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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08화 (208/253)

# 208

제208장. 다시 전장으로.

중산군 노노현. 원상치소.

"어찌 그리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냐?"

원상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태수 치소인 이곳을 아무런 제재 없이 드나들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둘째형님(원희)! 언제 오셨습니까?"

"지금. 앞으로는 한숨을 쉬지도 말고, 탄식도 하지도 말거라. 항상 웃어라."

"형님. 이리로 앉으시지요."

원상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원희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유주자사 원희는 근엄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원상이 억울하다는 듯이 따졌다.

"내 처소에서 한숨도 못쉽니까? 하하-"

"형님(원담)께서 대군으로 유배온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정신 못 차리더니 결국 죽을 길을 찾아왔다. 그러니 너도 항상 조심하고 조심하란 말이다. 형님에 이어 너마저 잃기 싫으니 말이다."

원상은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폐....폐하께서 형님께 사약이라도 내렸습니까? 지금은 유배아닙니까?"

"기冀를 지키는 일이다. 폐하, 태자전하 뜻대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중신들의 뜻을 무시할 수가 없어. 더군다나 대역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못했어. 결과가 어찌 나오리라 생각하느냐?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원희는 감정이 북받치는듯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원담과는 악감정이 많았다. 다만, 그놈의 핏줄이 무엇인지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원상도 그제야 숨은 속뜻을 알아차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원희가 그런 원상의 곁으로 자리를 옮겨서 어깨를 주물러 주며 격려했다.

"넌 조심하면 괜찮을 거야. 반역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여기서 태수직도 성실하게 수행했지 않느냐. 앞으로도 그리 살거라. 절대 중신들의 눈밖에 나지 말고."

"아버지가 황제가 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군요."

"좋을 것 없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그래도 태자전하께서 미리 심중치(심배)를 솎아내고, 너를 중산군태수로 임명한 것이 네 살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러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거라."

원상은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저 흘러 내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숨 죽이고 살아야 하는 억울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원매는 조운과 호위기병 2천의 호위를 받으며 강릉에 도착했다. 정예기병 2천. 보병 1만을 만나도 무섭지 않은 무시무시한 규모였다. 사실 무력 최정점을 찍은 원매로서는 이런 대규모 호위기병이 불편했지만, 원소의 강력한 권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태자전하를 뵙습니다!"

견초를 필두로 이전과 허저, 그리고 교위들이 일제히 도열하여 군례를 올렸다.

"반갑소. 응? 그런데 모두 얼굴이 왜 그런가?"

"요즘 무리를 해서 일했더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수행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조금 피곤할 뿐입니다. 태자전하- 안으로 드시지요."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뒤를 따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수들이 일을 게을리 하다가 원매가 온다니까 그제서야 헐레벌떡 일처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원담으로 인해 일이 꼬였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는 걸."

"태자전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장들이 무능해서 그런 것이지요."

견초의 등을 두드리고는 이전과 허저를 바라보았다. 조조에게 항복하면서 몇 번보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은 서먹했다.

"이장군은 불편한 것은 없으신가?"

"없습니다. 견장군의 배려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로군. 견장군을 잘 보필하여 이번 전투는 승리로 이끌어야 하네."

"예. 태자전하."

"허장군은 어떠신가?"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태자전하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고맙소. 견장군, 이장군이 지략형이라면 허장군이 무장형이야. 실제로 최선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것은 허장군이 해야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어느새 견초의 치소에 다다랐다. 치소안은 넓었고 상황판과 탁자가 여러개 놓여 있었다. 또한, 그곳에서는 20여명에 달하는 종사관들이 부지런히 일하다가 원매를 보고는 부동자세가 되었다.

"내 신경쓰지 말고 일하라고 해."

"예. 태자전하."

견초가 재빠르게 손짓을 하자, 종사관들이 쭈뼛하며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원매가 상좌에 앉자, 견초와 허저가 자리를 잡았고, 이전이 설명을 위해 상황판 앞에 섰다.

"현재 익주에서는 신병들이 훈련하느라 난리입니다. 곡창현 일대가 익주남부에서 넓은 평야지대인데, 그곳이 훈련장으로 변했고 젊은이들이 모두 병사로 뽑혀서 모내기도 못하고 있다 합니다."

"심각하군."

"또한, 진도/주포를 얻고, 부융을 참했는데, 덕분에 유비는 심각한 인재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충원한 장수들이 대부분 큰 부대를 이끈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거는 호재로군. 하긴 맹획, 고정, 옹개 이런 놈들로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지. 내가 확신하는데 그놈들은 자네들 보다 아래야.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대처하게."

"태자전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만, 혹시라도 저희가 만용을 갖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역시 견초는 조심스러웠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투였기에 어떡하든 실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이지. 계속 하게."

"예. 태자전하. 유비군이 공격을 한다면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도로가 양호한 주수를 따라서 공격하는 방안입니다. 이 방안은 이동이 편리하나, 지원군이 격파된 지점이기에 그들로서는 꺼림칙할 것입니다. 둘째는 남쪽 옥수를 따라서 공격하는 방안입니다. 주수에 비하여 길이 험합니다. 또한 크게 우회하여 형주로 들어서는 길이라서 시간, 물자 낭비를 각오해야 합니다."

"내가 장강을 꽉 틀어 쥐고 있으니까 유비의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는군. 그런데도 공격하려는 것을 보니 대단한건지 무모한건지 모르겠어."

"무모합니다."

이전이 단언했다. 견초와 허저도 서슴없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무모하지.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유비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이 될 테니까. 그게 유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지."

원매가 약간 음울하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장수들은 원매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시 질문하지는 않았다. 이후, 강릉성의 상황과 지형조건, 병참에 대하여 심도 놓은 토의가 이뤄진 후, 회의를 마쳤다.

"수고했어. 이 정도면 충분할거야. 우리가 병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병에서 앞서고 좋은 목지점을 선점했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내 명령을 기다리게."

"예. 태자전하."

"나는 임원성으로 가봐야겠어."

"태자전하. 그곳은 유비군과 가깝고 산월족도 근처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위험하니 이곳에 계시면서 방장군을 비롯한 수뇌부를 부르시지요."

견초의 걱정은 당연했다. 그도 원매가 얼마나 대단한 장수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만에 하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장수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괜찮아. 호위기병이 2천이야. 그리고 항상 갑옷을 단단히 입고 조심하겠네. 그럼 되겠지?"

"장차 황제가 되실 몸이시니 항상 조심하시고 또 조심하십시오."

원매는 견초를 격려하고는 조운에게 출발준비를 명령했다. 빨리 임원성으로 가서 적들이 올 수있는 경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전투를 벌인다고 생각하자 피가 끓기 시작했다.

조운은 슬쩍 견초등의 얼굴을 보고는 복명했다.

"예. 태자전하.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는 빠르게 이어졌다. 오후가 되자 신속하게 원매일행은 출발했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보며 견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저리 고생을 자초하시는지. 지금 가시면 중간에 노숙을 하실 텐데."

"누가 있어 태자전하께 위해를 가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지난번 공융의 일도 있고 하니, 조장군의 호위도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견초는 빙글 돌아 이전을 보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걸 알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이런 내가 너무 감상적이었군요. 자- 우리는 우리 일에 충실합시다. 그게 태자전하께 충성하는 것입니다."

"예. 장군."

형주 남군과 무릉군의 경계지대.

넓은 들판에 거대한 원형방진이 펼쳐졌다. 조운은 이중으로 방원진을 치고, 물품등을 적절히 이용해서 강력한 방원진을 구축했다. 병사들을 엄하게 단속하여 불침번 또한 엄히 단속했다.

보글보글-

커다랗고 넓은 솥단지가 가운데 걸렸고, 그곳에서는 이름 모를 검은 죽이 끓고 있었다. 말린 야채, 주변에서 얻은 채소, 말린 고기, 잡곡등을 썰어 넣은 죽이었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기병이었기에 최대한 짐을 줄이다 보니 쌀밥은 고사하고, 매일 죽이었다.

조운은 그것을 한 그릇 떠서 원매에게 바치며 죄를 짓는 표정이었다.

"태자전하. 지금이라도 말씀하시면 따뜻한 쌀밥을 준비하겠습니다."

"난 이게 편해. 자네 자꾸 그러면 실망일세. 며칠 고생하면 되는 걸 가지고, 괜한 허례허식하지 말게. 이거도 괜찮아."

원매는 뜨거운 죽을 후후- 불면서 입에 떠 넣었다. 그리고 얇게 썷은 고기를 솥에서 한번 휘젓고는 입에 넣었다. 독특한 맛이었다.

'이런 샤브샤브야 말로 별미지.'

원매가 숟가락을 들자, 장병들이 시작을 시작했다. 식사시간은 떠들썩했다. 원매가 그것을 원했기에 조용하면 아무나 지적해서 말을 하게 했다. 함께 같은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경계벽을 무너뜨렸고, 2천의 호위기병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였다.

원매는 3일에 걸쳐서 임원성에 도착했다.

방덕을 비롯한 장수들은 성밖으로 나와 마중하였다.

"태자전하. 오시는 길에 불편한 것은 없었습니까?"

"편안했네. 사실 황궁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오- 곽봉효 잘 있었는가?"

"예. 태자전하 강녕하셨습니까?"

"고생많았어. 유비와의 전투는 자네의 계략에 달렸어. 이번에야 말로 최대한 멋진 계략을 제시해 주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곽가를 토닥인 후 그의 눈은 하후연과 호거아, 곽독을 향했다. 믿음직한 그들을 일일이 격려하고는 치소로 움직이려고 할 때, 새로운 인물이 눈에 띄었다. 진도와 주포였다.

[진도(36)] 무력:77, 지력:67, 정치력:58, 통솔력:75

[주포(41)] 무력:67, 지력:55, 정치력:61, 통솔력:70

"자네들이 이번에 새식구가 된 진도와 주포로군. 반갑네. 내가 원매일세."

"태자전하. 처음 뵙겠습니다."

그들은 원매의 무지막지한 기세에 놀라워하며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진숙지(진도). 잘 왔어. 나는 자네를 관우보다 높게 평가한다네. 일신의 무예는 관우가 나을지 몰라도 모든 면을 합치면 자네가 훨씬 우위에 있지. 그러니 앞으로 실력을 보여봐."

진도는 어찌 자신을 잘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일었지만, 처음부터 황태자 원매에게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원매의 시선은 주포에게 향했다.

"장가군 태수로 가고 싶다고?"

"예. 태자전하. 제가 그곳을 잘 압니다. 이민족들로부터 반드시 백성들을 지킬 테니 꼭 보내 주십시오."

"하하하하- 자네 마음에 드는군. 사내는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지. 이번에 공을 세워봐. 그럼 그리 해주지. 설마 입만 살은 것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공을 세우지 못한다면, 다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습니다."

"자 치소로 들어갈까?"

원매가 주포를 격려하고는 방덕 치소로 향했다. 그는 이동하는 도중에도 편안하게 장수들과 일일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진도나 주포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진도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태자전하. 저는 오늘 처음 뵈었는데, 어찌 저를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 그것은 장익덕에게 들었지. 그리고 유장군에게도 들었고. 결정적으로 내 첩보조직의 날카로운 눈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지."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진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황태자가 이 정도로 친절하게 답변해주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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