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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02화 (202/253)

# 202

제202장. 누가 주인인지를 가르쳐주다.

업성.

장비일행은 8일 만에 업성에 도착했다. 멀었지만, 길이 평탄했고 말타기에 익숙한 장정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관평의 모친은 조금 뒤떨어져 따랐기에 앞으로 7~8일은 더 걸릴 것이다.

"장장군. 죄송합니다만, 죄인의 신분이기에 지금부터는 포박을 해야 합니다."

"그러시게."

사마는 예를 표하고는 장비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포박했다. 행여라도 느슨하게 포박한게 중신들의 눈에 띈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관평은 죄인이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숙부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태자전하의 명을 받지 않고 내려 왔느니라. 그만큼 형님의 목숨을 구하고 싶었던 거야."

"숙부님....."

관평은 장비의 마음이 와닿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장비를 오해하고 함부로 말했던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들은 곧장 고람의 치소로 향했다. 장비가 꼿꼿이 서서 대기할 때, 고람이 붉어진 얼굴로 뜨거운 콧바람을 뿜어내며 나왔다. 대단히 분노한 듯 눈썹이 역팔자를 그렸다.

"이노옴!"

짝- 짝-

고람은 장비의 뺨을 모질게 후려쳤다.

"태자전하께서 네 놈을 아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내준 것을 진정 모른단 말이냐? 네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형남은 기의 영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감히 배신을 해? 이 금수만도 못한 놈아!"

"죄송합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장비는 고개를 숙였다. 당당하게 사과를 하는 태도에 고람은 못 마땅했다.

"건방진 놈같으니라고."

장비는 이어지는 고람의 질타를 묵묵히 들어야 했다. 한참을 퍼부은 고람은 조금 화가 풀린 얼굴로 변했다.

"기다려. 태자전하께 보고를 하고 올 테니. 그 분께서 자네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괘씸한 놈."

고람은 잠시 장비를 흘겨보다가 등을 돌렸다. 장비는 입안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관평이 급히 손수건을 꺼내 입주변을 닦았다.

"괜찮다. 군인이 명령 없이 탈영했으면 참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법인데, 나는 운이 좋구나. 태자전하의 은혜가 참으로 크구나."

원매치소.

원매는 전풍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람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불러들였다.

"전태부. 잠시만 기다리시오. 아마도 장비가 왔나 봅니다."

"그가 왔다면 잠시 얼굴도 보고 혼내주셔야지요. 그리고 필요하면 격려해주시고요. 저는 다음에 오겠습니다."

"알겠소이다."

전풍은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 고람은 들어서다 전풍을 보고는 예를 표했다. 원매를 보자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예를 올렸다.

"고상서. 이리 와 앉으시게."

"예. 전하."

"장비가 왔는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방장군이 보내는 보고서입니다."

원매는 죽간을 펴서는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좋아. 관우를 격파했고, 무릉군으로 이동해서 지원군을 격파한다는군. 지원군이 무너지고, 관우가 죽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유비가 참지 못하고 대군을 이끌고 나올거야. 업성에서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어. 이번에 내려가면 유비와 유장을 끝내버려야지."

원매는 죽간을 다시 고람에게 주어 읽으라고 했다. 고람은 내용을 읽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장비를 어찌 처분하면 좋겠는가?"

"저만한 장수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번만 용서를 해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용서해줘야지. 죽일 수는 없잖은가? 내 말은 용서는 하되, 죄의 대가는 받아야 해. 그걸 어째했으면 좋겠냐는 거지."

원매의 말투에서 분노가 느껴지지 않자, 고람은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잠시 사마로 강등시켜서 변방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마라? 5천 이상을 지휘하던 장수가 하루 아침에 4백을 지휘하는 장수로 추락하는군. 그리 하지. 유주도호부의 장합에게 보내서 이민족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기게. 그럼 결정이 되었으니 얼굴이나 보러 갈까?"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람이 앞에서 안내를 하며 이런저런 진언을 올렸고, 원매는 묵묵히 들었다. 원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장비와 옆에 있는 젊은 장수였다.

[관평(26)] 무력:82, 지력:57, 정치력:61, 통솔력:80

관평을 보자 원매는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꽤 쓸만한 장수를 얻은 것이다. 둘은 원매를 보자 급히 허리를 숙이며 군례를 올렸다.

"장익덕. 이게 뭔가? 이 사람아."

원매는 즉시 장비의 포박을 풀었다.

"고생했어. 내가 자네 마음을 다 알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태자전하."

원매는 장비를 잠시 안았다가 놓았다. 그리곤 약간 엄한 표정을 지으며 명령했다.

"사실 난 자네를 용서했네. 하지만, 엄연히 법도가 있는데 자네는 처벌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어. 장비는 명을 받으라!"

장비는 급히 무릎을 꿇고 명을 대기했다. 관평은 깜짝 놀라 옆에 같이 꿇었다.

"중랑장 장비를 오늘 부로 사마로 강등한다. 이곳에서 짐을 정리하고 삼일 후에 유주도호부로 향하라.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원매는 다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장비를 일으켰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잠시만 고생하게. 가서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이게. 거기서 평가가 좋아야 내가 자넬 다시 부를 수 있어."

"예. 전하."

장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을 위하는 원매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누군가?"

"태자전하. 처음 뵙겠습니다. 관평이라합니다."

"관운장의 아들이로군. 그의 일은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어. 사실 나는 관운장과 아무런 원한이 없네. 난세이기에 서로 싸우고 죽이게 되는 것이지. 참으로 훌륭한 무장인데."

원매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말이 없다가 관평을 바라 보았다.

"자네는 2천을 지휘할 수 있는 교위를 내려줄 테니 한 번 해보겠는가?"

"감사합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고상서. 이 둘을 데려가서 명령을 조치해 주고, 관평은 기주도호부(전예)에 소속시켜주시오."

"예. 전하."

원매는 다시 한번 장비에게 당부하고는 돌아갔다. 고람은 장비와 관평을 데리고 치소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일이 좋게 끝났기에 고람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매가 치소로 돌아오며서 전풍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는 전풍에게 고람이 전한 죽간을 전해주어 읽게 했다.

"어떻소? 분위기가 무르 익었으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전하께서는 지금도 유비가 관우의 보복을 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입니까?"

"물론이오!"

단호하게 대답하자, 전풍은 잠시 그의 얼굴을 보다가 복명했다.

"그럼 하내군의 예비대를 양양군으로 내려 보내십시오. 기병은 충분할 테니, 보병을 5만 정도 내려 보내면 됩니다. 지략에 능한 견초, 이전과 용맹한 허저. 그리고....... 대공자를 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큰형님을 말이오?"

원담은 반역행위로 연금되었다가 최근에 장수로 복직이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기에 호칭은 대공자 또는 원장군정도로 칭하며 쉬쉬했다. 아무래도 원매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하여 그럴 것이다. 원매는 원담이 언급되자 인상이 찌푸러졌다. 그가 공을 세우는 것이 웬지 불편했던 것이다.

"넓은 아량을 보여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대공자는 한 명의 장수로 따라가는 것이고, 보병대장은 견초에게 주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황족인데 그래도 되겠소? 더군다나 그 불같은 성정에 사고라도 치면 골치 아픈데."

"그래도 대공자를 넣어야 합니다. 지금 폐하께서도 대공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십니다. 그가 이렇게라도 공을 세운다면 폐하의 마음도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더욱 건강하실 테고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담에게 이것이 기회가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원소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원매는 즉시 일어났다. 전풍을 돌려보낸 후, 곧바로 원소를 찾았다. 대군이 출병하는 만큼 반드시 원소의 허락이 필요했다. 원소는 원매의 말을 인자한 표정으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원담이 나오자 흠칫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담이가 잘할 수 있을까?"

"사실 저도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전투는 매우 유리합니다. 조금만 협조하면 충분히 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알아. 하지만, 거기서도 못된 성질을 부리면 끝이란 것도 알지."

원소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에 잠겼다. 아무리 미워도 자식이었다. 어떡하든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것이 지금 눈 앞에 있었다. 하지만, 또 무슨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쉽게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원소는 허락했다. 그는 원매를 돌려 보낸 후, 원담을 불러 들였다.

원담은 전장으로 출정한다는 말을 듣자,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대장이 아니라 견초의 부장으로 출정한다는 말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아버님.....아니.... 폐하. 제가 황족인데, 어찌 견초의 지휘를 받으며 종군한단 말입니까? 이건 말도 안됩니다. 제가 지원군뿐만 아니라 형남의 모든 군사들까지 총지휘해야 합니다. 그게 보기에도 좋습니다."

쾅-

원소가 탁자를 치자 원담이 움찔하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원소의 호통이 이어졌다.

"네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태자가 용서하지 않았으면 네 놈은 벌써 죽었어. 반역을 하고도 내 아들이니까 살아 남은 거야. 이놈아 왜 이리 앞뒤를 분간하지 못 하느냐?"

"폐하. 그렇더라도 제가 황족인데 부장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이....... 이놈이......"

원소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는 숨이 가빠지며, 얼굴색이 급변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의원이 급히 달려와 약을 먹이고는 온 몸을 주무르며 그를 안정시켰다. 반각이 지나자 원소는 혈색이 돌아왔고 숨도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가 없는 힘을 쥐어 짜내 명령했다.

"이 아비의 말대로 해. 더는 기회가 없어. 이 바보같은 놈아. 물러가."

원담이 예를 올렸지만, 불퉁한 표정으로 쿵쿵거리며 치소를 나갔다. 원소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원매는 원소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달려갔다. 원소는 괜찮다며 손을 휘저으며 나가라 했고, 원매는 그의 상태를 의원에게 확인하고는 물러났다. 의원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황궁을 나오는 그의 얼굴은 분노 그 자체였다.

그는 곧바로 원담의 치소로 향했다.

쾅-

문이 부서질듯 열리자 원담이 용수철처럼 솟아 올랐다. 하지만, 원매를 확인하고는 어- 어-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뭐 하시오? 태자전하께 예를 갖추십시오!"

조운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자, 원담이 마지못해 예를 표했다. 원매는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멱살을 틀어 쥐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무지막지한 힘에 원담은 숨이 막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무력 100에 이른 원매를 당해내기는 어려웠다. 한참을 발버둥치던 원담은 원매가 손을 풀자 자리에 풀석하고 주저 앉았다.

원매가 앞에 쪼그려 앉았다.

"형님. 언제 철이 들거요?"

원담은 눈썹이 꿈틀하며 발작하려다가 무시무시한 원매의 안광을 접하고는 입을 닫았다. 매서운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 번 더 멍청한 짓을 하면 정말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어. 반역죄가 없어진 게 아니라, 잠시 형벌의 집행을 유예한거야. 반역을 저지르고 겨우 연금되었잖아. 그건 벌이 아니야. 지금이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죽이라고 상소가 빗발칠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아버님께서 마음 아파 하시니까 네게 기회를 주는 거야. 이 멍청한 놈아."

원매는 손을 탈탈 털며 일어섰다. 그는 뒤돌아 서서 나가다가 다시 경고를 날렸다.

"대장은 견초와 방덕이 맡을 거야. 까불지 말고 말 잘들어. 야전에서 명령불복종은 참형이야."

원담은 원매가 돌아갔지만, 몸이 벌벌 떨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원매의 살기가 그만큼 강하기도 했지만, 그가 죽이려는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원가의 장자니 감히 누가 손대겠느냐?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았지만, 이제는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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