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제233장. 원매군 강동에 상륙하다.
장강 유수구일대에서 원매수군과 주유수군이 맞붙었을 때, 강하군 서현포구에서 출발한 수송선 9척이 단양군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넓고 평평하게 생긴 수송선에는 보병 2만, 기병 2천이 실려있었다.
수송선을 이끄는 책임자는 이엄이었고, 보병과 기병은 장비가 책임지고 있었다.
첫번째 상륙이 가장 위험했는데, 노련하고 지용을 겸비한 장비가 적임자였다. 전예가 장비를 지목했을 때, 그는 두 말하지 않고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엄은 원매수군이 주유수군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렬로 길게 늘여뜨려 배를 이동시켰다. 최악의 상황인 원매수군이 대패했을 때, 일부를 희생하고 나머지는 배를 되돌려 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주유는 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면서 수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노장 황개와 정보가 주유의 명령을 받아 수군을 운용하면서 수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점차 원매수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주유는 이기고 있었지만,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 전투는 수군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원매군의 상륙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승상! 수송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유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강 건너편 산에 설치한 봉화대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수송선을 확인하기 위해 봉화대를 설치한 것이다.
"이런- 벌써?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이냐?"
"시상포구를 지나는 중입니다."
주유는 급해졌다. 시상포구를 지나면 단양군이다. 저들이 이용가능한 포구로는 춘곡, 무호, 석성, 호숙이었다. 춘곡, 무호는 지금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서쪽에 위치해 있었고, 석성, 호숙은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결국 저들이 정박할 곳은 춘곡과 무호 둘 중 한 곳이었다.
적어도 50척의 주가를 빼서 수송선단을 공격해야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막 승세를 타서 원매수군을 몰아부치는 형국이었기에 주가들이 얽혀 싸우고 있었다. 지금 무리하게 주가를 뺀다면 전세가 역전될지도 몰랐다. 주유는 이를 악물었다.
"주장군(주태)에게 50척을 빼서 수송선을 공격하도록 전하라!"
"예. 승상!"
전령은 곧바로 길게 호각을 불며 주가를 타고 신속하게 주태에게로 향했다. 주태는 후방에 예비대로 남았다가 서성을 지원하면서 막 전과를 확대하는 중이었다.
"장군. 승상께서 찾으십니다."
전투를 지휘하느라 여념없는 그에게 신호병이 급하게 큰목소리로 보고했다. 신호병은 항상 주유가 타고 있는 누각선을 바라보며 그의 명령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길게 울려퍼지는 호각소리와 깃발을 보고는 재빨리 주태에게 알린 것이다.
"전령이 오면 내게 알려라!"
주태는 명령을 내리고는 계속해서 전투지휘를 이어갔다. 얼마 후, 전령이 도착하여 주유의 명령을 전달하자 주태는 얼굴이 굳어졌다. 수송선단을 막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처럼 애매한 시기에 명령이 떨어질 줄은 몰랐다.
주가를 빼기 곤란했지만, 명령은 명령이었다.
"주가를 빼서 서쪽으로 진군한다!"
"예. 장군!"
신호병은 길게 호각을 불고, 징을 쳤다. 전투에 여념이 없던 주태휘하의 주가 50척은 서서히 알아차리고 하나둘씩 배를 돌려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곤란해진 것은 서성이었다.
주태를 믿고 쑥- 들어왔는데, 주태가 빠지니 고립된 것이다.
"포위해서 격멸하라!"
감녕이 이를 갈면서 서성이 이끄는 주가 40척을 포위했다. 주령이 이끄는 주가 30척도 합류했다.
문빙은 갑자기 역전되는 상황이 이상했다.
"이놈들이 수송선단을 공격하러 배를 돌렸구나! 장료와 주가 60척을 급히 서쪽으로 보내라! 어서!"
"예. 도독!"
신호병이 북을 울리며 약속한 신호를 보내자, 예비대로 남아 있던 장료는 주가 60척을 이끌고 재빨리 서쪽으로 이동했다. 문빙, 감녕, 주령, 왕충이 주유수군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장료는 지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주태가 힘겹게 주가를 수습하여 빼는 동안, 힘을 아끼고 있었던 장료는 재빠르게 60척을 이끌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속도를 내라! 어서!"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빠르게 이어졌고, 수군들은 팔이 끊어지도록 노를 저어야 했다. 수군들은 다행히 전투를 벌이지 않고, 체력을 비축했기에 장료의 강도 높은 요구에도 응할 수 있었다.
60척이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무호포구였다. 무호포구에서 격전을 벌이며 시간을 버는 동안 가장 서쪽에 위치한 춘곡포구에 원매군이 상륙하는 것이다. 이것이 원매군의 숨겨 놓은 전략이었다.
강행군을 한 장료수군은 무호포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다.
"휴식한다. 경계를 서면서 휴식을 취하라!"
장료의 명령에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포구에 정박한 채,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에 장료는 10명의 병사를 뽑아 인근의 높은 언덕 위로 올려 보냈다.
장료도 잠시 눈을 감고 체력을 비축했다. 이제 진짜 전투가 남았다. 다른 것은 다 져도 여기서 지면 안된다. 이각(30분)정도 지났을 때, 신호병이 급히 장료를 깨웠다.
"뭐냐?"
"언덕 위에서 붉은화살(붉은색 천이 길게 늘어진 화살)이 연이어 하늘로 쏘아졌습니다."
주유수군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온 것이다.
"준비하라! 목숨을 걸어라!"
둥둥! 둥둥!
약속된 북소리가 울렸고 쪽잠을 자던 도백들과 병사들은 선잠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정박한 돛을 풀었다. 서서히 대형을 전개하며 주가를 강의 중심부로 이동시켰다.
강물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서쪽을 먼저 장악한 장료가 유리한 위치였다. 더군다나 체력적으로도 우세했다. 이 정도면 수전경험이 풍부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모두 불리한 주태수군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태는 전투를 치르다가 급히 뒤로 빠진 주가 50척을 이끌고 힘겹게 물살을 거스르며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힘을 내라! 곧 무호포구다. 그곳에 정박한 후 잠시 휴식한다!"
주태는 병사들을 격려하며 입에서 입으로 명령을 전달했다. 병사들은 안간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무호포구가 아니라, 장료가 이끄는 60척의 주가였다.
"공격하라! 모조리 격멸하라!"
삐이이익!
삐이이익!
요란하게 호각소리가 울리며 장료가 이끄는 주가는 그대로 주태수군을 덮쳤다. 주태수군은 갑자기 나타난 장료수군 때문에 저절로 힘이 빠졌다.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적의 기습을 받자 곳곳에서 '아이고!'하는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주태는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을 명령했다. 양측에서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이어졌다. 장료수군이 절대적인 유리함을 등에 업고 주태수군을 몰아 부쳤다. 수군능력자체로는 부족함을 알기에 장료는 단순한 전술로 접근했다.
상대편 주가에 접근하여 갈고리를 던져서 주가를 끌어 당기고는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다. 일대일로 싸웠으니 체력에서 우세한 장료수군이 점차 주태수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10척이 더 많았기에 그들은 힘에서 밀리는 쪽을 지원했다.
장료의 전략은 적중했다.
주태수군의 서진을 막았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격퇴한 것이다. 주태는 대부분 주가의 대부분을 잃고 겨우 10척을 건져서 동쪽으로 도주했다. 도저히 승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료는 주태를 추격하지 않고, 무호포구로 이동하여 병력을 재편성하고 휴식을 부여했다. 10척이 수몰되었으니,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다.
고된 전투로 힘이 빠진 병사들은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장료도 선잠에 빠졌다.
이엄이 이끄는 선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춘곡포구로 향했다.
"장군. 춘곡포구가 보입니다."
"정말이냐? 오- 그렇구나. 속도를 높여라!"
"예. 장군."
이엄의 명령에 따라 선두의 수송선이 속도를 높여 춘곡포구로 향했다. 포구에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주유수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히 수군을 잘 막아내고 있구나.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어.'
그는 안심이 되자, 뒤를 따르는 수송선에게 속도를 높여 춘곡포구에 정박할 것을 명령했다. 나머지 8척의 수송선은 힘을 내어 이엄을 따라 춘곡포구로 들어섰다.
춘곡포구는 북소리와 호각소리로 가득 찼다. 포구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주유는 이곳에 여대와 병력 4천을 남겨 놓은 것이다.
수군이 막아준다면, 여대가 원매군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송선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그대로 포구로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쏴라!"
여대가 불화살을 쏘아댔지만, 수송선은 대응하지 않고 포구로 들어섰다. 곳곳에 불이 일었지만, 물을 뿌려가며 불을 껐기에 큰 피해는 없었다. 수군을 이용하여 공격하지 않는 이상 거대한 수송선을 어찌하기는 힘들었다.
포구에 정박한 수송선에서 방패를 든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화살을 맞아 죽기도 했지만, 방패와 갑옷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고 포구로 들어섰다.
그후, 곳곳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지키려는 여대군과 점령하려는 장비군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고, 곳곳에 시체가 쌓였고 피가 흘렀다.
처음에는 배를 타고 오느라 지친 장비군이 밀렸지만, 속속들이 수송선이 도착하여 병력을 쏟아내자 수적우세를 이용하여 여대군을 몰아부쳤다.
마지막 2대가 연이어 도착하면서 기병 2천이 상륙했다. 기병투입은 여대군의 전멸을 의미했다. 힘겹게 버티던 여대군은 최후의 일인까지 모조리 도륙되었다.
"이런 지독한 놈들을 보았는가? 적군의 죽음을 모조리 확인하라! 그리고 큰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어라! 어서!"
"예. 장군."
장비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포구정리를 시작했다. 이엄은 수송선을 이끌고 다시 강하군 서현포구로 향했다. 돌아가는 그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이제는 끝났다. 무사히 보병 2만, 기병 2천을 상륙시켰으니 주유도 더는 어쩌지 못 할 것이다.'
주태는 급히 주유의 누각선에 올랐다.
"승상! 소장을 죽여주십시오!"
산발한 머리를 바닥에 찢으며 울부짖는 주태를 보고는 주유는 아득해졌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자세히 말해보게! 어서!"
"무호포구에서 저들에게 당했습니다."
"그럼 춘곡포구는?"
주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호포구에서 막혔으니, 저들이 춘곡포구로 상륙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여장군(여대)께 기대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대가 혼자서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주유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급히 주태를 빼면서 유리했던 국면은 무너져 팽팽해졌다. 서성은 큰 타격을 입고 뒤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그나마도 정보, 황개가 버텨주면서 이만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승상. 저들이 춘곡포구에 상륙했다면 더이상의 수전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춘곡포구로 향한다면 원매수군이 끝까지 따라 붙을 테고, 무호포구에 정박중인 저들이 막아 설 것입니다. 그리되면 상륙을 저지하지 못할뿐더러, 수군은 수군대로 패배할 것입니다."
"나도 알아. 이렇게 꼬이다니."
노숙의 진언에 주유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고 발을 구르며 분노를 표시했다. 노숙은 진언을 이어갔다.
"석성포구로 배를 돌리십시오. 그후, 말릉성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보병들을 끌어 모아 저들과 일전을 벌이셔야 합니다."
"후후후후-"
주유는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리다가 노숙을 노려보았다.
"자네 그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승산이 있든 없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더는 수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노숙의 말이 옳았다. 원매군이 상륙한 순간 수군전투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주유의 입에서 철군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