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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7화 (177/253)

# 177

제177장. 만총 전풍의 벽에 막히다.

새벽에 일어나서 조반을 먹은 태사자, 장료군은 병사들을 닥달하여 아침에 출병했다. 합비성에 1천, 주변의 막사에 2천을 두어 허장성세를 벌여 견초와 곽준을 속이게 했고, 나머지 병사들은 급속행군으로 성덕현으로 출병했다.

사마의가 깔아 놓은 정찰병은 합비부군에서 대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성덕현-수춘성으로 향하자 급히 말을 타고 수춘성으로 내달렸다.

"뭐라? 합비와 수춘사이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대군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단 말이냐? 어찌 대략적인 숫자도 모른단 말이냐?"

사마의가 분노한 표정을 짓자, 정찰병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먼지가 엄청나게 일어나서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먼지로만 본다면 적어도 7~8만은 되어 보입니다."

"뭔 소리야? 7~8만이라니? 지금 합비에 그렇게 많은 병력이 어디 있어?"

정찰병은 납작 엎드렸다. 사마의는 실내를 서성였다. 정찰병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보고했을 뿐이었다. 지금 그를 닥달해봐야 뭐가 나오겠는가?

"다시 가서 철저히 확인해 오거라!"

"예. 부부어사."

정찰병이 물러가자, 사마의는 곧바로 전풍을 찾았다.

"흠- 이거 묘하게 되었군요."

전풍은 사마의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수염을 배배꼬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적의 허장성세라고 생각하는데, 부부어사(사마의)의 생각은 어떠시오?"

"그동안 파악한 저들의 병력이 5~6만 정도라고 볼 때, 전태부의 의견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지요. 우리도 최소한 6만은 출병시켜서 이곳 수춘성보다는 성덕현에서 전투를 치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한다면 반드시 성안에 있던 조조군이 튀어나올 것이오. 순욱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으니까요."

전풍은 빙글빙글 웃으며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사마의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오만한 표정의 전풍이 얄미로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전풍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일까?

"허장성세를 확신하십니까?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논리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대같은 책사들이 있기 때문이오. 모르니 일단 대비를 해야 한다. 당연히 옳은 말이지요. 하지만, 현재 견고하게 포위하고 있는 성의 포위망을 풀 수는 없어요. 또한, 우리의 눈을 피해서 2~3만이나 되는 대군이 합류가 가능할까요? 어려울겁니다. 그러니 저들은 허장성세가 분명하지요. 그래서 보병 3만, 기병 1만 2천 정도면 충분합니다. 알겠소이까?"

"먼지가 많아서 적의 규모가 확실치 않습니다. 그 속에서 무슨 준비를 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병을 투입했다가 저들에게 당할 수 있습니다."

"저들의 수는 뻔히 보입니다. 정면은 약하게, 측면과 예비대를 강하게 운용해서, 전투를 벌이게 되면 자연적으로 약한 정면이 밀리면서 안쪽으로 우리 군대가 파고들어가는 형태가 될 테고, 그때 강한 측면부대와 예비대가 투입되어 아군을 격멸시키려는 계략이지요. 그러니 3만을 투입하여 적의 생각대로 따라주면 됩니다. 보병이 손해를 보겠지만, 적군의 측면부대가 아군을 포위할 때, 그때 기병을 투입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다 끝납니다."

손바닥보듯 훤히 꿰뚫어 보는 전풍의 혜안에 사마의는 깜짝 놀랐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야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렵게만 생각했을까를 자책할 정도였다. 전풍이 사마의의 어깨를 두드리며 편한 말로 그를 격려했다.

"이보게. 중달. 자네는 잘하고 있어. 솔직히 이제 22살인 자네가 나와 똑같이 헤아리고 앞을 내다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부단한 노력을 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나서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지. 그러니 실망하지 마시게나."

"하하- 이거 졸지에 아둔한 놈이 되었군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사마의가 공손하게 예를 표하자, 전풍은 그를 이끌고 원매에게로 향했다. 전풍이 눈짓을 하자, 사마의는 상황과 대책을 보고했다. 원매는 신중하게 의견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을 수락했다.

"부부어사가 참으로 영특합니다. 한 번에 적들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계책을 내었습니다."

전풍의 칭찬에 사마의는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부부어사. 잘했어. 그럼 어느 부대를 보내는 게 좋겠소?"

원매의 물음에 사마의는 전풍의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장군장비와 안량은 며칠 전에 출병했으니 제외하고, 장군서황은 항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빼겠습니다. 하여, 이번에는 장군 위연에게 보병 3만을, 장군 방덕에게 보병 1만 2천을 주어 출병시키면 어떻겠습니까?"

"흠- 좋은 생각이야. 기병을 둘로 나눌 텐데, 그것은 어찌할 생각이신가?"

"전하께 청이 있습니다. 호위대장 조운을 이번에 출전시켜 주십시오. 그가 기병 6천, 장군 방덕이 기병 6천을 나누어 맡아 돌격을 한다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원매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봐. 자룡- 들었는가?"

"저는 전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이렇게 재미가 없다니까? 좋아. 조자룡 자네도 이번에 출전해. 매일 내 옆에서 경호나 하려니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가서 저놈들을 모조리 격파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운은 군례를 올리고는 부호위대장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방덕에게로 향했다. 사마의는 곧장 명령서를 작성하여 원매에게 인장을 받고는 위연, 방덕, 조운에게 정식으로 명령서를 하달했다.

위연은 3만대군을 이끌고 성덕현으로 나아갔다. 초입에 들어서자 멀리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거야 원. 미리 이야기를 들었기에 망정이지 몰랐으면 영락없이 10만대군으로 오인했겠어. 속도를 늦춰라!"

신호병이 호각을 불었고, 붉은 깃발이 높게 올려졌다. 병사들은 이를 신호로 천천히 속도를 줄여 나갔다.

만총의 예상대로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중앙의 능조, 이이가 2만을 이끌고 행군속도를 높였고, 장료와 태사자는 속도를 늦췄다. 자연스럽게 능조, 이이가 앞으로 나서는 형태가 되었다.

위연은 이를 보자 돌격명령을 내렸다.

와아아아아-

위연군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이이/능조는 위연군이 가까이 오자 급히 방패를 땅에 박으며 방어로 전환했다. 후방에서는 연신 위연군을 향해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위연은 병사들이 화살이 맞아 죽었지만, 계속해서 돌격명령을 내렸다. 이이/능조의 궁수부대가 대규모가 아니었기에 죽는 병사는 소수였다.

쾅- 쾅-

위연군이 달려오는 속도 그대로 이이/능조군과 그대로 격돌했다. 곧 처참한 살육전이 전개되었다. 한동안 밀고 밀리던 전투는 수적우세를 등에 업은 위연군이 힘을 내서 밀어 부치기 시작했다. 이이/능조군은 힘 없이 밀렸다.

이이와 능조는 밀리는 것이 분했지만, 후퇴도 작전의 일부였기에 이를 악물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결국 위연의 3만 대군이 U자형태의 안쪽으로 파고든 형태가 되었을 때, 후방에서 요란하게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를 신호로 먼지속에 가려져 있던 측면의 장료와 태사자가 각각 1만을 이끌고 위연군을 완벽하게 포위했다.

"침착하라! 버티면 지원군이 올 것이다!"

위연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호각을 연속으로 불면서 병사들을 독려하고 또 독려했다. 위연의 지독한 훈련아래 강하게 키워진 병사들이었지만, 적들에게 포위되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위연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방원진을 형성하며 끈질기게 버텼지만, 장료, 태사자라는 맹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맹렬하게 공격하자 차츰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료와 태사자는 연신 독하게 밀어 부쳤다. 원매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위연군을 몰살시킬 생각이었다. 현재까지는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듯 했다. 왜냐하면 위연군을 포위했는데도 지원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 기다려야 합니까?"

조운의 질문에 방덕이 싱긋웃었다.

"이제 출발하시지요. 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뒤로 물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적어도 일각(15분)은 달리셔야 할겁니다. 제가 오른 쪽을 맡을 테니, 조장군께서는 왼쪽을 맡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저들의 빨리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가야겠지요."

"물론입니다. 가까이 갔을 때 그제서야 눈치챈다면 준비할 틈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무난한 승리가 될 것입니다."

"그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조운이 군례를 올리자, 방덕도 공손하게 같이 군례를 올렸다. 그들은 각기 6천의 기병을 이끌고 속도를 줄여 이동을 시작했다. 거친 보병전 속에 기병이 달려오는 말발굽소리는 묻혔다. 방덕과 조운은 전투중인 보병이 눈앞에 선명하게 들어오자, 속도를 높이고 소리를 지르며 돌격을 개시했다.

장료와 태사자는 그제야 기병의 존재를 눈치챘다.

"방패를 내려라! 창을 앞으로! 어서 서둘러라!"

소리를 지르며 재촉했지만, 이미 위연과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기에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후방에 있던 병사들이 급히 방패를 땅에 박고 창을 앞으로 내지르며 준비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어설펐고, 중간 중간 빈틈이 생겼다.

"하앗! 나를 따르라!"

조운이 호위기병을 이끌고 장료군 빈틈을 그대로 파고 들었다. 기병이 파고들자 틈은 더욱 벌어졌고, 연이어 기병들이 들이닥치며 전과를 확대했다.

장료가 급히 호위기병들을 이끌고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태사자 또한 방덕이 이끄는 서량기병의 돌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태사자의 대응속도는 장료보다 떨어졌다. 장료보다 육지전투 경험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병 1만 2천의 돌격은 전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장료/태사자군의 압박이 사라지자, 위연은 힘을 내서 능조/이이군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전군을 지휘하던 만총은 당황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뜻대로 모든 것이 움직였다. 안으로 파고든 위연군도 포위하여 격멸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장거리 기병 매복에 당한 상황이었다. 먼지 때문에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말발굽소리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설마 내 생각을 그대로 읽고 역이용했단 말인가? 도대체 기병을 얼마나 멀리 배치해 놓았기에 이렇게 속수무책이었단 말인가?"

이제 20대 초반인 만총으로서는 경험의 무서움을 깨닫는 전투였다.

"후퇴하라! 이대로는 몰살한다! 후퇴하라!"

징- 징-

신호병들이 계속해서 징을 쳤다. 계속해서 울리는 징소리에도 많은 병사들이 듣지 못하고 전투에 몰입했다. 결국 기병의 돌격에 부대가 몰살될 위기에 몰린 장료, 태사자가 제일 먼저 후퇴했다. 일신의 용맹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기병의 공격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방덕과 조운은 후퇴하는 장료/태사자군을 뒤쫓기 보다는 남아있는 병사들을 몰살시키는데 집중했다. 위연 또한 능조/이이군을 몰아 부치며 전과를 확대했다.

밤이 되고 보름달이 뜰때까지 참혹한 전투는 이어졌고, 어둠을 이용하여 조조군은 합비성으로 물러날 수 있었다.

합비성.

만총은 장수들에게 성안의 자리를 배정해주고, 급히 상황을 파악했다. 예상보다 상황은 절망스러웠다. 장수들은 말을 타고 있었기에 어둠을 이용해 후퇴에 성공했지만, 병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병사들을 점고하니 겨우 1만 4천에 불과했다. 4만 3천이 1만 4천으로 격하된 것이다. 이제는 성안에 남아있던 병력까지 합해야 1만 7천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도주한 병사들이 합류하겠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승기를 잡았으니 곽준과 견초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분명했다.

"내가...... 내가 모든 것을 망쳤구나! 흐흐흐흑-"

만총은 땅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눈물을 쏟았다. 이번이 조조에게 마지막 희망임을 알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저들의 손에 놀아났던 것이다. 만총의 한탄 속에 합비성은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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