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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6화 (236/253)

# 236

제236장. 욕심이 부른 대참사.

주유는 화공을 펼치고는 신속하게 하산하여, 개활지에 모인 후 인원을 확인했다. 모두 확인되자, 곧바로 말릉성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급속행군을 하는 가운데, 정찰을 나갔던 전령이 급히 달려와 육손에게 재빠르게 보고를 했다.

육손은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는 곧바로 말을 몰아 주유와 말머리를 같이하며 진언을 올렸다.

"승상.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허저가 방원진을 펼쳐 주둔 중인데, 불속에 갖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많은 병력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적어도 1만 4천 이상은 된다고 하니 군영에는 겨우 수천이 남았을 것입니다. 그곳을 공격하여 무너뜨리고 말릉성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주유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원래 계획은 화공을 펼친 후 재빠르게 말릉성으로 복귀를 하는 것이었다.

"어쩐다? 원래 계획과는 틀어지는데 ...... "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현재 이곳에 2만이 있는데, 한번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면 방책 따위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주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하려고 할 때, 노숙이 분명하게 반대를 표명했다.

"안됩니다. 말릉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저들은 지금 독이 오를대로 오른 살모사와 같습니다. 만약 그곳에서 발목이라도 잡히는 날이면 되돌아 온 허저군에게 역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기병의 움직임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양쪽의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주유는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빨리 결정해야 했다. 빨리. 결국 욕심이 합리적인 판단을 눌렀다.

"허저군영을 친다! 한시진(두시간)동안 공격하여 모조리 불태우고 돌아간다. 만약 그때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포기한다!"

단호한 주유의 명령에 노숙과 육손은 복명했다. 그들도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내려진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여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적성현으로 진격하라! 허저군영을 공격한다!"

주유군은 방향을 다시 북쪽으로 틀었다. 한시진을 달려 그곳에 도착했고, 곧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보병들이 숨을 고르며 열을 맞추는 동안, 궁병들은 어지러이 자리를 잡고는 불화살을 날렸다.

남은 기름을 헝겊에 묻혀 불덩이를 만들어 군영안으로 투척했다. 화공을 경험했기에 그들은 능숙하게 불을 다뤘다.

예상치못한 기습을 당한 허저군영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곳곳에서 불길이 솟자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

"공격하라!"

주유가 돌격명령을 내리자, 겨우 숨을 고른 보병들이 일제히 창을 들고 진격했다. 그들은 불타는 방책을 무너뜨리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방책안에 남았던 허저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대부분 살육되었다.

징- 징-

약속된 한시진이 가까워지자, 노숙은 급히 징을 쳤다. 계속 징을 쳐서 후퇴를 종용하자 병사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방책을 벗어났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서 가셔야 합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노숙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는 주유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회군명령을 내렸다. 장수들은 병사들을 재빨리 점검했다. 그들은 중상 또는 사망한 병사들을 냉정하게 버렸다. 그리고 경부상자만 데리고 재빨리 말릉성으로 향했다. 어쩔 수 없는 조치였지만, 병사들의 동요는 컸다.

습격을 해서 승리를 거뒀지만, 병사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매우 컸다. 장수들이 신속한 행군을 독려했지만, 점점 대열은 늘어졌고 발걸음은 늦어졌다.

그제야 주유와 육손은 욕심이 앞섰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매군의 추격은 없었기에 안도하며 행군을 재촉할 뿐이었다.

강행군속에 경부상자들이 낙오하면서 행군대형은 길게 늘어졌다. 두시진(4시간)이동하자 드디어 말릉성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주유군을 발견하고는 일군이 마중나오는 것이 보였다. 태사자를 비롯한 예비대 장수들이었다.

"다행이야. 무사해서."

주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노숙과 육손도 그제야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들이 조금 속도를 늦췄을 때, 후방에서 먼지구름이 솟아 올랐다.

보병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먼지구름과는 모양이 판이하게 달랐다. 멀리서 전령이 미친듯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기병이 출현했습니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기병이라는 말에 병사들은 힘을 내어 앞으로, 앞으로 밀려들었고, 점차 주유군은 혼란에 빠져들며 통제력을 상실해갔다. 정보가 급히 달려왔다.

"승상! 어서 피하십시오.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기병을 막을 테니, 피하십시오!"

정보는 주유의 대답을 듣지 않고 말을 몰아 후방으로 내달렸다. 노숙이 급히 주유가 탄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호위대에 둘러싸인 주유와 노숙, 육손은 말릉성으로 말을 몰았다.

정보가 후방으로 달려왔을 때는 목불인견의 참혹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초, 방덕, 안량이 각각 1만의 기병을 이끌고 동시에 덮친 것이다.

그들은 적성현 일대의 불길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거대한 산불이 일시에 발생했다면 인위적인 것이었고, 그렇다면 주유의 화공이었다. 진격하기도 바쁜 원매군이 불을 지르는 멍청한 짓을 저지를 리는 없을 테니까.

정보가 급히 병사들을 모아 대적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중간이나 선두에 있던 병사들은 부상자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엄청나게 많은 기병들을 보자, 전투의욕을 상실하였던 것이다.

정보에게 마초가 곧장 달려들었다. 중견급 장수로서 지용을 겸비한 정보였지만, 무력만 놓고 본다면 결코 마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10여합의 교전끝에 목이 날아갔다. 또한 마초가 이끄는 기병들에 의해서 정보의 병사들은 모조리 도륙되었다.

징- 징-

회군을 알리는 징소리에 마초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었다. 그는 기병을 인솔하여 방덕에게로 향했다.

"좀 더 전과를 확대해도 되지 않소이까?"

마초의 다소 불만섞인 목소리에 방덕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격려했다.

"마장군이 지나치게 흥분해 있어서 불러 들였소. 저기를 보시오. 방책이 단단하게 세워져 있고, 대부분은 이미 방책 근처로 도망갔소이다. 보병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는데, 저들이 일제히 활이라도 쏘는 날이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소이다. 우리의 성과도 적지 않으니 이 부근에 주둔지를 편성하고 저들을 정찰합시다. 그 후에 다시 공격해도 늦지 않소이다."

그제야 마초도 눈길을 돌렸다. 정보를 죽이고, 그의 병사들을 격파하느라 미처 그부분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소이다."

"그래도 마장군이 제일 큰 공을 세웠소. 우리는 주둔지를 편성합시다. 안장군(안량)이 정찰을 나갔으니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알겠습니다. 저는 주둔지작업을 확인하지요."

방덕은 주둔지를 편성하는 그들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전투성과는 엄청났다. 도주하는 주유군 꼬리를 잡아서 공격했기에 7천의 병사들을 죽인 것이다. 더군다나 중견장수인 정보까지 죽였으니 첫 전투치고는 괜찮은 성과였다.

안량이 멀리서 말을 몰아 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방장군. 주둔지 편성은 그만두고 허저군영으로 가보셔야겠소이다."

"허저군영? 이 근처에 있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주유가 화공을 저질러 위연군을 불태워 죽인 후, 돌아가다가 허저군영을 습격하여 모조리 불태웠다고 하더이다. 그곳에서 도망쳐나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병사들을 만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소."

"주유 이 개새끼!"

방덕이 미친듯이 고함을 질렀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마초에게 주둔지를 편성중인 기병들을 수습하여 허저군영으로 돌아오라고 명령을 내린 후, 안량과 함께 먼저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군영은 불에 타서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있었고, 겨우 목숨을 건진 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겨우 4백여명이 살아 남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허저가 병사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위연군이 후퇴했기 때문에 허저는 헛탕을 친 것이다. 실망한 얼굴이던 허저는 군영에 도착하자 극노한 얼굴로 바뀌었다.

"우아아아아- 우아아아- "

허저는 괴성을 질러대며 분노를 표출했다. 안량이 그에게 다가와 위로를 전했지만, 그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방덕은 허저를 위로하는 한편, 주유가 물러난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전령을 전예에게 보냈다. 전령을 횃불을 들고 밤을 도와 내달렸다. 그가 전예군영에 도착했을 때는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었다.

경계를 서던 하급장교는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의 연통은 종사관에게 주어 전예가 기상하면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새벽녁에 일어난 전예는 종사관으로부터 연통을 받아들고는 단숨에 펼쳐 읽어 내려갔다. 상황파악을 마친 전예는 장비를 호출했다. 그런데 위연까지 따라 와서 자리에 앉았다.

"위문장. 자네는 쉬도록 하게."

"팔다리가 약간 불편한 정도입니다. 말을 타고 천천히 달리면 문제 없습니다."

"팔다리에 큰흉이 남을 수 있어."

"괜찮습니다."

위연은 대답을 하면서도 인상을 조금씩 썼다.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고는 전예도 더는 만류하지 않았다.

"주유가 화공을 벌인 후 장비군영을 공격하여 3천이 넘는 병사들을 도륙했소. 그후 말릉성으로 회군했는데, 방장군이 재빨리 그의 후미를 공격하여 7천이 넘는 병사들을 죽이는 성과를 올렸소. 더는 계곡에 적들이 없다고 하니, 신속하게 준비하여 이동합시다. 그리고."

전예는 중간에서 말을 끊고 위연을 바라보았다.

"위문장이 이곳에 남아서 경부상자들을 돌보는게 어떤가?"

"싫습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이곳에는 교위 한명 남겨놓으면 충분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주유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리하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것이니 준비하게."

위연과 장비가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자, 전예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 전투는 대살육이 벌어지겠구나. 그전 전투에 비해서 장수들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어. 화공에 당한 것이 결정적인듯 한데,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다시는 이런 꼴을 당하기 싫으니까.'

전예군영은 하루종일 출병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환자들은 한곳에 모으고, 그들을 수발하고 경계할 병력 1천을 남겼다.

다음날.

전예는 장비, 위연과 함께 4만 6천을 이끌고 계곡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주유군이 물러난 것을 알았기에 정찰을 하지 않고, 신속하게 행군을 개시했다.

빠르게 행군했기에 오후에 선두에 위치한 부대가 계곡을 벗어났다. 선두에 위치한 장비는 병력을 이끌고 곧바로 허저군영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령이 길을 안내했기에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허저군영.

전예는 허저를 위로하고는, 이곳에 임시 주둔지를 설치한 후, 안량에게 말릉성 근처에 주둔지를 찾을 것을 명령했다.

허저군영에서 이틀을 더 머문 전예는 말릉성 북쪽인 구용에 주둔지를 새롭게 편성했다. 이곳은 말릉성을 바라볼 수 있고, 장강에서 가까워 보급품을 얻기가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전예가 대군을 이끌고 말릉성 근처에 자리잡자, 주유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제는 화공처럼 적을 속이는 계책이 아니라 야전을 통해서 저들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야전이 통하지 않으면 수성전인데, 그리되면 꼼짝없이 성에 갇힐 것은 뻔한 일이었다.

넓은 말릉성 평원은 병사들이 뿜어내는 짙은 살기로 가득 찼다.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강한 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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