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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9화 (179/253)

# 179

제179장. 합비성 전투.

사마의는 여강군 남쪽에 파견해 두었던 정찰병으로부터 놀라운 첩보를 얻자, 부리나케 원매에게로 향했다. 원매는 죽간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사마의의 표정을 보고는 죽간을 내려 놓았다.

"어서 오게. 자네 표정을 보니 매우 중요한 일이 발생했군."

"그렇습니다. 전하. 이것을 보십시오."

원매는 빼앗듯이 사마의가 내미는 죽간을 받아 읽어 내려갔다.

"1만에 달하는 병력이 유수구로 향했다. 이거지? 그리고 그놈들은 주유군이 확실하다. 이렇게 추측하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첩보를 종합한 결과 이들은 합비성에서 나와서 유수구로 향했습니다. 유수구는 강수(장강)에 연한 포구이니, 지금같은 상황에서 그곳을 조조군이 이용할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주유가 보내준 배를 이용하여 강동으로 복귀하겠지요. 틀림없습니다."

확신에 찬 사마의를 보며 원매는 싱긋 웃음을 터트렸다. 항상 조심스러웠고, 수세적이었던 사마의가 전풍을 만나면서 강해지고, 공세적으로 바뀐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을 말해 보시게."

"예. 전하. 1만에 달하는 주유군이 빠져나갔다면 합비성에는 1만이 채 안되는 조조군이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장료, 만총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유군이 빠지면서 사기가 급격히 하락해 있을 것이 뻔하니, 즉각 공격하여 합비성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합비성을 점령하면 조조의 외부세력은 사실상 와해되는 셈이로군."

"그렇습니다. 전하. 이런 일은 시간이 생명입니다. 기세가 꺾여 있을 때, 강하게 공격해서 무너뜨려야 합니다. 장료, 만총에게 조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것입니다. 그때는 공성전이 어려워집니다."

"좋아! 자네 뜻대로 시작하지. 서현성의 곽준, 견초에게 합비성으로 출병하라는 명령서를 작성하게. 그리고...... 이곳에서는 서황과 2만을 보내도록 하지."

"전하. 서장군은 항복한 지 얼마되지 않은 장수입니다."

"괜찮아. 대세를 아는 장수지. 처음에 양봉을 섬겼지만, 그가 무너지자 조조에게 항복한 자야. 그리고 이번에는 내게 항복했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니 걱정마시게. 뭐, 이번 일이 서황에게는 시금석(역량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 되겠지."

"전하. 제가 급히 오느라 아직 전태부는 모릅니다."

전풍의 존재를 의식한 사마의는 얼굴빛이 흐려졌다. 자존심이 상했고, 전풍이 뒤늦게 자신의 계획을 뒤집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리라. 이런 걱정을 무시하듯 원매는 시원스럽게 허락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 합비성전투는 중달 자네 손에서 처리해보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마의는 곧 명령서를 세 개 만들어서 원매에게 바쳤다. 원매는 확인한 후 인장을 찍어 돌려 주었다. 서황은 명령서를 받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조조를 상대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병사들을 점고하고는 원매에게 나아갔다.

"서장군. 이번 전투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

"물론입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번 기회에 확 날려버려야 해. 부담이 된다면 다른 장수로 대치하지."

"하겠습니다. 이미 조장군(조조)과는 인연이 끝났습니다."

"좋아. 출병하시게. 대장은 곽준이야. 그를 보좌하여 합비성을 무너뜨리게. 견초나 곽준이 합리적이고 지략이 뛰어난 장수들이니 도움이 많이 될 것이야. 출병해서 반드시 합비성을 점령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서황은 군례를 올리고는 2만의 대군을 이끌고 합비성으로 출발했다. 전령이 서현성으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곽준과 견초가 2만을 이끌고 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합비성.

병사들은 성덕현전투 대패 이후, 주유군이 강동으로 돌아가자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총과 장료도 큰 충격을 받아 그런 상황에 대처가 늦어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합비성이 흔들리고 있을 때, 서황이 이끄는 2만 대군이 도착하여 성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커다랗게 '하동 서황'이라고 쓴 깃발이 나부끼자, 조조군은 더 심하게 흔들렸다. 서황의 용맹함과 잔인성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죽일 놈같으리라고!"

장료는 서황이 병사들을 이끌고 왔다는 보고를 듣자 마자, 욕설을 터트리며 달려나왔다. 달려가는 와중에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망루에 오르자 선명하게 '하동 서황'이란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쾅-

나무기둥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크게 흔들렸다. 장료의 주먹이 살갖이 까져서 피가 흘렀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크게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이놈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감히 주군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공격해 오다니 참으로 염치가 없는 놈이 아닌가?"

장료는 분통을 터트리다가 갑자기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차분하게 조준한 화살은 빠르게 서황군영으로 날아갔다. 화살은 깃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뒤에 있던 천막에 꽂혔다. 놀라운 괴력이었고, 정교한 활솜씨였다.

웅성거리더니 서황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화살과 성을 예리한 눈으로 꼼꼼하게 훑어보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장문원(장료)! 그대가 쏘았는가?"

서황은 범종을 울리는 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장료를 찾았다. 장료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네놈의 깃대를 부러뜨리지 못한 것이 아쉽구나. 다음번에는 네놈의 목을 꿰뚫을 것이다. 이 배신자야!"

"나는 주인을 두 번 바꿨지만, 자네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바꾸지 않았는가? 그래 놓고 내게 배신자라 할 수 있겠는가?"

"시끄럽다. 지금의 거기장군(조조)만이 천하의 주인자격을 가지고 계시다. 그러니 그런 것을 논할 게재가 못된다."

장료는 곧바로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활은 서황을 정조준했고, 곧 팽팽하던 시위는 풀어지며 빠르게 화살이 서황을 향해 날아갔다. 서황은 피하지 않고 칼을 들어 화살을 내쳤다. 가까운 거리라면 몰라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서황을 활로 쏘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만한 성격은 여전하구나. 합비성을 점령하고 네놈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

서황은 이를 갈며 뒤로 물러났다. 원매에게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더욱 과장되게 행동한지도 몰랐다. 장료나 만총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는 분명했다. 거침없이 적장의 목을 베며 살아남은 서황이 여기서 망설인다면 그게 더 우스운 일인지도 몰랐다.

서황은 사다리를 만들고, 공성탑, 발석거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먼저 만들어 놓는다면 곽준, 견초의 부대가 도착했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공성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4일 정도가 지나자, 곽준, 견초 부대가 도착했다. 서황은 호위병을 거느리고 마중을 나갔다.

"곽장군. 어서 오십시오."

"서장군. 반갑소이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곽준은 서황의 두 손을 잡고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사다리 5백개, 발석거 30개, 공성탑 2개를 제작했습니다."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그렇다면 곧바로 공성전을 들어가도 무방하겠습니다.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견초가 나서서 서황의 공을 치하했다. 서황은 큰 표정 변화 없이 살짝 미소만 머금었다.

"자- 지휘소로 가시지요. 합비성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럴까요? 사실 여기 견장군이 합비성을 포위하여 만총을 견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있습니다. 서장군께서는 이곳에 와서 새롭게 파악한 저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곽준의 대답에 서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휘소가 아니라 합비성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끌었다.

"현재 장료, 만총이 이곳에 주둔중이고, 병력은 1만이 채 안 되어 보입니다. 주유의 지원군이 빠져나가서 그런지 병사들의 기가 꺽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만 이하라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수치입니다. 사기가 꺾여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곽준은 대답을 하고는 견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견장군은 어찌 생각하시오?"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바로 공격하시지요. 적이 약한데 굳이 망설일 이유가 있습니까? 장료나 만총이라면 항복할 놈들도 아니고요."

"좋소. 내일 아침에 공격합시다. 견장군이 궁수부대와 발석거를 통제해서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하시오."

"예. 장군."

"서장군께서는 정면에서 사다리와 공성탑을 이용해서 공성전을 펼치시오. 나는 후방에서 공성전을 수행하겠소."

"예. 장군."

견초와 서황은 군례를 올리고는 공성전을 준비하기위해 자리를 떴다. 곽준은 선임교위를 불러 공격준비를 명령했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합비성을 노려보았다.

'만총 이놈! 이제 끝을 내자. 어린 놈이 그간 잘 버텼지만, 재롱을 피우는 것은 여기까지다.'

곽준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성주변이 새까맣게 포위되자, 조조군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장료와 만총이 강하게 단속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연이은 악재 속에 속수무책으로 내부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공격하라!"

둥둥둥둥-

북소리가 강하게 울리며 아침을 깨웠다.

슈슈슈슈슉-

견초가 이끄는 궁수부대는 고개를 빼꼼하게 내밀고 있는 조조군의 머리를 꿰뚫었다. 또한, 발석거를 이용해서 돌을 쏘아대자 조조군은 감히 머리를 들지 못했다. 무지막지한 물량작전속에 서황과 곽준의 부대는 별다른 저항없이 사다리와 공성탑을 이끌고 성으로 몰려갔다.

"막아라! 어서 활을 쏘아라!"

장료가 고함을 지르며 독려했고, 교위와 사마들이 연신 움직였지만, 병사들은 돌과 화살이 두려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기가 꺾인 조조군은 패잔병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쾅- 쾅-

공성탑이 성벽에 접안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성벽이 크게 흔들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원매군과 조조군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성벽을 의지하여 조조군이 힘을 내고 있었지만, 공성탑의 문이 열리며 화살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정면과 후방에서 공성탑이 한 대씩 접안했고, 그곳의 성벽에서는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초반에 승부를 보기 위해 곽준과 서황은 지속적으로 병사들을 꾸겨 넣었다. 견초의 궁수부대가 쏘아대는 화살은 조조군을 많이 죽였지만, 혼전중인 원매군에게도 꽂혔다.

견초와 곽준은 이런 무식한 전투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나오는 것은 빠른 시간내에 성을 점령하여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라는 원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합비성이 점령되면 수춘성에 강한 압박을 줄 수 있기에 빠른 시간내에 점령하기를 원한 것이다.

공성탑을 중심으로 성벽이 점령되었고, 동등한 조건이 되자 사기가 저하된 조조군이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서황과 곽준도 직접 공성탑에 올라 전두지휘했다. 서황은 공성탑을 벗어나 성벽으로 올라섰고, 호위병을 이끌고 성안으로 달려 내려갔다.

"네 이놈!"

서황에게 거대한 장수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장료였다. 서황은 도끼를 들어 장료가 내지르는 장창을 막았다. 양측의 호위병들이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서황과 장료는 멋지게 어우러졌다. 가히 용호상박이었다.

둘의 승부가 나지 않는 가운데, 서황의 호위병들이 장료의 호위병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또한 꾸역꾸역 성벽을 넘어오는 서황군은 어느새 조조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이 분하구나."

병사들이 밀려버리자, 장료는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후퇴하지 않는다면 서황의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지도 몰랐다.

장료는 장창을 크게 휘둘러 서황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호위병들과 도주했다. 서황은 급하게 쫓지 않고 성안의 병사들을 몰살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잔인하면 잔인할 수록 빠르게 의욕을 상실하고 항복한다는 것을.

아침에 시작한 전투는 저녁이 되면서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사다리와 공성탑을 이용해서 서황군, 곽준군이 들어왔고, 성문이 열리면서 견초군마저 입성했다.

끝까지 저항하던 만총과 장료는 포박되어 끌려 나왔다. 장료는 억울했다. 병사들의 기가 꺾여 있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합비성은 원매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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