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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03화 (203/253)

# 203

제203장. 완벽한 승리.

업성에서 견초, 원담, 이전, 허저와 보병 5만을 형남으로 출병시켰다. 익주와 형남에서 압박하여 유비군을 몰살시키려는 원매의 강한 의지였다.

무릉군 방덕군영.

방덕은 곽가의 진언을 받아들여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주수가 흐르고 있었는데, 유비의 지원군이 이 주수를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하여 그곳을 정찰한 결과 유양현이 매복하기에 좋은 장소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매복에 착수했다.

호거아에게 정예보병 4천을 주어 가장 서쪽 깊숙이 매복을 시켰다. 호거아는 유비군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그 자리에서 대기했다가, 유비군이 방덕기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주해 올 때, 퇴로를 차단하고 격파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곽독은 보병 1만 1천을 이끌고 호거아의 후방에 양쪽으로 5천씩 나누어 매복했다. 그의 임무는 유비군의 후방을 급습하여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하후연과 방덕은 기병 1만 7천을 이끌고 가장 동쪽에 위치했다. 그들은 유비군이 혼란에 빠지면 기병을 진격시켜 격멸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곽가는 예비대로 기병 2천, 보병 3천을 이끌고 임원성을 경계하며 군량을 조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모두가 임무를 숙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혹여라도 유비군보다 늦게 움직인다면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임원성.

김선은 원매군의 움직임을 보고 탄식을 터트렸다.

"저놈들이 함정을 파는구나. 알면서도 대처를 할 수 없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구나.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지원군에게 알려야 하는 데 방법이 없어. 방법이."

김선은 애가 탔다. 아들 김의가 진언을 올렸다.

"아버님. 저들이 허술하게 길목을 막고 있는데 밤에 동시에 여러군데로 전령을 보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성공한다면 되지 않습니까?"

"휴- 네 눈에는 저게 허술해 보이느냐?"

김선의 가벼운 질책에 김의는 다시 성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허술한 것은 분명했다. 김선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봐라. 길목마다 검문소를 일마장(400m)간격으로 설치했다. 간격이 멀어 보이지만, 저들이 약속한 신호를 보낸다면 즉각 후방에 위치한 기병들이 튀어 나올 것이다. 아무리 빨라도 기병을 따돌릴 수 없다. 또한 그 사이에 넓은 평야를 이용하여 간다면 들키지 않기 위해 매우 느리게 가야 할 것이다. 그 사이에 먹을 것도 문제지만, 결국은 제 시간내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숨을 쉰 것이다."

김의는 말이 없었다. 시간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김선이 말을 이어갔다.

"더군다나 야간에 이동하면 도망치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높다. 더군다나 산을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은 쉽게 선택하기 어렵구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김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매군을 주시했다.

곽가군영.

곽가는 검문소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고, 다시 경계 강화지시를 내리며 바쁘게 업무를 처리했다. 군량보급도 신경 써야 했다. 또한 이곳의 병사들이 대부분 경부상을 당한 병사들이었는데, 그들을 관리해야 했다. 몸은 하나인데, 할 일은 많았다.

종사관을 통해서 빠르게 하나씩 처리하던 곽가는 잠시 짬이 나자 기지개를 켰다. 그때 문득 순욱이 생각났다. 매일 같이 야단 맞을 때는 순욱이 지긋지긋하게 미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에 묻혀 사는 순욱이 안스러워 보였고, 볼 수 없게 된 지금은 눈물이 날만큼 그리웠다.

'일을 제대로 해. 왜 내가 자네가 싸지른 똥을 치워야 하는가? 나도 짜증나. 계집질이나 하고 술 먹을 시간에 생각하고, 공부를 하란 말이야. 나는 일하는 게 좋아서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줄 알아?'

순욱이 되살아나 호통을 치는 것처럼 몇 년 전에 했던 말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후로 이를 갈며 순욱을 넘기 위해 노력했다.

'후후- 문약형. 그때는 내가 철이 없었소. 형의 잔소리가 정말 그립소.'

곽가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는 일에 파묻혔다.

주포, 부융(부동), 진도는 보병 2만, 기병 3천을 거느리고 급하게 진군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수 계곡으로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다.

진도가 3천의 기병으로 정찰을 하면서 진군했고, 부융과 주포가 2만 보병으로 뒤를 따랐다.

유양현일대에 이르자, 진도의 눈이 매섭게 주위를 훑었다.

"멈춰라! 정찰병을 두배로 차출하여 내보내라!"

"예. 장군."

진도는 지형을 확인하고는 기병을 멈춰 세웠다. 뒤에 있던 부융이 주포에게 군대를 맡기고는 앞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시오?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합니다."

"알고 있소이다. 저길 보시오. 지형이 호로병 모양이라 매복을 한다면 그대로 당할 것이오. 그래서 정찰병을 두 배로 뽑아서 내보냈소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부융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곳에서 시간을 끌다가 유비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은 것이다.

곽독은 진도가 부대를 멈추고, 정찰을 강화하자, 병사들을 산 위로 끌어 올렸다. 기병들은 산속 깊숙이 수색하지 못했고, 도로상에서 가까운 지역 위주로 신속하게 훑어 나갔다.

곽독의 재빠른 조치로 정찰병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갔다.

진도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출발명령을 내렸다. 부융이 조언을 했다.

"진장군. 너무 조심성이 지나칩니다. 관도독이 쉽게 당했겠습니까? 이곳에 적들이 매복했다면 관도독이 열흘도 못 버티고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항상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진도는 다시 정찰병을 앞세우고는 진군했다.

"관도독 보다는 저렇게 신중한 자가 형남도독으로 갔어야 하는데."

부융은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자신의 부대로 돌아갔다. 진도가 도독이었다면 곽도의 배신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무리한 출병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부질 없는 생각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말을 타고 달리던 부융은 보병들과 합류했다. 그는 곧바로 진군명령을 내렸다.

2만의 보병이 움직이면서 계곡 안은 뿌연 먼지로 가득 찼다.

곽독은 산 위에서 꼼꼼하게 유비군의 움직임을 지켜 보았다.

"이놈들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어림도 없다. 산 위로 올라왔는데, 네놈들이 어찌 매복을 파악한단 말이냐? 여기서 모조리 뼈를 묻게 해주마!"

곽독은 끈기를 가지고 유비군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꽤 넓은 협곡이었지만, 그들이 유양현을 통과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불화살을 쏘아 올려라!"

곽독의 명령에 불화살이 하늘로 솟구쳤고, 커다란 깃발을 든 병사들이 일제히 흔들기 시작했다.

"쏘아라!"

슈슈슈슈슉-

계곡의 양쪽의 산에 숨어 있던 곽독군은 신호에 따라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다. 난데 없는 공격에 유비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진도, 부융, 주포등이 어떡하든 혼란을 다스리려고 노력했지만, 좁은 계곡 안에서 매복 습격을 당했다는 생각에 병사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속도를 올려서 진군하라!"

진도가 호각을 길게 불었고, 부융은 북을 치며 병사들을 급속행군 시켰다. 산속에 숨은 매복병을 찾아서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차라리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화살에 맞고, 병사들에게 깔리면서 수많은 병사들이 전투를 치러 보지도 못하고 크게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했다.

"공격하라!"

둥둥둥둥-

곽독의 명령에 연신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산 위에 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달려 내려왔다. 그들은 달려 오는 탄성 그대로 부융/주포가 이끄는 후미를 강하게 타격했다. 유비군 후방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사상자는 급속히 늘어났다.

"어서 서둘러라!"

부융은 눈물을 머금고 급속행군을 지시했다. 후방에서 죽는 병사들이 안타까웠지만, 그들을 구하려 한다면 더 큰 함정에 빠질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들을 포기하는 냉철한 지시를 내렸다.

급히 호로병 모양의 계곡을 빠져나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1만 7천에 달하는 정예기병이었다. 새까맣게 계곡을 막고 있는 기병을 보자, 보병들은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들렸고, '죽었구나!' 라는 자조섞인 체념도 들려왔다. 진도, 부융, 주포가 당황하여 제대로 대열을 정비하지 못하는 사이에 방덕과 하후연이 기병을 돌격시켰다.

이미 관우군을 격파하면서 기세를 올렸던 서량기병은 굶주린 늑대들이 양떼를 덮치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돌격했다.

순식간에 그들의 간격이 좁혀졌고, 서량기병은 20~30명 단위로 쪼개지며 대열 속으로 파고 들었다.

진도는 기병들을 다독이며 어떡하든 막으려고 했지만, 수적으로 지나치게 열세였다. 3천으로 1만 7천을 막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데, 말의 상태도 원매기병이 우수했다. 참으로 불공평한 전투였다.

원매기병은 진도기병을 지나쳐서 그대로 부융/주포군 속으로 뛰어들었다. 진도기병이 어느 정도 대형을 유지하면서 버티는데 반하여 보병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신이 재림한듯 곳곳에 선혈이 낭자했고, 애꿎은 병사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전황은 완전하게 기울어졌고, 보병과 기병들은 일제히 후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병에게 쫓기어 살해당했고, 중간에서 다시 곽독의 보병을 만나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살아 남은 일부 병사가 남은 힘을 짜내어 도주 했지만, 호거아가 4천의 병력으로 막아서자, 그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엎드렸다. 항복이었다. 싸울 힘도, 의욕도 없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방덕은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치소를 설치하고, 전장을 살피며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병사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항복한 병사들은 한곳으로 모아 재편성하고 재교육을 시켰으며, 죽은 자들은 땅을 파서 매장했다.

또한, 급하게 숙영지를 만들었다. 남쪽이라 북쪽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계곡의 밤추위는 매서웠다.

"장군. 지시하신대로 똘똘해 보이는 젊은 병사 50명을 몰래 풀어 주었습니다."

"잘했어. 설마 그놈들이 모조리 유비에게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죽지는 않겠지?"

"그럴 리가요? 체격이 좋은 자들만 풀어주었는데요. 그리고 상류 쪽에 군량도 놓아 두었으니 먹거리 걱정도 없을 것입니다. 그 놈들은 지가 잘나서 도망친 걸로 알 것이고요."

"수고했소."

"그럼. 숙영지 편성하는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호거아가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방덕은 생각에 잠겼다.

'저들이 무사히 살아서 유비에게 돌아가야 할 텐데. 중간에 죽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생겨. 그런데 유비는 밑바닥에서 이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인데, 과연 태자전하의 뜻대로 무모하게 움직일까?'

방덕은 원매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유비가 분노하겠지만, 모든 병사들을 이끌고 공격하는 우매한 짓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치며 잡 생각을 떨쳤다.

원매의 명령이 확고하게 떨어진 마당에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적어도 작전을 어느 정도 진행하다가 문제점이 발생하면 보고하는 것이 옳았다.

유양현 전투가 원매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형남의 태수와 현령들은 유비를 버리고 원매를 택했다. 계양군의 조범, 영릉군의 유도가 항복했다.

하지만, 임원성의 김선은 항복하지 않았다. 한의 충신을 자처하는 그가 한을 무너뜨리고 기를 세운 원매에게 항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방덕은 서두르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유양현의 전장정리를 주도해 나갔다. 다친 병사들을 돌보고, 항병들을 재교육, 재편성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또한, 사로 잡은 진도, 부융, 주포를 처리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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