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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26화 (226/253)

# 226

제226장. 교지군을 흔들다.

205년 6월. 건신 5년. 교주 교지현. 원충치소.

한때 사섭휘하의 맹장으로 위세가 대단했던 원충, 원휘형제는 지금은 갓끈 떨어진 신세였다. 겨우 각각 2백명을 거느리고 경계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모든 군권은 반장이 쥐고 있었다.

"젠장. 내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구나."

원충과 원휘는 3~4일에 한번씩 모여 술을 먹으며 가슴에 쌓인 울분을 풀었다. 반장도 처음에는 이들의 모임에 주목했지만, 단순한 술주정과 푸념임을 알고는 이제는 잔소리만 할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원매의 명을 받은 비시가 몰래 교지로 잠입했다. 그는 상인으로 가장한 후에 외곽에 치소를 차리고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원충과 접선했다.

"원장군. 저는 곡주에서 온 상인입니다. 약소하지만 받아 주십시오."

원충은 아직 술이 안깼는지 벌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작은 비단주머니가 그의 손에 묵직함을 전달하자 술이 확 깼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는 비시를 따라 오라고 손짓했다.

치소로 들어간 그는 문을 닫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자네 내게 무슨 목적으로 접근한 것인가?"

"저는 장사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뒤에 짐꾼들도 보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군께 먼저 성의를 드린 것 뿐이지요."

"내가 바본줄 아는가? 이 비단 주머니에 든 것은 황금이지? 안 봐도 알 수있어. 장사해봐야 교지에서 얼마나 벌겠다고 이만큼을 주는가?"

사섭휘하에서 대접받을 때 제법 부를 이뤘던 원충은 단번에 황금임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비시는 눈을 반짝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용건을 말해보게."

"고변을 하겠다는 말씀은 한마디도 없으시군요."

"헹- 고변해서 뭐가 좋은가? 고변하면 자네가 준 황금도 뺏길 테고, 나도 같은 놈 아니냐 하면서 의심할께 뻔한데, 내가 그 정도도 판단 못 할 바보인 줄 아는가?"

원충은 비시를 잠시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서 왔는가? 설마 기冀에서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원장군께서 협조를 해주신다면 교지군의 태수로 임명해주시겠다고 약조하셨습니다. 지금 반장의 위세에 눌리어 힘들게 사시지 않습니까?"

"흐흐흐-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반장은 만만한 놈이 아냐. 더군다나 그는 5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이 궁벽한 시골에 5천이야. 어찌할 생각인가?"

원충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비시를 쳐다보았다. 비루하게 살다 보니 한번은 뒤집어 엎고 싶었다.

"원장군께서 협조만 해주신다면 곡주의 병력이 내려올 것입니다. 곡주에 보병 3만, 기병 3천이 있습니다. 또한, 그곳은 문추장군이 버티고 있습니다. 반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감히 문추장군에게 상대가 되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지요."

"그렇군. 그 정도면 승산이 있겠어. 그런데 말이야. 반장을 물리치고, 사씨들을 살려 놓으면 그자들이 다시 자기자리를 찾으려 들 텐데, 이는 어찌 생각하시는가?"

"그것은 원장군의 뜻대로 해드리지요."

원충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원하는 조건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사섭을 비롯한 사씨들을 모조리 들어내고, 반장을 물리친다면 동생 원휘와 함께 교주에서 왕행세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업성에 정확하게 세수를 내야할 것이고,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다.

"자네 협상을 할 줄 아는군. 그런데 왜 하필 나인가? 나는 훌륭한 관리라고 보기 힘들어. 솔직히 재물욕심도 많고. 아! 이제야 알겠군. 사씨일가는 이곳에서 뿌리를 깊게 내렸으니 반장을 몰아내도 골치 아프겠다. 그래서 나를 선택했군. 맞는가?"

"그럴 리가요. 기에서는 사섭보다 원장군의 능력을 더 높이 산 것이지요."

"어찌되었던 간에 좋소. 내 협력하겠소. 하지만, 내가 병력이 겨우 2백, 동생 휘의 병력까지 합해 봐야 4백인데 이걸로 무엇을 하겠소?"

"충분하지요. 두 분이서 경계를 서고 있지 않습니까? 약속한 날에 슬며시 문을 열어 주시면 됩니다. 선발대가 투입되고, 기병이 투입되면 끝입니다."

원충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을 붉게 상기되었다. 벌써부터 원휘와 함께 교주를 다스릴 생각에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비시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사납긴 하지만 단순한 맹수에 불과한 자다. 먹이만 제대로 주면 절대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비시는 원충을 설득하자, 연통을 곡주 문추에게 보냈다.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상인들을 풀어 장사를 시작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반장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원충과 원휘는 오히려 경계를 강화하고, 술을 줄이는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반장을 안심시켰다.

교지현 엄준치소.

반장은 바빠 죽겠는데, 태수 엄준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엄준이 교주를 실질적으로 통치하여 반장보다 지위가 높았기에 어쩔 수 없이 부름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엄태수. 어쩐 일로 부르셨소?"

"여기 잠시 앉아보시오. 아무래도 이상해서 불렀습니다."

"뭐가요? 이민족의 침입도 없고, 변방도 조용한데."

"원충, 원휘가 술도 안 마시고 경계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요?"

"겨우 그걸 물어볼려고 불렀소? 술 처먹고 게으르던 놈들이 정신차렸으니 다행아니오. 내가 그놈들 한테 몇 번이나 잔소리를 해도 들어 처먹지를 않았는데, 이제야 말귀를 알아 듣고 노력하는 것이오. 덕분에 신경쓸 일이 하나 줄었소. 이게 뭔 큰 문제라고 아침부터 불렀단 말이오."

"반장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소이다. 더군다나 그자들은 맹수같은 자들입니다.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더군다나 그 근처에 곡주에서 온 상인들이 구석구석 돌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충이 내게 보고했소. 상인 우두머리가 초충이란 놈인데 세금을 잘내겠다고 하더니, 한달쯤 지나서 세금을 냈소이다. 그건 내가 보내드렸으니 확인했을 것 아니오? 그리고 그놈들이 혹시 딴 짓하나 하고 미행도 시켜보고 했는데, 별다른 것은 없었소. 그저 사람 많은 곳만 다니며 장사했소. 그러니 신경 끄시오."

짜증내는 반장을 보며 엄준은 혀를 찼다.

"제방이 무너질 때, 처음부터 크게 부서져 무너지는게 아닙니다. 작은 구멍이 점차 커져서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지요. 반장군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군사를 풀어서 알아 보겠소이다."

"맘대로 하시오. 맘대로!"

반장은 치소를 나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빌어먹을 문관놈들은 항상 의심이 많았다.

'원충과 원휘가 술을 처 먹으면 왜 통제를 못하냐고 따지고, 술 안먹고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면 뭔가 미심쩍다고 따지고.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반장은 괜히 엄준치소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화풀이를 하고는 자신의 치소로 돌아갔다. 반장이 한바탕했다는 것은 비시의 귀에 들어갔고, 비시는 빨리 원충/원휘형제에게 알렸다.

원충과 원휘는 신속하게 반장을 찾았다.

"반장군. 저희들은 억울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겐가?"

"엄태수께서 저희를 못마땅하게 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전에 술이나 먹고 게으름을 피워서 잘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차리고 열심히 일합니다. 부디 반장군께서 저희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나도 알아.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곧 병사들을 보내서 확인한다 했으니 조사에 성실히 임하게. 그리고 지금처럼 술을 자제하고, 경계임무에 집중해. 내선에서 최대한 막아볼 테니까."

"고맙습니다. 장군."

원충과 원휘가 급히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반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 2백을 다스리는 하급장교 직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원충과 원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자 반장은 다시 울분이 터졌다.

'겨우 하급장교주제에 뭘 어찌한다고 엄태수는 이리 난리를 핀단 말인가?'

엄준은 종사관을 보내어 원충과 원휘를 심문했고, 장사치의 우두머리인 초충을 불러들였다.

초충 아니 비시는 엄준의 치소로 향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놈이 감이 굉장히 좋은 놈인게 틀림없는데, 잘못하다가는 내 목이 여기서 날아갈 수도 있겠구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비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엄준의 치소로 들어섰다. 그는 엄준을 보자 곧바로 엎드려 절했다.

"소인 초충 엄태수를 뵙습니다."

엄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비시를 노려 보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비단을 몸에 두른 그는 영락없이 돈많은 상인의 모양새였다.

"자네 이곳에 장사하러 왔다고?"

"예. 원장군, 반장군에게 보고했습니다. 세수도 정확히 납부했고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세수는 정확히 확인했어. 그런데 말이야. 너무 정확해. 왜지? 네놈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잖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세수를 정확하게 내는 이유가 뭐냔 말이야?"

비시는 순간 움찔했다. 나름대로 의심을 안받으려고 행한 조치가 오히려 의심을 돋구웠던 것이다. 그는 반장을 팔아서 위기로 모면하기로 결정했다. 엄준과 반장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넉살좋게 입을 열었다.

"사실 잘 봐달라고 반장군에게 뇌물을 주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세수나 똑바로 내고 허튼 짓거리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그래서 세수를 제 때에 정확히 낸 것입니다."

"조금의 거짓이 없는 사실이렸다."

"물론입니다요. 믿어주십시오."

엄준은 이후에도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그대로 풀어주었다. 하지만, 경고도 잊지 않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행여 쓸데 없는 생각은 조금이라도 하지 말게나. 알겠는가?"

"예. 태수어른."

비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엄준치소를 물러났다. 엄준은 반장에게 물어볼까하다가 생각을 접었다. 물어봐야 또 길길이 날뛰면 귀찮아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비시에게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더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것말고도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위기를 모면한 비시는 재빨리 반장을 찾았다.

"왜 왔어? 바빠 죽겠는데. 내가 세수만 잘 내면 괜찮다고 했잖아."

"저 지금 태수치소에 끌려갔다가 나왔습니다.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반장군께 뇌물을 쓰려고 했다가 거절하셔서 세수를 잘 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엎드려 용서를 비는 비시를 보고는 반장을 혀를 찼다.

"일어나.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군. 왜 그리 들들 볶아 대는지 원."

비시는 슬금슬금 일어나서 황금주머니를 반장에게 바치려고 했다. 반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소리쳤다.

"이래서 태수가 장사치들을 믿지 않는거야! 뭐든지 뇌물만 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리석은 작자같으니라고."

"잘못했습니다. 평생동안 돈을 만지며 살다 보니 이런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장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저으며 비시를 돌려보냈다.

비시는 반장치소를 나오면 땀을 닦았다. 이 정도면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엄준은 물론이고 반장 또한 자신을 돈독이 오른 장사치로 생각한다면 대성공이었다.

곡주. 곡창현. 문추치소.

"좋아. 이번 기회에 교주를 점령할 수 있겠어."

문추는 비시가 보낸 연통을 확인하고는 고패, 진도를 호출했다.

"고장군. 나와 진장군은 교주로 출병할 것이니 내가 없는 동안 이곳을 잘 지켜주게. 보병 1만을 남겨 놓을 테니,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야."

"물론입니다. 도독께서 자리를 비운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진장군은 나와 함께 교지로 넘어가세. 그곳에는 반장이란 장수가 5천을 지휘하고 있다는군. 원충, 원휘가 문을 열어주기로 했으니 자네가 먼저 들어가서 휘저어 놓고, 내가 정예병을 투입하면 모두 전투는 끝이 날거야."

"알겠습니다. 어려운 전투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실패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좋아. 내일 아침에 출병할 것이니 나가서 준비를 철저히 해 주시게. 고장군도 준비해 주시고."

"예. 도독!"

진도와 고패는 일제히 군례를 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임무를 반드시 성공시킨다면 주유를 곤란에 빠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중원통일에도 한발짝 다가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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