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80화 (180/253)

# 180

제180장. 협박과 설득. 마음을 끌어내다.

견초가 1만으로 합비성을 정리하는 동안, 곽준과 서황은 장료, 만총을 이끌고 수춘성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도중에 서황은 몇번 장료와 만총을 찾아갔지만,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상종하지 않았다. 만총은 처음부터 조조를 따랐고, 나이가 어리니 그러려니 했지만, 장료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장문원(장료)! 자네나 나나 같은 입장아닌가? 어찌 나만 죽일 놈 취급하시는가?"

"흥-"

장료는 고개를 돌리고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황도 더는 이야기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장료와 만총이 잡혀 온다는 소식에 원매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장료를 조조에게 빼앗으려다가 실패한 기억이었다.

'장료는 잘 설득해서 데리고 써야지. 뭐,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만총도 항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놈은 쉽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원매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두 명을 설득할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이틀이 지나자 곽준과 서황은 부대를 이끌고 도착했다.

"곽장군! 서장군! 정말 고생했네. 자네들의 공적을 기록하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야."

원매는 깊숙히 군례 올리며 감사를 표하는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공치사를 약속한 연후에 그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이제 원매의 앞에는 장료와 만총이 남았다.

"포박을 풀어주거라!"

원매의 명령에 조운이 움찔했다. 적의를 품고 있는 장료의 섬뜩한 눈을 보자 불안했던 것이다.

"괜찮아. 앞뒤를 못 가리는 천방지축은 아니겠지."

원매의 자신감에 조운을 고개를 흔들면서 그들의 포박을 풀어 주었다. 장료는 이리 저리 비틀며 몸을 풀고는 원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무력 100에 이른 원매는 결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장료에게는 실로 충격이었다. 한동안 강렬하게 풍기던 그의 적의는 다소 누그러졌다.

원매는 그제야 상태창을 떠올렸다.

[장료(35)] 무력:92, 지력:81, 정치력:70, 통솔력:93

[만총(25)] 무력:70, 지력:84, 정치력:82, 통솔력:83

조조의 장수들중에서 지용을 겸비한 무장이었다. 상태창을 통해서 그들의 능력치를 확인하자 더욱더 욕심이 났다.

장료와는 다르게 만총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원매는 장료를 먼저 처리하기로 생각했다.

"장문원. 내가 조거기와 협상을 통해서 자네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혹시 알고 있는가?"

"대장군이시니 호칭을 똑바로 해주십시오. 또한,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대장군이라? 그럼 대장군이라 칭하지. 이미 대의는 조대(대장군 조조)에게는 없네. 내게 있지. 나를 따르게. 대의를 따르는 것은 결코 배신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닐세."

"대의는 대장군께 있습니다. 한漢을 버리고 어찌 기冀를 따를 수가 있게습니까? 내가 결코 전하를 따를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보게. 장문원. 주제를 아시게. 솔직히 대의니 뭐니 그런 말을 떠들 자가 중원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실력도 없으면서 입에 담으면 헛소리가 되는 거야. 지금 그것을 말할 자는 한 손가락을 꼽는다네. 거기에 조대도 포함되고. 자네가 떠들 말은 아니야. 또한, 정원-하진-동탁-여포-조조. 무려 5번이나 주인을 바꾸면서 대의를 논한다는 게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당황한 장료에게 원매가 독설이 이어졌다.

"자네는 병주 안문군 출신 아닌가? 솔직히 그곳은 이민족의 영토나 다름 없어. 나는 그래서 자네가 스스럼없이 이익에 따라 주인을 바꿨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이제는 나를 따르면 되는 것이야. 조대와 있으면서 유교경전 몇 마디 듣고서 마음이 바뀐 것인가?"

"비하하지 마십시오. 대장군에 대한 내 충성심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충성이란 무엇인가? 조대와 그 후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충성이랄 수 없겠지?"

원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원매가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자네가 계속 조대를 따른다면 내가 분명히 약속하지. 수춘성을 함락한 후, 조씨 성을 가진 놈들을 모조리 멸족시켜 주겠어. 아- 물론 하후씨도 멸족이야. 패국 초현의 조씨, 하후씨도 모조리 없애주지. 감히 조씨입네, 하후씨입네 떠들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겠네. 자네의 알량한 충성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겠는가?"

상상도 못한 잔인한 원매의 말에 장료는 입을 열어 반박하기 어려웠다. 조조에게 더 큰 피해가 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냥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편하게 사시게. 내겐 어떤 협박도 통하지 않으니까 괜한 노력은 그만 두시고."

장료는 처음 조조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을 무장으로 인정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조조를 생각하자 눈물이 핑-돌았다.

"참으로 잔인하십니다. 어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만큼 자네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뜻이겠지. 사람은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이야. 쓸데 없는 생각은 버리고 어서 대답하게."

"제가 나중에 배신할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

"풋- 배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닐세. 5번이나 주인을 바꾸면서 자네가 한 행동은 오로지 충성이었네. 하진이 죽임을 당하고 동탁이 정권을 잡는 기막힌 상황에서도 자네는 맡겨진 직분에 충실했어. 그렇게 30년을 넘게 산 자네가 이제 와서 교활한 여우가 되겠다고 자신 하는가?"

장료는 짧게 탄식을 토해냈다. 선택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원매에게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들었다. 장료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자, 원매는 만총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죽여주십시오."

"며칠 시간을 줄 터이니 생각해 보시게. 그때도 같은 생각이라면 뜻대로 해주지."

원매는 만총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호위병들을 시켜서 적당한 장소를 잡아 연금시켰다. 장료는 너무나도 다른 처사에 어안이 벙벙했다.

"전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찌 만총은 저리 쉽게 포기하십니까?"

"자네와 만총은 경우가 달라. 험한 세상을 살며 세상살이가 얼마나 고단한지를 자넨 알 것이야. 하지만, 만총은 몰라. 더군다나 나이도 어리지. 저 때는 신념을 위해서 목숨을 하찮게 여기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니 시간을 준 것일세."

원매와 솔직한 대화를 나눈 장료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하나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전하휘하에는 뛰어난 명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설득을 하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명확한 이유가 있지만, 그것을 말하게 되면 분란의 소지가 있기에 더는 할 수 없어. 분명한 것은 자네를 상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야. 나중에 측근으로 활용할 생각도 가지고 있네. 이 정도면 답변이 되었는가?"

장료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원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충성을 맹세했다. 원매는 그의 손을 잡으며 진중하게 당부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 주변의 질시가 있을 것이야. 모든 것을 내가 막아줄 수는 없으니 스스로 극복하시게. 다만 심하다 싶으면 나를 찾아와. 그것은 해결해주지. 1만을 줄 터이니, 여기서 수춘성 포위작전에 가담하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가 새로이 죽간을 작성하고, 인장을 찍어서 장료에게 주고, 종사관을 딸려 보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원매에게 조운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야수처럼 거칠게 살아 온 자입니다. 처음에 마음을 주는 것이 어렵지 지내고 보면 괜찮은 부류입니다. 좋은 부하를 얻은 것같습니다."

"그렇지. 세상풍파를 온몸으로 겪은 자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원매는 입을 닫고 생각에 잠기며 산책을 시작했다. 조운은 호위병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뒤를 따르며 수행했다.

수춘성.

'하동 서황'이라는 깃발에 이어 '안문 장료'란 깃발마저 등장하자, 수춘성은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장료에 대한 신뢰가 컸던 조조는 충격으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순욱은 조조의 부름에 불안한 표정으로 치소로 달려갔다.

"주군. 찾으셨습니까?"

"이쪽으로 앉으시게."

순욱이 자리에 앉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조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장료가 원매에게 항복했어. 그럼 외부에 있던 세력은 모조리 원매에게 격파되었다고 봐야겠지?"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보시게."

순욱은 말이 없었다. 수춘성은 포위되었고, 주변에 포진해 있던 조조군은 사라졌다. 더이상 외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수춘성에서의 농성밖에 없었다. 농성을 포기한다면 항복해야 할 것인데, 지금 조조에게 그것을 권유할 수는 없었다.

"자네도 별 수 없구만. 하긴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온들 뾰족한 수를 내겠는가? 너무 궁지에 몰렸어. 이제 정리를 해야 할 때인가?"

"주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직 성안에는 4만의 병력이 남아 있고, 양식은 충분합니다.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항복은 이릅니다."

조조는 말 없이 순욱을 바라보았다. 순욱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조조에 대한 충성심이라기 보다는 한漢에 대한 미련이었다. 기冀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순욱으로서는 끝까지 항전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었다.

"주유가 보낸 지원군은 어찌 되었을까?"

"글쎄요. 외부의 정보가 차단되었으니 정확한 정보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연유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강동으로 돌아간 것이 확실합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가?"

"원매는 성안의 병사들 사기를 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서황이나 장료의 깃발을 세운 것도 그 이유입니다. 만약 주유군을 격파하여 그들을 항복시켰다면 그 깃발도 세웠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성안의 병사들은 크게 흔들렸을 테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군."

항상 패기 넘치던 조조는 요즘들어 의기소침해진 상태였다.

"성에 처박혀서 죽을 날만 기다릴 줄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어. 더군다나 원소도 아닌 원매란 놈에게 이렇게 밀릴 줄이야."

"소신이 어떡하든 계책을 찾아내겠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조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욱의 간절한 진언에 동의하였다기 보다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원매는 본격적으로 항복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수춘성이 워낙 견고하고, 항복한 장수들을 통해서 성안에 많은 병사들과 군량이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공성전을 피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괜한 희생을 피하고 싶었으리라.

"항복하시오! 애꿎은 백성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지 말고 즉시 항복하시오!"

서황과 장료부대를 통해서 항복을 권유했기에 효과는 더욱 컸다.

조조는 강하게 수하장수들을 다그치며 병사들의 동요를 막았다. 최악의 경우 항복할 수는 있어도 그 전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다.

며칠 동안 이어지는 항복권유에도 수춘성은 일체의 대화를 피하며 버텼다.

원매는 계속해서 항복을 권유하도록 지시했고, 길목을 차단한 차단소를 견고하게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 장기전으로 나가면 결국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 기회에 조조를 확실하게 무너뜨린다면 주유, 유비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 조조는 무조건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연금되있던 만총은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헬쑥해진 얼굴로 끌려왔다.

"생각해보았는가?"

"죽여주십시오. 저는 주군을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쯧쯧쯧- 한심하긴."

원매가 혀를 차자, 만총은 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솟아 올랐다. 원매가 수틀리면 조씨, 하후씨 일족을 멸족시키겠다고 서슴치 않고 말하곤 했기에, 분노를 표현할 수 없었다.

"이봐. 만총. 내가 조조군영에서 누구를 제일 높게 평가하는 지 아는가? 그건 순욱이야. 다른 장수나 신하들은 조조를 주군으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지. 하지만, 순욱은 조조에게 충성을 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한漢에 대한 충성심이 자리잡고 있어. 자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하는가? 어차피 난세고, 모두 야망을 가지고 세력을 키우고 있어. 조조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야. 전부 시꺼먼 욕심으로 가득 찼어. 힘 없으면 무너지는 것이고, 세력이 궁하면 옮기는 것이야. 배신운운하는게 참으로 가소롭군. 차라리 한漢에 대한 충성심때문에 나를 섬기지 못하겠다고 말하게. 그게 맞는 말이야."

만총은 즉각 반박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항복하지도 않았다. 그저 원매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원매는 만총이 변함없자, 다시 연금시켰다. 죽이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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