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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11화 (211/253)

# 211

제211장. 예상치 못했던 한방.

정앙기병이 도주했고, 원매의 호위기병을 포함한 2만 2천이 측면과 후방을 동시에 타격하자, 유비군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전방에 정예군이 버티고 있었지만, 이들은 전염병에라도 걸린듯 신병처럼 갈팡질팡했다.

"공격하라! 모조리 죽여라!"

허저가 선두에 서서 대도를 휘두르며 길을 열자, 호위병이 틈을 넓혔고, 정예병이 뒤를 따랐다. 무시무시한 용맹이었다. 허저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은 마치 난쟁이가 거인에게 달려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대도를 휘두르면 병사들의 목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맹획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관우의 무공을 본 후로 다시는 그런 맹장을 못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오히려 힘으로만 본다면 관우보다 낫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놈이 대장이로구나!"

범종이 울리듯 허저의 목소리는 맹획의 귀를 강타했다. 허저는 말을 타고 병사들을 가르며 그대로 맹획에게 돌진해왔다. 그 뒤를 호위기병들이 따랐다.

"어- 어-"

맹획이 너무 놀라 주저하는 사이에 허저가 코 앞에 당도했고, 그의 대도가 하늘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었다. 맹획이 죽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렇게 중앙군이 무너졌다.

견초와 이전은 옹개와 고정을 치밀하게 밀어 부쳤다. 그들은 허저만큼 대단한 용맹은 없었지만, 노련하게 병사들을 운용하며 옹개와 고정보다 한수위의 기량을 드러냈다. 이미 그들의 후방을 원매와 조운이 2천기병으로 뒤집어 놓았기에 옹개와 고정이 더 고전했는지도 몰랐다.

유비는 당황했다. 약간 높은 구릉위에서 전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정앙이 남쪽으로 도주를 했고, 그걸 신호로 원매의 2만이 넘는 기병이 들이 닥쳐 전세를 확 뒤집어 버린 것이다.

"정앙 이 개자식이 배반했구나!"

유비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연신 전령을 보내며 독전했고, 북을 쳐서 독려했다. 하지만, 전투는 그의 바램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곳곳에서 전세가 뒤집힌 것이다. 특히 염려했던 신병들은 도망치거나 그 자리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그는 그제야 방통이 생각났다.

'난 어쩔 수 없었어. 이보게 사원(방통)이 나를 용서하시게.'

이미 전황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막아라!"

엄청난 진동과 주변에서 고함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유비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그의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호거아/진도가 이끄는 기병을 발견한 것이다. 적어도 3천은 되어 보이자, 유비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보병들이 물건을 쌓고 창을 앞으로 내밀며 저항했지만, 기병들은 얄밉게도 그것을 피해서 준비가 안된 가장 약한 틈을 파고 들었다. 내부로 들어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들어오자 기병은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보병 전열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3만이나 되었지만, 이미 대세가 기울어져서 병사들이 흔들리는 상태였다. 거기에 3천이 넘는 정예기병이 일제히 내부로 뛰어들자, 그대로 무너져버린 것이다. 물론 신병이 2만 정도 되었는데, 그들이 호들갑스럽게 무너져버린 것도 큰영향을 미쳤다.

"북을 쳐라! 내가 살아 있다! 독전을 해라!"

둥둥둥둥-

거대한 북이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어떡하든 전세를 되돌리려는 유비의 노력은 참으로 가상했지만, 이미 전쟁의 신은 원매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주군. 피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15만 대군이 겨우 하루만에 패배한단 말이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저기를 보십시오. 신병들이 무너지면서 정예병도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얼마 안가 원매기병이 이리로 들이 닥칠 것입니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호위대장은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진언을 올렸다. 아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떡하든 유비를 살리고 싶었으리라.

"아냐. 네놈이 잘못 파악한 것이다. 어서 북을 울려라! 이길 수 있다. 어서!"

신호병이 급히 북을 치기 시작했다.

둥둥둥둥-

원매기병은 어느새 마지막 저지선에 도달해 있었다. 여기마저 뚫린다면 그때는 끝이다. 도망치지도 못하고 붙잡힐 것이다.

"주군. 마지막 기회입니다. 부디 제말을 들어 주십시오. 이제는 후퇴해야 합니다. 어서요."

간절한 호위대장의 진언에 유비는 결국 말에 올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대패였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대패였다.

호거아는 기병들을 지휘하다가 낮은 언덕위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유비를 보았다.

"저기 유비가 있다! 어서 잡아라!"

호거아가 앞장 서서 길을 열었고, 기병들이 일제히 밀려들었다. 마지막 저지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유비는 말에 올라 호위기병 2백을 거느리고 일제히 서쪽으로 내달렸다.

"잡아라!"

호거아는 자신을 따르는 기병 5백을 이끌고 뒤를 따랐다. 나머지 기병들은 흩어져서 작전을 수행했기에 이것이 최대치였다.

기병은 서로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였고, 어느새 주변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호거아는 유비를 놓칠까봐 애가 탔다.

그는 달리면서 가만히 활을 꺼내 들었다. 마상에서 활을 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었는데, 특히 달리면서 쏘는 것은 신기라고 할 수 있었다.

호거아가 활을 쏘자, 다른 기병들도 일제히 활을 꺼내 쏘았다. 덕분에 속도는 조금 느려졌다. 몇 명이 말에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틈을 타서 유비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빌어먹을!"

호거아는 욕설을 퍼부었다. 어두운 상황에서 섣부른 추격은 위험했다. 아니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후방에서 5천에 이르는 기병이 나타났다.

방덕이 이끄는 기병이었다. 그들은 한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이미 주위는 완전히 밤이 깊었다.

"호장군. 고생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하여 놓쳤습니다."

"아냐. 나는 이대로 군사를 몰아 서쪽으로 진군할거야. 서쪽의 유양현, 천릉현을 확보해야지. 만약 저들이 먼저 벗어났다면 방법이 없는 것이고, 갇혔다면 잡을 수 있어. 자네에게 1천을 더 줄 테니, 주변의 마을을 탐색하게. 알겠는가?"

"예. 장군. 전투는 어찌 되었습니까?"

"끝났어."

방덕은 1천을 호거아에게 주고는 그대로 대로를 따라 내달렸다. 4천의 기병이었기에 저들이 습격하기는 어려웠다. 매복, 기습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었다. 겨우 2백으로 그런 무모한 짓은 어려웠다. 더군다나 유비를 살려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최대한 깊이 숨어야 했다.

유양현 신화촌.

전형적인 화전촌으로서 겨우 열집 정도의 마을이었다. 방덕과 호거아 기병이 횃불을 들고 마을을 뒤지고 다니자, 산속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유비는 말에 내려 고단한 듯 털썩 주저 앉았다.

문득 옆구리가 매우 따끔했다. 따끔했던 고통은 불에 지지는 듯한 고통으로 이어졌다.

"헉-"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의 옷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급히 도망치느라 몰랐는데, 호거아가 쏜 화살에 맞은 것이다. 호위대장이 급히 달려들어 화살을 칼로 잘랐다. 다행히 주요 내장을 피해 옆으로 살짝 꿰뚫고 지나갔다. 걱정이 되는 것은 피를 상당히 흘렸다는 것이다.

"주군. 화살을 빼야 합니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무를 입에 물었다. 호위대장은 급히 호위병들에게 유비를 붙잡게 하고는 불에 달군 단도를 들었다. 유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욱- 우우욱-

몸이 덜덜 떨렸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신경을 타고 올라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속되었는지를 몰랐다.

"주군되었습니다. 이곳에 누우십시오."

어느새 길게 옷을 찢어 허리를 둘렀다. 유비는 진땀을 흘렸다. 5월이었지만, 산속이라 밤은 추웠다. 병사들이 이불을 뺏어와 그에게 덮었다. 유비는 고통속에 조금씩 잠에 빠졌다.

자다 깨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눈을 떴다. 일어나려고 하니 어지러워 다시 누웠다. 주위는 매우 부산했다. 유비가 일어난 것을 눈치챈 호위대장이 급히 들어와 부복했다.

"내가 왜 이런 것이냐? 몸을 가누질 못하겠어."

"화살독이 오른듯 합니다. 지금 주군께서 심하게 고열이 나고 있습니다. 약을 구해러 갔으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유비는 힘겹게 손을 가져가 이마를 짚었다. 불덩이였다. 잠시후 호위병이 이름 모를 열매를 달인 물을 가져왔다. 약이라는 생각에 유비는 벌컥- 들이켰다. 약간 달달했다.

"산수유열매를 달였습니다. 촌노들이 열 내리는데 효과가 있다 하여 가져왔습니다. 조금 주무십시오. 아무래도 의원을 데려 오려면 밤이 되어야 합니다. 낮에 움직이면 저들에게 뒤를 밟힐 수 있습니다."

유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주위를 살피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어두웠다. 그새 잠이 든 것이다. 곁에는 늙은 의원이 조심스럽게 진맥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보름은 요양해야 합니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독이 퍼졌습니다. 약을 드시고 안정을 취하시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보름이라는 말에 유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곳에서 보름을 버티라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알았네."

유비는 의원을 돌려 보내라고 명령했다. 의원이 감사를 표하며 물러났고, 호위대장이 유비를 바라보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는 호위대장과 의논한 후, 이곳에서 3일만 더 쉬고 익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마을의 상황은 어떻더냐?"

"큰 마을과 주요도로는 저들이 모두 장악했습니다. 기병뿐만 아니라 보병까지 몰려 나와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산속까지 정찰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안 봐도 뻔하다. 조만간 이곳도 저놈들이 들어 올 것이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화살을 맞을 줄이야. 하필이면. 하늘이 이 유비를 버린단 말인가?'

유비가 궁지에 몰려 탄식하고 있을 때.

천릉현 원매 임시치소.

원매는 유비군을 대파하고, 견초와 곽가 보병 2만, 기병을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천릉현은 주수계곡 가장 서쪽에 위치한 현이었다. 이곳에 치소를 설치한 이유는 간단했다. 반드시 유비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태자전하. 유비는 이 계곡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서쪽 끝의 마을까지 모두 검문을 했는데, 기병들이 지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왜 며칠이 지나도록 안 잡히는 거야?"

"아무래도 산속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화전민 촌으로 들어갔다면 모두 수색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다 곽가를 돌아다 보았다.

"왜 숨었을까? 나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이 계곡을 빠져나갔을 거야."

"일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분명히 말을 타지 못할 만큼 크게 다친게 분명해."

"아- 그러고 보니 호장군이 어두워질 때, 놓치지 않으려고 화살을 쏘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부상을 당한 것이 틀림 없습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그렇다면 독 안에 든 쥐신세니까 말이야."

원매는 기분이 좋은듯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유비만 잡으면 모두 익주는 끝이다. 유장이야 한방이면 끝낼 수 있다. 곽가가 진언을 계속 올렸다.

"의원들도 모조리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병들을 쪼개서 화전민쪽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겠습니다. 그리고 항복한 병사들은......"

"그것은 나중에 듣도록 하지. 이장군(이전)이 잘 처리 할거야. 참. 이도독(이통)에게 연통을 보냈는가?"

"물론입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 이도독이 익주 남부로 공격하면 끝이야. 그전에 유비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잘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유비는 어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유비는 조조 못지 않게 집요하고 야망이 커."

원매는 더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곽가는 원매의 뜻을 알아 차리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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