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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24화 (224/253)

# 224

제224장. 제갈량과 장완.

원매는 장완이 여전히 둔탁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이 변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자네 이곳에서 제대로 일을 배워 보지 않겠는가? 나는 행정관료서의 자네 능력을 높이 평가하네. 아- 물론 지금의 능력만 본다면 낙제점이야. 잠재적능력에 커다란 점수를 주었기에 이리한 것이지."

약간 덜렁대던 장완은 조용히 앉아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의 잠재적능력을 얼마나 평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지만,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를 어느 정도 그릇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승상까지 가능한 재목으로 보고 있네. 물론 승상이 되긴 어렵겠지. 워낙 뛰어난 인물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최소한 한개 조를 책임질 상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상서라는 말에 장완은 더할 나위 없이 눈이 동그래졌다. 상서라면 열 손 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의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보여드린 것이 없는데 너무 높이 평가하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부터 보여주면 되네. 설마 능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도망치지는 않겠지?"

장완은 말이 없었다. 당연히 만세를 부르며 원매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웬지 거부감이 들어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원매는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했기에 실망하지 않고, 다음을 이어갔다.

"일단 일을 해봐. 그리고 못버티겠다면 말을 하게. 그러면 나도 미련을 갖지 않겠네."

원매가 슬쩍 평가절하하자, 장완은 속에서 불끈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비루하게 평생을 빌빌거리며 편안한 삶을 살 줄 알았던 장완은 변화의 때가 왔음을 실감했다. 여기서 수락하면 죽도록 일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에 걸맞는 보상과 명예가 주어질 것이다.

"하겠습니다."

짧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완을 보고 원매는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종사관을 불러서 작게 뭐라고 지시했다. 종사관이 밖으로 급히 달려나갔고, 잠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급히 들어왔다.

"태자전하. 찾으셨습니까?"

"오셨는가? 오늘부터 자네가 이 사람을 데리고 일을 가르치게."

"저도 지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누구를 가르치다니요?"

"이봐. 공명. 진심인가?"

"하하- 태자전하께서 말씀하셨으니 해야지요. 저야 일을 거들어 줄 관리가 한 명 생긴다면 쌍수들어 환영입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인사하게. 장완, 공염일세. 지금보다는 잠재적인 능력을 보고 가르치게. 아마도 행정관료로서의 업무추진능력이 빼어날 것일세."

단언하는 원매의 말에 제갈량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원매는 대단히 뛰어난 두뇌를 가진 것은 아닌데 기가 막히게 예측을 했고, 그걸 잘 맞췄다. 그래서 제갈량은 황당했지만, 그의 능력을 이제는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차기 승상이 될 제갈량, 공명이라고 합니다."

"장완, 공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완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지만, 초면부터 승상운운하는 희멀건 제갈량을 좋지 않게 평가했다.

'이 새끼 봐라?'

제갈량은 장완이 어떤 마음인지를 모른채 자신의 능력을 과장되게 떠벌렸다. 참다 못한 원매가 '그만!'하고 외치고 나서야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보게. 공명. 나는 자네가 원래 조용한 성격이라고 생각해서 걱정했던 적도 있었지. 지금은 너무 변한 것이 아닌가?"

"원래 성격입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두꺼비처럼 입을 꾹 다물어야 했지요. 그렇지 않으면 칠칠맞은 놈이라며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까요. 시를 읊고, 점잖은 체해야 인정받는다는 것을 태자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좋아. 조용히 입 꾹 다물고 있는 것보다야 낫지. 아무튼 장완을 데리고 일을 해봐. 한달 정도 지난 후에 보고를 해주게."

"예. 태자전하! 저만 믿으십시오!"

제갈량은 자신 있게 가슴을 탕탕치고는 장완을 데리고 치소를 물러났다. 원매는 갈수록 활발해지다 못해 수다스러워지는 제갈량에게 정이 갔다.

제갈량치소.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장완에게 제갈량이 죽간뭉치를 들고 와서 내려 놓았다. 그는 장완의 표정을 살피며 자리에 앉으며 씨익 웃었다. 업성에서 잔뼈가 굵은 제갈량이 장완의 마음을 알아 차렸다.

"자네 내가 영 미덥지 않은 표정이군."

"하나만 묻고 싶소이다."

"말해보시게."

"원래 허풍이 센거요? 아니 그렇고 태자전하와는 무슨 관계길래 감히 면전에서 그런 해괴한 소리를 하는 게요?"

"해괴한 소리라니?"

"지금 서른도 안되었는데 승상운운했지 않소이까?"

"그거야 당연히 내가 승상이 될거니까 그런거지. 그리고 내가 권력자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어허- 이 사람. 처음에는 맹해보이더니 제법 당찬 구석이 있구만."

"뭐요? 아니 ...... "

"아- 쓸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것부터 파악해보게.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면 자네 말을 들어주지. 난 능력도 없는 주제에 떠벌이는 놈을 좋아하지 않아."

제갈량은 손사래를 치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장완은 분한듯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내 평정을 유지하며 죽간을 펼쳤다. 잠시 죽간을 훑어보던 장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한개 부서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여러 부서의 의견을 조율하고, 평가한 죽간이었다. 현령을 역임한 그로서는 처음 보는 다양한 심도 깊은 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고개를 홱-돌려 제갈량을 바라 보았을 때, 그는 죽간에 파묻혀 있었다.

또한 주변의 종사관들 또한 죽간을 보고 둘, 셋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다소 시끄럽게 느껴졌던 분위기는 어느새 활기찬 업무현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생각을 바로 잡고 죽간속에 파묻혔다.

원매치소.

장완이 업성에 올라온지도 벌써 한달이 흘렀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 제갈량은 원매를 찾았다.

"어서 오게.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참이었어."

"태자전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강녕하니 이렇게 자네를 보는게 아니겠는가? 자- 이리로 앉게."

"예. 태자전하."

원매는 자리에 앉아 제갈량이 내민 죽간을 받아 들어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차분하게 읽고는 죽간을 한쪽 구석에 밀어 놓았다.

"좋군. 이 정도면 행정관료로서는 능력이 뛰어난 거야."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 도발도 해보고, 어려운 내용을 파악하라고 지시도 했습니다. 뭐, 모든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중간은 갑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내용일 텐데도 다른 종사관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연구하여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행정분야에 특화된 인재라 판단됩니다."

"하하하- 그것 보게. 내 생각이 옳았지?"

"그런데, 태자전하 좀 불안한데요."

"뭐가? 공명 자네가 불안한 적도 있는가? 중달(사마의)에게도 겁 먹지 않았잖아?"

"뭐랄까? 장완은 특이한 인물입니다. 분명히 능력만으로 본다면 중달보다 뒤처집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대로 타협해서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은 중달이 따르지 못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아하! 자네 승상자리를 빼앗길까봐 그런 앓는 소리를 하는군."

"하하- 그렇게 해석이 되면 안되는데. 뭐, 좀 특이한 인물이라서 놀랍다. 이런 정도였습니다. 이 천재 제갈량을 따라 오려면 백년도 더 걸릴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승상재목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서로 쓰기엔 아깝습니다. 부승상 정도가 어떨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대로 10년 정도 일을 잘 배웠다는 가정하에 입니다."

"자네가 그리 평가했으니 맞겠지. 기冀의 큰 기둥이 될거라 이 말이잖아. 나로선 참 듣기 좋은 말이로군."

"어쩐지 태자전하의 말씀이 섬뜩하게 들립니다. 죽을 때까지 부려먹겠다. 이렇게 들리는데요."

"당연하지. 부와 명예를 주었으니 열심히 일해야지."

"아아- 미래가 두려워지는군요. 나중에 제가 과로사하면 묘비에 악덕군주에 의해 일만 하다 죽었다고 적겠습니다."

"그리하게. 그건 자네 생각대로 하게. 후후후-"

원매는 장완의 능력을 확인하자 매우 기뻤다. 장완은 난세보다는 치세에 어울리는 인재였기 때문이었다.

205년 6월. 건신 5년. 장강이남 파양호.

이곳에는 주유의 수군훈련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수군에 강점을 지니고 있었던 주유는 이곳에 노장 황개/정보, 중진인 주태, 신예인 서성/정봉을 배치하여 수군 3만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주유는 동한과 관련된 일이 대략 마무리 되고, 강동과 교주가 안정되자, 곧바로 파양호로 시찰을 나왔다.

주유도 장수출신이었기 때문에 파양호에 집결한 수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주유가 도착하자, 장수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군례를 올렸다.

"승상. 어서오십시오."

"고생이 많소이다. 내가 일찍 와본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일이 많아 뜻대로 되지 않았소이다. 이해를 해주시오."

"공무에 바쁘시니 그렇겠지요. 승상. 망루에 올라 훈련상태를 보시겠습니까?"

노장 황개가 주유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개를 따라 망루로 올라갔다. 다른 장수들은 일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망루에서 주유와 황개가 수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홀연 북이 울렸다.

둥둥- 둥둥-

대형 누각선 위에서 북이 울렸고, 신호병들은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을 명령에 맞추어 흔들었다.

소형전투함 주가는 신호에 맞추어 모의전투를 개시했다. 원래부터 수전에 익숙한 그들이었는데, 지난 일년간 훈련에 매진하면서 더욱 강력한 수군으로 거듭났다.

주유는 특히 주가가 공격을 한 후, 빠르게 후퇴하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어떻습니까? 아직 미숙한 점이 있지만, 감히 원매수군보다는 낫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오."

"명심하겠습니다."

"첩보에 의하면, 강릉에서는 대규모 병력수송선이 제작중이고, 합비에서는 대규모 수군훈련이 한창이라 하오이다. 어찌 대비를 하고 계시오?"

"합비에는 수군 4만이 훈련중이라 합니다. 규모로만 본다면 대단히 놀라운 숫자지만, 절반이 신병입니다. 2~3년 신병을 훈련시킨다고 강병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긴 하지. 저들이 어찌 나오리라 생각하시오?"

"아마도 단단히 준비하고, 우리와 수전을 겨룰 수 있겠다 싶으면 유수구를 통해서 강수(장강)로 치고 나올 것입니다. 훈련을 오래 했다곤 하나 전투경험이 없는 신병이 절반이니 뭉쳐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훈련한 것처럼 치고 빠지는 전술로 저들을 타격할까 생각중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하지만, 말이오. 저들이 겨울에 공격한다면 치고 빠지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오.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부니까. 그런 부분은 생각해 보았소?"

"거기까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고민해보시오. 여름이라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람이 부니까 화공등 여러가지 공격조건중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겨울이라면 솔직히 마땅한 공격방안이 떠오르지 않소. 화공은 불가능하고, 치고 빠지는 것도 맞바람을 안고 공격해야 하니 쉽지 않소. 그리된다면 결국 전면전이 되는데, 이는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모두 수전에 밝은 자들이니 의견을 교환하고 연구해서 반드시 좋은 방안을 찾아내겠습니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짙은 회색구름이 끼어서 햇살을 막고 있었다.

'저 구름이 마치 원매같아서 마음이 답답하구나. 저들의 계책이 무엇일까? 병력수송선을 보면 대규모 병력을 강동에 상륙시키려는듯 한데, 어떤 방식으로 하려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주유는 아쉬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황개등은 장수로서 뛰어났고, 장소/종요등은 행정가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계책을 의논할 인재가 부족했다. 그게 아쉬웠다.

이를 눈치챈 황개가 진언을 올렸다.

"승상. 아주 영특한 젊은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누구요?"

주유가 반색하자, 황개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군 오현 출신으로 육손, 자는 백언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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