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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48화 (248/253)

# 248

제248장. 뻔뻔함 그리고 안타까움.

장합이 문추에게 전령을 보내 중간지점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을 때, 맹대는 조용히 원상을 찾았다.

원상은 맹대가 찾아오자, 은밀하게 둘만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비록 중산군으로 밀려났고, 대군으로 원담이 쫓겨나는 것을 보고 납작 엎드려 살아왔지만, 야망마저 접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원매의 눈이 무서워 유약한 척하며 납작 엎드렸던 것이다.

원상은 한참동안 설명하는 맹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장합과 문추가 지원한다고 하자,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야망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태황(원소)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어쩌시겠소?"

"원매를 죽이고 권력을 잡은 다음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기冀를 어렵게 세웠는데, 무너지게 놔두겠습니까? 처음에는 분노하시겠지만, 결국 마지못해 허락할 것입니다."

원상의 눈이 반짝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간 욕망을 누르고 있던 원매에 대한 두려움이 걷혀지는 순간이었다.

"업성의 대신들은 어찌 되었는가?"

"태위 저수, 병주자사 고간, 고유, 염유, 서훈, 유화등이 함께 할 것입니다."

저수와 고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매가 태자로 올라서면서 자리를 빼앗긴 위인들있었다. 원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죽간을 꺼내어 원매를 성토하고, 그를 역적으로 규정하는 글을 쓰고, 인장을 찍었다. 이것이 장합, 문추가 일으키는 반란군에게 명분을 줄 것이다.

맹대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다시 옮겨 썼다. 한개는 자신이, 다른 한개는 장합에게 보냈다.

"그럼. 저는 업성으로 돌아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조심하시게."

맹대가 돌아가자, 원상은 기분이 묘했다. 원매에 대한 극한의 두려움과 황제가 될 수 있다는 희열이 뒤섞인 참으로 묘한 감정이었다.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맹대는 업성으로 돌아오자, 고유, 염유를 비롯한 자들을 모아서 원상의 죽간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결속을 다졌다.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그들은 거침없이 지장을 찍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이밖에도 기주의 수많은 호족들이 이들과 각각 연계되어 있었다.

저수는 유산분배법안이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여러 번 상소를 올리고 간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인물이었던가?'

그는 홀로 술을 들이켰다. 이때 맹대가 찾아왔다.

"어서오시오. 한 잔 받으시오."

"사양하겠습니다. 의논할 중요사안이 있습니다."

"다 끝났소. 지난 번에 의논한 유산분배법안에 대해서 몇 번이나 간언을 드렸지만, 폐하께서는 꿈쩍도 하지 않으시오. 아무래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 같소이다. 이제는 그 법안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않을 생각이오."

"그것 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 때문이오? 그대와 내가 그것 말고 이야기할게 있소이까?"

반문을 하는 저수 앞에 맹대가 관리와 장수들이 의결한 연판장과 원상의 친서를 내놓았다. 연판장의 제일 앞에는 저수가 쓰여져 있었고, 원상의 친서에도 저수, 맹대, 장합, 문추를 일등공신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이것이 무엇인가?"

저수의 목소리는 낮게 떨려왔다. 자신은 유산분배법안에 반대하여 맹대를 비롯한 다른 관리들과 뜻을 같이 했을 뿐이지 반란은 꿈도 꾸지 않았다.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이번 거사가 성사되면 저태위께서는 일등공신이 되십니다. 아마도 일인지하만인지상인 승상에 오르실 것입니다."

"닥치시게! 나는 오로지 폐하께 충성할 뿐이야. 절대 두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만약 모의가 들통나면 이 죽간들도 폐하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럼 저태위의 목숨뿐만 아니라 집안이 모조리 도륙나겠지요. 이래도 거절하시겠습니까?"

"이....이놈이... 감히 나를 겁박하는 것이냐?"

"겁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처자식을 생각하셔야죠. 곧 북방의 병력이 움직일 것이니 저태위(군사고문)께서 묵인해주시면 됩니다."

맹대는 일어섰다. 그는 방문을 열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고변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저태위의 주도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변하시는 순간 저태위도 삼족이 멸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맹대는 문을 열고는 물러갔다. 저수는 탁자를 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한스러웠다.

'이놈들이 그러고 보니 내가 군사고문인 것을 이용하려고 접근했구나. 내가 어리석었어. 어찌 폐하를 뵙는단 말인가? 어찌?'

저수의 탄식하며 눈물을 쏟았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충성을 드러내며 고변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죽을 가족들이 걱정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저수의 고통스러운 밤은 깊어갔다.

상산군 상애현.

병주와 경계지대인 이곳에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피해 장합과 문추는 회합을 가졌다. 장합이 눈을 반짝이며 상황을 이야기했고, 원상의 친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추는 망설였다. 원매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감히 그를 죽이고 원상을 옹립할 생각까지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너무 과한 것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문도독께서는 하북제일의 맹장입니다. 어찌 전예따위에게 밀려서 겨우 병주도독을 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그리고, 중산태수(원상)께서 지금의 폐하(원매)보다 더 적통이십니다. 잘못된 것을 올바로 잡는 일입니다."

문추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아직 폐하께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모르오. 나는 폐하와 함께 수없이 많은 전장을 누볐고, 그의 측근인 이통과 오랫동안 함께 하며 폐하에 대해서 들었소. 그를 적으로 돌리고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장도독.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나도 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뿐이지, 이렇게까지 할 마음은 없었소."

문추의 간절함에도 장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망가인 그로서는 이런 기회를 놓치기 어려웠다.

"내가 몇 번을 말했습니까? 업성에서 저태위가 묵인하면 군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신속하게 기동하여 업성을 점령하면 끝입니다. 전예가 하내의 예비대를 이끌고 오려면 적어도 보름은 걸릴 것입니다."

문추가 그래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장합이 쐐기를 박았다.

"여기 친서에 문도독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업성에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문도독이 빠진다고 해도 이것이 폐하께 들어간다면 문도독을 의심할 것입니다. 당연히 삼족이 멸해지겠지요. 아무 말씀 마시고, 준비하세요."

"이 쳐죽일 놈같으니라고!"

문추는 이를 갈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역적으로 몰려서 삼족이 죽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앞으로 정확히 열흘 후에 군대를 이끌고 업성으로 진격하세요. 저도 그리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거사가 성공해야 문도독도 살아남습니다."

장합은 매몰차게 돌아섰다. 문추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병주로 돌아갔다. 문추는 돌아가는 내내 이 기가막힌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역모였다. 이것을 누구와 상의한단 말인가?

원매치소.

도어사 강경과 부어사 서서, 곽가가 원매를 찾았다. 원매는 즉각 그들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앉았다. 강경이 입을 열었다.

"폐하. 저들을 더는 두고볼 수 없습니다. 유주와 병주의 병력들이 여러 중간 지점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성내에서 맹대를 비롯한 자들의 회합 또한 잦아졌습니다. 이제는 저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당장 그들을 잡아들이셔야 합니다."

"그대들도 같은 의견인가?"

원매가 서서, 곽가를 보며 하문했다.

"예. 폐하. 당장 잡아들여 국문하셔야 합니다."

서서와 곽가도 동의하자, 원매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강도어사. 저태위는 어찌하고 있소? 그도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저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았소이까?"

"저태위는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나머지 회합에는 아예 참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만약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꾀한다면 군을 지휘할 수 있는 저태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니, 북방의 군사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저태위가 묵인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원매는 입맛이 썼다. 저수가 맹목적이리만큼 충직하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상소를 올리며 법안을 반대했지만, 충성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알고보니 그것이 거짓이었다. 허탈했다.

"폐하. 어서 결단을 내리셔서, 피바람이 불기전에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백성들의 고초를 덜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일이라 사료됩니다."

"좋소. 모든 증거를 수집하시오. 그리고 내일 아침이 밝는대로 의심되는 모든 인물을 잡아들이시오. 또한, 병주와 유주로 전령을 보내서 장합과 문추를 불러들이시오. 그리고 전도독에게 전령을 보내 하내군의 예비대를 이끌고 당장 중산국으로 이동하여 장합과 문추의 돌발행동에 대처하도록 하시오. 즉시 시행하시오."

"예. 폐하."

강경이 곽가, 서서를 데리고 물러나자 원매는 피곤해져서 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댔다. 법안을 공포한 목적이 대호족들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자신에게 불만을 드러낸 자들도 같이 처리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욱 일이 커지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곧 그의 눈에서는 냉혹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감히 반란을 모의한단 말이지? 내 명령없이 군대를 움직이면 그것이 반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합은 그렇다쳐도 문추는 실망인걸. 나를 제대로 안다면 그리 하지 못할 터인데.'

문추를 생각하자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분노로 이어졌다.

'멍청한 놈같으니라고. 이건 제놈이 자초한 일이야.'

강경은 곽가, 서서와 함께 종사관을 거느리고 밤새 증거를 분류했다. 내일 아침에 그들을 잡아들이면서 증거를 제시해 일사천리를 일을 처리할 작정이었다. 증거가 부족하여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원매를 욕되게 하는 일이었다. 강경은 이를 악물었다.

"철저히 준비해.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알겠는가?"

"예. 도어사."

곽가와 서서가 종사관들을 독려하여 증거를 분류했다. 곽가가 난감한 표정으로 강경에게 다가왔다.

"도어사. 다른 이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다.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증인들도 모처에 확보해 놓았고요. 문추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확실히 군사를 움직인 정황이 있으니 큰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저태위는 아무런 단서가 없습니다. 정황상으로는 그가 주동자임이 분명한데, 회합도 참여하지 않았고 맹대를 한번 독대한 것이 전부입니다."

강경은 이를 악물었다. 저수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정히 그렇다면 저수는 다른 자를 심문하여 증거를 확보한다. 내일 아침에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하게."

"예. 도어사."

어사대가 역모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을 때.

저수 처소.

저수는 홀로 앉아 있었다. 탁자에는 그가 공을 들여 작성한 죽간 여러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역모를 고변하는 죽간, 억울함을 알리는 죽간, 그리고 가족을 용서해달라는 죽간. 그렇게 세 개였다.

그는 조용히 종이에 접어두었던 가루를 술에 탔다. 술을 마시기 전에 조용히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제 기冀와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일하려 했거늘....... 허허... 한순간의 어리석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구나. 내 어리석음 때문이거늘 누굴 탓하겠는가?'

그는 마음을 굳히자 자리에서 일어나 황궁이 있는 곳을 향해 절을 올렸다. 엎드린 그의 어깨는 가녀리게 떨렸다.

'폐하.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소신 폐하께 두 마음을 품지 않았음을 죽음으로 고합니다.'

충성스러운 신하 저수는 그렇게 한많은 인생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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