문현과 태원성의 잇는 목지점에 보병 5천을 남기어 최소한의 경계를 유지한 후, 기병 5천, 보병 2만을 동원했다.

그가 병력을 동원해서 대군 - 상곡군으로 진격하자, 장합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상곡군은 탁군의 북쪽에 위치한 군으로써 장합입장에서는 후방지역이었다. 이곳을 문추가 노린다면, 도저히 전예와의 전투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쳐죽일 놈의 새끼가 배신했구나."

장합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는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분함을 표출했지만, 딱히 계책이 서지 않았다. 지금 문추와 전투를 벌인다면 양패구상이 될 확률이 높았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큰 손해는 불가피했다. 그때 전예가 군대를 이끌고 온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빌어먹을!"

장합은 문추를 회유하는 전령을 보냈다. 하지만, 문추는 단칼에 거절하며 끝까지 싸운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장합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문추와 장합이 대치하고 있을 무렵, 한형은 업성에 도착했다. 사마구는 한형으로부터 고간의 머리가 담긴 소금상자를 발견하자, 곧바로 강경에게 안내했다.

"오오- 한자패(한형). 참으로 훌륭한 결정을 내리셨소이다. 그럼 문도독은 지금 어찌하고 계시오."

"예. 안문현에 최소한의 경계병을 배치하여 이민족의 침입에 대비하면서,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대군-상곡군으로 진격했습니다. 그러면 장합의 후방을 물고늘어지는 형국이 되기 때문에 장합이 함부로 움직이기 못할 것입니다. 전도독이 군대를 이끌고 유주 탁군에 도착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고맙소. 폐하께 보고를 드리겠소."

강경이 돌아설 때, 한형이 급히 그의 소매를 잡았다.

"문도독은 처음부터 역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유산분배법안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저들이 문도독의 이름을 억지로 올리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부디 선처를 할 수 있도록 말씀 좀 잘 드려주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문도독에게서도 별다른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연판장과 원상의 친서에 이름이 올랐기에 뭐라 장담은 못드립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경은 다시 예를 표하고는 곧바로 원매를 찾았다. 원매는 한참 동안 이어지는 강경의 설명을 침착하게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의 입이 열렸다.

"이제야 모든 정황이 파악되는군. 이것은 장합과 맹대가 주도한 일이야. 저수, 문추는 모략에 당한 것이고. 어쩐지 나를 잘 아는 문추가 너무 쉽게 반란에 가담해서 의아했지."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하게 저수를 잃었는데, 문추마저 잃기는 싫었다.

"문추에게 걱정말고 장합을 견제하는데 힘쓰라고 전하게. 그리하여 장합을 죽이고 반란을 끝낸다면 역모의 죄를 사해주지."

시원하게 원매가 결단을 내렸다. 장합을 처치하는 공을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역모는 역모입니다. 그대로 병주도독에 놓아두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일단 강등시켜서 주위에 역모에 가담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야 합니다."

"그래. 그것은 내게 맡기게. 문추와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가지."

"예. 폐하."

강경이 밖으로 나와 한형에게 결과를 통보하자, 한형의 얼굴은 밝아졌다.

"아마 중랑장 정도로 강등이 예상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문도독께서도 크게 반성하고 계십니다. 다시는 이런 바보짓을 하지 말아야지요. 폐하의 은혜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한형은 예를 올리고는 곧바로 상곡군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매가 용서했다는 소식을 전하면 그도 큰 힘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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