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84화 (184/253)

# 184

제184장. 교주 정벌-1.

조조는 원매와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충성스런 신하들은 끝까지 그를 지키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물리적인 힘의 한계가 뚜렷해서 그들을 좌절시켰다.

원매치소.

"전하. 전태부입니다."

"어서 오시오."

"제가 늦은 것은 아닙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어인 일입니까? 조조에 대한 보고는 끝났지 않습니까?"

"네. 그렇지요. 피곤하여 잠시 누웠는데, 뭔가를 놓쳤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한 가지를 발견해 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원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전풍이 빙글 웃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조조의 행동이 지나치게 평온했습니다. 강하게 도발을 했는데도, 좀처럼 감정의 변화가 없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요."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평소 조조는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것은 그가 지금의 현실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오- 그러면 조만간 항복한다. 이 말이오?"

"그럴 것입니다. 적어도 한 달이내에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군요. 그렇다면 조조를 어찌한다?"

"조조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저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리십시오. 조조의 신하들을 어찌할 지를 중달(사마의)과 의논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조조를 어찌 처리할지를 걱정하지 말라는 전풍의 말에 원매는 마음이 아파서 입을 다물었다. 조조와 오래동안 전투를 치르면서 욕도 하고 분노도 드러냈지만,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었고, 그의 능력만큼은 인정하며 나름의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풍의 말이 더욱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

강동 말릉성.

주유는 장소가 뜬금없이 자신을 찾아오자, 말 없이 자리를 내주었다.

"어쩐 일이시오?"

"예. 주군. 지난 번에는 제가 심하게 진언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불편하셨더라도 맘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주유는 장소가 항복론을 이야기 했던 것을 꺼내자,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모두가 한 방향만 바라보면 큰일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의견을 나누며 타협을 해야지요. 그것 때문에 오셨소이까?"

"그것도 있고요. 다른 부분을 보고 드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주군께서 강동을 안정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산월족과의 관계도 원활하고요. 주군께 감히 덤벼드는 미련한 놈들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흠- 계속하시오."

"지금 원매는 조조와의 전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조만간 조조를 무너뜨릴 것이 확실합니다. 그 후에는 휴식을 취하겠지요. 오랫동안 전쟁을 했으니 모두 지쳤을 테니까요. 그런데 태사장군을 통해 수군을 육성하고 원매에게 대항할 준비만 하는 것은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주유는 손을 들어 장소의 말을 끊었다. 손책의 책사역할을 하며 뛰어난 지혜를 자랑했던 주유였다. 생각에 잠겼던 그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교주를 말하는 것이요?"

"그렇습니다. 교주는 강동보다 넓습니다. 교지군을 비롯하여 총 7개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구도 모두 합쳐야 100만이 조금 넘을 것이고, 교지군(베트남북부)에 70만이 살고 있습니다. 교주를 다스리는 자는 사섭인데, 큰 야망이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저 교주를 다스리며 왕행세를 하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수군을 일으켜서 그곳을 정복한 연후에, 세수를 걷고, 병사들을 확충한다면 주군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고맙소이다. 참으로 좋은 방안이오. 그런데, 항복까지 주장하셨는데 어찌 이리 생각이 바뀐 것이오?"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원매와 대적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군과 다른 장수들의 의견이 워낙 완강하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자. 이렇게 생각했고, 그게 교주 정벌입니다. 제가 주군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최선을 다해 힘을 기르고, 원매와 전투를 벌여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순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유는 즉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장소는 강동백성들의 고단함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이야 사수를 외치며 끝까지 항전할 수 있지만, 그때 가장 많이 희생 당하는 쪽은 백성들이다. 장소가 염려하는 부분도 이것일 것이다.

"알겠소. 내가 그리 모진 사람은 아니오.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져 궁지에 몰리면 그리 하겠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교주까지 정벌하여 힘을 크게 키워 놓으면 서로가 견제를 하느라 전투가 안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소?"

"그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소."

주유는 장소를 치하하여 돌려보내고는 곧바로 태사자를 호출했다. 석성포구에서 수군을 조련중이던 태사자는 연락을 받고는 급히 달려갔지만, 그 다음날에야 입성할 수 있었다.

"주군. 부르셨습니까?"

"자. 이리 앉으시게. 수군은 문제 없겠는가?"

"기존의 수군이 건재하기 때문에, 현재는 배를 만들고, 병사들을 충원하여 증병하는 과정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렇군. 이보게 태사장군. 장별가(장소)가 진언을 올린 게 있는데 말이야."

장소와 관련되었다는 생각에 태사자는 긴장되었다. 또 항복이라도 주장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유는 태사자의 염려와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원매가 조조에게 매달리고 있을 때, 한쪽으로는 수군을 육성하면서, 상장과 수군을 보내서 교주를 점령하자고 하더군. 그곳이 인구도 적고 척박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아니 장별가가 그런 의견을 내놓았습니까?"

"놀랍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항복을 권유하기에 유약한 줄만 알았더니 그런 면이 있었군요. 마음이 바뀐 것입니까?"

"바뀐 것은 아니야. 모두 항복을 원하지 않으니 뜻을 굽힌 것이지. 최대한 전력을 보강하여 원매와 서로 견제하면서 평화를 이루길 바라고 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곧바로 교주정벌을 준비하겠습니다. 2만을 내주시면 교주를 정벌하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사섭이란 자도 무장과는 거리가 멀고요."

"준비가 되는 대로 보고해."

"예. 주군."

주유의 명령에 따라 교주정벌계획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석성포구에서 누각선 4척과 주가 2백척, 병사 2만을 동원했다. 태사자가 상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서성, 반장, 능조가 부장으로 따라 붙었다. 또한, 그곳을 점령하는 대로 행정조직을 완비하기 위하여 문신인 엄준, 보즐을 함께 했다.

석성포구.

주유는 뿌듯한 마음으로 수군사열을 받았다. 태사자를 비롯한 장수들과 수군 2만이 도열한 모습은 참으로 든든하여 절로 가슴이 뛰었다.

"주군! 이 태사자 반드시 목숨을 걸고 교주를 점령하여 주군의 명성을 드높이겠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가라! 강동의 힘을 보여주거라!"

"충忠!"

태사자가 복종의 의미로 충을 외치자, 병사들이 일제히 충忠을 외쳤다. 2만이 함께 소리치자, 석성포구가 떠나갈 듯 울렸고, 주유를 비롯한 신하들은 가슴이 벅차 올랐다.

태사자가 주유에게 군례를 올린 후, 짧게 명령했다.

"승선하라!"

신호병이 명령을 받고 북을 치자, 병사들은 입을 닫고 뒷열부터 차례대로 배에 승선했다. 2만이 탑승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주가의 호위를 받으며 거대한 누각선이 강수를 따라 바다로 향했다. 주유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걱정이 되십니까?"

"글쎄요. 전투걱정보다는 교주까지는 해상으로 가야 해서 그것이 걱정되는 군요."

"태사장군이 워낙 노련하니 괜찮을 것입니다. 치소가 있는 교지가 멀긴 하지만, 육지를 따라 가면서 주요 포구에서 휴식을 취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은 전화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기에 태사자의 수군을 본다면 감히 덤벼들 엄두는 내지 못할 것입니다. 쉽게 처리 될 것이니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그걸 알면서도 어린애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군요. 하하-"

"주군. 이제 돌아가시지요."

주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소를 따라 말릉성으로 향했다. 유비가 익주 남부를 얻으며 기세를 떨친 상황에서, 가만히 있던 주유가 교주를 넘보며 전장은 강남으로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태사자가 이끄는 선단은 오를 지나 회계로 들어섰다. 회계군은 지금의 절강성과 광동성 동쪽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땅이었는데, 대부분 산악지대라서 산월족의 터전이었다.

태사자 선단은 주요 포구인 영녕, 동아를 차례로 점령했다. 그간 방치되어 왔던 곳이기에 점령이랄 것도 없었다. 그곳을 지키던 자치세력은 곧바로 항복했다. 그간 산월족의 침략을 받으며 고생을 했기에 차라리 주유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영녕과 동아에 각각 5백의 병사들을 남겨 두어 강동과의 연락망을 만들어 놓은 후, 곧바로 남쪽으로 향했다. 회계군을 지나면서 제일 먼저 교주 남해군으로 접어들었다.

남해군의 치소는 반우현이었는데, 지금은 광저우시였다. 남해군 태수는 거대한 선단이 주장강을 타고 거슬러 올라오자,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항복했다. 남해군의 인구가 겨우 10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기에 변변한 전투병도 없는 상황이었다.

태사자는 반우현에 5백을 남겨 이곳을 장악한 후, 병사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남해군이 태사자에게 점령되었다는 소식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탈출한 병사들에 의해 교지의 사섭에게도 알려졌다.

교주 교지군 이루현 사섭치소.

이곳은 지금은 베트남 북북지역 홍코이델타지역으로 이루현은 하노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뭐라? 남해군이 점령되었어? 어떤 놈들이란 말이냐?"

사섭은 남해군에서 도망쳐 온 병사의 보고를 받고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그동안 이곳은 매우 평화로웠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강동에서 온 태사자라합니다. 거대한 누각선이 4척이고, 주가는 수백척입니다. 남해군 태수는 항복했습니다."

"알았다. 나가보거라."

사섭은 병사를 물리치고는 고민에 빠졌다. 전투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급히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군. 태사자는 강동을 장악하고 있는 주유가 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이번 기회에 교주를 집어삼키려는 시커먼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책사 역할을 하고 있는 환린이 진언을 올리자, 사섭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어찌 하면 좋겠는가?"

"지금 교지의 병력을 모두 합해도 1만이 안되고, 다른 군은 치안유지수준의 병력이라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들은 중간에 위치한 주애군(지금은 하이난섬일대)을 점령하고 곧바로 이곳으로 공격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창오, 고량, 합포, 계림은 정글이 우거져 있어 차례대로 점령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계속해보게."

"주애군 주로현이 해남섬(하이난섬)과 육지를 잇는 중요한 포구입니다. 이곳이 점령되면 곧바로 교지로 몰려올 것인즉, 군사를 주로현으로 보내서 저들과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이제껏 쉽게 쉽게 왔으니 방심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항복한 척했다가 밤에 기습을 해서 태사자의 목을 베어버리고, 혼란에 빠진 저들을 격파하면 충분히 승산 있습니다."

"제대로된 병사들이 9천에 불과한데 가능할까?"

"용맹한 사휘공자를 대장으로 삼아서 원충, 원휘형제로 군사를 이끌게 하면 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속히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사섭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일어섰다.

"좋아. 당장 사휘, 원충, 원휘를 출병시켜라! 교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우쳐 주어라!"

"예. 주군."

사섭의 명령을 받은 사휘는 9천의 병사를 거느리고 주가와 나룻배를 이용하여 해남성 주로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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