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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82화 (182/253)

# 182

제182장. 갈등 고조.

강동은 조금 분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태사자의 의견대로 수군을 육성하여 강동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

문제는 형남이었다. 형남이 불안해서 최강의 무장 관우를 보낸 유비의 의도는 좋았지만, 곽도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관우는 형남군권을 장악하자, 주요 관리들을 불러놓고 으름장을 놓았다.

"원매가 공격해오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하는데, 장수들이나 병사들만 죽어라고 싸웠지 문관이나 종사관들은 무엇을 했는가? 평소에 글을 읽는다는 핑계로 전투시에도 손을 놓고 있지 않은가? 하여 내일 부터는 아침 일찍 한시진(두시간)동안 체력단련과 무술을 연마한다. 이는 형남을 지키기위한 특단의 조치이니 한 사람도 빠지면 안된다."

관우가 '한 사람'에 특히 힘을 주면서 곽도를 노려보았다. 곽도가 튕겨지듯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문관과 무장들은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이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것이야. 머리가 나쁜거야? 왜 이리 못 알아 들어?"

관우의 조롱에 곽도는 모욕감을 느꼈다.

"관도독! 말이 심하지 않습니까? 제가 명색이 부도독입니다.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십시오."

"지금도 충분히 존중해주고 있으니까 까불지 말고 내일 아침부터 나와."

관우는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고는 곽도가 떠드는 말에 귀를 닫았다. 그 후, 훈련을 강조한 후, 회의를 파했다. 곽도는 부도독인 자신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관우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다음 날부터 관우의 공언대로 체력단련과 무술수업이 병행되었다.

장수와 병사들은 매일 하는 일이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곽도를 비롯한 문관들은 갑자기 몸을 격하게 쓰려니 여기저기 쑤시고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문관들은 관우의 위세가 두려워 함부로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곽도만이 끊임없이 이의제기를 했지만, 결론은 묵살이었다.

체력단련이 끝나고 바닥에 앉아 쉬는 곽도에게 관우의 명령이 떨어졌다.

"부도독도 오늘부터 무술훈련에 참석하게. 목검을 들고 앞으로 나와!"

"대련을 하란 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래야 제대로 된 훈련이 아니겠는가?"

곽도는 체념을 하고는 목검을 들고 나섰다. 수많은 병사와 문관들이 대열을 이루어 격검을 하며 무술을 익혔고, 곽도는 맨앞에 위치했다. 곽도가 앞에 있는 하급장교를 노려보자, 그 하급장교는 쉽게 검을 내밀지 못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그 따위로 해서 훈련이 되겠어?"

관우는 곽도의 무술훈련 상대를 자신의 호위병으로 바꿔버렸다. 오직 관우의 명령만 받는 눈알이 부리부리한 호위병이 하급장교를 밀어버리고 대신 앞에 섰다.

"제대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검을 드십시오."

호위병이 가르쳐준다는 말이 곽도에게는 두드려 패겠다는 말로 들렸다.

'이 새끼가 지 주인처럼 오만한 것도 똑같구나.'

곽도가 어설프게 목검을 들었을 때였다.

빡-

곽도는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가 맴맴- 돌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를 몰랐다. 다만 오른쪽 옆구리가 무척 아플 뿐이었다.

"일어나십시오. 체력이 겨우 그 정도 밖에 안됩니까?"

"관도독! 이놈을 처벌해주시오. 상관인 나를 모욕하고 있소이다."

곽도가 이를 악물며 소리치자, 관우를 귀를 후벼대다 귀지를 훅-하고 불고는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존대말 쓰고 있잖아. 그 정도면 예의 바른거야. 계속해!"

곽도는 간신히 일어서서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호위병을 비스듬히 피하고는 그대로 내리쳤다. 머리를 맞은 곽도는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했다. 관우는 혀를 차고는 곽도를 치소로 옮기도록 명령했다.

아침마다 이어지는 체력단련과 무술훈련은 곽도를 비롯한 문관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쳐죽일 놈의 새끼같으니라고. 감히 이런 식으로 나를 모욕해?'

곽도는 분노를 터트리며 방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살겠기 때문이었다. 고심하던 그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이건 관우 네놈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흐흐흐흐-'

곽도는 관우가 자신을 괴롭히니 도와달라는 연통을 유비에게 보내지 않았다. 전령을 관우가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되려 당할 수 있었다. 대신, 의무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업무보고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형남의 업무보고를 하면서 글을 많이 깨우친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은밀하게 관우의 횡포를 집어 넣었다. 관우는 유비에게로 보낼 죽간을 확인하고 매듭을 감아 전령에게 주었다. 곽도의 교묘한 방법을 눈치채지 못했다.

곽도는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5일이 지났을 때, 곽도가 보낸 전령은 유비치소에 도착했다. 통상적인 업무보고는 방통이 접수하여 파악한 후,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서 유비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음? 이게 뭐야?'

방통은 곽도가 보낸 내용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의 눈은 심하게 흔들렸다.

'허허-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방통은 고민을 하다가 유비를 찾았다. 유비는 방통의 간추린 업무보고를 들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곽도가 형남을 잘 다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응? 왜. 보고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는가?"

"관도독과 곽부도독의 관계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흠- 운장이 곽부도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긴 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원매의 공격에 대비하여 문관들까지 군사훈련을 시킨다고 합니다. 물론 아침에 한시진이긴 하지만, 안하던 훈련을 하려니 매우 고단한 듯 합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어려운 시국이어서 그런 것인데."

유비가 별일 아니란 듯이 상황을 뭉개버리자, 방통은 더 진언을 올리려다가 그만두었다. 유비는 관우의 일에 대해서는 좀처럼 관여하지 않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심한 경우이면 다시 보고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물러났다.

수춘성. 원매치소.

조조가 직접 다스리는 영토는 이제 수춘성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외부의 병력은 모조리 격파되었고, 태수나 현령과의 연락도 모조리 끊겼다.

"전하. 항복을 권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조에게 말이요? 에이- 당치도 않소이다."

"저도 처음부터 항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들도 궁지에 몰려 있으니 밑밥을 까는 것이지요. 항복을 권하는 사신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은 내부부터 흔들릴 것입니다. 충분히 시행해 볼만합니다."

원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전풍의 진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보내면 좋겠소?"

"제가 사마의를 데리고 다녀올까 합니다."

"그건 안 돼! 그러다가 조조에게 연금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조조는 영민한 인물입니다. 전투를 통해 쌓은 원한이야 전투가 끝이 나면 풀리지만, 사적인 악감정을 쌓은다면 더 큰 보복을 당하는 법입니다. 연금을 한다면 당장은 조조가 이득이겠지만, 나중에 수춘성이 점령되었을 때의 뒷감당이 두려울 것입니다. 분명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것이니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안되오. 전태부는 현재 기冀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고, 사마의는 기冀의 미래요.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내게는 큰 손해요."

원매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풍이 다시 간했다.

"제가 직접 가서 저들을 파악해야겠습니다. 사마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지요. 무사히 돌아올 테니 허락해 주십시오."

"꼭 이리 하셔야겠소? 적당한 문관 하나 보내면 되지 않소이까?"

"그래서는 제대로 협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위험부담이 있지만, 저들이 저를 어찌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보내주십시오."

전풍은 깊게 머리를 조아리며 원매의 허락을 구했다. 고집이 센 전풍의 뜻을 꺾지 못하고 결국 허락했다.

전풍은 밖으로 나와 사마의를 찾았다. 젊은 사마의는 수춘성으로 들어 가서 조조를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조란 이름을 그간 많이 들었기에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전풍은 사마의를 데리고 수춘성으로 다가갔다.

"나는 사마의이고, 이분은 태부를 맡고 있는 전풍일세. 전하의 명을 받들어 대장군을 뵈러 왔네."

사마의가 점잖게 정문의 수비를 맡고 있는 하급장교에게 말하자, 그는 사색이 되어 급히 안으로 달려갔다. 얼마 후, 성안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정욱이 굳은 얼굴로 성문을 열고 나왔다.

"간이 크시군. 감히 이곳에 올 생각을 하다니."

"못 올 곳을 온 것도 아닙니다. 대장군을 뵙고 전하의 뜻을 전해드려야 합니다. 안내하시지요."

전풍은 당연한듯 정욱에게 안내를 부탁하자, 정욱이 한차례 몸을 떨었다. 생각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조조가 데려오라고 명령했으니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오시오!"

전풍과 사마의는 정욱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서자,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예상대로 성안은 크게 동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전풍과 사마의를 보고 주변에서 수군거림이 일었다. 치소로 들어서자, 검소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그들을 반겼다.

전풍과 사마의는 조조를 보자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대장군을 뵙습니다. 저는 태부를 맡고 있는 전풍이고, 이쪽은 부부어사인 사마의입니다."

"알고 있네. 어쩐 일로 오셨는가? 우리가 한가하게 인사나 주고 받을 사이인가?"

"그럴 리가요? 적대적인 관계이지요. 저희는 대장군께 항복을 권하러 왔습니다."

"전풍! 입조심 하게!"

"충분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대장군께서는 거대한 영토를 모두 잃으시고 이제는 수춘성 하나 남았습니다. 솔직히 몇 개월 못 버티지 않습니까?"

"주군. 제가 저 방자한 놈의 목을 베어버리겠습니다."

하후연이 분노한 얼굴로 칼을 뽑아들으려고 하자, 조조가 눈짓으로 그를 제지했다. 조조가 차분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를 도발하러 오신겐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항복을 권하러 왔습니다. 전하께서 워낙 독하신 분이라 대장군께서 빨리 항복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제가 급히 이렇게 온 것입니다."

전풍의 말에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큰일이 무엇인지 궁금한 눈치였다.

"전하께서는 전투가 길어지니 짜증이 난다고 매일같이 화를 내십니다. 어제도 초현에 있는 조씨성을 가진 남자들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것을 간신히 말렸습니다."

"자네 목이 여벌로 몇 개 더 있는가? 어찌 그리 거침없이 막말을 하는가?"

전풍의 도발에도 의외로 차분하게 나왔다. 전풍은 잠시 조조를 바라보다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대장군께 무례를 끼쳤습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자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화낼 일도 아냐. 패배하면 역적이 되는 거고, 그런 일족이 몰살당하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다만, 초현의 조씨들을 죽인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들은 아직까지는 편하게 살고 있구만."

"그렇습니다. 복수하기 위해서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수춘성의 대치가 길어지고 재화의 소비가 늘어나면 예기치 못 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주유, 유비등도 정벌해야 하니까요. 빠르게 전하의 뜻을 받아 들인다면 노후도 보장해 드릴 것이니 곡해하지 마시고, 진중하게 전하의 뜻을 검토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검토할 필요도 없소이다. 그러니 전태부께서는 물러가시오!"

순욱의 강한 반발에 전풍에 힐끔 그를 보았다가 다시 조조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조도 당연한듯 전풍의 의견을 거부했다. 다만, 그들을 연금하거나 죽이는 등 무례한 짓을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주군. 어찌 저런 무례한 놈들을 그대로 돌려보내십니까?"

하후연이 눈물까지 쏟으며 분통을 터트리자, 조조가 일어나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너도 듣지 않았느냐? 전풍과 사마의는 내가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죽일 수 있었어. 하지만, 그럼 원매가 어찌 나오겠느냐? 초현의 조씨, 하후씨등이 목숨이나 부지하겠느냐?"

조조는 모두에게 들으란 듯이 크게 말했고, 신하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도 분했고,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조조의 일족이 죽음을 당할 수 있었기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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