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8화 (238/253)

# 238

제238장. 서로 다른 생각.

"우아아아아-"

장비, 허저, 위연이 이끄는 6만 대군은 삼면에서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선두에서는 통나무를 든 병사들이 일제히 뛰었고, 사다리를 든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쏴라! 모조리 죽여버려!"

주유군 장수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독려했고, 아껴두었던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공격하던 전예군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지만, 6만의 대군이었기에 조족지혈이었다. 또한, 전예군의 궁수들이 주유군 궁수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반격에 나서자, 다시 화살비는 주춤해졌다.

쿵- 쿵-

거대한 통나무는 달려오면서 받은 힘을 그대로 방책에 전달했다. 단단하게 고정한 방책이었지만, 통나무가 전달하는 힘은 엄청났다. '덜컹!' '우르르-' 소리를 내며 크게 흔들렸고, 그 덕분에 방책에 기대어 방어하는 병사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급히 물러났다.

쿵- 쿵-

연이어 통나무가 타격하면서 비처럼 쏟아지던 화살은 거짓말처럼 뜸해졌다.

"와아아아-"

사다리가 곳곳의 방책에 걸쳐졌고, 병사들이 뛰어 들었다. 주유군에 비해서 전쟁에 단련된, 전쟁광인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방책안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방책안팎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망루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주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럴수가? 어찌 방책에 의지하여 전투를 벌이는데 우위를 점하지 못한단 말인가? 저놈들은 진정한 살인광들이로구나.'

주유의 눈은 아수라장이 된 방책안팎을 훑었다. 태사자, 여몽, 전종, 진무, 황개, 주태는 곳곳에서 일군을 거느리고 전투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장수들이 앞장 서자, 병사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악착같이 전투에 임했다. 덕분에 대등한 전투를 할 수 있었다.

쿵- 쿵-

혼전이 벌어지며, 주유군의 궁수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자 통나무를 든 병사들은 계속 방책을 두드렸다. 한 곳을 여러 개의 통나무가 돌아가며 타격하자, 단단하던 방책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열심히 보강을 했지만,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통나무의 위력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마맹기(마초)! 기병 5천을 이끌고 방책안으로 진입하라!"

"예. 도독!"

전예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초는 5천의 기병을 이끌고 내달렸다.

"비켜라! 어서!"

마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고, 대나무가 쪼개져 갈라지듯이 공성전을 하던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타핫!"

마초가 가볍게 진입하자, 기병들이 속속 뛰어들었다. 그들은 방책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살육전을 벌였다. 순식간에 방책일부가 함락되었다. 주유의 계책이 완전히 틀어지며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저놈들의 전투력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배는 강하구나!"

그가 분노를 터트리며 고개를 돌리자, 육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주유는 분노를 터트리지 않았다. 그래봐야 무엇을 하겠는가?

"어서 기병을 투입하라!"

"예. 승상!"

육손이 물러가자, 주유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제발 기병이 어느 정도는 버텨줘야 할 텐데.'

그는 육손이 제대로 된 계책을 내지 못한데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곧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였다. 나이 어린 그는 경험이 부족했고, 그저 책에서 읽은 게 다였으니, 이런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다였을 것이다.

천하의 곽가도 수없이 전투를 망치고, 순욱에게 지적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책사로 올라섰다. 어쩌면 지금의 육손이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지도 몰랐다. 다만, 원매군이 지나치게 강해서 그에게 경험을 쌓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능조가 5천의 기병을 이끌고 마초에 대적하기 위해 출병했다. 3천의 기병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주유곁에 머물렀다.

처음에 작게 뚫려서 겨우 2~3기가 겨우 통과했던 통로는 전예보병이 방책을 무너뜨리고, 길을 넓히면서 허허벌판이 되었다. 전예는 그곳으로 보병과 안량이 이끄는 기병 1만을 더 투입시켰다.

방덕이 지휘하는 기병 1만 5천은 도주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넓게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능조가 기병 5천을 이끌고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안량이 마초곁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내게 양보해주시오."

형님뻘인 안량이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하자, 마초의 볼살이 실룩댔다. 아쉬운듯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시오. 안장군께 저놈을 드리겠소."

"고맙소."

안량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나를 따르라! 주유기병을 공격한다!"

안량이 1만기병을 이끌고 능조의 5천 기병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미 모든 면에서 우월한 안량기병이었는데, 이젠 수적우세까지 놓인 것이다. 안량기병은 초반부터 힘차게 밀어부쳤다.

능조는 맨 앞에서 학살을 자행하는 안량을 보자 두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저런 쳐죽일 새끼를 보았는가?"

능조는 선임교위에게 지휘를 맡기고는 호위기병들을 이끌고 안량에게 달려들었다. 안량은 귀찮은듯 앞을 막아선 병사의 목을 날렸다. 그의 눈에 능조가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얼굴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도망치면 어쩌나 했는데, 제발로 찾아오는구나."

안량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능조에게 돌진했고, 호위기병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 양측의 기병들이 무시무시한 기세에 양쪽으로 갈라졌고, 중앙부분에서 안량과 능조가 맞붙었다.

캉-

어마어마한 안량의 힘에 능조에 휘청거렸다. 안량은 틈을 놓치지 않고, 맹렬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강력했던 능조의 기세는 초반부터 사그러들었다.

북방인들이 남방인들보다 대체적으로 키가 크고 덩치가 컸는데, 안량은 그중에서도 더욱 우월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능조가 힘으로는 어쩌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량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애송아. 겨우 이정도란 말이냐?"

그는 조롱까지 섞어가며 여유있게 능조를 밀어부쳤다. 능조는 피가 꺼꾸로 솟을 만큼 화가 났지만, 안량의 칼을 막기도 벅찼기에 대꾸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 죽어랏!"

안량의 대도가 그대로 능조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능조가 힘껏 칼을 들어 올려 막았지만, 칼이 두동강났고, 안량의 대도는 능조의 몸을 갈랐다. 실로 처참한 죽음이었다.

"대장이 죽었다. 모조리 죽여라! 모조리 죽여!"

안량의 눈에서는 미친듯한 살기가 넘실거렸고, 입에서는 연신 살인명령이 떨어졌다. 그를 따르던 병사들도 악귀같이 달려들었다. 안량 또한 한명이라도 더 죽이기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간 서량기병(방덕, 마초)에게 유주기병(안량)이 은근히 밀렸는데, 원소의 오른팔로 하북최고의 맹장 대우를 받던 안량으로서는 그런 처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권을 원매가 쥐고 있었기에 함부로 반발하지 못했다.

원매도 그런 부분은 눈치채고, 따로 임무를 부여했고 안량에게도 넉넉하게 포상해서 잡음을 줄이려고 했다. 그럼에도 안량의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능조기병이 지리멸렬하면서, 안량, 마초의 기병이 방책안을 휘저어버리자 승기는 자연스럽게 전예군으로 넘어갔다.

태사자가 전투를 벌이다말고 급히 주유에게 달려왔다.

"승상! 몸을 피하십시오. 더는 기회가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전투를 벌인지 겨우 세시진(6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

주유가 고개를 흔들고 발을 구르며 악을 썼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다.

"승상께서도 여기서 보셨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저들은 악귀입니다. 악귀! 피에 찌들은 저런 악귀들을 어찌 막는단 말입니까?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요!"

주유는 몸을 부르르떨뿐 말이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도망치겠지만, 그러면 평생을 신분을 숨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다시 재기할 기회가 주어질까?'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곧바라 들자, 그의 얼굴은 쓴 미소가 머금어졌다. 태사자가 간절하게 다시 진언을 올렸다.

"승상. 설령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더라도 명예로워야 합니다. 만약 이곳에서 저들에게 생포라도 된다면 그 수모를 어찌 견디려고 하십니까?"

태사자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찧으며 눈물을 쏟았다. 주유를 주군으로 모시며 산 날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주유는 그에게 모든 것이었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 네놈 눈에는 멀찍이 방책을 포위하고 있는 저 기병들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소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뚫겠나이다. 만약 오군까지 간다면 충분히 재기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주유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자, 처음에 명예로운 죽음을 운운하던 태사자는 곧바로 태세전화하여 재기를 진언했다. 주유는 음울한 눈을 들어 그의 말을 반박하려다가 참았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여기서 도망치면 손가놈들이 가만이 있을 것 같으냐? 원매가 그놈들과 손을 잡았는지 안잡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뭔짓을 벌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내게 득이 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래. 명예롭게. 마지막은 내방식대로 명예롭게!'

주유는 결심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태사자! 3천 기병을 이끌고 후문으로 탈출하여 포위망을 돌파한다! 가자!"

"예. 승상!"

주유가 갑옷을 단단히 조여매며 망루에서 내려왔을 때, 주태도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올랐다. 주태가 상황이 절망적인 것을 깨닫고는 주유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위해 달려온 것이다.

후문이 열렸다.

3천의 기병은 그대로 내달렸다. 주유가 빠져나갔지만, 방책안은 커다란 혼란속에 빠져서 대부분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방덕기병이 눈치채고 그들을 쫓았다.

말릉성.

종요는 얼굴이 납색이 되어 순연과 함께 황제를 찾았다. 어린 황제는 모친 만년공주와 함께 있었다.

"어서 오세요."

황제는 평온하게 말했지만, 만년공주는 그들의 얼굴색을 보고는 심각한 상황임을 눈치챘다. 그녀는 심한 갈증이 밀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만년공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대전안을 울렸다. 종요가 엎드려 진언을 올렸다.

"승상이 이끄는 부대가 역적 원매에게 패배하기 일보직전입니다. 이미 전세가 거의 기울었다고 합니다."

"예? 그럼 어찌 되는 것입니까?"

어린 황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만년공주를 바라보았다. 만년공주는 이를 악물었다.

"상서령(종요).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서 천도를 해야지요. 역적놈들이 폐하께 털끝만큼의 상처라도 입힌다면 큰일이니 어서 시작합시다. 황궁의 물건을 옮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두르세요."

"몸만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저들이 승상을 물리치기위해 그곳에 모든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다행히 폐하께서 피시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말 그래로 몸만 빼야 합니다. 많은 물건을 가져간다면 결국 저들에게 꼬리를 밟힐 것입니다. 호위할 병력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말이 됩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만약 태후마마께서 거부하신다면 폐하만이라도 모시고 갈 것입니다."

강경한 종요를 보자, 만년공주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항상 예의바르던 종요가 이토록 강경하게 자신을 윽박지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강한 경고음이 울렸다.

"그....... 그럼 어디로 갈 것입니까?"

"회계군 산음성으로 갈 것입니다. 저들이 승상을 물리치고 단양군을 점령하는 동안, 오군과 회계군에 흩어져 있는 병력을 모으고, 장정들을 급히 모아서 대항해야 합니다.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만년공주는 결국 종요의 진언에 동의했다. 종요가 앞장 섰고, 순연이 황제를 엎고 뛰었다. 만년공주는 급히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와 겉옷을 벗어 던지고는 내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급하게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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