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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7화 (237/253)

# 237

제237장. 고민하는 주유, 자신있는 전예.

전예가 기병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며 말릉성 주위를 정찰하고 있을 때.

주유군영.

간신히 도망쳐 온 주유의 얼굴에서는 기병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도 서주에서 기병을 일부 접해 봤고, 현재 동한에도 8천 정도 되는 기병이 있었지만, 원매군처럼 강력한 기병은 처음이었다.

속도가 매우 빨랐을 뿐만아니라, 말의 덩치도 훨씬 큰 느낌이었다.

'큰일이로구나. 기병을 어찌 상대한다. 야전을 벌인다면 매우 어려운 승부가 될거야.'

그가 끊임없이 고민을 이어가며 고민하고 있었지만, 기병운용경험이 거의 없는 노숙과 육손은 제대로된 계책을 진언하지 못했다. 그것이 주유를 더욱 괴롭혔다.

"승상.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서 오시오. 태사장군."

주유는 태사자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태사자는 예를 표하고는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원매군의 강력한 기병 때문에 그러십니까?"

주유는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그래 보였는가? 사실 그렇다네. 저리 막강한 기병은 처음이야. 마치 우리기병은 원매기병에 비하면 어린아이같아 보이더군."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가 청주출신이라 기병을 그래도 많이 접해봤는데, 이번에 원매기병은 정예중에서 최정예였습니다. 원매가 서량, 병주, 유주에서 작정하고 가려 뽑았기에 어떤 계책을 동원해도 기병으로는 당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야전은 포기해야겠군. 그렇다고 계속 방책안에서 버틸 수는 없잖아? 그리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야."

"일단은 버티면서 저들의 약점을 알아내야 합니다."

"알았어. 생각해보지."

주유는 태사자를 돌려 보냈지만, 그의 진언을 듣고 보니 더욱 답답했다. 좀처럼 결정이 안되자, 결국 노숙을 찾았다.

"승상. 부르셨습니까?"

"이리로 앉으시게. 요즘은 왜 이리 뜸하신가?"

노숙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이 없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제 자신이 너무 무능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승상께서 기병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제가 섣부르게 진언을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자네 마음은 이해하이.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기병경험이 부족하니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는가? 원매기병이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일단 자네의 의견을 들어 보세."

"사실 평야지대에서 기병을 상대하려면 기병을 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리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겠지요. 마음같아서는 싸울 장소를 옮기고 싶지만, 그리되면 말릉성을 포기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방책을 단단히 치고, 지구전으로 가야 합니다. 저들 스스로 지쳐서 날카로운 예봉이 무뎌질 때, 그때가 반격의 시점이 될 것입니다."

주유는 노숙의 진언이 이해가 되었지만,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장강지배권을 확보한 원매는 언제든지 병력을 증강하고 군수지원물품을 보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게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어찌 버티다보면 저들의 예봉이 꺾일 거야. 하지만, 새로 병력이 계속 투입될 텐데 의미가 있을까?"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야전이 힘들기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의견입니다. 수전과 화공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고 말릉성을 지켜야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좋은 계책을 내놓지 못하는 저의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좀 더 노력해 봅시다."

주유는 노숙을 격려했다. 지금은 노숙의 진언대로 어떡하든 버텨야할 때였다.

전예군영.

정찰을 나갔던 기병들이 돌아왔다. 전예는 그들이 가져온 첩보를 종합하여 정보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종사관이 거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전예가 직접 확인했다. 첩보를 종합/판단하여 정보로 만드는 과정은 감이 중요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판단하는 것이 첩보였기 때문에,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억매이지 않아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래야 정확도가 높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었다.

"주유. 이놈이 움직일 생각이 없구나. 하긴 기병에게 호되게 당했으니, 쉽게 방책을 벗어나긴 어렵겠지."

전예는 눈을 비비며 중얼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밖으로 나와 멀리 보이는 주유군영을 바라보았다. 절묘한 위치였다. 말릉성과 서로 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쪽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쪽에서 지원할 수 있는 구조였다.

'주유야. 우리 기冀의 강점은 보병전술이다. 이번에 그것을 보여주마.'

전예는 주먹을 불끈 쥐며 굳게 다짐하고는 주변을 거닐면서 생각을 다듬어 계책을 마련했다.

아침이 지난 시간에 전예지휘소에는 장수들이 모였다. 허저, 장비, 위연이 오른쪽에, 방덕, 마초, 안량이 왼쪽에 자리 잡았다. 전예가 상석에 앉아 그들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저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방책안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오. 기병에 대한 두려움이라 생각하는데, 뭐 어떤 이유라도 상관없소."

전예는 말을 끊고 장수들을 둘러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보병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었다고 판단하오. 그래서 이 시간 이후로는 공성전준비로 들어가겠소. 비록 나무로 만든 방책이지만, 저것을 넘으려면 공성전에 준하는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오. 오후에 배를 통해서 물품이 들어올 것이니 발석거, 공성탑, 사다리를 제작하시오. 이 부근의 장정들에게 곡식을 주어 모으시고. 그렇게 하면 작업속도가 붙을 것이오."

"예. 장군."

장비가 대표로 대답하자, 전예는 곧바로 시작하라며 밖으로 내보냈다. 그의 눈길은 방덕에게로 향했다.

"기병은 5천씩 6개로 쪼개서 주유군영을 넓게 포위하시오. 보병이 전투하는 동안 그대들이 움직일 일은 없을 것이오. 다만, 방책이 무너져서 길이 만들어지면 신속하게 기병을 투입하여 끝장내겠소. 이때 모든 병력 투입은 안되오. 저들은 분명히 도주를 할 텐데, 1만은 남겨놓았다가 추격해서 잡아야 하오."

"걱정마십시오. 반드시 주유를 잡겠습니다."

"믿겠소."

전예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량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전도독! 저들이 말릉성으로 도주하면 어쩝니까? 말릉성은 방책에 비해서 훨씬 견고해서 공성전을 벌이기 어려운데요."

"말릉성은 여타 성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황궁이 있어서 지휘가 이원화되어 오히려 불편하다는 거지요. 또한, 말릉성은 저들에게 훌륭한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무덤이 될 수도 있소이다. 우리가 성을 둘러싸고 길을 내주지 않는다면 굶겨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방책안에 있다면 필요하면 언제든지 방책을 부수고 사방으로 도주할 수 있소. 하지만 말릉성은 성문이 4개 밖에 없고, 성문은 작소이다. 그러니 성안으로 들어가면 끝이라고 봐야지요."

"그렇군요."

안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 그럼 나가서 기병들을 점검하고 가벼운 훈련을 시키시오."

"예. 도독!"

장수들이 모두 물러가자, 전예는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군에서 손가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괜히 혼란만 줄테니까 말이야. 제발 말릉성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그안에서 버티고 있을 때 손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주유의 표정이 참으로 볼만할거야.'

주유는 망루에 올라 전예가 각종 공성장비를 만드는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은 익숙하게 거대한 공성장비들을 만들고 있었다.

'조만간 엄청난 피바람이 불겠어. 생각같아서는 야간을 이용해서 기습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놈의 기병이 발목을 잡는구나.'

주유는 기습을 했을 때, 추격해올 원매기병이 두려웠다. 평야지대니 매복도 쉽지 않아 그는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 어디 부딪쳐보자. 이 주유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유는 하급장교에게 감시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는 망루에서 내려왔다. 방책안에서도 수성작업이 한창이었다. 발석거를 제작했고, 가마솥을 걸어 놓았다. 또한 방책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지지잡업을 계속 이어갔다.

전예에게 병력에서 밀리는 것은 아니었기에 방책을 사이에 두고 보병전투를 벌인다면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신기술이 있으면 곤란한데. 그것만 아니라면 문제 없을거야. 당분간은.'

양측에서 바쁘게 전투준비를 한 가운데, 시간이 흘러 3월로 접어들자, 전예가 드디어 숨겨둔 칼을 뽑아들었다.

정면은 장비와 2만, 우측은 허저와 2만, 좌측은 위연과 2만을 주어 총공격을 명령했다. 전예는 6천을 예비대로 삼아 후방에 위치했다. 기병은 3만을 6개로 나누어 크게 주유군영을 포위했고, 언제든지 돌격할 준비를 갖췄다.

위연은 그간 휴식을 취하면서 팔, 다리의 상처가 많이 아문 상태였다. 전예는 마지막까지 그를 만류했지만, 위연의 강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공격하라!"

둥- 둥- 둥- 둥-

공격을 알리는 북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성탑과 발석거가 앞으로 전진했다. 소와 말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동원된 장정들이 밀었다.

"활을 쏘아라! 공성탑과 발석거를 끄는 소와 말을 집중공략하라!"

주유의 명령에 화살이 비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전예는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윗부분에 커다란 나무판을 걸쳐 놓았고, 측면은 보병들이 방패를 들고 엄호했다. 그도 소와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미리 준비를 한 것이다.

"반격하라!"

전예의 명령에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전예군의 반격이 거세지자, 주유군영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화살비 속에서 공성탑과 발석거는 서서히 주유군영에 접근했다.

사정권안에 들어서자, 발석거는 넓게 포진했고, 돌과 불덩이를 쏘아올릴 준비를 했다.

주유가 선수를 쳤다. 발석거를 통해 돌덩이를 먼저 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병사들이 다쳤고, 일부 발석거가 망가졌지만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발석거를 넓게 포진시켰기 때문이었다.

"쏘아라!"

슈우우우욱-

슈우우우욱-

전예의 발석거는 돌이 아니라 헝겊에 기름을 재어 불을 붙인 불덩이를 쏘아 올렸다. 곳곳에 불덩이가 떨어지자, 주유군영은 불을 끄느라 난리가 났다. 방책의 특성상 여러시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을 수 밖에 없었기에 화공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양측에서 격렬하게 화살이 쏘았고, 발석거를 이용해 돌과 불덩이를 쏘면서 전투는 점차 가열되었다.

그 와중에도 공성탑은 듣기 거북한 '끼기긱-' 소리를 내며 방책으로 접근했다. 주유군영에서 날아온 돌덩이가 공성탑을 쳤지만, 움찔했을 뿐 다시 전진했다.

'도대체 공성탑을 어찌 만들었기에 돌덩어리에 맞아도 끄덕없단 말인가?'

주유는 의아했다.

"계속 공성탑을 조준해서 쏘아라!"

연속된 타격을 통해서 무너뜨리려는 전략이었지만, 여전히 공성탑은 건재했다. 원매군은 중원에서 10년 넘게 공성전을 치르면서 장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는데, 공성탑은 처음보다 몰라보게 발전되어 있었다.

나무를 세겹으로 덧대고, 짚과 갈대를 이용하여 직접적인 충격을 완화시켰다. 특히, 중요한 기둥 주변에는 작은 구조물을 둘러 놓았기 때문에 그것이 돌에 맞아 부서져도 기둥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유의 공격은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장비, 허저, 위연이 이끄는 보병은 화살의 사정거리 밖에서 돌격준비를 한 상태에서 대기중이었다. 일부는 사다리를, 일부는 통나무를 들고 있었다. 곧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과 돌덩어리가 주춤해질 것이다. 그때가 보병들이 공격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보병은 공격하라! 방책을 무너뜨려라!"

둥둥- 둥둥-

간결하고 빠른 박자로 북이 울렸고,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주유도 화살을 쏘며 강하게 저항했다.

그렇게 동한東漢의 운명을 건 전투는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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