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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43화 (243/253)

# 243

제243장. 손가의 비극.

주유는 오군의 각현을 항복시키기 위해서 전령을 보냈다. 일단 오군을 먼저 안정시킨 후, 회계군을 마무리하고 말릉성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손권과 주치는 5일만에 말릉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오랏줄에 묶이어 힘없이 끌려왔고, 바닥에 털썩 꿇려졌다.

잠시후, 곽가와 조운을 거느리고 원매가 치소에서 나와 상석에 앉았다.

"어이- 손중모(손권).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거야?"

원매의 어투는 친구에게 대하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손권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다. 손권은 자신에게 호의가 있다고 오해했다.

"강동은 오랫동안 손가의 영토였습니다."

힘을 내어 손권이 말을 이어갈 때, 곽가가 호통을 쳤다.

"네 이놈!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소리냐? 중원은 모두 폐하의 것이거늘 어찌 영토의 소유권을 손가가 주장한단 말이냐? 이런 혀를 뽑아도 시원치 않을 놈같으니라고."

그제야 손권은 원매의 눈매가 매서워져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입을 닫자, 원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도 강동이 손가의 영토라 생각하는가?"

손권은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강동이 폐하의 영토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동에서의 손가역할을 강조하는 의미였습니다. 그동안 강동이 안정되고, 풍요로웠던 것은 손가에서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앞으로 폐하께서 강동을 통치할 때, 손가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 이런 뜻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솔직히 손분빼고는 손가에게 벼슬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네. 하지만, 자네들은 충성심이 있으니, 그래도 음지에서 열심히 돕게. 알겠지?"

손권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유도 처음에는 손가를 탄압했지만, 살길은 열어주었고 작은 벼슬은 많이 내려주었다. 그런데, 원매는 손분빼고는 벼슬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손가들은 중원으로 이주해야겠어. 그곳에서 일하면서 충성하도록!"

청천병력같은 소리에 손권과 주치의 얼굴이 하얘졌다.

"가.....강동을 떠나란 말씀이십니까?"

"어디가 좋을까? 그래. 유주가 좋겠군. 겨울이 춥기는 하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야. 그곳에서 땅을 일구면서 오랑캐가 쳐들어오면 막고, 세수도 충분히 내고 그러고 살게. 그게 바로 음지에서 진정으로 충성하는 것일세."

원매의 말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잔인했다. 손권은 벌벌 떨다가 이마를 땅에 찧으며 애원했다. 주유가 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벼슬도 필요없습니다. 무조건 충성하고 딴짓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유주로 가라는 명을 거둬주십시오."

"자네말대로 강동에서 손가의 영향력은 매우 커. 또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유주로 가서 폐하의 충직한 백성이 되었음을 보여줘. 강동에 살면 어떻고, 유주에 살면 어떤가? 내말대로 해. 알겠지?"

손권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강동을 떠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원매는 대꾸하지 않고 곽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곽가는 공손하게 원매에게 예를 표하고는 한걸음 앞으로 나와 죽간을 펼쳐 읽었다. 그의 입에서는 냉혹한 명령이 튀어나왔다.

"반란 수괴자 손권, 주치를 참수형에 처하고, 강동에 있는 손가는 잠재적인 역적으로 분류하여 모두 유주 요서군으로 이동한다. 기간은 무기한이며, 폐하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요서군을 벗어날 수 없다. 즉시 실행하라!"

손권은 사형장으로 끌려가며 탄식했다.

"죽어서 어찌 조상님들을 뵙는단 말인가?"

결국 손권과 주치가 참수를 당하고, 그들의 목은 성문밖에 걸렸다. 또한, 원매의 명을 받은 전령이 빠르게 주유에게 달려갔다.

오군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회계군으로 이동하려던 주유는 원매가 보낸 전령을 맞이했다. 그는 허공에 예를 표하고는 조심스럽게 죽간을 풀었다. 꼼꼼하게 읽은 그는 탄식을 토해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이렇게 되었어."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손분을 돌아보았다.

"자네 태자전하께서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몹시 궁금합니다."

손가의 미래가 걸린 명령임을 알기에 손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손분 자네를 요서태수에 임명하고, 강동의 손가들을 모조리 유주 요서군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네."

손분은 큰 충격을 받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주유가 재빠르게 일침을 가했다.

"딴 생각말게. 자네가 요서태수로 있어야 그나마 손가를 지킬 수 있어. 만약, 손가들이 그곳에서도 반항한다면 무지막지한 자가 요서태수로 올 것이네. 그 다음이 어찌될지는 자네도 잘 알겠지? 그래도 이것은 배려야."

손분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 원매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어떤 가혹한 명령이 떨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어서 말릉성으로 가서 태자전하께 감사인사를 드리게. 최대한 정중하게 감사인사를 드리게. 절대 심기를 건드리면 안되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장군. 그리하겠습니다."

손분은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말을 타고 기병 10기의 호위를 받으며 말릉성으로 향했다.

주유는 다시 병사들을 풀어서 오군에 흩어져 있는 손가들을 오현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부춘현에 있던 손가를 오군 곳곳으로 흩어 놓았기에 모으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편, 동한의 황제일행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달렸다. 다행히 바다가 고요했기에 그들이 항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들이 동야에 도착했을 때, 모두 지쳐있었다.

"폐하. 신 전만입니다. 얼마나 노고가 크셨습니까?"

"전장군. 반갑습니다."

황제는 힘없이 전만의 인사를 받았다. 전만은 종요, 순연등과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병사들을 시켜서 성으로 안내하고, 짐들을 옮겼다.

전만의 본거지인 동야성은 아담했다. 황제가 전만의 치소를 차지했고, 전만은 하급장교들이 쓰던 치소를 둘로 쪼개어 치소로 사용했다. 순연, 종요등은 방을 개조하여 치소로 사용했다.

좁은 성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이니 답답했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전장군. 이곳의 병사는 얼마나 되오?"

"1천 5백입니다. 1천을 데려왔고, 5백은 추가 모병했습니다. 아무래도 백성들에게 세수를 얻는 것이 제한적이지 않습니까? 하여 많은 병사를 모병하지 못했습니다."

"휴- 예상대로 군요."

종요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만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어찌된 일입니까?"

"원매가 강동을 차지했소이다. 주유는 패하여 항복했고요. 오/회계에서는 손가가 반란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폐하를 이곳으로 모셨소이다."

"주승상이 역적 원가놈들에게 패하여 항복했단 말입니까? 원매 이 쳐죽일 놈같으니라고!"

전만은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괴성을 내질렀다. 조조가 자결했을 때, 전만은 피눈물을 흘리며 원매에게 복수를 맹세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모시던 황제마저 원매에게 패하여 쫓겨온 것이다. 기가 막힌 현실이었다.

"대책은 있으십니까?"

종요가 그의 이글거리는 눈을 외면하자, 순연이 양손을 들어 보였다. 예상대로 대책이 없자 전만은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조조를 지키지 못했는데, 이제는 황제마저 또 지켜드리지 못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습니다. 이곳은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저들도 쉽게 이곳을 공략하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소. 전장군이 마지막 희망이오."

종요와 순연은 전만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후, 동야성은 병사들의 훈련소리가 더욱 커졌다. 전만이 급히 5백을 더 모병하여 훈련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종요가 행정부분을 맡아 총괄했고, 순연은 황제를 가르쳤다. 아직 황제가 어렸기에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지 열흘쯤 되었을 무렵.

뎅뎅뎅뎅-

망루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가 연신 종을 쳤다. 병사들을 훈련시키던 전만은 선임사마에게 훈련을 위임시키고는 망루에 올랐다.

"무슨 일이기에 위급신호를 보낸 것이냐?"

"저기를 보십시오. 대선단이 나타났습니다. 원가의 대선단입니다."

눈이 좋은 경계병은 '기冀'를 새겨놓은 깃발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보고했다.

"음- 이렇게 빨리 올줄이야. 그에게도 이토록 강한 수군이 있었단 말인가? 비상상황을 알리는 북을 울려라!"

"예. 장군."

둥둥- 둥둥-

북이 울리자 하급장교와 병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시체제로 전환되면 경계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의 대부분이 전투경험이 없었기에 더더욱 굳어졌는지도 몰랐다.

문빙은 동야성포구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엄청난 선단을 보고는 전만이 포구의 병력을 성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성전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었다.

배가 정박하자, 수많은 병사들이 열을 지어 내렸다. 문빙은 감녕, 주령, 왕충과 총 1만 8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곧바로 동야성을 포위했다.

그는 사다리와 발석거 조립을 제작하도록 명령했고, 한편으로는 항복을 권유했다.

"항복하시오! 항복하면 사정을 봐줄 것이오. 만약 끝까지 저항한다면 오로지 죽음뿐이오."

목소리 큰 병사들을 골라 연신 항복을 종용했지만, 동야성은 일언반구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문빙은 호위병들을 이끌고 동야성을 둘러 보았다. 성의 위치가 참으로 교묘했다. 동쪽은 바닷가에 연한 절벽에 위치해 있어 천연의 방어벽을 형성해, 실제 공격이 가능한 쪽은 북, 남, 서쪽에 불과했다.

곳곳에 산이 많아 병력을 전개할 지형이 좁은 것도 공성전에 불리했다. 오직 북쪽만이 넓었기에 그곳에서 공성전의 준비가 차곡차곡 이뤄지고 있었다.

'잘못하면 병사들의 희생이 크겠어.'

문빙이 지형정찰을 하고 돌아와 장수들을 소집했다. 그후, 정찰결과를 알려주고 최대한 빨리 공성전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이 작은 동야성에서 오랜 시간을 끌 수 없소이다. 이곳은 전만이 지키고 있는데, 최근 급히 모은 5백의 병사까지 합하여 겨우 2천이오. 더군다나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투경험이 없소. 하여 발석거를 이용해 저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궁수의 지원을 받으며 대대적인 공성전을 벌이겠소이다."

감녕이 진언을 올렸다.

"문도독! 좋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동쪽은 절벽인데 그곳은 어찌할 생각입니까?"

"해안의 절벽이라, 공성전에 부적합하니 포기할 생각이오."

"아마 성안에 있는 놈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동쪽은 절벽이니 절대 오지 못할 것이라고요. 날랜 병사 5백을 내어 주시면 소장이 그들을 이끌고 성벽을 기어 오르겠습니다."

문빙은 벌떡 일어서서 감녕의 두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했다. 어려운 임무를 자청하는 감녕의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고맙소. 그리만 된다면 적은 병력을 희생시키면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오."

이날 밤.

감녕은 날랜 병사 5백을 데리고 은밀하게 성의 동쪽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굉장히 험한 절벽이었다.

"함매를 물어라!"

나지막한 명령에 모두 작은 나무토막을 입에 물었다. 절벽을 오르다가 떨어지더라도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미리 선조치한 것이다. 그들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조금씩 어설프게 사물이 분간되기 시작하자, 10명이 몸에 줄을 감고 벽을 기어 올랐다.

"공격하라!"

문빙은 왕충, 주령을 시켜 공성전에 나섰다. 기름을 묻힌 헝겊덩어리를 불붙혀 발석거로 쏘아대자, 작은 동야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만은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며 수성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만큼 병사들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동야성을 점령한다! 왕충! 주령! 공격하라!"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왕충, 주령이 강하게 독전했고 북, 남, 서에서 1만 7천의 병사들이 일제히 사다리를 들고 달려갔다.

기와 동한의 마지막 전투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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