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90화 (190/253)

# 190

제190장. 제갈량 vs 사마의.

원소는 원매에게 휴식을 강권하며 3일 동안 업무를 보지말고, 처소에서 쉴 것을 명령했다. 또한, 그의 처소로 누구도 찾아가지 못 하도록 조치했다. 덕분에 원매는 가족과 오랫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원패 동생을 만드는 부수적인 성과도 올릴 수 있었다.

승상부.

기의 행정은 이곳에서 시작하고, 끝이 났다. 승상 가후를 비롯하여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총 6개 조로 이뤄졌으며, 종사관까지 포함하면 6백이 넘는 대집단이었다.

사마의는 업성에 올라 와서 제일 먼저 승상부를 방문했다. 종사관들이 의욕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그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기의 힘은 이곳에서 나온다. 틀림 없어. 설령 외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거나 역모를 획책한다 하더라도 이곳이 중심을 잡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걷다가 희한한 놈을 발견했다. 희멀건 얼굴에 큰키를 가진 젊은 놈이었는데,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상서(각조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나 부상서를 연상시켰다.

'묘한 놈이로구나. 나이를 보면 종사관이나 하면 딱일 놈인데. 그것 참. 혹시 황족인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사이에 희멀건 놈이 가까이 와서는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자네가 사마중달인게로군."

사마의가 놀란 눈으로 쳐다 보자, 그 놈이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놀라는 것을 보니 맞군. 전태부께 많이 배우셨는가? 이런 이런 놀랐나보군. 나는 장차 승상이 되기 위해서 승상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세. 전하께서 말씀해주셨지. 장차 기의 승상은 나라고. 암."

"이런 ...... 미친 놈을 보았는가?"

만인지상일인지하인 승상을 주머니 속의 구슬이라도 되는 양 과장되게 떠드는 놈을 보자 욕부터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이런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제갈량. 공명일세. 중달 열심히 배우시게."

제갈량은 사마의의 어깨를 툭- 치고는 휘적휘적 멀어져 갔다.

"제갈 ....... 량. 저자가 제갈량이란 말인가?"

사마의는 고개를 휙- 돌렸다. 이미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원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업성에는 인재가 많아. 한 두 명에 의해서 국가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네. 제도에 의해서 움직이지.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자리 잡는다면 나라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야."

"대부분 나이 많은 중신들은 알고 있습니다."

"젊은 인재들은 모를 거야. 하하- . 그리고 묘한 놈이 하나 있지. 기가 막히게 영특한 자가 있어."

원매의 칭찬에 사마의는 묘한 오기가 발동하며 반발감이 들었다. 전형적인 승부사 기질을 가진 사마의였다.

"그게 누굽니까?"

"왜? 벌써 승부욕이 발동하시는가? 제갈량. 공명일세. 나중에 업성에 가면 보게 될거야."

사마의는 고개를 흔들어 원매와의 기억에서 벗어났다.

'저자가 제갈량이라 이거지. 좋아. 내가 지고는 못 산다. 이제부터 내 목표는 승상이다. 반드시 내가 먼저 승상에 올라 저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사마의가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을 때, 원매는 삼 일간의 휴식을 끝내고 여러 신하들을 만나며 국정운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항복한 조조의 신하들 처리 문제였다. 뛰어난 능력이 검증된 만큼 어떡하든 데리고 써야 했다.

승상부의 이조(인사)를 맡고 있던 순유는 미리 연통을 받아 연구한 끝에 최종안을 작성하여 원매에게 보고했다. 순유는 영천군 출신으로 순욱, 곽가, 진군등과 친분이 있었기에 조조 신하들이 어떤 자들인지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고생하셨소이다. 역시 순상서(이조상서 순유)의 날카로운 분석은 대단하구려."

원매는 고심하며 읽고 또 읽었다. 인사는 처음이 중요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나중에 수습하는데도 애로사항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진군:이조(인사) 부상서.

-곽가:어사대(감찰) 부어사.

-정욱:호조(재물) 부상서.

-만총:공조(토목) 부부상서.

-종요:예조(황실종묘) 부상서.

-허저:중랑장.

-하후돈:중랑장.

-하후연:중랑장.

* 사마의:부어사로 승진.

어사대는 이로서 부어사만 세 명이 되었는데(한명 서서), 한이 기로 넘어가는 어수선한 시국인 만큼 사찰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이들은 부어사를 수행하며, 동시에 전쟁이 터지면 책사역할을 했기에 세 명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또한, 조조의 신하들이 대부분 부상서로 승급한 것도 오로지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원매다운 결정이었다.

이런 부분은 기존의 원소휘하 관리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었지만, 과감하게 진행시켰다. 어차피 한 번은 기존의 체계를 뒤집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재들 위주로 승상부를 편성하는 있던 부분도 작용했다.

조조의 옛신하들도 호족이었지만, 기존 원소의 신하들에 비해서 원매에게 다른 마음을 먹기 어려웠다.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 인사조치였다.

"잘 하셨소. 그런데, 사마의를 부어사로 승진시킨 것은 좋은 데, 좀 더 키울 수 있는 방책을 연구해 보시오. 영특하고 승부욕이 강한 자라 잘만 쓰면 나라의 큰 동량이 될 것이오."

"승부욕이 잘못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순유의 우려에 원매가 시원하게 일축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겠소? 승상부가 올바른 기능을 한다면 사마의가 딴 생각을 품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오."

"군사를 일으킨다면 승상부도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예를 이곳에 놓아두었소. 그대가 아는 것보다 전예는 매우 다재다능하고 무서운 인물이오. 여러가지 능력으로 보면 사마의가 전예를 앞설지 몰라도 군사적인 능력만 보면 어림도 없소."

"전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해보시오."

"왜 고초를 자초하시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성이 좋고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많습니다. 사마의처럼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한 자는 나중에 큰일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왜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굳이 쓰려고 하십니까?"

"기의 태평성대를 위해서요. 사람이란 어떠한 악조건의 상황에도 오래 있으면 그곳에 적응하며 살 수가 있소이다. 황실에 인성 좋고 능력있는 신하들만 있다면 태평성대가 이뤄질까요? 그렇지 않소이다. 항상 긴장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내가 안락을 추구하면 큰일나겠구나.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황제라면 그런 긴장감을 가져야지요. 황제가 안일해져서 정사를 게을리 하는 순간 나라는 무너집니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나름대로 견제장치를 만들면서 조치를 해 나가겠습니다."

"고맙소. 사마의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오. 내가 황제가 되면 여러가지 개혁에 착수할 생각이오. 이대로 놓아두면 기도 얼마 가지 못하고 망할 것이 분명하오. 나라는 무너져도 호족은 그대로다. 라는 생각이 중원에 팽배하오. 그것을 바꾸지 못하면 기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사마의를 호조의 부상서로 배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호조라면 뛰어난 인재를 아무리 많이 주어도 부족한 곳이 아닙니까?"

"그럽시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그가 노린 것은 메기효과였다. 아직은 힘이 부족하지만, 사마의라면 분위기가 느슨해졌을 때, 모두를 긴장시킬 수 있는 메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딱 그 정도를 바라고 있었다. 그 이상을 노린다면 제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매가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할 때, 고람이 찾아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원매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하하- 걱정마시오. 다 나았소. 그런데 어쩐 일이시오?"

"업성의 모든 신하들이 매우 놀랐습니다. 그런데 어찌 조운 그자를 그대로 두십니까? 당연히 처벌해야 합니다."

"아쉽긴 하지만, 조운은 능력이 뛰어나오. 그 정도의 실책에 내치기엔 아까운 인물이지. 그리고 내가 큰 부상을 입지도 않았고, 그때의 정황상 조운이 막기 어려웠소. 그러니 이대로 넘어갑시다. 그런데, 이제껏 아무 말도 없었는데, 어찌 이제야 말 하는 것이오?"

"휴- 금군대장(사마구)이 어찌나 만류하던지. 그 바람에 승상도 징계를 하려던 뜻을 접었지요."

"그런 일이 있었구려. 금군대장이라면 내가 얼마나 조운을 아끼는지 아니까 그런 것이오.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뛰어난 무장이 절실히 필요한 법이니까."

원매가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자, 고람이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다시 진언을 올렸다.

"이번에 항복한 허저, 하후연, 하후돈, 이전은 매우 뛰어난 장수들입니다. 그들을 일선에 배치하여 기존의 장수들과 경쟁을 시킨다면 뛰어난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이 그와 같소."

"생각이 같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럼 제가 장수들의 배치를 재검토하여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오. 내게는 고병조(고람)가 큰 힘이 되고 있소이다."

원매는 고람을 격려하고는 돌려보냈다. 인사와 군사에 대한 부분을 책임자와 함께 의논하여 방향을 잡자 마음이 후련해졌다. 가후를 만나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할까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올 것인데, 바쁜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제갈량을 불렀다.

"이거 신수가 더 좋아졌군. 어떤가? 해볼 만한가?"

"모든 부분을 알려니 벅찬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습니다. 가승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입니다."

"그렇지. 가승상이야말로 현자중의 현자지. 자네도 그분의 뛰어난 능력과 인성을 배우시게. 기의 미래는 자네와 같은 젊은이들에게 달렸어."

"어깨가 무겁군요.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제갈량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하. 어제 사마의를 봤습니다."

"그래? 첫인상이 어땠어?"

"글쎄요. 한번 본거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만만한 자는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예기를 숨기고 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조금 더 지켜 봐야 알 듯 합니다."

"나중에 말이야. 자네가 승상이 될 때, 사마의도 꽤 높은 직위에 오를거야. 능력 하나 만큼은 정말 출중하니까. 그때 만약 사마의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자네가 막을 수 있겠는가?"

제갈량은 굳게 입을 닫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중심을 정확하게 잡아주신다면 막을 수 있습니다. 저 말고도 뛰어난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한 명의 잘못된 생각으로 기를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황제로군."

"그렇습니다. 전하께서도 황제가 되시고, 황태손께서도 황제가 되실 것입니다. 그분들이 중심을 잡고 간신에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라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충신이 많더라도 결국 나라는 간신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를 호조에 배치했네."

"호조라면 고생 좀 하겠군요. 두상서(두기)가 보통 까다롭고 치밀한 것이 아닙니다. 호되게 가르치라고 귀뜸을 하겠습니다."

"이 사람. 사람 괴롭히는 재미가 들렸군. 그러지 말게. 두상서를 모르는가?"

"그렇군요. 실수했습니다."

매우 치밀하게 업무를 처리하며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두기에게 호되게 가르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였다. 이미 호조에 배속된 것으로 호된 경험을 할 것이다.

원매는 업성에서 사마의가 어떻게,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했다. 능력있는 인재가 크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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