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제185장. 교주정벌-2.
사휘는 원충, 원휘와 함께 9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주로현으로 이동했다. 전투경험이 부족했지만, 지형을 잘 알고, 배질에 익숙해서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로현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태사자 일행은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삼공자(사휘). 오셨습니까?"
주로현령이 깎듯이 인사하자, 사휘가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현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 많소이다. 주유가 군대를 보내어 남해군을 점령했소이다. 저들이 이곳 주로현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되어 내가 군대를 이끌고 왔소이다."
"옳으신 선택입니다. 남해군을 점령하고 교지군으로 가려면 이곳 주로현을 중간 거점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저들도 반드시 이곳으로 손을 뻗칠 것입니다. 그들을 물리칠 계책은 수립되어 있습니까?"
"거짓항복을 하여 저들을 안심시킨 연후에, 야간에 기습을 해서 물리칠 생각이오. 그래서 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오."
"알겠습니다. 이제껏 주군의 은혜로 살았는데, 목숨을 걸고 저들을 속이겠습니다."
"나는 병사들을 이끌고 인근의 산에 숨어 있을 터이니, 밤에 성문을 몰래 여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휘는 주로현령에게 당부를 하고는 치소를 벗어났다.
태사자는 사휘가 매복하고 있는 주로현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차피 반드시 잡아야 할 목지점이었기에 당연한 선택인지도 몰랐다.
"태사장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태사자가 고개를 돌려 보니, 보즐이 약간 어두운 안색으로 다가와 있었다.
"말씀해보시오."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저놈들이 전투경험도 없고, 병사들도 부족하니 그런 것 아니겠소? 아마도 교지군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전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오."
"오랫동안 교주를 장악한 자들입니다. 이곳이 워낙 척박하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군대가 없다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무력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소. 필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소이다."
태사자는 감사를 표했고, 보즐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물러났다. 태사자에게 경각심만 심어주면 족한 것이다. 나머지는 그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태사자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장수들을 소집했다. 누각선에 나누어 타고 있던 장수들은 주가를 이용하여 태사자가 있는 지휘선으로 모여들었다.
능조, 반장, 서성이 모이자 태사자가 입을 열었다.
"오느라 고생했소. 적들이 너무 순순히 물러나고 있는데 조금 수상하오. 호랑이도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법이라 들었소. 자만한다면 이제까지의 공의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오."
선임인 능조가 잠깐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주루현이 위험하다는 뜻입니까?"
"글쎄. 위험한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소. 다만,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지. 그곳이 중요한 요충지란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하여, 이렇게 하겠소. 나와 서장군, 반장군과 8천은 먼저 포구를 들어가고, 능장군과 1만 1천은 배에서 대기하시오. 어떤 일이 생기면 즉각 출병하면 되오. 뭐, 별일은 없겠지만, 조심하자는 뜻이니 그리 알고 내 뜻을 따라주시오."
"예. 장군. 명을 따르겠습니다."
"자, 그럼 움직이시오."
장수들이 군례를 올리고 돌아가자, 태사자는 편하게 의자에 앉았다. 사섭의 공격을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이리 해놓고 보니 안심이 되었다.
이틀을 더 항해한 주유수군은 주로현에 도착했다. 배를 모두 정박시켰고, 능조와 1만 3천의 군사들은 누각선 안에 나누어 숨겼다. 그리고 태사자와 반장, 서성이 1만 5천을 이끌고 주로현으로 들어섰다.
주로현령은 곧바로 항복했고, 음식을 내주며 오히려 환영해 태사자를 당황시켰다. 과장된 몸짓으로 환대하는 주로현령을 보고, 보즐의 걱정을 떠올리자 태사자의 눈매는 서늘해졌다. 하지만, 입으로는 친근한 말투가 쏟아져 나왔다.
"고맙소이다. 강동의 주인인 주군께서는 결코 현령의 공을 잊지 않을 것이오."
"고맙습니다. 사실 사씨가 운이 좋아서 이곳에서 호랑이 노릇을 하는 것이지요. 당연히 교주는 주장군께 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하시구려."
"안으로 드시지요."
현령은 굽실굽실하며 태사자의 비위를 맞췄다.
치소에 들어서자 현령의 명령으로 푸짐한 식사가 차려졌다. 태사자를 비롯한 장수들은 음식과 함께 술을 대접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령으로부터 이곳의 상황을 청취하고는 곧바로 숙소를 안내 받아 들어갔다. 몹시 피곤한듯 태사자 일행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일부 경계병을 세우고는 태사자 일행은 오후 늦게 잠에 골아 떨어졌다.
현령은 계획대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자, 몸에 전율이 돋았다. 어두워지자 태사자는 눈을 떴다.
"호위대장!"
낮게 부르는 소리에 호위대장이 들어와 부복했다.
"반장, 서성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전달하거라.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구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치소안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현령은 태사자군이 술을 먹고 피곤에 젖어 잠이 들었다고 생각하자, 병사들을 시켜 문의 잠금고리를 풀어 버렸고, 은밀하게 살짝 열어 놓았다.
끼이익-
나지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눈이 빠지게 지켜보던 사휘군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사휘는 병사들에게 함매를 물려 떠들지 못하게 만들고 진군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사휘, 원충, 원희는 각각 3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태사자, 서성, 능조군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챙- 챙-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과 사섭군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어두운 밤을 이용하여 기습하였기에 초반의 상황은 사휘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태사자군은 매섭게 반격에 나섰다. 또한, 연달아 불화살을 쏘아 올리며 능조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사휘는 전력을 다해 태사자군을 몰아 붙혔다. 성공적인 기습으로 인해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투는 예상밖으로 길게 늘어졌다.
예상밖의 상황에 난처해진 또 한 명은 현령이었다. 기습이 실패하면 태사자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이겨야 할 텐데.'
현령이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휘군을 응원하고 있을 때, 성문 밖이 요란스러워졌다.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린 현령의 눈에 주유군이 끊임없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능조였다.
"이런 빌어먹을! 저놈들이 눈치를 채고 있었구나. 도망쳐야겠다."
현령은 평민복으로 갈아입고 도주를 시작했다. 능조군이 들이 닥치면서 전투는 태사자군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해졌다. 사휘군은 순식간에 몰살되거나 항복하면서 끔찍했던 전투는 끝이났다.
"현령과 장수들을 모조리 잡아 오너라! 성문을 닫아서 한 놈도 못 빠져 나가게 막아라!"
태사자군이 곳곳에 불을 밝히고 항복한 사휘군을 모았다. 사휘, 원충, 원휘가 끌려 나왔고, 평민 복장으로 도주하려던 현령은 백성의 도움을 받아 체포되어 끌려왔다. 태사자가 상좌에 앉아 그들을 노려볼 때, 보즐이 다가와 진언을 올렸다.
"장군. 사휘는 사섭의 아들이고, 교지에는 병력이 2천 정도 있다고 하니 사휘를 이용해서 항복시키면 됩니다. 그러니 화가 나시더라도 참고 저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지요."
"좋소. 사휘, 원충, 원휘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령 이놈은 용서할 수 없소. 깜빡 속아 내 목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는 구려."
"현령은 중요치 않으니 장군 뜻대로 하십시오.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고, 곧바로 교지로 가시지요. 저들이 전투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는데, 굳이 시간을 끌 이유는 없습니다."
"알겠소."
보즐이 물러가자, 태사자는 현령을 노려보았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휘장군이 기습을 한다고 명령을 따르라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놈이 그리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 한단 말이냐? 이 쳐 죽일 놈의 새끼같으니라고. 여봐라-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
현령은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결국 목이 잘리며 이승을 하직했다.
아침이 되면서 참혹했던 전투현장이 그대로 민낯을 드러냈다. 곳곳에 피자국이었고, 죽은 병사들이 있었지만, 병사들은 아무생각없이 정리하고, 한곳에서 밥을 먹었다.
태사자는 하루를 더 머무르고는 이곳에 1천의 병사들을 남긴 후, 항병 4천을 데리고 교지로 향했다. 이미 도주한 병사들을 통해 사휘가 패배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섭의 치소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사휘가 정예병을 모두 끌고 나갔고, 이곳에는 겨우 2천이 있었기에 어찌 대처할지 난감했다.
"마지막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환린의 탄식에 사섭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가 경험도 그렇고 모든 게 부족했어. 내가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애꿎은 병사들의 목숨을 버리지 않았을 것을. 환별가.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항복한 후에 충성을 맹세하고, 매년 세수를 정확히 바친다면 주유도 주군을 우대해 줄 것입니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군량이니까요."
"그 정도로 끝날까? 인질을 요구하지 않겠어?"
"인질은 당연히 보내셔야합니다. 침착한 대공자 흠과 성정이 여린 이공장 지를 강동으로 보낸다면 주군의 충심을 믿어줄 것입니다. 반드시 대공자를 보내야 저들도 안심할 것이니 그리 하시지요."
"그래야겠지. 저들이 내 아들을 해치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괜히 척을 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주군께서 세수만 정확히 조공한다면 대공자, 이공자는 강동에서 편안한 삶을 지내시며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사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사자는 송꼬이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사섭의 치소는 송꼬이강 중류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소인 이루성이 모습을 드러냈고, 태사자는 근처에 배를 정박시켜 병사들을 하선했다.
병사들의 대열을 맞추고 이루성으로 진격하려고 할 때였다.
"태사장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번에도 보즐이 태사자를 제지했다.
"무슨 일이오?"
"저 멀리서 20명 정도 되는 일행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후에 군대를 움직이십시오."
"저들이 누군지 아시오?"
"저도 모릅니다. 다만, 멀리서 보더라도 도적떼나 비렁뱅이들은 아닌 것으로 보이니, 어쩌면 사섭이 보낸 자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일각(7분)이 조금 넘자, 그들은 군영으로 들어섰고, 곧바로 태사자에게 안내되었다.
"저는 주군의 명을 받잡아 온 별가 환린이라고 합니다."
"환별가이셨구려. 어쩐 일이시오?"
"주군께서는 강동에 계신 주장군의 인망을 높이 평가하시고, 흠모하고 계셨습니다. 하여 이번 기회에 대공자, 이공자를 그곳으로 보내어 교육을 시키고, 매년 일정한 세수를 바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하하- 잘 생각하셨소. 잘 하셨소이다."
태사자는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척되자 환린의 손을 잡아 흔들며 기뻐했다. 보즐이 재빠르게 사휘, 원충, 원휘를 데려와 환린에게 인계했다. 사섭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마당에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태사자는 장수들과 엄준, 보즐을 거느리고 이루성으로 들어갔다.
사섭에게 항복을 받고, 매년 세수를 보낸다는 조건과, 대공자, 이공자를 강동으로 보내는 공식 문서를 두개 만들어 나눠 가졌다. 또한 엄준을 남겨놓아 행정적인 부분을 감독하게 했고, 반장과 군사 5천을 주둔시켜 만일에 있을 지 모를 반란에 대비케했다.
이렇게 교주는 손쉽게 주유의 손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