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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4화 (234/253)

# 234

제234장. 수전은 끝나고, 이제 지상전으로.

춘곡포구가 허저에 의해 함락되었고, 이엄은 수송선을 이끌고 강하군 서현포구로 향했다.

주유는 더 이상의 수군전투가 무의미한 것을 깨달았지만, 악착같이 달려드는 원매수군으로부터 발을 빼기 어려웠다. 물론 수군운용에서 한수위의 능력을 보였기에 빼려고 마음 먹었다는 가능하겠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대가였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면에서 밀리는데, 여기서 병력을 더 잃을 수가 없었다.

"공격하라!"

문빙은 독하게 밀어부쳤다. 주유군이 슬금슬금 물러날 기미를 보이자,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보다 수군운용이 뛰어나다고 나를 업신여겠겠다. 이 쳐죽일 놈들같으니라고. 오늘 여기서 모두 죽자!"

문빙은 계속해서 공격을 명령했다. 수적우세를 바탕으로 난전을 유도했고, 덕분에 팽팽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감녕의 두 눈에서는 독기가 줄줄 흘러 나왔다. 오랜 해적생활을 통해 그에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과 깡이 있었다.

정보의 화려한 전술에 휘말려 패배를 맛보자, 뒤로 물러나 전열을 재 정비하고는 서성을 목표로 삼아 쥐잡듯이 분풀이했다. 서성이 밀려나자, 닥치는 대로 부딪치면서 혼전을 벌였다.

감녕의 무자비한 전술에 주유군은 치를 떨며 물러났다.

주유 누각선.

주유는 혼전을 바라보며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노숙의 진언대로 이제 수군전투는 이기든 지든 의미가 없었다. 전력을 재정비해서 그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일부를 희생시키고 물러나는 수밖에.'

결심을 굳히자, 주유는 단호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후퇴하라! 석성포구로 향한다!"

"예. 승상!"

둥둥- 둥둥-

북이 길게 울려퍼졌고, 노란색깃발이 펄럭였다. 후퇴를 알리는 신호에 후방에 위치한 배들이 먼저 뱃머리를 돌려 누각선 3척을 호위하여 남쪽 강동으로 향했다. 문제는 최전방에서 원매수군과 얽혀있는 약 30척의 주가들이었다.

정신없이 싸우던 그들은 어느 순간 주유가 뒤로 물러난 것을 깨달았고, 결국은 도망치지도 못한 채 원매수군에게 몰살되었다.

주유는 주가 30척을 희생한 덕분에 석성포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여 곧바로 석성으로 진입했고, 육손이 재빠르게 현황을 파악하여 보고했다.

"현재 누각선 3척은 무사하고, 주가는 90척이 완파되어 100척이 남았습니다. 황개, 정보, 주태, 서성등 장수들은 대부분 건재하며, 살아남은 수군 2만 1천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오늘은 휴식을 취할 것이니 그리 조치하게. 잠시 혼자 있고 싶네."

"예. 승상."

육손은 조용히 물러났다. 주유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회한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타격이 크구나. 무려 9천이나 희생되었어. 이번 작전은 완전히 실패다. 어찌 주유평(주태)이 저들에게 밀렸을까? 수군운용은 분명히 한수위였을 텐데, 어째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배하여 도주했단 말인가? 내가 그를 너무 과신했단 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주태의 패배가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만약은 의미 없지만, 만약 황개나 정보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주유를 괴롭혔다. 주유는 더 참기 힘들었는지 독한 술을 연신 들이켰다.

이튿날.

주유는 석성포구에 서성과 3천을 남겨두고, 나머지 1만 8천을 이끌고 말릉성으로 향했다. 이제는 육전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기에 수군을 보병으로 돌린 것이다.

문빙은 주유가 도주하는 것을 뻔히 보고도 잡지 못했다. 얽혀있는 30척의 주가를 끝장내고 추격하려 했을 때, 이미 그들은 멀리 남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주유를 끝장내지 못했지만, 승리한 것은 분명했다.

"우아아아!"

"우아아아!"

누각선과 주가에서 함성이 계속 터져나왔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장수들도 얼싸안고 괴성을 질러대며 기뻐했다.

환호성은 한동안 이어졌다. 문빙은 눈시울을 붉히며 승리를 자축했다. 매우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을 것이다.

"유수구로 향한다!"

징- 징-

징소리가 울려퍼지자, 누각선이 뱃머리를 돌렸고, 주가들도 하나둘씩 뱃머리를 돌렸다. 그들은 위풍당당하게 유수구포구에 배를 정박시켰다.

문빙은 병력현황을 파악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휴식을 부여했다. 또한, 이곳에 돼지, 닭등을 잡아 그들을 위로했다.

문빙치소.

문빙을 비롯한 감녕, 주령, 왕충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승리한 감격에다가 술이 몇 순배 돌았기 때문이었다. 장료는 무호포구에 대기하느라 이곳에 참석하지 못했다.

"도독! 저놈들 도주하는 꼬라지를 보니 추격하여 격멸시켜도 될 걸, 괜히 얌전히 후퇴시켜준 것 아닙니까?"

감녕이 걸걸한 목소리로 우쭐대자, 왕충이 옳은 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아마 그랬다면 저들은 모조리 장강에 수장되었을 것입니다."

"우하하하!"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문빙을 추임새를 넣으며 그들과 함께 승리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 전투를 위해서 모두가 얼마나 고생했는가? 그것이 이렇게 술 한잔하면서 풀 수있다면 족한 것이다.

주령이 문빙에게 술을 따르게 물었다.

"장문원(장료)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무호포구를 지키고 있겠지요?"

"그렇지.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었어."

문빙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을 들이켰다. 제법 많이 마셨기에 취기가 돌았다. 그가 주위를 돌아보니 쉽게 끝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만, 주령의 눈은 침착했다. 결코 술이 취하지 않았다.

"자네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가?"

"조금 마셨습니다. 저라도 깨어있어야지요."

"이 사람아. 여기 유수구에 2천이 주둔하고 있어. 그들이 경계를 설 것이야. 그래서 고생한 자네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이거늘. 어찌 이리 답답하게 구는가? 자 이것을 마셔!"

문빙은 억지로 사발에 술을 따라 강권했다. 이번에야말로 항상 냉정한 주령이 꼭지가 도는 것을 보고싶었다. 주령은 난감해했지만, 결국 술을 모두 들이켰다. 그날 밤 늦도록 축하연은 계속 이어졌다.

임호포구. 원매치소.

유수구 서쪽에 위치한 작은 포구였다. 원매는 수군전투가 벌어지자, 이곳으로 치소를 옮겼다. 그는 지난 밤에 수군전투의 승리를 확인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또한, 이엄을 통해 장비가 무사히 춘곡포구를 점령한 것도 보고 받았다.

"태자전하. 감축드립니다. 이제 강동은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지. 어젯밤에 보고를 받았을 때도 기뻤지만, 아침에 강동을 바라보며 승전을 떠올리니 확실히 실감이 나는구만. 이제 주유는 끝났어."

"그렇습니다. 지금 장장군(장비)이 춘곡포구에 주둔중이고, 강하군 서현포구에 위장군(위연)과 2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보병 4만, 기병 2만 8천은 이곳으로 이동중에 있습니다. 수송선이 움직이는 시간이 길기에, 이곳에서 주가등을 이용해서 빠르게 강동에 상륙시키기 위해서 조치했습니다."

"잘했어. 내가 한마디하면 자네가 다 알아서 하니 편하군. 고생했네."

원매는 곽가를 격려했다. 이제는 전투가 벌어지면 당연하게 곽가를 제일 먼저 호출했다. 그리고 곽가도 그런 원매의 믿음에 능력으로 보답했다.

"이제 주유는 어찌 움직일까?"

"말릉성 근교에서 야전을 준비할 것입니다. 저들도 불리한 것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성안으로 들어가서 수성전을 벌인다면, 포위해서 고사시켜버리면 끝이니까요."

"지상전투에서는 우리전력이 훨씬 우세해. 지금쯤 주유도 머리가 아프겠어. 내가 수군전력에서 뒤쳐저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제는 그놈차례야."

"시간상의 문제일 뿐 끝났다고 보셔도됩니다. 전도독(전예)이 보병 8만, 기병 3만을 이끈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침착하고 지략이 뛰어난 전도독이 아닙니까? 결코 주유의 얕은 계략에 휘말려 패배할 일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자네 전국양(전예)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군. 그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가 있어."

"그렇지요. 제 말은 설령 한번 패배를 했다 치더라도, 반드시 다음 전투에서는 승리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태자전하께서 믿고 맏길 수 있는 최상의 장수입니다. 그라면 충분히 승리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럼 주유가 격파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리라 생각하는가?"

"말릉성을 포위하고 끝을 봐야겠지요. 성을 함락하면 동한의 유씨들을 끝장내야 합니다. 그리고 죄의 경중을 가려 가벼운 자들은 포용하시고, 무거운 자들은 엄한 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더는 태자전하께 덤벼들지 못하도록 강하게 조치하셔야 합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아쉬웠다. 원소가 말한 저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전투의 마지막이 궁금했다.

장강전투가 있은지 보름이 지나서야 보병 8만, 기병 3만이 모조리 춘곡포구에 상륙했다. 장비는 2만을 이끌고 무호포구를 점령하고, 석성포구 근처까지 이동하여 진을 쳤다.

원매도 호위기병 2천을 이끌고 춘곡포구에 상륙했다.

"강동의 바람이 다르긴 달라."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토록 소원하던 강동에 발을 디디니 감격스러운 것이다.

"태자전하. 이번 전투는 반드시 대승을 거두어 태자전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꼭 그리해주게. 자네를 믿네."

원매는 담담하게 전예를 격려했다.

"이번 전투는 자네가 책임져. 나는 한 발 물러나 있겠네. 오랜만에 전국양의 전투솜씨를 감상해야겠어."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전예는 담담한 얼굴로 강한 승리의지를 표명하고는 물러났다. 원매는 조금 편하게 전투를 지켜볼 심산이었다. 문빙이 훌륭하게 수군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처럼, 전예도 강동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전예는 정찰을 강화하면서 차분하게 진격했다.

허저로 하여금 석성근처에서 주유군 동태를 살피게하고, 나머지 보병 6만, 기병 3만을 거느리고 말릉성으로 진격했다. 인근의 주변지형을 샅샅이 살피면서 이동했기에 속도는 느렸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진격했다.

주유는 조심스러운 전예 때문에 답답했다. 중간에 매복을 시켰지만, 정찰에 걸려 실패했다.

'아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는가? 승리에 도취할 줄 알았더니, 패배한 놈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잖은가? 전예. 참으로 괴이한 놈이로구나. 더군다나 기병이 3만이라?'

주유는 원매기병을 생각하자 숨이 막혔다. 강동에 있는 기병을 모두 합해야 1만이 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의 말은 대부분 늙었거나 잡종말이었다. 원매기병이 북방의 초원에서 힘차게 뛰어놀던 강인한 말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울고 싶을 만큼 초라한 현실이었다.

질적으로 이렇게 차이가 큰데, 수적으로도 3배 이상 밀리니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런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놈이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어쩐다? 어떡해야 야전에서 승리를 거둔단 말인가? 수성전은 의미가 없어. 그것은 마지막 선택이야. 땅을 다 빼앗기고 말릉성에 처박혀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노숙과 눈을 마주쳤다. 노숙도 난감한지 슬쩍 죽간으로 눈길을 돌렸다. 육손이 진언을 올렸다.

"승상. 전면전으로는 저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고의적으로 패배를 하여 저들을 방심시킨 후, 역습을 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구체적으로 말해 보게."

"예. 이곳 석성일대는 평야지대이지만, 그 남쪽은 곳곳에 숲이 울창합니다. 저들이 아직 여기까지는 진격하지 못했으니 소규모 전투를 벌여 고의적으로 패배하여 저들을 방심시키는 것이지요. 그 후에 저들의 길게 늘어지면 화공을 써서 불태워버리면 됩니다. 지금은 북서풍이 불고 있고, 저들은 남서쪽에서 진군해 오고 있으니까요."

주유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 괜찮은 계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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