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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06화 (206/253)

# 206

제206장. 사고를 치다.

익주 곡창현 유비치소.

"주군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내 말을 못 들은 거야?"

"그게 아니고 믿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신병 10만을 충원해 빨리 훈련시켜서 정예병을 만들어. 지금 최대 5만을 동원할 수 있으니까 총 15만으로 원매를 공격해야지. 원매의 목을 베어 운장의 억울함을 풀어줘야겠어."

"주군. 지금이 3월입니다. 4월부터는 농사준비를 해야하고, 5월이면 모를 심습니다. 전쟁을 하더라도 추수가 끝난 가을에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가 많치 않은데, 농사마저 망친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운장이 죽었어! 매일 밤마다 꿈에 찾아와서 복수를 해달라고 통곡을 한단 말이야! 네 놈이 내 심정을 알기나 해?"

핏발 선 눈으로 유비가 악을 쓰자, 방통이 진언을 올리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당장 시행해! 이 일에 반대하거나 지체하는 놈이 있다면 모조리 처벌한다고 전해. 자네도 마찬가지야. 더 반대하는 것은 용서 안 해!"

나라의 운명이 걸린 상황이었기에 유비의 압박에도 방통은 물러서지 않았다.

"주군. 제발 명령을 철회해 주십시오. 이런다고 관도독이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무리를 하더라도 가을에 시작해야 합니다. 군량이 부족한데, 농민들을 뽑아대면 누가 농사를 짓는 단 말입니까? 제발 명령을 바꿔주십시오!"

방통이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찧으며 진언을 올렸다. 하지만, 유비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경고했어! 한 번 더 반대한다면 방사원 네 놈도 가만두지 않아. 어서 나가서 내 명령을 전파하고 일을 시작해!"

"안됩니다. 물러설 수 없습니다! 나라가 뿌리 채 흔들릴 것입니다."

"여봐라! 당장 이 놈을 옥에 처 넣어라!"

유비가 일어서서 분노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자, 호위병이 급히 복명하고는 방통을 잡아 일으켜 끌고 나갔다. 방통은 끌려 나가면서도 울부짖었다.

"주군!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떡해 되든 좋으니 추수를 한 다음에 시작하셔야 합니다. 주군! 제발!"

방통의 울부짖음이 멀리까지 들려왔다. 중신들과 종사관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손건이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주군. 방군사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내 마음은 정해졌다. 더는 말을 말라!"

손건은 짧은 탄식을 하며 입을 닫았고, 다른 중신들은 두려움에 입을 열지 못했다.

익주의 곳곳에서 젊은 장정들이 징집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징집을 피해 도망간 사람들이 부지기수였기에 농사준비로 바빠야 할 마을들이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만 남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맹획, 옹개, 고정이 진도, 부융, 주포가 빠진 자리를 이어 받았고, 악환, 초황, 정앙이 새롭게 선발한 신병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넓은 곡창현의 들판이 신병훈련장으로 바뀌었고, 땅을 잃은 농민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익주 남부에서 일어난 일은 곧바로 곽가의 귀에 들어갔다. 곽가는 여러 곳의 세작들이 보내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에 눈을 부릅떴다.

'태자전하의 혜안이 참으로 놀랍구나. 설마 봄에 군대 일으킬 준비를 할 줄 몰랐어. 아무리 빨라도 가을이라 생각했고, 상식적으로는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늘. 관우와 유비의 우애가 정말 남다르긴 하구나.'

곽가는 내용을 확인하자, 곧바로 방덕을 찾았다. 방덕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3~4개월 안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오."

"물론입니다. 아마도 15만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아무리 훈련이 부족한 신병이라도 엄청난 규모인 것은 분명합니다."

"강릉에 5만이 있고, 이곳에 5만이 있소. 더군다나 주요 목지점을 우리가 선점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이다."

"걱정이라기 보다는 착잡해서 그럽니다."

"무슨 뜻이오?"

"유비도 난세를 풍미했던 거인인데, 마지막에 이런 억지를 부리는게 안타까워서 그렇습니다. 또한, 그 곳의 애꿎은 농민들이 죽음을 당할 것이니 어찌 착찹하지 않겠습니까?"

"그대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요. 그냥 저 놈들이 쳐들어 오면 모조리 격파하면 됩니다. 잘 살펴서 이길 계책이나 알려주시오. 이번에야 말로 끝장을 내서 익주남부를 태자전하께 바칠 것이오."

"알겠습니다. 제가 잠시 감정적으로 흘렀군요. 이것은 태자전하께도 보고 드리겠습니다."

"강릉에도 전파해주시오."

"예. 장군."

곽가가 물러가자, 방덕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 찼다. 그렇지 않아도 지형이 워낙 험하여 공격하기 어려웠는데, 모든 군사를 이끌고 나와 준다니 고마워서 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곽가가 보낸 전령이 강릉성에 들려 견초에게 죽간을 전달했고, 곧바로 업성으로 향했다. 견초는 죽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장수들을 소집했다. 허저, 원담, 이전이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견초는 죽간을 흔들면서 힘 있게 회의를 주관했다.

"유비가 총동원령을 내렸소. 십만에 달하는 농민들이 징발되어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며, 농사를 짓지 못 하는 농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소이다. 이번에야 말로 유비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격파하여 태자전하의 근심을 덜어드려야 할 것이오."

"유비가 미친 것이 아닙니까? 설마 했더니 정말로 군사를 일으키는 군요."

이전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자, 허저가 신중하게 조언했다.

"유비라면 냉정하고 무서운 장수입니다. 적어도 15만이 공격해 올 텐데, 지금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물론이오."

견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원담은 지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신을 윗사람으로 대접하지 않자, 다시 분노가 일었다.

"이보시오. 견장군. 어찌 내게는 의견을 묻지 않는 게요?"

"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내가 폐하의 장자인데 의당 이런 일이 있으면 죽간을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소이까?"

견초는 당당한 원담의 발언에 기가 막혔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놓았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역적으로 몰려 죽을 놈을 살려주었더니 이제는 모든 권한을 내놓으라고 큰 소리 치고 있었다.

"원장군. 태자전하께서 이 곳의 총책임자로 이 사람을 임명하셨소이다. 원장군은 부장으로서 온 것이니 다른 장수들처럼 대할 것이오. 그리 알고 자중하시길 바라겠소."

쾅!

원담이 탁자를 내리치며 얼굴을 붉혔다. 허저에 이어 견초에게까지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견가 이놈! 내가 누군지를 모른단 말이냐?"

견초의 얼굴이 똥씹은 표정으로 바뀌었고, 이전, 허저는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견초는 말없이 원담을 노려보다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태자전하께서는 내게 모든 것을 일임하셨소. 나는 반드시 유비를 격파하고, 익주 남부를 점령할 것이오. 이를 위해서 나는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소이다."

"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요점을 말하시오."

"원장군을 이 자리에서 파면할 수 있다 이 말이오."

"이....... 이 ... 천한 견가 놈이.... 감히...."

"여봐라! 당장 원장군을 치소로 정중히 모셔라!"

"예. 장군."

호위병들이 달려 들어 원담을 끌어 내자,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분위기가 침중해지자, 이전이 진언을 올렸다.

"장군. 원장군 일은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지금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유비와 전투를 벌이는 중차대한 시기에 저런 짓을 벌인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때는 파면을 하더라도 병사들의 동요가 클 것입니다."

"좀 더 말씀해 보시오."

"예. 태자전하께 보고를 드려서 업성으로 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휴- 나도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폐하의 의지입니다. 태자전하께서 제게 힘을 실어 주셔서 이리 하고는 있지만, 답답하군요. 어쨌든 폐하께서 원장군의 입지를 넓혀주시려고 하시는 일이기에 업성으로 돌려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허저가 조심스럽게 진언을 올렸다.

"원장군에게 5천을 주어 양양성을 지키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전쟁이 끝나면 공신의 끝자락에 이름을 올리면 될 것입니다."

"이런 일로 머리를 써야 하다니 참으로 답답하오. 태자전하께 허락을 구하겠소."

견초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회의를 마쳤다. 강릉성에서 급하게 전령이 업성으로 올라갔다.

업성. 원매치소.

견초가 보낸 전령은 계속 말을 바꿔 타며 쉼 없이 달려 7일만에 업성에 도착했다. 고람은 전령에게 휴식을 주라고 명령을 내린 후, 곧바로 원매를 찾았다. 그는 치소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원매의 호출을 받고 들어섰다.

"얼굴을 보니 좋은 일은 아닌가 보군요."

"예. 견장군이 원장군을 통제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유비와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매우 곤란할 듯하여 그를 양양성의 방어책임자로 임명해 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나참.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한단 말인가?"

원매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상서는 치소로 돌아가게. 내가 폐하를 뵙고 담판을 지어야겠어. 유비를 잡는 중차대한 시국인데 작은 부분도 오차가 있으면 안 돼."

원매는 곧바로 원소에게로 향했다. 원소는 원매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원담에 관한 일임을 직감했다.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니 담이 일이로구나."

"예. 아버님. 형님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견초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장수들과도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지금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만큼, 얼마 안 가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입니다. 조금의 헛점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인데, 잘못하면 형님으로 인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이런 배냇병신같은 놈!"

원소는 안타까운 마음에 절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어떡하든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밥을 입에 떠 넣어 줘도 뱉는 형국이니, 기가 막혔다.

"끄응-"

원소가 탄식을 터트리자, 원매는 혹시라도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여 놀란 얼굴이 되었다. 원소가 손을 훼훼- 저으며 괜찮다고 표현한 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비로서는 담이가 항상 걸려. 희, 상이는 나름대로 잘 하고 있는데 왜 담이만 저러는지 도통 모르겠어. 이 놈이 전생에 나와 무슨 악연이 있어 가지고."

원소의 한탄은 계속 이어졌다. 원매는 추임새를 넣으면서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탄이 끝이 나면 원소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원매로서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더는 안 되겠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

원소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원매가 침을 꿀꺽 삼키며 원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담이를 업성으로 소환해서 유주로 유배를 보내도록 해! 이번에야 말로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르쳐줘야겠어!"

"유주라면 탁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유주는 대부분 이민족과 경계를 이룬 지역으로 사막과 험한 산지가 대부분이었는데, 탁군은 후방에 위치하여 그나마 상황이 좋았다.

"대군으로 보내."

대군은 병주와 유주의 경계에 위치한 최북방으로 한漢시절에는 대신들 유배지로 사용되었던 거친 땅이었다. 원소가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원소는 힙겹게 말을 꺼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천하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싶었고, 기가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강경한 조치를 취했지만, 아비로서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 원매는 그런 원소의 마음을 알아 차리고는 진언을 올렸다.

"이민족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단단히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아지면 다시 불러들이겠습니다."

"쓸데 없는 짓을."

원소는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이제 가봐."

원소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내관의 부축을 받으며 황후전으로 향했다. 힘이 들고 괴로울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보중하십시오."

원매가 깊게 허리를 숙이자, 원소는 손을 한번 흔들고는 그대로 궁을 나섰다. 굽혀졌던 원매의 허리가 곧게 펴지자 두 눈에서는 서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원담. 이 개자식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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