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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29화 (229/253)

# 229

제229장. 교주를 얻다(지도참조).

문추가 대군을 이끌고 교지군을 공격하여 근 한달만에 완벽하게 점령했을 때 교지군에서 긴급하게 보낸 전령이 겨우 말릉성에 도착했다. 워낙 거리가 멀고, 해상을 통해서 가야 했기에 이렇게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계책을 담당하는 노숙은 연통을 받아들고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는 말없이 육손에게 연통을 건넸다. 육손도 연통을 받고는 '으음-'하며 신음성을 터트렸다.

"큰일이군요. 교주는 멀어서 지키기도 어려운 지역이고 인구도 적어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막상 빼앗기고 나니 아쉽군요."

"교주에서는 이제 미련을 버려야 해. 교지를 뺏기면 끝이야. 나머지 군을 모조리 합해도 교지군 하나만도 못해."

"승상께서 쉽게 납득하실까요?"

"쉽게 납득이 될 리가 있나?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치겠지. 가보세. 우리끼리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노숙이 앞장 서자, 육손이 어두운 얼굴로 뒤를 따랐다.

승상치소.

주유는 잠시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종사관을 통해서 노숙, 육손이 왔다는 것을 보고 받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셨는가? 마침 무료하던 참이었는데 잘됐어."

주유는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는 상석에 털썩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인가? 표정이 어둡구만."

"이것을 보십시오."

노숙은 긴말하지 않고 연통을 들어 바쳤다. 주유도 그제야 심상치않음을 깨닫고는 연통을 펼쳤다. 차분히 죽간을 읽는 그의 입에서는 안타까운 신음성이 계속 터져나왔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신음성을 참다가 탄식했다.

"휴-"

잠시후 주유가 입을 열었다.

"원매군이 보병 2~3만, 기병 2~4천으로 교지를 공격했으니 지원을 요청한 글이군. 적어도 한달 전이야. 지금쯤 교지는 어찌 되었을까?"

"만약 원충이 익주에서 교지로 들어오는 길목을 제대로 막았다면 지원할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충이 배신했고, 반장마저 수적우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지원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내가 교지를 어떻게 얻었는데. 그곳이 인구는 얼마 안되도 쌀 생산량이 월등하단 말이오. 세수를 생각하면 절대 놓칠 수 없어. 절대로!"

주유는 분을 참지 못하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겨우겨우 고생해서 얻은 교주였다. 이렇게 어이없게 빼앗길 줄은 몰랐다. 그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니 그 새끼는 영토도 넓은데 굳이 그런 촌구석에 욕심을 내는 거야? 아- 미치겠네. 다른 방법이 없겠는가? 너무 억울해서 그래."

"적어도 3만을 출병시켜야 할 텐데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한달은 무조건 넘습니다. 그 사이에 원매군은 교주를 대부분 장악할 것입니다. 그곳은 병력이 적으니까요. 잘해야 남해군(광저우일대) 정도를 되찾을 텐데, 인구 십만 조금 넘는 땅입니다. 군대를 움직이는 비용과 그곳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교지군이 아니면 다른군은 의미가 없습니다."

주유는 말이 없었다. 그가 입안해서 교주를 공략했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답답하고 억울해서 물었는데, 역시나 예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돌아들 가시게."

주유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노숙과 육손을 돌려보냈다. 그들이 치소를 나섰을 때, 안에서는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튿날.

주유치소에는 장수들이 잇달아 모여들었다. 태사자, 능조, 여몽, 전종, 주연이였다. 그들은 말릉성 근처에서 예비대를 지휘하는 장수들이었다.

분노한 태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승상! 원가놈들에게 이리 당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당장 수군을 출병시켜서 저들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시기상으로 늦기는 했지만, 반드시 한개군이라도 되찾아야 합니다. 장병들의 사기가 달려있습니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모두 불안에 떨 것입니다."

능조가 태사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고, 전종, 주연도 신중하지만 지지하는 의견을 냈다. 주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몽에게도 의견을 낼 것을 제시했다. 가장 연치가 어렸던 여몽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승상. 태사장군의 의견이 옳습니다. 하지만, 그리하면 장병과 백성의 사기는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재정적인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솔직히 한개군이라 봐야 남해군이 뻔하고, 그곳을 지키는 비용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 됩니다. 만약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계속해서 병력을 증원해야 하고요. 최악의 경우 벗어날 수 없는 최악의 수렁에 빠지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셔야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몽이라 생각했다. 태사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여자명(여몽). 자네 언제 이렇게 변했는가? 마치 말릉성의 관리를 보는 듯 하구만."

주유가 여몽 대신 입을 열었다.

"내가 여몽에게 공부를 하도록 권유했소. 덕분에 숨겨져 있던 능력이 깨어난 것이오. 자- 이제 다시 의견을 내보시오. 아직도 교주를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태사자를 비롯한 장수들이 나름 전투를 통해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전투를 치르고 새로 얻은 영토를 유지하는데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파양호에서 수군을 훈련시키면서 재원이 많이 소요된 상태였다.

"부끄럽습니다. 여자명도 간파한 것을 못 봤습니다."

선임인 태사자가 시원스럽게 자신의 생각이 짧은 것을 인정했다. 사내다운 태도였다. 주유는 그의 손을 잡았다.

"태사장군. 고맙네."

"어인 말씀이십니까? 저의 목숨은 오로지 승상께 바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저도 공부를 해야겠군요. 하하하-"

태사자는 멋적게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좋은 글선생을 알려주지."

이후 주유와 장수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토론을 나누었다. 교주가 저들에게 넘어갔으니, 전체적인 병력배치나 전략의 수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토론 결과 수군과 말릉성 주위의 예비대는 그대로 놓아두고, 교주 남해군과 인접한 회계군의 동아현 포구에 전만(전위아들)과 1천을 배치하여 원매군의 공격에 대비토록 했다.

다음날. 주유는 곧바로 전만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자네도 원매군이 교주를 공격한 사실을 알겠지?"

"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교주는 되찾기 힘들겠어. 하지만, 저들을 방어할 필요는 있네. 하여 1천을 줄 테니, 회계성 동아현 포구에 성을 쌓고 그곳을 지키게. 최전방일세. 지킬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1천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부족한 병력은 그곳에서 모병하고, 세수를 확보하게. 부족한 부분은 지원요청하면 지원해주지."

"알겠습니다. 시급한 상황이니 준비가 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고생하시게."

주유는 일어서서 전만을 격려했다. 전만을 보낸 주유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 이제는 험한 장강을 방패로 삼아서 지키는 수밖에 없는가? 평생동안 원매를 막으면서 근근히 버티는 수 밖에 없단 말인가?'

답답했다. 교주를 빼앗겼는데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력의 차이를 생각하자 미래가 암울해졌다.

'그래도 원가 밑으로 들어가 용꼬리가 되느니, 강동에서 뱀머리가 되는 게 낫지. 암 그렇고 말고.'

교주 교지군. 이루성.

문추는 이루성에 입성하자 곧바로 현령과 지역유지를 불러 모아 그들을 안정시켰다. 또한, 이곳의 원주민인 월족을 불러서 그들에게 일정한 자치권을 부여했다. 대신 세수를 징수하고, 일정한 병사를 징병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사섭이나 엄준은 월족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불만이 컸지만, 문추가 전폭적으로 인정하자 그들은 절까지 하며 기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교지군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문추는 재빠르게 다음 조치에 착수했다. 비시에게 교주의 전체 행정을 맡기고는 원충, 원휘에게 각각 5천을 내주어 울림, 창오, 합포, 남해군 점령을 명령했다.

또한 교지군 남쪽에 위치한 일남군은 월족에게 내주었다. 그곳은 남북으로 이어진 안남산맥과 남중국해 사이엔 낀 협소한 땅이었다. 이렇게 선심을 쓰고 그들의 대폭적인 충성을 이끌어낸 것이다.

주유가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기에 원충, 원휘 형제의 교주 공략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문추는 이루성을 점령하고 곧바로 원매에게 연통을 보냈는데, 근 한달만에 업성에 도착했다. 곽가는 연통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원매를 찾았다.

"곽봉효. 자네 얼굴을 보니 기분 좋은 일이 있는가 보군."

"예. 태자전하. 기뻐하십시오. 문도독이 교지군을 점령했다는 보고입니다."

"역시! 문도독이야."

원매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탁탁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아- 이거 다음 소식이 궁금해지는군."

"이제 교지를 점령했으니 2~3일 간격으로 연통이 올 것입니다. 주유나 그의 책사들이 제정신이라면 절대로 교주에 지원군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흐흐흐흐-"

"인재가 꽤 많은데 그런 바보짓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교주의 인사방침을 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혼란이 덜해질 테니까요."

"인사는 자네 분야가 아니잖아. 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교주를 점령하고 나면 문도독을 중원으로 끌어 올리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예전부터 폐하를 따르던 충신이었고, 전공 또한 누구에게 비교해서 뒤지지 않습니다."

"나도 생각을 했다가 잊어먹고 있었는데 자네가 잘 지적해 주었어. 그리하지. 당분간은 교주에 집중해주게.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생산량이 월등한 곳이니까 도움이 될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주게. 그리고 가는 길에 이조에 들려서 순상서(순유)에게 인사계획을 세워서 보고하라고 전해주게."

"이미 조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교주정벌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준비하는 눈치였습니다. 태자전하께는 확실해야 보고를 드리니 지금쯤 마무리를 짓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복이 많군."

원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곽가는 다시 깊숙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치소를 물러났다. 원매는 곧바로 원소를 찾아 교주정벌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왜냐하면 원소는 요즘 확실히 힘에 부치는지 중간보고를 생략하고, 최종보고만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버티셔야 할 텐데. 어서 빨리 천하를 통일해서 아버님께 바쳐야 해. 제위에서 내려오시더라도 천하통일을 보시고 내려오셔야지. 내년에는 반드시 동한을 정복하고 말 것이다. 반드시!'

며칠 후.

곽가의 예측대로 순유는 교주인사에 대한 보고서를 들고 원매를 찾았다.

"어서 오시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곽봉효가 넌지시 언급을 한 모양이군요."

"그래요. 인사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고요?"

"예. 태자전하. 모두 준비를 해 놓았다가 문도독을 새롭게 인사하는 문제로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것을 확인해 주십시오."

-교주 자사 : 비시.

-교주도호부(신설) 도독 : 진도, 부도독 : 원충, 원휘. 보병 1만, 기병 1천.

-곡주도호부 도독 : 곽준.

-병주도호부(신설) 도독 : 문추.

교주를 점령하는데 공이 컸던 비시와 진도를 전격적으로 자사와 도독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공이 큰 문추는 병주도호부를 신설하여 도독으로 임명했다. 따라서 공석이 된 곡주도독에는 곽준을 임명했다.

이로서 원매는 강동을 제외한 모든 변방지역에 도호부를 설치하여 방어체계를 완료했다.

"좋소이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병주는 기주에 가까우니 문도독도 그간의 마음고생을 덜 것이오."

"그렇습니다. 저도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는데 잘 된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소. 앞으로도 대신들끼리 협조해서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보고해주시오."

"예. 태자전하."

원매는 기분 좋게 순유의 보고서에 인장을 찍었다. 곽준은 명령서를 받고는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원매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그는 곧바로 짐을 꾸려 곡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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