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42화 (242/253)

# 242

제242장. 계란으로 바위치기.

주유는 거대한 습지와 태호를 피하여 곡아 - 비릉 - 무석 - 오현으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택하여 공격에 나섰다. 가장 수로와 습지가 적은 지형이었다.

중간 중간에 작은 호수가 수로가 막아섰지만, 주유는 촌로를 앞장 세워 우회로를 찾아냈다. 주유가 왔다는 말에 현령들과 호족들은 앞다투어 항복했다.

오현 손유치소.

"주유가 2만 대군을 공격해 오고 있다고요?"

손권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오경이 굳은 얼굴로 다시 보고했다.

"그들은 동쪽의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병사들은 대부분 의병이나 가병이니 저들과 야전을 벌이는 것은 불리합니다. 일단 수성전으로 가시지요."

"아니 주유 그새끼는 끝까지 싸우다가 죽을 것이지. 그리고 항복했다고 바로 내게 칼끝을 돌려?. 미친놈이 아닌가?"

"조용하거라!"

손유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손권과 오경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손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유가 먼 길을 돌아 왔으니 분명히 피곤에 지쳤을 것이다. 이곳에서 수성전을 벌인다면 오히려 불리하다. 매복기습을 통해 격파한다."

"네? 맹주(손유). 안됩니다. 가병들로 어찌 정예병을 막는단 말입니까?"

"그러니 기습을 하자는 거야. 저놈들이 멀리서 달려왔으니 힘이 빠졌을 것 아닌가? 제 아무리 정예병이라도 기습에 걸리면 끝이야."

오경과 손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가 제멋대로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막무가내일 줄을 몰랐다. 그간 손견을 따라 전공을 세웠고, 손책을 도운 경험이 있는 오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맹주. 정예군이 이정도의 행군에 지치지는 않습니다. 주유가 교활하니 어느 정도 휴식까지 부여하며 행군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매복한 것이 그들의 정찰에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저들은 엄청난 기병까지 데려 온다고 합니다. 야전은 불가합니다."

"기병이야 활을 쏴서 잡으면 되지."

"달려오는 기병을 상대로 정확하게 조준해서 화살을 쏠 수 있는 궁수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려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군은 대부분 가병입니다. 일단 저들의 돌격이 시작되면 제대로 대항할 자가 전무합니다."

"뭔 소리야? 숨어서 쏘는데 그것도 못한다는게 말이나 돼? 너도 손분처럼 원가의 첩자야?"

흡- 하고는 오경은 입을 닫았다. 손가의 어른인 그가 오경을 원가의 첩자로 몰아버리면 끝이었다. 손유가 으름짱을 놓았다.

"시키는대로 해.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꼬리를 내리고 성에 숨는단 말인가? 매복기습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당장 출병준비해."

"맹주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야전은 승산이 없습니다."

손권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손유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손유의 의지대로 매복기습이 결정되었다.

손권, 오경, 주치, 마충은 어두운 안색으로 출병을 준비했다. 손권은 손분만 내치면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복병이 손유가 나타났다. 더군다나 손유는 손분에 비해서 항렬도 엄청나게 높아서 그를 훈계할 손가의 어른이 없었다. 손분을 치기위해 손유를 끌어들인 것이 악수가 되어 돌아온 형국이었다.

연신 손유가 재촉하는 통에 출병이 급히 진행되었다. 하루만에 급히 보병 1만 4천이 성을 나섰다. 구석현에서 오현에 이르는 길에는 갈대숲이 많았는데, 그곳에 매복하기로 결정되었다.

손유는 손권과 오경을 믿지 못해 직접 전선으로 나섰다.

오른쪽에 주치, 손권과 5천, 왼쪽에 오경, 마충과 5천, 후방에 자신이 4천을 이끌고 매복했다.

안량은 기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찰을 하며 진군했다. 그는 광범위한 정찰을 포기하고, 진격로 주변을 훑었다. 주변에 산이 없었고 갈대밭이 무성했고, 손유가 이끄는 병사들이 훈련이 부족한 가병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선두에 나섰던 기병이 급히 달려왔다.

"오현 근처에 넓은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자세히 말해봐. 적을 보기라도 했어."

"병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조용합니다. 원래 기병을 이용하여 갈대숲을 훑는다면 새나 작은 동물들이 놀라서 도망쳐야 하는데, 아예 없습니다. 새 한마리 날아오르지 않습니다."

"오호- 요놈들이 매복을 했구나. 흐흐흐- 역시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지 어쩔 수가 없군."

안량은 득의의 웃음을 터트렸다. 훈련을 많이 받은 정예군이라면 이런 식으로 매복을 하지 않는다. 좋은 목지점이라고 턱하고 많은 인원을 매복시키니 새나 동물들이 놀라서 전부 달아난 것이다. 경험의 차이였다.

"모른척하고 멀리까지 정찰하고 오너라. 그리고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슬그머니 흘려. 알았지?"

"예. 장군."

안량은 급히 죽간을 작성하여 주유에게 전령을 보냈다. 정찰병은 유유히 오현까지 갈대밭을 수색했다. 그들은 돌아오면서 크게 투덜거렸다.

"아무도 없는데 왜 정찰을 시키는 거야. 힘들어 죽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그냥 오현을 공격하면 되지. 저놈들은 우리가 오는 것도 모를 걸?"

"가세. 가서 술이나 한잔하세."

"안장군이 질책하지 않을까?"

"몰래 먹으면 되지. 흐흐흐흐-"

정찰병들이 과장되게 말하며 지나가자, 그들의 말을 들은 병사가 보고를 했고 최종적으로 손유에게까지 보고되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그놈들은 우릴 얕보고 있어. 이놈들 모조리 죽여주마!"

손유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손권과 오경은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지만, 상황이 손유의 의도대로 돌아가자 반박을 하지 못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첩보만 보면 주유는 매복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손권이 자신의 위치로 돌아왔을 때, 주치가 다가왔다.

"어찌 되었습니까? 상대가 주유인데 아무래도 불안한데요."

"적들이 우리가 매복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듯합니다. 정찰병들도 생각밖으로 군기가 빠진 오합지졸같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매복작전은 그대로 진행되겠군요."

손권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치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맹주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주유라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들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이제는 의심을 버리고 죽자사자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지요."

손권도 표정을 단단하게 굳혔다. 이제는 어떡하든 기습을 성공시켜야 한다. 어떡하든.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것이다.

주유군영.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태사자, 주태, 안량이 그의 지휘소로 몰려들었다.

"저들이 매복한 장소를 알아냈소. 이곳 갈대밭에 양쪽으로 매복하고 있소이다. 생각같아서는 불을 지르고 싶은데, 이곳 주변에 민가가 많아서 백성들의 큰 피해가 걱정되오."

적성현에서 위연에게 화공을 가할 때는 산골짜기였기에 백성의 피해가 적었지만, 이곳은 평야지대였기에 잘못하여 피해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기에 주유가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수고스럽겠지만, 보병을 갈대밭으로 투입시켜 공격하겠소. 보병들은 방패를 들고, 중무장을 하여 천천히 진군시키시오. 그러면 저들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될 것이고 그때 기병을 투입하면 확실하게 승리할 것이오."

보병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한 작전이었다. 안량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태사자와 주태는 얼굴이 굳어졌다.

"장군. 그리하면 피해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어쩌겠는가? 이제 이곳의 백성들은 태자전하의 것이야.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면 곧바로 기병들이 투입될 것이니 생각하는 것처럼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일세."

태사자와 주태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주유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계책만으로 본다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도 아니었다. 원매를 만족시키며 실적을 내야 하는 주유의 고충이 담긴 계책이었다.

이튿날.

태사자와 주태는 5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좌우측의 갈대밭으로 성큼성큼 병사들을 진격시켰다. 방패를 들고 중무장했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손유군도 당황했다.

주유가 보병들을 중무장시켜서 갈대밭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갈대밭에 매복한 것을 눈치챈 것이다.

결국 주유의 의도대로 그들을 활을 쏘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태사자/주태군은 방패를 들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많은 병사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도 화살을 쏘며 맞대응했고, 곧 격렬한 백병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백병전은 정규군을 가진 주유군에게 우세하게 돌아갔다.

손유는 매복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은 야전으로 흘러가자 분통을 터트리며 그들을 독려했다.

"물러서지마라! 진격하라!"

둥둥둥둥-

북이 울리며 그는 4천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갈대밭 전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안량이 이끄는 1만기병이 전격투입된 것이다.

안량은 기병을 3천씩 나누어 태사자와 주태를 구원하게 하고, 자신이 4천을 이끌고 후방에서 달려오는 손유를 직접 공격했다.

손유는 4천기병의 돌격에 즉각 화살을 쏠 것을 명령했다.

"어서 활을 쏘란 말이다! 어서!"

자신만만하게 명령을 내렸지만, 궁수들은 기병의 돌격에 두려움을 품은 나머지 제대로 쏘지 못했다. 기병이 더 가까워지자 그들은 아예 줄행랑을 놓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모조리 죽여라!"

안량이 선두에 서서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며 손유군을 파고 들었고, 그 뒤를 4천 기병이 성난이리처럼 몰려들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잔인한 학살이었다. 차마 전투라고 보기 어려운 학살이었다.

손권, 오경이 처한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보병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기병이 투입되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것이다.

겨우 두시진(4시간)만에 손유군은 완전히 격멸되었다. 손유, 오경, 마충이 전사했고, 손권, 주치가 사로잡혀 끌려왔다.

주유는 항병들을 이용해 죽은 병사들을 묻고, 무기를 회수하는등 전장정리를 시키고는 주치와 손권을 불러들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유의 두 눈에서는 차가운 살기가 흘러 나왔다.

"이 멍청한 놈들아! 어쩌자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냐?"

"강동은 원래 손가의 땅이니, 나는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고 한 것이다. 주유 네놈이야 말로 어찌 그리 쉽게 항복을 한 것이냐?"

손권은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 주유는 그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이 멍청아. 네놈 때문에 강동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 줄 아느냐? 태자전하께서 손가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겨우 오, 회계가지고 기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주유의 호통에 울분을 토해내던 손권의 표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당당했다.

"주유 당신도 감히 우리 손가를 어쩌지 못했잖아? 강동을 갈아 엎으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감히 우리 손가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야."

주유는 기가 막혔다. 강동을 다스리고 힘을 뽑아내야 하는 주유로서는 손가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원매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동보다 10배도 넘는 중원을 가지고 있는데,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한심하구나. 한심해. 네놈의 태자전하의 성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 옛정을 생각해서 한마디만 더 하마. 태자전하를 뵙거든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처분을 받아 들이거라. 그것이 손가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손권은 대답하지 않았다. 원매가 강동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고, 그렇다면 손가를 적당히 회유하리라 여긴 것이다.

주유는 그들을 포박하여 말릉성으로 보냈고, 손분이 있는 해염현으로 기병을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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