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40화 (240/253)

# 240

제240장. 위연을 달래다.

아직은 주유가 항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원매는 무모하게 야산을 공격하여 주유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한다면 몇 시간안에 잡을 수 있겠지만, 병사들의 피해가 클 것이 자명했기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하루가 지났을 때쯤, 허저와 위연이 호위기병을 이끌고 달려왔다. 그들이 온다는 소식에 원매는 표정이 굳어졌다. 왜 왔는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게. 전투를 치르느라 고생 많았어. 내가 그 자리에 없었지만, 자네들이 고생한 것을 다 알아."

원매는 그둘을 보자마자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위연이 무릎을 털썩 꿇고는 윗옷을 벗어 제꼈다. 그의 몸은 화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흉칙한 상처가 범벅되어 있었다.

"주유의 목을 제가 벨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위연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원매는 곧바로 대답하기 힘들었다. 허저가 곁에 무릎을 꿇으며 위연을 지지했다.

"주유의 화공작전으로 많은 병사들이 고통속에 죽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불을 끄러 간 틈을 타서 군영을 습격해 남아있는 병사들을 죽인 악랄한 놈들입니다. 반드시 그 죄값을 받아야합니다."

"일어서게."

원매는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원매는 앞장 서서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연주를 빼앗은 여포를 품에 안고 싶었던 조조, 능조를 죽인 감녕을 결국 품은 손권의 마음이나 원매의 마음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주유는 몇 번을 죽여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젊고 재능이 아까우니 망설이는 것이다. 모든 권력이 원매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런 고민이 가능했을 것이다.

"자리에 앉아."

원매는 종사관을 시켜 그들에게 차를 권했다. 굳은 표정의 그들은 조심스럽게 뜨거운 차를 마시며 원매의 결단을 기다렸다. 위연이나 허저는 주유의 목을 베고 싶어 했다.

"자네들은 주유를 반드시 죽이고 싶겠지?"

"물론입니다."

"그래. 자네들 마음을 알아. 우리는 이제껏 수많은 자들과 싸웠고 모두 물리쳤어. 내게 동화되지 않는 적은 반드시 처단해야 하네. 하지만, 사람에게는 급이 있어. 모두 똑같이 처리할 수는 없지. 장수나 병사들은 몰라도 적어도 한 지역의 패자에게는 어느 정도 예우를 갖춰줘야해. 내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허저는 원매의 말을 들으며 조조가 생각나 입을 다물었지만, 위연은 틀렸다. 밑바닥부터 올라와 호족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한 그로서는 원매말고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태자전하! 그 자를 데려다 쓰실 작정이십니까? 화공으로 억울하게 죽은 자가 7천이 넘습니다."

"그들이 왜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세력과 세력이 싸우면 말단인 병사들은 죽는게 현실일세. 익주를 점령할 때도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었는가? 그렇지만, 나는 유장의 항복을 받아들였어. 그에게 벼슬도 주었지."

원매의 말을 들은 위연은 암담해졌다. 주유를 죽이고 싶은데, 그것이 물 건너 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유를 데려다가 쓰실 작정이십니까?"

"내가 이제껏 말했지 않은가? 못 쓸 것은 무엇이야? 그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죽여야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항복하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쓰고 싶은 게 내 솔직한 마음일세. 그러니 이 문제는 내게 맡기게. 자네의 억울한 마음은 다 알아. 하지만, 대의를 생각해 주게."

위연은 원매가 말한 대의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수긍했다. 허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자전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예. 만약 조대장군(조조)이 항복했다면 어찌할 생각이셨습니까?"

원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조조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내가 중원을 통일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그 능력을 인정한 자는 조맹덕(조조)이 유일했지. 유현덕(유비)도 대단했지만, 세력이 일천했기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어. 주유는 강수(장강)라는 험한 지형적인 유리함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자에 불과하고. 진정한 영웅은 조맹덕이야. 그리고 유현덕이지. 주유는 그보다는 한단계 아래야. 아직 어려. 솔직히 조대가 항복을 했더라도 살려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네. 그의 능력이 탐이 나지만, 솔직히 두렵거든. 그걸 알고 조대도 마지막에 죽음을 택하면서 자식들을 내게 부탁한 것이지."

"흉금을 보여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허저는 원매의 말에 감격했다. 조조를 최고의 맞수, 진정한 대인으로 인정한 원매의 말에 뭉클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죽고 사는 것이 아니라, 얼만큼 세간의 평가를 받는가일지도 몰랐다. 원매에게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기에 허저의 마음도 뿌듯해진 것은 당연했다.

원매는 다시 위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두손을 잡았다. 위연이 깜짝 놀라 손을 빼려했지만, 억센 원매의 힘에 포기했다.

"문장(위연)아. 내가 너를 신야에서 불렀을 때가 기억나느냐? 그때 호위병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어. 오로지 너의 충성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지금 너는 높은 장수에 올랐다는 마음에 심취하여 그것을 잊고 있구나. 무엇이 기冀를 위한 일이고, 나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거라. 그래도 무조건 주유를 죽여야한다고 주장하면 내 너의 뜻을 따르마."

"태자전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위연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원매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돌아가서 일들 보시게. 자네들이 이렇게 나와 있으니, 전도독이 힘들지 않겠는가? 이곳은 내게 맡기고 어서 돌아가."

원매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허저와 위연도 따라서 일어났다. 그들은 곧바로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위연은 돌아가는 내내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는 지금도 주유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원매가 이 정도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더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가 힘들었다. 반면에 허저의 표정은 많이 풀어져 있었다.

병사들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원매의 말에 충분히 수긍했기 때문이었다.

"위장군.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기冀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시오."

"허장군께서도 많이 변하셨군요."

"태자전하의 말씀이 모두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감은 됩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신하된 도리로써 따라야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당연히 따라야지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주유를 죽여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이 있소이다."

"편하게 생각하시지요. 사실 이렇게까지 신하들을 설득하려는 주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니 우리는 복 받은 것이지요. 자- 어서 가십시다."

허저가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때리며 앞으로 튀어나가자, 위연도 그 뒤를 따랐다.

벌써 이틀째.

주유에게 항복을 권하고 있었다.

주유는 항복을 권유하는 소리를 들으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원매도 참 끈질긴 자로구나. 분명히 내가 한 짓을 알고 있을 터인데, 나를 품으려고 하고 있어. 이것이 진정한 대인의 풍모인가?'

그는 생각을 하다 하늘을 보며 탄식했다.

'공근(주유)아- 공근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강동을 차지하고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네가 아니더냐? 차라리 명예롭게 죽음을 택할까?'

주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명예로운 죽음은 타인이 인정해줄 때 명예로워지는 것이다.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개죽음을 뿐이다. 그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태사자와 주태를 보고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아직은 젊고, 할 일이 많았다.

항복하면 어떤 대우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끈질기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원매를 본다면 기대를 품어봄직도 했다. 그는 태사자와 주태를 불렀다.

"이제 결정해야 할 때가 왔어. 산을 내려가세."

"승상. 결심하신 것입니까?"

"그래. 이렇게 죽기에는 너무 억울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반도 펼쳐보지 못했어."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사신으로 먼저 내려가서 확답을 받아 오겠습니다."

태사자는 주유가 살았다는 생각에 반색했다. 주유는 급히 내려가려는 태사자를 말렸다.

"세력이 다 흐트러졌고, 내게 남은 것은 이 몸뚱이 하나뿐이야. 무엇을 협상한단 말인가? 이대로 내려가세. 내가 직접 태자전하를 뵙고 귀부(항복)하겠어. 그러면 알아서 조치해주시지 않겠는가? 지금껏 이 작은 야산을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주셨어. 병사들은 준비시키게. 곧 내려가지."

"명을 따르겠습니다."

태사자와 주태는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야산에서 주유가 옷을 찢어 흰 깃발을 만들어 천천히 내려왔다. 원매는 소식을 듣고는 막사를 나왔다. 비록 거리가 멀었고, 피곤에 찌들었지만 주유의 자태는 늠름했다.

주유는 태사자와 주태만을 데리고 원매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원매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주유(30)] 무력:72, 지력:96, 정치력:81, 통솔력:97.

조조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치에 원매는 감탄을 금치못했다. 또한 마음속으로는 어떡하든 내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잘 생각했네. 잘 생각했어. 기冀를 위해서 힘을 다해주게."

"태자전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원매는 그의 두손을 꼭 잡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좋은 말로 주유를 격려하고는 태사자와 주태에게 눈을 돌렸다.

[태사자(39)] 무력:93, 지력:66, 정치력:58, 통솔력:82

[주태(37)] 무력:91, 통솔력:76.

"태사자, 주태. 모두 고맙네. 이렇게 나를 따르니 내가 자네들을 크게 쓸 것이네."

"감사합니다. 태자전하."

"방장군."

"예. 태자전하."

"이 둘을 데리고 가서 대접해주게. 병사들에게 식사도 제공하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방덕이 태사자, 주태를 데리고 물러나자, 원매는 주유를 막사로 이끌었다.

"솔직히 자네의 능력이 매우 욕심이 나. 그래서 줄기차게 여기서 기다렸지."

"능력이 부족해서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굳이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네. 나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거든. 자네는 중원에서 열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인재야. 그러니 이제부터는 기를 위해 어찌할 것인지에 집중해주시게."

"감사합니다. 태자전하."

"그래. 일단 자네에게 중랑장을 내리지. 직급이 낮다고 실망말게."

"실망이라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승상에서 중랑장으로 내려왔다. 당연히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주유는 내색하지 않았다. 원매의 말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면 기회를 줄 것이 분명했다. 기회가 준다면 자신있었다.

원매와 주유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군주와 신하로 만났지만, 둘의 관계는 그리 어색해보이지 않았다.

동한의 황제일행이 탄 주가 15척은 남쪽으로 내달렸고, 거대한 절수하류로 접어들고 있었다. 절수을 경계로 오군과 회계군으로 나뉘고 있었는데, 절수가 바다와 만나는 하류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넓었다. 이곳이 과연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종요와 순연은 강을 거슬러 올라 회계군 치소가 있는 산음성으로 향했다.

그들이 산음성 인근의 포구에 정박하려고 할 때,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쏴라! 동한의 잔당들을 모조리 죽여라!"

오군에서 세력을 일으킨 손분의 반란군이 벌써 이곳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배를 돌려라! 어서!"

순연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배를 돌리려고 했지만, 15척이나 되는 길쭉한 배라 길게 선회하며 돌았고, 많은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죽임을 당했다. 급히 하류에 나온 그들은 죽은 시체를 강에 버렸다.

그들은 근처의 강 기슭에 정박하여 불필요한 물품을 버렸다. 장정과 병사들이 많이 상했기에 조정이 필요했다. 배를 5척으로 줄였고, 불필요한 물품을 모두 강에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동야로 향했다. 이제는 그곳이 유일한 피난처였다.

황제와 만년공주는 참담함에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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