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10화 (210/253)

# 210

제210장. 임원성 전투.

옹개가 1만 5천을 이끌고 선봉에 섰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군하면서 매복을 확인하고 대비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적은 없었다. 그래도 상황은 알 수 없었기에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유비는 중간에서 이동하면서 순조롭게 진군이 이어지자 의아했다. 매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이런 지형에서는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매복하는 쪽이 유리했다.

'이놈들이 야전에서 끝을 내려는 모양이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모양인데, 이번에야 말로 끝을 내주마! 운장(관우)아.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다리거라! 반드시 원매의 목을 베어 네 원한을 갚아주마.'

유비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그의 눈에서 곧 광기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어떤 전투를 벌이더라도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했던 유비였다. 하지만, 관우의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옹개는 계곡을 나오자, 넓게 반원형의 모양으로 포진된 원매군을 발견했다. 그는 급히 군대를 멈춰 세우고는 곧바로 유비에게 전령을 보냈다.

유비는 옹개로부터 연통을 받았지만,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급속행군을 명령했다. 그는 노련한 경험을 통해서 원매가 야전을 원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원매는 유비가 군대를 이끌고 나와 포진하는 동안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들이 나오는 도중에 친다면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절반 정도가 도주할 우려가 있었기에 한번에 끝장을 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임원성 벌판은 유비군과 원매군이 대치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비는 중앙에 맹획과 보병 4만을 우측에 고정, 옹개와 보병 4만, 좌측에 악환, 초황이 4만으로 포진했다.

후방에는 유비가 2만 5천을 예비대로 이끌었으며, 정앙이 기병 5천을 이끌었다. 정앙이 이끄는 기병은 정예였다. 이민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특히 강족기병 2천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병에서 열세일지 모르지만, 내 기병도 만만치 않다.'

유비군과 원매군이 서로를 노려보면서 열기는 점차 고조되어 갔다. 이때 원매의 명을 받은 호위기병이 중간지점까지 나아가서는 작은 목함 상자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가져가라고 소리치고는 거기에 깃발이 잘 보이도록 펼쳐 놓았다.

맹획은 병사를 시켜 상자를 가져 오고는 눈빛이 흔들렸다. 상자에는 선명하게 관우라고 써 있었다. 견고하게 고정된 상자를 열어 볼 수도 없었다. 결국 한숨을 쉬며 유비에게 전달했다.

유비는 상자를 받아들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단번에 그 상자가 관우의 수급이 담긴 상자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들어 견고하게 묶은 줄을 풀고는 뚜껑을 열었다.

오랫동안 소금에 절여저 쭈그러들었지만, 분명히 관우가 맞았다. 아무리 변했더라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운장아........ 네가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그간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

유비는 상자를 끌어 앉고 어깨를 떨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이 형이 반드시 복수를 해주마. 모조리 죽여주마!"

그는 소금이 묻은 얼굴을 들었다. 흉광이 흘러 나오자, 옆에서 호위하던 병사들은 섬찟함에 덜덜 떨었다.

"뭐 하는가? 당장 공격하라!"

유비는 즉각 공격명령을 내리고는 기병지휘관 정앙을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자네는 기병을 이끌고 앞으로 나가서 적의 약한 곳을 살펴. 그리고, 그게 보이면 공격해서 적을 무력화시키게."

"지금 확실하게 적의 기병수가 파악되지 않지만, 우리보다 수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역습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거라! 토 달지 말고!"

정앙은 입을 다물었다. 더는 진언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군례를 올리고 곧바로 앞으로 나섰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5천의 정예기병이었지만, 원매의 기병 또한 정예였다. 만약 저들이 함정이라도 판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확률이 높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하라는 대로 한다. 안 되면 다른 수를 쓸 수 밖에."

강족과 혼혈인 정앙은 눈을 번뜩였다. 어차피 충성심은 깊지 않았지만, 문제는 강족기병이었다. 만약 이들을 죽이고 돌아간다면 강족의 추장들이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는 급히 달려가 초황을 찾았다. 그는 남만족과의 혼혈이었다.

"초장군."

"정장군. 어인 일이시오?"

초황은 반가움을 드러냈다. 둘만 혼혈이었기에 은근 따돌림같은 것이 있었고, 그럴 수록 둘은 더욱 굳건하게 뭉쳤다. 그는 초황에게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았다. 초황의 얼굴도 굳어졌다.

"초장군도 위기가 닥치면 잘 판단하시오."

정앙이 되돌아 가려고 말에 오르자, 초황이 급히 군례를 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이 은혜를 잊지 않겠소."

"초형이니까 꼭 말씀드리고 싶었소. 부디 보중하시오."

"정형도 보중하시오."

둘의 눈이 허공에서 잠시 만났다. 정앙이 급히 말을 돌려 본대로 향했고, 초황은 공격준비를 시작했다. 명령이 떨어진 이상 최선을 다해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해지면 그때는.

원매군영.

원매는 전체 지휘를 곽가에게 맡기고는 우측에 2천의 호위기병을 이끌고 포진했다.

'곽가라면 충분할 거야. 흠-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보니 곧 저놈들이 공격을 하겠군. 당장은 몰라도 전투가 본격화되면 신병의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 기병을 운용해서 모조리 쓸어주마!'

원매의 주변에서 기병을 이끄는 조운의 눈은 침착하게 가라 앉았다. 전투가 벌어지고 위기가 닥칠 수록 냉정해지는 특성을 가진 그였다. 그의 눈에는 유비군의 부족함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준비가 부족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는 어찌하면 저들을 격파할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였다.

"조자룡!"

"예. 태자전하."

"어때? 계책이 섰는가?"

"예. 문제 없습니다. 보병이 틈만 만들어 놓으면 안으로 들어가서 헤집어 놓으면 됩니다. 훈련부족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단 한번 헤집어 놓으면 완전히 무력화될 것 입니다."

"내 생각과 같군. 준비해! 곧 기회가 올 것이야."

"예. 태자전하!"

원매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둥둥둥둥-

후방에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공격을 알리는 신호였다. 유비군이 공격을 시작하자, 곽가도 북을 치며 맞공격을 개시했다. 보병 8만 대 14만이면 차이가 컸지만, 양쪽이 워낙 대군이었기에 초반부터 밀릴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장기전으로 간다면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할 것이다.

양군은 점점 간격을 좁히더니 중앙에서 쾅-하고 부딪쳤다. 뒤에서 꾸역꾸역 밀면서 가운데서는 죽을 때까지 싸워야 했다.

워낙에 대군이 격돌한 상황이었기에 전선은 어느 한 쪽으로 밀리지 않고 고착화되었다.

중앙에서 맞붙은 허저와 맹획은 양쪽을 대표하는 극강의 맹장이었다. 그렇기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강하게 일진 일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양측의 기병들은 틈이 나면 공격하기 위해 상황을 주시했다.

유비기병을 이끄는 정앙은 좀처럼 공격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몇 번의 기회가 보였지만, 원매기병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군. 여기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정앙은 병사로부터 죽간을 받아 신경질적으로 펼쳤다가 급히 덮었다. 공격을 재촉하는 유비의 명령이었다. 보병이 교착상태에 빠졌으니 기병으로 활로를 뚫으라는 이야기였다.

"빌어먹을! 대략적으로 보이는 기병만 7~8천이고, 숨어있는 놈들이 얼마인지도 감이 안잡이는데, 어쩌란 거냐? 이러다가 몰살당할 수도 있다고!"

정앙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답답한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맹한 강족의 용사들을 보자, 힘이 솟구쳤다.

'그래. 일단 부딪쳐 보자. 그리고 안 되면 살 길을 찾는 수 밖에. 병신같이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

그는 즉시 사마들을 소집했다. 12명의 사마가 급히 모여들었다. 그들은 눈은 불안해 보였다. 아마도 정앙과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주군의 공격명령이 계속 내려오니 공격할 수 밖에 없다. 저들의 기병이 얼마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를 잘 안다. 전력을 다해서 싸워라! 하지만, 목숨을 아껴라! 싸우다 안된다 싶으면 남쪽으로 내달려라! 하루를 달려가면 진릉현이 나온다. 그곳에서 집결한다. 알겠느냐?"

"예. 장군. 그런데 보병들은 어찌 될까요?"

"지금 우리가 그놈들까지 돌볼 상황이 아니다. 일단 전력으로 붙는다! 모두 제 위치로 돌아가!"

"예. 장군."

사마들이 돌아가자, 정앙의 두 눈에서 섬찟한 안광이 흘러나왔다. 전방을 주시하던 그의 눈에 약한 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주포와 곽독이 이끄는 부대였다.

"돌격한다! 호각을 불어라!"

삐이이이익-

길게 호각소리가 이어지며, 사마들은 등에 붉은 기를 꽂았다. 정앙을 따라서 5천의 기병들을 일제히 돌격을 개시했다.

정앙기병의 돌격으로 주포군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원매군은 대비가 되어 있었다. 진도가 2천기병을 이끌고 곧바로 정앙기병을 허리를 쳤다.

방덕은 멀리서 달려오는 정앙기병을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그는 급히 호거아를 호출했다.

"자네에게 4천을 줄 터이니, 당장 진장군과 주장군을 구원하라! 그래도 부족하면 재빨리 호각을 불거라! 내가 즉시 출병할 것이다."

"지원은 필요없습니다. 반드시 제 손에서 해결하겠습니다!"

"쓸데 없는 소리 말아! 만약 네 놈의 만용으로 피해가 커진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서슬 퍼런 엄포에 호거아가 주눅이 든 얼굴로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엄청난 체구와 겁이 없는 호거아가 두려워 하는 장수가 방덕과 마초였다. 서량출신인 그들이 화가 나면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과격해진다는 것을 같은 출신인 호거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호각을 불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호거아는 4천을 급히 점고하여 전속력으로 돌격했다. 방덕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호거아기병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호거아가 갔으니 최소한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방덕의 예상대로 전투는 흘러갔다. 처음에는 정앙기병의 급습으로 주포군이 와해직전까지 몰렸지만, 진도가 허리를 끊으며 저항했고, 호거아가 4천으로 뒤를 급습해오자, 오히려 정앙기병이 위기에 몰렸다. 정앙이 예상했던 위기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닥쳐온 것이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다."

정앙은 신경질적으로 보병의 목을 날리며 소리쳤다. 6천의 서량기병이 투입되며 전세를 역전했지만, 강족기병은 강했다. 3천의 한족기병은 서서히 밀렸지만, 2천의 강족기병은 똘똘 뭉쳐서 강하게 반발했다.

무려 한시진(두시간)이나 전선이 교착되면서 밀고 밀리기를 반복했다.

호거아는 결국 호각을 꺼내어 약속한 신호로 길게 불었다. 신호병이 급히 붉은 실이 길게 연결된 화살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방덕은 얼굴이 굳어졌다. 호거아가 투입됬는데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곳에 4천을 남겨두고는 1만을 이끌고 출격했다. 1만이 달려오자, 멀리까지 진동이 울려 퍼졌다.

강족기병을 이끄는 선임사마가 급히 정앙에게 달려왔다.

"장군. 이제는 안되오. 이 진동을 느껴보시오. 이건 적어도 7~8천 이상의 대기병이 돌격해 오는 소리오. 이젠 끝이오. 남쪽으로 갑시다!"

"좋아. 길을 열어라!"

강족기병이 길을 열자, 정앙을 따르는 한족기병이 그 뒤를 따랐다.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순식간에 방어선이 뚫렸다.

"추격하지마라! 추격하지마라!"

방덕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호각까지 길게 불었기에 추격군은 그들을 쫓다가 다시 되돌아 왔다. 약 3천에 가까운 정앙기병은 덕분에 안전하게 남쪽으로 내달렸다.

"보병을 몰살한다. 호거아! 진도! 후방을 공격하라! 나는 보병을 뚫고 들어간다!"

"예. 장군!"

정앙기병이 도주했고, 원매기병이 둘로 갈라지며 후방과 좌측을 동시에 공격했다. 이를 신호로 후방의 방덕기병 4천이 앞으로 나섰고, 원매/조운이 이끄는 2천의 호위기병도 돌격을 개시했다.

전투가 벌어진지 두시진(네시간)만에 급격하게 원매군은 우위를 선점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