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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96화 (196/253)

# 196

제196장. 파멸의 시작은 내부로부터.

양양성 원매기병 주둔지.

방덕은 하후연과 호거아를 호출했다. 곽가가 보낸 연통이 강릉을 거쳐서 이곳으로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왔소이다."

방덕이 힘을 주어 모두발언을 하자, 하후연과 호거아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덕은 호거아를 먼저 보며 입을 열었다.

"호장군. 이번 작전은 호장군의 역할이 막중하오이다."

"알고 있습니다. 신명을 다 바쳐 태자전하의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믿겠소.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움직여서 임무를 완수하시오. 이미 작전에 대해서는 여러 번 이야기 했으니 더는 말하지 않겠소, 출발하시오!"

"예. 장군. 하후장군도 그때 뵙겠습니다."

"고생하시오."

호거아가 물러가자, 방덕과 하후연만 남았다. 하후연이 약간 근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호장군이 잘하겠지요?"

"물론입니다. 과감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최적의 인재입니다.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방덕이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자- 이제 우리 일을 다시 되 짚어 볼까요?"

"예. 장군. 강릉까지 10개의 부대로 나누어서 은밀하게 이동해서, 호장군이 움직일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세세한 것은 이미 여러 번 짚었으니 더는 강조하지 않겠소이다. 하후장군의 역할은 관우를 흔들고, 호장군을 돕는 것이오. 그리하여, 관우가 고립되면 내가 기병을 이끌고 가서 그를 잡겠소이다."

"계획은 머릿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절대 실수하는 일 없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방덕이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자, 하후연도 일어섰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관우를 잡고 형남을 얻는다면 유비는 끝입니다."

"예! 장군!"

하후연이 군례를 올리고 막사를 벗어났고, 방덕도 곧이어 교위, 사마들을 불러서 임무를 다시 주지시키고, 출병명령을 하달했다.

양양에서 강릉까지는 매우 평탄한 지형이었기에, 기병을 쪼개어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10일 후.

장사군 관우치소.

평소 조용하게 업무가 이뤄지던 이곳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매우 시끄러웠고, 번잡스러웠다.

"조용히 일처리 하거라!"

관우가 상좌에 앉아 호통을 치자 조금 조용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산스러운게 눈에 거슬렸다.

"한심한 놈들 같으니라고."

관우는 부하들이 호들갑 떠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독. 고정하십시오. 그동안 전쟁이 없었던지라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차차 적응하겠지요. 이제 저들을 어찌 처리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습진이 진언을 올리자, 관우도 그의 말은 경청했다. 습진은 형주의 대호족으로 관우가 형남을 장악하는데 큰힘을 보탰으며,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아버님! 제게 3천을 내어 주십시오. 반드시 저놈들을 격파하겠습니다."

관평이 호기롭게 나서자, 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26살인 관평이었지만, 관우의 눈에는 어린아이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기다리거라. 여기 습장군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함부로 나서느냐?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는 도독으로 호칭하거라!"

"예. 도독!"

관평은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능력을 꼭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자- 습장군. 계속 말씀해 보시게."

"예. 도독. 장사군 북쪽 익양성 인근에 원매군이 나타났는데, 강릉이나 임원에서 출병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보병은 대략 1만을 상회하고, 기병은 4~5천으로 추산됩니다. 그들은 약탈하면서 남하하고 있고, 며칠 후면 익양성에 도착할 것입니다.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익양성이 함락될 수 있습니다. 출병하셔야 합니다."

"기병이 5천이라? 야전으로는 쉽지 않겠지?"

"우리가 기병이 4천이니 수적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경험이 적기 때문에 전면전을 벌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습굉(습진동생)이 익양성을 지키고 있으니, 그와 호응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진을 치고 양쪽에서 원매를 견제하자 이거지?"

"그렇습니다.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습굉이 그들의 후미를 칠 것이고, 원매군이 성을 공격하면 우리가 그들의 후미를 칠 것이니 저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결국은 군량이 부족한 저들이 퇴각할 것입니다."

"이른바 기각지세(埼角之勢)로군. 좋아. 그리하지. 이곳 임상성(장사군치소)에 조루와 3천을 남기고, 습진, 관평은 기병 4천, 보병 2만 5천을 이끌고 내일 아침 출병한다. 수적으로 우리가 우세이니 충분히 저들을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하라!"

"예. 장군."

습진과 관평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관평은 바라던 선봉을 얻진 못했지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튿날.

관우는 대군을 이끌고 익양성으로 출병했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북쪽으로 이동하는 대군을 곽도와 조루가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조장군의 임무가 참으로 막중해졌소이다."

"물론입니다. 이곳 임상성은 제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입니다."

"조장군만 믿고 나는 군수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소."

"저도 부도독만 믿겠습니다."

조루가 곽도에게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선한 웃음을 짓던 곽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설치지 마라. 네놈도 조만간 죽여주마!'

곽도는 한동안 조루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자신의 치소로 돌아왔다. 곽도가 돌아와서 자리에 앉자 곽가가 은밀하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진언을 올렸다.

"형님. 호거아가 용맹한 병사 3백을 추려서 성 근처 숲에 숨어 있습니다. 내일쯤 이들을 불러 들여서 성안을 점령하시지요."

"호거아? 이민족이냐?"

"강족출신인데, 오랫동안 중원에서 활동했습니다. 한족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또한, 용맹하고 과감합니다."

"좋아. 조루정도는 처리하겠지?"

곽가가 피식 웃었다.

"조루는 말이 장군이지 문관출신아닙니까? 호장군은 서량기병을 지휘하는 장수입니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요."

"난 심각하다. 흰소리말고 묻는 말에나 제대로 답하거라. 감당할 수 있느냐?"

"물론입니다.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그럼 내일 저녁때 불러들이거라. 영천 곽씨문중에서 들어오는 지원군으로 해 놓으마."

"예. 형님."

곽가가 밖으로 나가자, 곽도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관우야. 이제 네놈의 목이 날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임상성에서 군량이 끊기고도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네놈의 목을 베어 깊은 원한을 갚고 말 것이다.'

조루는 이상한 보고를 받았다.

"3백이나 되는 장정들이 나타났는데, 곽부도독의 문중사람들이라 이거지? 그런데 뭐가 문제란 거야?"

조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 곽도로부터 전해 들은 상황이었다. 한 명이 아쉬운데, 3백이나 되는 장정들이 왔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위 이홍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조루가 문관출신이었기에, 실제 병력지휘는 이홍이 맡고 있었다.

"저, 그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옷은 남루하게 입었지만, 이건 보통놈들이 아닙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게."

"예. 수없이 전투를 겪고, 살인을 해보면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살기라는 것인데, 그게 강한 군대면 정말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예중의 정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밖에 있는 3백명에게서 그런 매서운 살기가 느껴집니다. 웬지 성안으로 들여 놓기가 두렵습니다."

이홍의 입에서 두렵다는 말이 나오자, 조루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봐. 우리가 3천이야. 겨우 3백이 두렵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저들은 부도독의 문중사람이야. 내가 직접 들었어. 부도독이 거짓을 말할 리도 없잖은가?"

"제가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확히 아는 것은 그놈들은 정말 무서운 놈들이고, 만에 하나 다른 마음을 먹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루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군사적인 부분은 반드시 이홍의 의견을 참고하라는 관우의 명이 있었기에 그는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곽도는 호거아가 성으로 들어오지 못하자, 친히 조루의 치소로 향했다.

"이보시오. 조장군! 지금 뭐 하자는 것이오?"

"아.... 그것이.... 밖에 있는 자들이 문중의 장정이라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렇지가 않아 보여서 알아 보는 중입니다."

쾅-

곽도가 탁자를 내리쳤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관도독이 무시하니까 조루 자네 눈에도 내가 우습게 보이는가? 지금 저들은 주군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영천에서 이곳까지 달려왔어. 그런데, 그걸 의심해? 내가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말해 봐!"

"부도독. 흥분을 가라 앉히십시오."

"죽을 고생을 해서 도우려고 왔는데, 오히려 의심한다면 저들이 어찌 제대로 돕겠는가? 안 그래? 지금은 쓸데 없는 의심을 버리고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해. 어서 들여 보내게. 내가 누차 말했잖은가? 나도 힘을 보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게 그 결과물이야. 원매군이 공격해 왔을 때 저들이 도착했으니 우리가 운이 좋다고 봐야지. 안 그런가?"

곽도가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는 조곤조곤 조루를 설득했다. 조루는 상관인 곽도의 명령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잠시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힘을 합쳐서 원매군을 물리쳐야 하네. 저들은 우리 문중에서 가려 뽑은 장정들이야. 그래서 더욱 강해보이는 것이지. 저런 용사라야 제대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예. 부도독."

조루는 곧바로 이홍에게 성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도록 명령했다. 이홍은 불안했지만, 명령을 따르며 성문을 열라고 명령했다.

이홍은 호위병을 이끌고 성문 앞에서 그들의 입성을 지켜보았다.

호거아는 3백의 병사를 이끌고 들어섰는데, 가까이 다가서자 살기가 더욱 강해져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특히 호거아와 눈이 마주치자 소름이 쫙 끼쳤다.

"호거아라고 합니다. 우리는 농사나 짓던 무지랭이들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곽부도독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문중의 어르신이니 인사를 드리고 오겠습니다."

호거아가 어색한 미소를 짓자, 이홍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쳤다.

"남쪽으로 뻗은 큰길을 따라 가시오. 아니 병사를 한명 붙여줄 테니, 그를 따라가시오."

"고맙습니다. 그럼."

호거아가 군례를 올리고 앞장서자, 3백의 병사들도 열을 맞추어 뒤를 따랐다. 이홍은 뒤를 노려 보며 치를 떨었다.

'저놈들은 진정한 살귀들이다. 전장에서 구를대로 구른 살귀들이다. 이거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지겠구나.'

이홍은 즉시 사마들을 모조리 소집했다. 아무래도 무서운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거아는 곽도의 치소로 향햐며 매서운 눈으로 성을 살폈다. 곳곳에 군사들이 있었고, 매섭게 군기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는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제법 군기가 들었다만, 훈련과 실전은 차이가 있는 법이지. 조만간 진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마.'

얼마 후, 곽도의 치소에 도착했을 때, 곽도와 곽가가 나와 그들을 마중했다.

"부도독을 뵙습니다. 저는 호거아라고 합니다."

"잘 오셨소. 참으로 용장이군. 자 안으로 드십시다."

"호장군. 고생하셨습니다."

"예. 고생은요. 곽부어사께서 더 고생하셨지요."

"자자- 이야기는 들어가서 합시다. 종사관들에게 이야기를 해 놓았으니, 오늘은 배불리 먹고 기운을 차리게 하시오."

곽도가 호거아와 곽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3백의 병사들은 종사관의 안내를 받아 고기와 밥을 먹으며 그간의 쌓인 피로를 풀었다. 전장에서 단련된 병사들 답게 경계를 하면서 휴식을 병행했다.

그간 조용하던 형남에 매서운 피바람이 몰려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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