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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18화 (218/253)

# 218

제218장. 익주를 마무리하고, 다시 업성으로.

원매는 장송과의 면담이 무난하게 이뤄지자, 곧바로 비관을 찾았다. 비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어찌 표정이 그런가? 다른 사람은 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자네는 시켜줘도 싫다는 건가?"

"주군이셨던 분을 팔아 자리를 챙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자네가 적격이라는 거야. 어때 잘 할 수 있겠는가?"

비관은 물끄러미 원매를 쳐다보았다.

"제게 거부권은 없겠지요."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 유장을 하북으로 끌고 가겠네."

"어쩔 수 없군요. 하겠습니다. 대신 너무 오래는 싫습니다."

"10년만 해. 그리고 후임자에게 넘기게. 그런데 왜 오래하기 싫다는겐가?"

"저도 사람이니 욕심이 생길까 두려워서 그렇습니다. 욕심은 사람을 변하게 만드니까요. 그저 지금처럼 부족한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년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두겠습니다. 그것은 약조해 주십시오."

"쩝. 알겠네. 열심히 일해주게."

원매는 비관을 다독였다. 세간의 평가대로 괜찮은 인재였다. 다만, 유장에 대한 의리 때문인지 관직을 오래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드러낸 것은 아쉬웠다.

'뭐,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겠지. 비씨들은 똑똑하고 대범하니 어떡하든 데려다가 써야지. 잠깐, 지금쯤이면 비의가 몇살이라 되었을라나?'

원매는 재빨리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비의(일부에선 비위라고 표기함)를 아는가?"

"제게 족제가 됩니다. 이제 12살인데 어찌 알고 계십니까?"

"아직 어리구만. 자네가 볼 때는 어떤가? 열두살이지만 보통내기가 아니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솔직히 겁이 날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집안을 일으킬 재목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재앙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해서 보고 있습니다."

"자네의 솔직함은 정말 마음에 들어. 비의는 내가 나중에 데려다가 쓰고 싶으니까, 공부도 시키고 치소로 데려다가 일도 가르키게. 이것 저것 가르키게. 잘 소화할 거야."

비관은 어찌 비의를 알까 궁금했지만, 원매가 말을 돌렸기에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비관에 이어 비의를 선점하자, 원매는 기분이 좋았다. 내친 김에 동윤까지 얻을까 생각했지만, 익주의 인재로 놔두기로 결정했다. 성정이 곧고 머리가 좋은 동윤이라면 부친 동화의 뒤를 이어 익주를 잘 다스려나갈 것이다.

그는 비관에게 자사임무를 수행하도록 명령하고는, 성도로 돌려보냈다. 비관은 다시 감사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다.

맹달은 대기하고 있다가 원매의 부름에 성큼 들어와 절을 올렸다. 그는 원매가 가리키는 자리에 공손히 앉았다. 이엄과 전투를 벌였던 적이 있기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맹장군. 자네 법효직 때문에 서운하지 않았는가?"

"전혀 없습니다."

"내 앞에서는 가능하면 솔직하게 말하시게. 난 말을 꾸며서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맹달은 그제야 원매가 다른 제후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자는 오히려 불만이 있으면 그것을 털어 놓으라고 한다. 묘한 자다.

"사실 그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습니다. 며칠을 고생해서 만든 공이 수포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렇지. 나같아도 죽이고 싶었을 거야. 참, 자네와는 같은 관중출신이라면서?"

"예. 동탁의 폭정에 함께 익주로 넘어왔습니다. 그러니 더욱 배신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의 서운함을 풀었습니다. 완전하게 다 풀었다고 말씀드리면 거짓이고, 어느 정도는 털었습니다. 제가 기의 신하가 될 운명이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불만을 표현해도 결국은 원매를 안심시키는 말로 결론을 짓는다. 그런 맹달을 보며 원매는 실소를 터트렸다. 매우 조심스러운 자가 틀림없었다.

"참 조심스러워. 괜찮아. 자네의 성정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이번에 나와 함께 업성으로 올라가세."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자네는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는가?"

"글쎄요. 일단 맡겨주시면 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는 익숙치않으니 보병으로 배치해 주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알았어. 이 친구 참. 조심스러운 것은 여전하구만."

원매는 맹달을 격려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익주에서 더 얻을 인재가 있을까 생각했다. 첫번째로 떠오른 자는 똑똑하지만, 말 안 듣는 유파였다. 유비도 유파 때문에 고생을 했다. 원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인재가 많은데, 굳이 그런 자 때문에 머리 아프고 싶지 않았다.

진복, 여개, 왕항등이 생각났지만 그 정도라면 익주에서 쓰면 족한 인재들이었다.

'그래 형남에 장완이 있었는데, 업성으로 올라가면서 데려가야겠군.'

그는 생각을 정리하자, 곧바로 이통을 불렀다.

"태자전하. 찾으셨습니까?"

"이리 앉으시오. 비관에게 자사를 주었으나, 군권을 준 것은 아니오. 그래서 말인데, 이곳에 도호부를 설치했으면 좋겠소. 누가 도독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추천해 주시오."

이통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도 이곳에 도호부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처음에는 문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신설된 곡주도호부 도독이 되었다. 누가 좋을까 곰곰히 생각하는 그에게 원매가 말을 덧붙였다.

"그대가 하는 것은 어떻소?"

"제가요?"

"이제 전투가 끝나가니 장기적으로 본다면 형주도호부는 폐지해야 할 것이오. 변방위주로 도호부를 만들 텐데, 익주와 곡주는 이민족이 주변에 많으니 계속 유지될 것이오. 더군다나 이곳에서 오랫동안 전투를 수행하면서 지리에도 밝으니 그대가 제격이라 생각하오. 어떻소? 그대가 이곳을 맡는 것이?"

"태자전하의 명이라면 언제든 따르겠습니다."

"아- 아- 그게 아니고. 그대의 생각을 물은 것이오."

"저도 좋습니다. 사실 처음에 하문하셨을 때, 제가 했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럼 그리합시다. 그리고 맹달은 업성으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이곳 병력배치와 업성으로 데려갈 자를 연구하여 보고하시오. 이곳에서 한달 정도 머물면서 지켜보고 갈 터이니, 차분히 생각해보시오."

"예. 태자전하."

이통은 군례를 올리고는 밖으로 나섰다. 원매는 급히 죽간을 작성하여 곽도에게 전령을 보냈다. 형남에서 현령을 하고 있는 장완을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비관이 자사로서 임무를 시작하면서 익주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원매는 익주의 평야지대인 촉군/광한군 일대를 둘러보았다. 넓고 기름진 평야였다.

"이곳이 참으로 비옥하구나. 과거 한고조가 이곳을 기반으로 삼은 것은 현명했어."

"그렇습니다. 이곳의 자원이 아니었다면 한고조가 항우에게 대항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중이 비옥하다고 하지만, 여기에 비할 바는 못됩니다. 앞으로도 이곳의 인사는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반란이라도 일어난다면 토벌하기 어려우니까요."

서서의 진언에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통이라면 믿을 수 있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달려보세."

"예. 태자전하."

원매 뒤를 서서가 따랐고, 조운이 경기병 5백기를 이끌고 뒤를 따랐다. 그들은 면죽관을 방문했다. 이곳이야 말로 서량지역에서 들어오는 이민족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요지중의 요지였다. 그는 이곳에 성루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어. 이도독도 이곳의 중요성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익주에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요. 원체 꼼꼼한 성격아닙니까?"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변을 감상했다. 요충지인만큼 산이 험했는데, 그 풍경이 참으로 기가 막히게 좋았다.

"태자전하. 오늘 하루 묵고 가시겠습니까?"

"아냐. 성도로 돌아가야지."

"지금 출발하면 성도에 못갑니다. 중간에 어차피 숙영을 하거나 현으로 들어가서 객잔을 알아봐야 합니다."

"난 야전숙영을 즐긴다네. 자네는 싫은가?"

"저도 좋습니다. 하하-"

서서는 야전숙영이 싫다기 보다는 경호에 문제가 될까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이곳 성에서 잠을 잔다면 경호 때문에 신경 쓸 일은 줄어들 것이다.

원매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곧바로 성도를 향해 출발했다. 재동현 부근에 이르렀을 때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원매는 숙영을 지시했다. 방원형의 숙영지가 만들어졌고, 중앙부분에서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서서는 솥 안에서 시커먼 죽이 끓는 것을 지켜보았다. 취사를 담당하는 병사가 한 그릇씩 떠서 원매부터 바쳤다. 서서는 그것을 받아 들고 선뜻 숟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매를 비롯하여 조운과 장병들이 맛잇게 먹는 것을 보고 얼른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보기보다 맛은 괜찮았다.

"이런 요리 흔치 않아. 잘 먹어두게."

"예. 태자전하. 맛이 괜찮습니다."

"조자룡. 자네는 내 뒤만 따라다니는게 지겹지 않은가?"

"글쎄요. 때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와서 바람을 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경호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긴장은 됩니다."

"걱정말게. 공융에게 당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수치스러워. 내가 너무 방심했지. 이젠 그런 일은 없을거야."

"제가 더 충실히 모시겠습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는 아침 일찍 성도로 내달렸다. 보름에 걸쳐서 주요 지역을 확인하고 내린 결론은 '역시 익주는 요충지'라는 결론이었다. 비관과 이통에게 이곳을 맡긴 것은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이통은 죽간을 작성하여 원매에게 바쳤다. 이곳에 남을 병력과 떠날 병력이었다.

익주도호부.

-도독 : 이통.

-장수 : 오의, 오란, 등현, 마대.

-병력 : 보병 3만, 기병 4천.

업성으로 떠날 병력.

-장수 : 이전, 엄안, 양회, 맹달, 마초, 호거아, 법정, 장송.

-병력 : 보병 10만, 기병 1만 6천.

강릉으로 떠날 병력.

-장수 : 이엄.

-병력 : 수군 2만.

원매는 곧바로 이통의 보고서에 인장을 찍었다. 이미 이통이 병사들을 분리시켜 놓았기에 원매는 며칠 후에 익주를 떠날 수 있었다. 이엄이 수군을 이용하여 군량과 군수지원물품을 날랐기에 장병들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장강을 따라서 이동했기에 매우 멀고 험했다. 10만이 넘는 부대가 일렬로 늘어서서 이동하였기에 보름만에 형주 남군 무현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좁았던 강폭이 넓어졌고, 유량도 많았다.

이엄은 배를 이용하여 병사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고, 강릉까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원매는 강릉까지 무사히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지만, 10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험지를 이동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강릉성.

"태자전하. 어서 오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곽도를 비롯한 장수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뭐. 고생이랄 것 까지야. 이곳의 상황은 어떻소?"

"문제 없습니다."

자신 있는 곽도의 말에 원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곽도가 일처리는 깔끔하게 처리했기에 원매는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아직 장완은 찾지 못했습니다. 현령으로 재직하고 있진 않습니다. 여러 곳에 수소문을 해놓았으니 곳 연락이 올 것입니다."

"알겠소. 천천히 하시오. 방장군."

"예. 태자전하."

"이제 이곳도 마무리 되었으니 업성으로 돌아가야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원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고, 장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원매가 직접 손을 잡으며 친근함을 표시하자, 항장출신인 고정등은 매우 놀라워했다. 기의 황태자가 이렇게 소탈한 인물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원매는 강릉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형남의 재편성했다. 형남의 행정권을 곽도에게 일임했다. 곽도는 원소가 불편했기에 원매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한 형남에 산월족이 많았기에 이들에 대비한 형남도호부를 신설했다.

형남도호부.

-도독 : 견초.

-장수 : 이전, 옹개, 고정, 초황, 호거아.

-병력 : 보병 3만, 기병 4천.

원매는 강릉에 이엄과 수군을 남겨두고 곧바로 양양성으로 출발했다. 양양성-허창성-업성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새로 병력이 추가되어 보병 15만, 기병 3만이 되었다. 따르는 장수로는 허저, 악환, 곽독, 방덕이 추가되었다.

형남과 익주를 얻고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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