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
제232장. 천하의 운명을 건 전투가 시작되다.
강하군 서현포구.
이곳에는 원매의 최정예부대가 내려와서 대기중이었다. 덕분에 팽팽한 긴장감이 곳곳에서 표출되었다. 원매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장수들의 면모만 확인해도 알 수 있었다.
- 기병 : 방덕, 마초, 안량. 기병 3만.
- 보병 : 전예, 위연, 허저, 장비. 보병 8만.
이들이 강동에 상륙만 할 수 있다면 동한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총대장으로 임명된 전예는 망루에 올라 장강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장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하북에서는 이리 큰 강을 본적이 없는데, 대단하구나. 하수(황하)가 크다고는 하나 강수(장강)에 비할 바가 못 돼. 상륙만 제대로 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주유군이 아무리 강하다하더라도 충분히 승리할 자신이 있다. 부디 문도독이 동한수군을 잘 막아줘야 할 텐데.'
무심한 듯한 얼굴과는 반대로 속으로는 매우 조바심이 났다.
'이곳이 하북보다 따뜻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겨울이야.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수전은 우리가 유리할 것이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여기 계셨군요."
전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위연이었다. 그는 반색하며 그를 맞이했다. 원매를 처음으로 따른 위연이었다. 공도 많았지만, 아쉽게도 도독으로 임명되지 못했기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어쩐 일인가?"
"장강이 참으로 넓지요?"
"그래. 나는 이번에 처음 보는데 대단하군. 그말 하려고 오셨는가?"
"그건 아니고, 제가 우연히 이곳에서 배를 관리하는 촌로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예는 궁금증을 나타내며 빨리 이야기를 하라고 재촉했다.
"겨울인데, 아주 가끔씩 바람이 바뀐다고 합니다. 즉, 남동풍이 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흠-"
전예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남동풍이라-"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좋은 지적이긴 한데, 별다른 영향은 없을거야. 사실상 일대일의 상황으로 주가가 붙어서 싸울 텐데 그게 큰 소용이 있겠는가? 주가는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투함이야. 우리는 배를 타고 상륙하는게 전부니 더욱 상관없는 일이고."
"그래도 태자전하께 보고를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다. 조금의 변수라도 파악을 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해야하니까요."
"그러지. 역시 위문장이야. 아주 날카로워."
전예는 위연을 칭찬했지만, 위연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자네. 도독이 되지 못해서 그런 표정인가?"
"꼭 그렇다기 보다도 ....... 솔직히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전도독(전예) 앞이니 이렇게나마 푸념이라도 하지요."
"태자전하께서 자네를 각별히 아끼시네. 알지 않는가? 머지 않아 중히 쓰실 것이네. 솔직히 지방의 도독보다 업성 가까운 곳에서 일군一軍을 책임지는 것이 훨씬 낫다네. 나도 전투가 끝이 나면 반드시 태자전하께 자네를 적극 추천하겠네. 그러니 확실하게 공을 세우게."
"이거 어린아이처럼 조른 결과가 되었군요. 하하-"
위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밝아졌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라. 곽준, 진도도 곡주, 교주도독이 되었으니 어찌 그러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전예는 사태는 냉정하게 짚었다. 곡주와 교주는 외지중의 외지였다. 직책이 높을지는 몰라도 업성근교에서 일군을 지휘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충고한 것이다.
"나만 믿게. 자네는 누가 뭐래도 지금의 태자전하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야. 그리고 그분께서도 절대로 자네를 잊지 않고 계실 것이야. 이곳에 자네를 부른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반드시 공을 세워야지요."
전예는 위연을 다독였다. 전예가 보낸 전령은 빠르게 내달려서 3일 만에 합비성에 도착했다.
곽가는 연통을 확인하고는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2월이라 남동풍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더 생각한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전예가 예측했던 것처럼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2월 10일 원매치소.
팽팽한 긴장감이 치소안에 가득 찼다. 드디어 동한을 공격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곽가는 보고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남동풍이 간간이 분다고 보고를 했다.
"남동풍이라-"
원매는 갑자기 적벽대전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연환진을 펼치는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연환진이라니요?"
무심코 뱉은 원매의 말에 곽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자네가 남동풍을 이야기하니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군. 소형전투함인 주가가 대부분인데 돛도 없잖아. 지휘선인 누각선이 돛이 있지만, 3척에 불과하고 충분히 화공에 대비할 여력이 있어. 저들이 남동풍을 이용하려면 화공인데, 그러려면 배를 묶는 연환진을 쓰거나 돛등 불에 타기 쉬운게 있어야 해. 그래서 남동풍이 중요한 정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별 영향이 없다는 거지."
곽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놀라움을 표현했다.
"남동풍을 듣고 거기까지 생각하신 것입니까?"
"별 것 아니니 바로 회의를 시작하지. 문도독! 시작하게."
원매는 곽가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문빙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를 올리고는 당당하게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 동한수군은 파양호를 나와서 장강의 춘양현일대에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질 것이란 것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우리 수군은 유수구에 포진하여 장강을 사이에 두고 저들과 대치중입니다."
문빙은 지도를 짚어가며 추가설명을 이어갔다.
"지도로 보면 작지만, 실제 유수구 앞의 장강은 매우 넓습니다. 적의 큰 누각선이 주가만큼 작게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의 전략은 북서풍을 등에 엎고 빠르게 진격하여 저들을 밀어 붙이는 것입니다. 주가나 수군에서 수적으로 우세에 있는 만큼 북, 서에서 밀어 붙이고 그 틈을 타고 강하군의 병력을 단양군에 상륙시키는 것이 이 작전의 핵심입니다."
간략하게 핵심을 짚어 설명하자, 원매가 입을 열었다.
"저들도 우리 작전을 예측하고 있을까?"
"그럴 것입니다. 강하군에 대규모 정예 기병과 보병이 주둔중인데 저들이 모를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비하여 훈련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신속한 기동훈련을 가장 많이 실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들이 서쪽을 점거하려고 할 때, 신속하게 주가를 이동시켜 그들의 차단해야하니까요."
"그렇겠지. 노숙이 그 정도는 짚었을 거야. 문도독. 만약 우리의 작전이 실패한다면 상륙은 아예 불가능한가?"
"어렵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강수(장강)에 연한 단양군은 매우 넓으니까요. 그들이 모든 수송선박을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몇 척이라도 수장된다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아군의 사기가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송선박이 크고 넓직하게 만들어졌으니까 쉽게 당하진 않을 거야. 우리 수군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까 ...... 설령 손해가 나더라도 무조건 상륙작전을 진행해! 일단 보병/기병 상륙이 성공하면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알겠습니다. 반드시 동한수군을 압도하여 상륙할 수 있는 길을 열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비틀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들을 호위하여 상륙을 도와, 피해를 최소로 줄이겠습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빙을 자리에 앉도록 했다. 그는 감녕, 장료, 왕충, 주령과 눈을 마주치며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전투는 천하통일을 결정짓는 중대한 잣대가 될 것이야. 지금 업성에 계신 폐하께서도 이번에 반드시 동한을 정벌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어. 그러니 여기 있는 장수들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도록! 알겠는가?"
"예. 태자전하!"
"좋아. 듬직하군. 전투시작은 2월 15일 아침에 시작하지. 곽봉효. 그 정도면 강하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모두 밖으로 나가서 마지막 준비를 해. 겨우 4일 남았어. 마무리를 잘 지어서 반드시 승리를 내게 가져오도록!"
"예. 태자전하!"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군례를 올리고는 밖으로 나섰다. 곽가는 곧바로 연통을 작성하여 강하군으로 보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원매가 공언한 15일이 밝아왔다.
장강 유수구. 원매수군군영.
남쪽이라 매서운 추위는 없었지만, 새벽은 몸이 떨릴만큼 싸늘했다. 원매는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조운이 어느새 일어났는지 그의 뒤를 따랐다. 원매는 그에게 희미한 미소를 주고는 굳은 얼굴로 망루에 올랐다.
검푸른 물결이 오늘따라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물이 차가우니 침몰은 곧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내 결정으로 수천의 목숨이 전투다운 전투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수장될지도 모른다. 그리된다면 얼마나 어이 없는 죽음이란 말인가?'
원매는 쓴웃음을 짓고는 조운을 돌아보았다.
"조자룡."
"예. 태자전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수송선박이 침몰되었을때, 그 안에 타고 있을 병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했네. 웃기지 않은가? 일부가 침몰되더라도 무조건 상륙시키라고 내입으로 명령했는데 말이야."
"저는 태자전하의 명령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희생하는 것이니까요."
"그래. 나도 그런 생각으로 결정했어. 그게 맞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고.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군."
"그것만으로도 태자전하께서는 훌륭한 군주의 덕목을 가지고 계시다고 판단됩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간사해서 바람에 이는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옳바른 판단을 하시고 밀고 나가시니 존경스럽습니다."
"이 사람. 갈수록 아부실력만 늘어가는구만."
원매는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해야 무슨 뭘하겠는가?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수많은 목숨이 사라지는 것이 전쟁이거늘. 그저 너무 많은 목숨이 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둥둥- 둥둥-
아침이 되자, 북이 크게 울렸다. 조용한 물소리만 들리던 유수구일대는 크게 술렁였다. 이미 수군들은 식사를 마치고 배에 올라 있었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선두에서 주가를 이끄는 도백들은 일제히 호각을 불었고, 서서히 배를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왔다. 80여척의 주가가 힘차게 전진했고, 160척의 주가가 그 뒤를 따르며 횡대로 길게 늘어섰다.
감녕이 누각선에 탑승하여 80척의 주가를 지휘하여 앞으로 나섰고, 장료는 60척의 주가를 지휘하여 후방에 위치했다. 장료의 임무는 주유가 주가를 서쪽으로 돌리려고 할 때, 그것을 저지하는 역할이었다.
문빙도 누각선에 탑승하여 100척의 주가를 예비대로 이끌었다. 그들은 감녕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지원요청이 있거나 없더라도 필요하면 주저없이 예비대를 투입할 것이다.
누각선 3척과 주가 2백 40척이 동시에 장장 북쪽에서 횡으로 전개하여 남쪽으로 전진하자, 주유도 기다렸다는 듯이 누각선 3척과 주가 190척을 이끌고 나왔다.
주유가 숫적으로는 불리했지만, 풍부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함에서 우위를 보였기 때문에 쉽게 승부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오너라! 이놈들 모조리 수장시켜주마!"
주유는 누각선 위에 오른 주유는 이를 앙물었다. 이번 전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원매와 주유가 모든 것을 건 일전이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