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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1화 (231/253)

# 231

제231장. 강동에 드리우는 전운戰雲.

기冀와 동한東漢은 서로 적대적인 대치관계였지만,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었기에 상인들은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렇기에 기와 동한에는 상대국의 세작들이 드글거렸다.

세작들에 의해서 피해를 보겠지만,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곽가가 보낸 세작은 상단에 끼어 강동으로 향했다. 그는 간단한 확인을 거치고는 무사히 강동으로 들어섰다.

오군. 오현. 추가장.

오현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곳에 장사로 성공한 추형의 장원있었다. 추형은 집사와 함께 물건을 확인하느라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다. 밤이 깊도록 그는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냐. 알았다. 그리 조치하마. 곽어르신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느냐?"

"신중하고 은밀하게 진행하라! 그리하면 부를 같이 누릴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 상단과 함께 며칠 더 돌아다니다가 돌아가거라. 바로 돌아간다면 저들이 의심할 수 있어."

"예. 명심하겠습니다."

장정이 돌아가자, 추형은 천천히 처소로 향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내년 봄에 공격한다? 그러니 손가孫家를 설득하여 후방을 교란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한데 성사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로구나. 어찌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무릎을 쳤다.

'그래 오정현 현령으로 있는 손분을 설득하면 되겠구나.'

그는 방책이 서자 얼굴이 밝아졌다. 주유는 손정을 죽이고 부춘현 손씨세력을 뿔뿔이 흩어버렸다. 또한, 손권, 손익, 손광, 오부인에게는 사람을 붙여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지금 손가중에서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면서 감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인물이 손분이었다. 손견의 형인 손강의 아들로서 지금은 오정현현령으로 부임해 있었다. 그는 평소 온화한 성품이었기에 주유가 손가에 대한 회유책으로 그를 현령에 앉힌 것이다.

추형이 이끄는 추가상단은 다음 날 오정현으로 출발했다. 그는 이동하는 동안 손분을 어찌 설득할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딱 부러지는 계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방안이 섰다.

"서둘러라!"

추가상단은 추형의 명령에 속도를 냈다. 오정현에 도착한 추가상단은 기존에 거래관계였던 상점을 들르며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고, 사들였다. 오정현이 넓었기에 추형은 중앙에 자리를 잡고, 부하들을 시켜 현 곳곳을 누볐다.

추형은 현령에게 인사한다는 명분으로 현의 치소를 찾았다.

"손현령. 강녕하셨습니까?"

"추대인께서 오셨구려. 돈은 많이 벌었는가?"

"염려해주신 덕분에 소소하게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소소하게 번다는 말이 갈퀴로 쓸어 담는다는 말로 들리는 구려. 차 한잔 하시겠소?"

"주신다면 염치불구하고 받겠습니다."

추형은 손분을 따라 실내로 들어섰다. 깔끔하고 정갈한 실내였다. 추형은 조심스럽게 황금을 손분에게 바쳤다. 손분은 망설이지 않고 받았다.

"고맙소. 덕분에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소이다. 이거 동한의 관리가 되서 이렇게 넙죽 받다니 부끄럽구려."

"별말씀을요. 착복하시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위해 쓰시는 것이 아닙니까?"

추형은 차를 홀짝 한모금 마셨다. 오늘 따라 동한의 관리란 말이 은근히 거슬렸다.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은밀하게 손분을 떠보았다.

"예전에 손책장군께서 호탕하게 강동을 이끌 때가 생각납니다."

손분은 말없이 차를 들이켰다. 일언반구 대꾸가 없었다. 추형은 용기를 내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분이야 말로 참으로 명군이었지요. 암요."

"아니 이자가 제정신인가? 무슨 망발을 하는 것이야?"

손분은 격하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그는 노성을 터트리며 질타를 이어갔다.

"이곳은 동한의 땅이고 그것은 변함이 없어. 어딜 감히 되지도 않는 수작이야. 당장 나가게!"

손분의 축객령에 추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인이 옛생각이 나서 그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추형은 자리를 뜨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애매모호하게 손가의 영광을 슬쩍 건드렸는데, 손분이 지나칠 정도로 강경하게 반발한 것이다.

'도대체 뭔 생각이야.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뭔가 있는게 틀림없는데.'

이때 종사관이 달려나와 손분의 추가 명령을 전했다.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오정현을 떠나시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추형은 일단 알았다고 수긍했지만, 이상했다. 사방에 상단식구들이 퍼져있고, 오정현이 매우 큰데 어찌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떠나란 말인가? 이상하단 생각을 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무릎을 쳤다.

'역시 영특해. 나보다 한수위로구나.'

추형은 치소를 떠나 외진 객잔에서 휴식을 취했다. 조금 선잠을 자고 일어나자,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그가 일어나서 씻으려고 하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그대가 만나고 싶은 사람일세."

추형은 급히 문을 열어 사방을 확인하고는 손분을 이끌어 자리에 앉혔다. 손분은 자리에 앉자 냉수를 벌컥 벌컥 들이키고는 눈을 반짝였다.

"자네. 기冀의 세작이지?"

추형은 숨이 막히게 놀랐지만, 태연함을 가장하며 낮게 되물었다.

"언제 아셨습니까?"

"지금!"

추형은 쓴웃음을 지었다. 손분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자네가 한 말을 듣고 감이 왔네. 감히 손가의 영광을 운운하다니. 다른 놈들은 목이 달아날까 두려워서 그런 말을 못하지."

손분의 눈에서는 불꼿이 이글거렸다. 그동안 손분을 비롯한 손가들은 울분을 참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추형은 옷을 찢더니 안에서 얇은 천을 꺼냈다. 그것을 고이 펴서 바쳤다.

손분은 차분하게 읽고는 다시 접었다.

"이것은 태자전하의 친필인가?"

"물론입니다. 인장도 확실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겠는가? 그리고 그분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손가에게 다시 부춘현을 돌려주고, 중앙관직이나 강동에 관직을 준다는 것도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태자전하께서는 이제껏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조조의 자식들도 편안하게 초현에서 살고 있고, 그의 장수나 문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태자전하의 약속은 믿을 수 있습니다."

손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겠네. 자네 말대로 주유가 흔들리면 강동을 흔들어 주지. 손가가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게 아니야. 전부 분하지만, 참고 있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손분은 잠시 추형을 바라보다가 그의 방을 벗어났다. 추형은 급히 냉수를 찾아 들이켰다. 찬물이 뱃속에 들어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시 손가의 저력이 대단하구나. 주유 이놈. 나중에 뒤통수를 맞으면 표정이 볼만 할 것이다. 흐흐흐흐-'

추형은 오정현에서 5일을 더 머물고는 곧바로 오현으로 되돌아 왔다. 곽가가 보낸 자는 그날부로 업성으로 출발했다.

그가 업성에 도착했을 때는 건신 5년(205년)도 끝나가고 있었다. 거센 추위가 몰아닥쳤고, 사람들은 추위에 몸을 떨며 몸을 움츠리고 바쁘게 종종걸음을 쳤다.

곽가치소.

"고생했어."

툭-

곽가는 은자가 담긴 주머니를 던져 주었다. 그는 허리를 깊게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쉬고 있거라. 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부르마."

"예. 나으리.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곽가는 홀로 남게 되자 얼굴에 호선을 그렸다. 예상보다 손가의 저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일을 주간첩보보고에 넣어 도어사 강경을 통해 보고하도록 유도했다. 바쁜 원매에게 이런 사소한 일로 대면보고 할 수는 없었다.

강동공략을 위한 준비는 그렇게 차곡차곡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206년 2월. 건신 6년.

원매는 강동정벌을 위해서 합비로 내려왔다. 양강도호부가 있는 이곳은 소호가 특히 절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군훈련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소호를 구경하는 것은 뒤로 미뤄야했다.

높게 설치된 망루에 오른 원매는 침착하게 수군훈련을 지켜보았다. 누각선에서 북을 치며 깃발을 흔들면 소형전투함 주가는 호각을 불며 각각의 간격을 유지하며 전진하고 후퇴했다. 간결하게 움직이는 배들을 보며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도독! 고생이 많았어. 신병이 절반이었었는데, 지금 보니 신병이 끼어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게 움직이는군."

"장병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입니다. 모두가 이번 강동공략에 목숨을 걸 것입니다."

"주유의 수군을 잡아 주기만 해도 성공이야. 이엄이 선단을 이끌고 기병과 보병을 강동에 상륙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야. 더도 안바래. 딱 그정도만 하면 돼."

"걱정마십시오. 파양호에서 훈련중인 주유의 수군은 겨우 3만에 불과합니다. 저들이 질적으로 앞설지는 모르지만, 양적으로는 우리가 앞섭니다. 또한, 그간의 강훈련을 통해서 간격을 많이 좁혔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빙의 진언에 수긍했다. 그는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

'이엄이 수송선을 9척 만들었어. 한꺼번에 병력을 수송한다고 볼 때, 기병 2천, 보병 2만이 최대치야. 최정예를 투입한다 치더라도 쉽지 않겠지. 잘 버티기를 바라는 수밖에. 틈을 봐서 다시 투입한다면 그때는 끝이 나겠지.'

업성에 있던 최정예 기병과 보병은 강하군 서현포구로 이동해 있었다. 강릉에서 제작한 수송선이 서현 포구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병력을 실고 강동으로 가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원매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자, 조금 암울해졌다. 주유의 수군을 이기거나 최소한 잡아두지 못하고 밀려버린다면 강하군에 모인 보병과 기병은 그대로 발이 묶이기 때문이었다.

'수군이 발목을 잡는구나. 이번에 어떡하든 주유를 잡아야 해. 계속 시간이 지난다면 수군전력차는 계속 벌어질거야.'

문빙이 어두운 표정의 원매를 보고 살며시 진언을 올렸다.

"태자전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잠시 주유의 수군과 우리 수군의 전력비교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군. 괜찮아. 이제껏 열심히 훈련했으니 그들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견제할 수는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도 이번 전투에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지원해주셨는데, 그 정도도 못한다면 되겠습니까? 반드시 성공하여 태자전하를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듬직하군."

원매는 다시 눈길을 수군훈련장으로 돌렸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수군훈련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파양호. 수군훈련장.

기주의 예비대가 대거 강하군으로 내려오고, 합비의 수군훈련이 강화되었다는 소식은 주유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하여 주유는 장소와 종요에게 말릉성을 맡기고는 노숙과 육손을 대동하여 파양호로 내려왔다.

탁 트인 파양호를 바라보자 주유의 답답했던 마음은 조금 풀어졌다.

'드디어 결전이 이뤄지는 구나. 이번 전투로 모든 것이 결정날 것이다.'

노숙이 곁으로 다가왔다.

"승상. 죄송합니다. 저들의 겨울공격에 대비하여 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를 하셨는데, 세우지 못했습니다. 북서풍을 막을 묘안이 없습니다. 일단 전투를 벌여서 남북으로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서로 대치하여 전투를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일말의 기대를 했던 주유는 실망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고생했소. 원매군이 강하군에 대규모로 집결했으니 저들의 목적은 분명하오. 병력을 단양군에 상륙시키려는 것이오. 우리가 반드시 서쪽을 장악하고 저들 수군을 동쪽으로 몰아낸다면 상륙을 원천 봉쇄할 수 있소이다."

"예. 승상. 현재 그런 방향으로 계책을 짜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장수들 또한 공감했습니다. 경험과 기술에서 앞서고 있으니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노숙의 진언에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으로 간절하게 승리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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