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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4화 (174/253)

# 174

제174장. 복잡해진 전황. 그리고 선제적대응.

태사자는 교위, 사마들을 불러서 성밖에 주둔지를 편성하도록 명령을 내린 후, 이이, 능조, 하제를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만총은 그들을 극진하게 모시면서 상황실로 이끌었다. 태사자는 다소 거만하게 자리에 앉았지만, 만총은 개의치 않고 옅은 웃음을 띄었다.

"출출하실 텐데, 가볍게 요기라도 하십시오."

"현재 상황부터 살펴봅시다."

단호한 음성에 만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시봉으로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원매군은 육양성, 합비성을 포위하고, 십만에 이르는 병력으로 수춘성을 향해 진격했습니다. 현재 수춘성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지라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성이 견고하고 내부에 병력이 4만 정도 되어서 굳건히 버티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곳을 포위하고 있던 견초부대 1만은 서쪽으로 후퇴했는데, 아마도 육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원매군과 합류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원매군이 둘로 나뉘어졌단 말이시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저들이 서현성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저들의 보급선은 길게 늘어진 상황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소?"

"저도 그 부분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안에 갇혀 있어서 확인을 해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새로운 보급선을 확보한게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서현성-수춘성으로 가려면 성 부근을 지나야 하는데, 군량이동을 보질 못했습니다."

"그거 신기한 일이로군."

태사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영리해보이는 만총에게 말을 건넸다.

"대충 알았으니 밥이나 먹으며 이야기 합시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 후, 그들은 식사를 하며 여러가지 정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했다.

육양성 곽준치소.

곽준은 급하게 달려오는 견초부대를 보고는 깜짝 놀라 뛰어나갔다. 견초를 발견한 곽준이 급히 그를 멈춰 세웠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합비성을 어찌하고 이리 급히 오신겁니까?"

"2만이 넘는 주유의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조금 늦었으면 앞뒤로 협공당할 것 같아서 급히 부대를 되돌렸습니다."

곽준은 놀라움에 말이 막혔다. 곧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시 열었다.

"그럼 전하의 허락은 받았습니까?"

"주유의 지원군이 왔다는 상황만 보고드렸고, 부대를 움직인 것은 제 독자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원매의 명령없이 부대를 움직였기에 곽준은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난감한 그의 심중을 눈치챈 견초가 입을 열었다.

"제가 주유군이 오는 것을 너무 늦게 파악했습니다. 하여 명령을 기다릴 틈이 없어 부대를 임의로 후퇴시켰습니다. 나중에 이에 대한 처분을 받더라도 지금은 힘을 모아서 저들의 공격에 대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곽준은 견초를 안으로 인도한 후, 상황판을 사이에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주유군이 끼어들면서 상황이 어려워졌소이다. 합비(만총) , 육양(장료), 우루(서황)의 병력에 주유군까지 합류했다면 적어도 5만은 되기 때문에 우리가 열세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육양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들이 공격하고, 성안의 장료까지 공격에 가담한다면 우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오. 견장군 생각은 어떠시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일단 서현성으로 후퇴를 하시지요. 만약 퇴로라도 차단된다면 참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저도 전하의 명령없이 부대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군요."

"중요한 것은 병력을 보전하고, 조조를 물리치는 것이지요. 명령을 따르다가 많은 병력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이야 말로 전하께 불충이 됩니다. 더군다나 잠시 서현성으로 후퇴하여 적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니 전하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럽시다. 일단 병력을 보전해야 저들의 틈이 생길 때, 기습이라도 할 수 있겠지요. 전하께서 제게 처분을 내린다면 변명하지 않고 달게 받을 생각입니다. 자- 후퇴를 준비하시지요."

견초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는 서현성으로 단계적으로 후퇴했다.

장료는 견초와 곽준이 후퇴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전령을 우루성의 서황과 합비성의 만총에게 보냈다. 연합해서 움직여야 견초/곽준의 부대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료와 만총은 연락이 닿았지만, 서황은 연락두절이었다. 조조의 명령을 받은 서황부대는 우루성을 버리고 수춘성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조조로서는 불운이었다.

장료는 호위기병을 이끌고 합비성으로 달려와 그곳에서 태사자와 만총을 만나 향후 계획을 의논했다. 지도를 짚어가며 연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의견이 도출되지 않았다. 휴식과 토론을 반복하며 그들은 좋은 방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서황은 조조의 명령에 따라서 수춘성으로 합류하기 위해 급속행군을 했지만, 그가 확인한 것은 수춘성을 겹겹히 포위하고 있는 원매군이었다. 그는 난감했다. 병력손실을 감안하고 돌파하여 성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살펴 대처할 것인가? 고민에 빠져 들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돌파를 하려고 작정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문제는 큰 병력손실을 입으면서까지 수춘성에 입성해야 하는가? 그것이다. 주군께서 나를 수춘성으로 부른 것은 포위되기 전에 합류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좋아. 좀 더 상황을 살핀 연후에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서황은 결정을 내리자, 정찰병을 멀리까지 보내며 상황파악에 주의를 기울였다. 앞으로 며칠 간의 정찰결과에 자신과 병사들의 운명이 걸렸기에 긴장한 그의 손에서는 연신 땀이 났다.

원매 치소.

첩보를 관할하는 사마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광범위하게 깔아 놓은 세작, 정찰병으로 부터 끊임없이 첩보가 날아 들었고, 이를 분석해서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첩보를 놓치거나 분석의 오류를 범하기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때 누군가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안마하며 위로했다.

"이보게. 중달. 너무 무리하지 말아."

"전하."

사마의가 깜짝 놀라 일어서서 예를 표하려고 하였지만, 원매가 지긋이 누르자 일어서지 못했다.

"괜찮아. 나를 위해 고생하는데 이 정도도 못하는가? 차분하게 하나씩 생각하시게. 작은 첩보들 분석은 수하들이 하는 것이고, 자네는 그것을 종합하면 돼. 분석이 잘못되서 위험에 처하더라도 내겐 그걸 극복할 힘이 있어. 오히려 완벽해지려고 하는 조급함이 더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네."

"예.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그제야 어깨에 올려졌던 원매의 손이 내려왔고, 사마의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급히 예를 올렸다. 원매는 빙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제 서곡양도 점령했고, 군량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었어. 필요하면 서주도호부의 기령군도 데려올 수가 있네. 이번에는 조조가 절대 빠져나가지 못 할 것이야."

원매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도 사마의는 쉽게 맞장구를 치지 못했다. 사마의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때로는 모든 것을 망쳐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하나 하나에 신중하게 대처할 수 밖에요."

"자네는 승리보다는 지지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군."

"그렇습니다. 지지않는다는 것은 다음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설령 궁지에 몰리더라도 끈임없이 강하게 버티며 상대의 헛점을 노린다면 이기긴 힘들어도 지지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승리를 하여 얻는 기쁨보다는 패배에서 오는 두려움이 더 무섭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 사실 그런 면이 다른 사람을 두렵게 만들지. 능력이 뛰어난 자가 있더라도 자네를 상대하기는 거북할 거야."

사마의는 말을 실수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분명히 원매의 마지막 말은 뭔가 의미심장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원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생각을 조금 바꿔봐. 그것은 전형적인 약자의 방식이야. 나는 충분히 강하고 설령 패배를 했다손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네. 그런 강자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해. 전태부(전풍)나 서부어사(서서)를 보게. 그래야만 자네가 더 중용될 수 있네. 그래야 부하들에게 아량을 베풀 수도 있고, 실수에도 너그렇게 대처할 수 있다네. 부하들이 두려움에 떨며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존경하는 마음에서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마의가 좀더 생각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준 것이다. 사마의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사마의는 그간 살아온 날을 떠올렸다. 부친 사마방은 매우 엄격해서, 자식들을 강하게 통제했다. 작은 일 하나 하나 간섭했고, 심지어는 자리에 앉으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앉지 못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숨겼고, 부친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들키지 않고, 훗날을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것을 원매가 최초로 깨뜨린 것이다.

'그랬던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다른 방식을 가져야 한단 말이지. 전하께서는 최상층 권력자시니 권력의 속성을 잘 아실 테고. 그러니 조언을 하신 것이겠지. 하지만, 놀랍군. 이런 부분을 짚어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

사마의는 고개를 흔들었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큰 그는 원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장차 황제가 될 원매의 조언을 거부한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했고, 어쩌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마의가 고민에 잠긴 동안 원매는 다소 후련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내 말을 잘 알아 들었으면 좋겠는데. 뭐. 못 알아 듣는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 사마의를 견제할 인재는 충분하니까. 제갈량과 전예라면 충분할 테고, 어리긴 하지만 강유(2살), 곽익(4살)이면 충분할거야. 뭐. 먼 훗날이지만 두예도 괜찮겠지.'

원매는 잠시 멈춰서서 멀리 보이는 수춘성을 바라보았다.

'기다려라. 곧 무너뜨려주마. 지원군을 모조리 격파해서 암담함을 보여주고 부숴주마.'

"전하. 여기 계셨습니까?"

원매가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전풍이 약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인 일이시오?"

"주유가 지원군을 보냈습니다."

원매는 전풍으로부터 죽간을 받아 읽고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견장군이 어찌 행동할까요? 급박한 상황인데, 설마 거기서 명령을 기다리며 버티면 큰 일인데."

견초의 뛰어남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대한 것은 겨우 며칠이 전부인지라 조금 걱정이 앞섰다. 전풍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감히 지용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장수입니다. 아마도 곽장군이 있는 육양성으로 후퇴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다시 서현성으로 후퇴해서 다음 기회를 노릴 것으로 추측됩니다. 잘못해서 퇴로라도 끊긴다면 곤란하니까요. 둘 다 지용을 갖춘 자들이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듯 합니다."

"알겠소. 그럼 저들이 어찌 움직이리라 생각하시오?"

"지금까지 첩보를 분석 종합한 결과 서황은 우루성을 떠났지만, 행방이 묘연합니다. 장료, 만총, 주유군이 힘을 합쳐서 이곳의 빈틈을 노리지 않겠습니까? 견초/곽준군은 보조세력에 불과하니 견제에 그치리라 생각합니다. 정찰을 강화해서 저들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에 선제적 대응해야 합니다."

"선제적 대응?"

"저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행동반경을 예측한 후 먼저 공격해서 격파하는 것입니다."

"역시. 전태부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 우리가 강한데 기다릴 게 무어가 있소. 준비되면 보고하시오. 병력일부를 쪼개서 모조리 격파해버립시다. 회하건너에 서주도호부가 버티고 있으니, 필요하면 말하시오. 그들도 불러들이겠소."

"예. 전하. 일단은 이곳의 병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곳에 보병/기병 합해서 13만이 넘게 투입되었는데, 더 지원해달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가 없는 짓입니다. 현 병력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알겠소. 선제적 대응이라. 하하하하- 참으로 좋은 말이오. 조조만 격파하면 주유 네 놈도 뒤통수가 뜨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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