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3화 (173/253)

# 173

제173장. 원매 서곡양을 얻어 군량을 확보하다.

수춘성진공작전은 초반부터 전풍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풀려갔다. 육양의 장료가 곽준에게, 합비의 만총이 견초에게 막히면서 서현에서 수춘까지의 길이 열렸다. 원매는 대군을 이끌고 수춘성을 포위하며 주요 목지점을 차단했다.

수춘성이 워낙 견고한 대성이었고, 성안에 대규모 병력이 주둔했기에 공성전을 벌이기 보다는 목지점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주유의 지원군이나 지방군 상경에 대비하여 목지점에 2만 이상을 배치해, 각개격파되지 않도록 바짝 신경썼다.

원매는 속마음은 초조했지만, 겉으론 느긋한 표정으로 수춘성을 응시하며 정찰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마의가 모습을 드러내자 원매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벌써 결과가 나왔는가?"

"예. 전하. 장거리 정찰결과는 좀 더 기다리셔야 하고, 이것은 근거리 정찰결과입니다."

원매는 사마의가 내민 죽간을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그의 얼굴에서는 만족스러움이 묻어났다.

"좋아. 지금 수춘성으로 향하는 병력은 없다. 이거지?"

"장거리 정찰결과가 나온다면 바뀔 수 있습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서곡양은 어떤가?"

"예. 1천이 주둔하고 있는데, 조조의 친척인 하후무(하후돈 차남)가 지키고 있습니다. 특출한 능력이 드러나는 자가 아닌 만큼 항복을 권유해 보고, 안 되면 공격해서 성을 떨어뜨리면 됩니다."

"좋아. 장군 안량을 불러오게."

"예. 전하."

사마의가 물러갔고, 얼마 후에 안량이 성큼성큼 다가와 허리를 깊숙하게 숙이며 군례를 올렸다.

"찾으셨습니까? 전하."

"자네가 기병 6천을 이끌고 서곡양으로 달려가서 항복을 권유해 봐. 하후무가 지키고 있는 데, 별볼일 없는 놈이야. 여기 정리되는 대로 보병 3만을 보내지. 그때까지 항복하지 않고 버틴다면 그대로 공격해서 성을 점령하면 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지금 병사들을 점고해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수고하시게. 기병은 중요한 전력이니 소중히 다루시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안량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서자, 원매는 그제야 자리에 편하게 앉아 물을 들이켰다. 서곡양을 잡아서 군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이번 전투는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안량은 기병 6천을 이끌고 서곡양으로 달려갔다. 수춘성에서 하루거리에 있는 서곡양은 회하의 거대한 포구였다. 회하를 통해 물품을 운반한다면 대부분 서곡양에서 내려서 수춘성으로 가져왔다. 그렇기에 조조도 그 중요성을 깨달아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1천을 놓아둔 것이다.

안량은 빠르게 말을 몰아 채 하루가 안걸려서 서곡양에 진입했고, 곧바로 주요 목지점을 차단했다.

"나는 기冀의 태자전하 명을 받고 온 안량이다. 수춘성은 포위되었고, 곧 함락될 것이다. 곧 이곳으로 3만의 대군이 공격해 올 것이니, 그전에 항복하여 목숨을 보전하지 않겠는가?"

안량이 항복을 권유하고, 하급장교들을 통해서 계속 권유를 이어가는 동안 하후무는 치소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애초에 무장의 자질이 없었던 하후무는 수춘성에 원매의 대군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안량이 이곳으로 와서 항복을 권유하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조조의 친척인 그로서는 항복을 하자니 걸리는 게 참 많았다. 거부한다면 공성전이 벌어질 것은 자명했고, 그는 1천을 이끌고 수성전을 벌일 자신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원매군이 수춘성까지 진군해올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여강군에서 방어하는 장수들은 대체 뭘 한거야?'

하후무는 장료, 서황, 만총등 방어를 맡은 장수들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곤혹스러운 순간이 자신에게 들이닥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그가 느끼는 심적 압박감은 매우 컸다.

'어쩌란 말이냐?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안량이 지속적으로 회유를 했지만, 하후무는 일절 대꾸를 하지 않았다. 벽에 대고 소리치는 상황이었기에 안량은 힘이 빠지고 답답했다. 안량은 하급장교들을 교대시켜가며 회유를 계속 시도했고, 결국은 실패로 끝이 났다. 안량이 이곳에 도착한지 3일 후, 장패가 3만의 대군을 이끌고 도착했다. 그는 안량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는 곧바로 공성전 준비에 착수했다.

안량이 뒤로 물러나서 경계를 서는 동안 장패는 사다리를 만들고, 궁수를 배치하며 공성전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그 사이에도 성은 조용했다. 병사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장패군을 지켜볼 뿐이었다.

"공격하라!"

준비가 완료되자, 아침 일찍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궁수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일제히 공성전을 벌이자,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 1천의 병사들이 힘없이 무너지며 항복한 것이다. 장패는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들이 뭐 하자는거야? 항복하려면 진작하던가?"

장패는 괜한 시간낭비를 한 것 같아서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성 밖으로 끌려 나온 병사들은 곧바로 재교육이 이어졌고, 교위와 사마들은 하후무를 찾아 성안을 들쑤셨다. 얼마 후, 교위 한 명이 급히 달려와 장패에게 보고했다.

"장도독(사례도호부 도독 장패)! 적장 하후무는 치소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습니다."

"멍청한 놈같으라고. 그 놈을 적당한 곳에 묻어 두고, 성을 정리하여라! 이곳이 군량보급기지가 될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교위가 일을 하러 성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장패는 그제야 이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하후무는 끝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공성전이 시작되자 극닥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잘 됐어. 덕분에 병사들이 죽는 것을 막았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로군."

장패는 죽간을 작성하여 원매에게 보내고는 서곡양성으로 입성했다. 또한, 북쪽 성벽에서 나무가지를 쌓아놓고 크게 불을 피웠다. 거대한 연기는 멀리 예주에서 보일 정도로 크게 피어 올랐다.

예주 패국 항현.

회하 북쪽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이곳은 최근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띄었다. 서주도호부(도독 기령)가 하비성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기령은 항현에 2만을 이끌고 주둔했으며, 회하를 따라 3만을 골고루 배치해 놓았다. 또한 회릉일대 호수에서 수군을 조련하던 문빙/감녕을 이곳으로 불러 들였다.

기령은 회하남쪽에서 크게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보고를 받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드디어 서곡양을 점령했구나. 흐하하하하- 조조 네놈도 드디어 끝이 보이는 구나."

기령은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곧바로 감녕과 문빙을 불렀다. 그들도 연기를 보았던지라 눈빛을 반짝이며 기령을 찾았다.

"찾으셨습니까?"

"어서 오시게. 자네들도 연기를 보았겠지? 서곡양이 드디어 수중에 넘어왔어. 수군을 인솔하여 이곳의 군량을 서곡양으로 운반하시게. 다시 당부하지만, 이것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일이야. 절대 실패는 용서치 않을 것이야. 알겠는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반드시 군량을 성공적으로 보급하겠습니다."

문빙이 신중하게 대답하자, 감녕이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만약에 조조의 수군이 나타나면 모조리 수장시켜 버릴 테니 걱정은 붙들어 매시오. 내가 저런 놈들에게 패배한다면 목을 내놓겠소."

수적출신인 감녕은 거친 언사를 직속상관인 기령에게 마구 쏟아냈다. 기령도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워 꾸짖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수군전투실력만큼은 감녕이 원매군내에서 단연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말투만 거칠 뿐 일처리를 확실히 하기 때문에 기령도 크게 간섭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어서 서두르시게. 지금쯤 목이 빠지게 군량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예. 기도독!"

감녕과 문빙이 물러가자, 기령은 여러군데 흩어져 있는 병사들을 이곳 항현으로 불러 모았다. 원매가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 였다.

원매는 서곡양성을 점령하자 책임자를 장패로 임명하여 군량의 보관및 수송을 책임지도록 지시했고, 안량과 기병 6천, 보병 1만을 다시 불러 들였다. 장패는 자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총 2만의 병력중 포구에 5천을 배치하여 상시 조조군의 습격에 대비하도록 했고, 서곡양에서 수춘성으로 군량을 운반할 때는 1만으로 경계하고, 5천을 항상 예비대로 대기시켜 만전을 기했다.

여강군 유수구.

합비성 앞의 커다란 호수인 소호와 강수(장강)가 수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강수에 연한 포구가 유수구였다. 주유의 명령을 받은 태사자는 이이, 하제, 능조가 3만을 이끌고 유수구에 상륙했다. 워낙 많은 대군이었기에 강동의 배를 총동원해야 했다.

태사자는 곧장 정찰병을 운용하기 위해 먼저 출발시켰고, 본대를 이끌고 수로를 따라 합비로 향했다. 길이 평탄했기에 3일만에 합비까지 갈 수 있었다.

합비성을 단단히 포위하며 만총을 압박하던 견초는 정찰병의 보고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대군이 수로를 따라 합비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2시진(4시간)정도면 도착한다는 보고였다.

'수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면 주유의 지원군이 틀림없구나. 어쩐다? 지형이 워낙 평탄하여 매복을 할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다. 잘못하다가는 앞으로 주유군과 싸우는 동안 뒤에서 만총의 공격을 받을 수 있겠어. 그럼 끝이야.'

견초는 상황이 마땅치 않음을 깨닫고는 곧바로 교위, 사마들에게 집합을 명했고, 상황을 작성하여 원매에게 전령을 보냈다. 교위와 사마들은 딱딱한 표정을 한 채로 지휘막사로 들어왔다. 평소 신중한 견초가 이렇게 불시에 소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에, 커다란 일을 터졌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견초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주유가 이번 전투에 개입했어. 여기서 전투를 하게 된다면 앞뒤로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 매우 불리하다. 그렇다고 본군이 있는 수춘성으로 후퇴한다면, 육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곽장군(곽준)이 협공을 당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곳을 포기하고, 육양성의 곽장군과 합류한다."

"전하의 명령없이 부대를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통상 이런 명령을 내리면 원매의 명령서를 보여주는 것이 관례인데, 그것이 없자 선임교위가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원매의 명령없이 함부로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목을 자칫하면 목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견초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보고를 드렸지만, 아마도 내일이나 명령서가 내려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전멸할지도 몰라. 이번 행동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러니 당장 이동준비하라! 불필요한 물품은 모두 버린다. 시작해!"

"예. 장군!"

견초부대는 간단한 물품만 챙겨서 곧바로 육양성으로 출발했다. 급하게 이동했기에 방책이나 천막마저 그대로 버려두었다.

만총은 견초부대가 이동한다는 보고를 받고는 재빨리 망루에 올랐다. 그들은 서남쪽으로 움직였으니 육양성으로 가는 것이 분명했다. 왜일까 고민하던 만총은 무릎을 쳤다.

'드디어 주유가 보낸 지원군이 도착했구나. 그렇지 않다면 저놈들이 허둥지둥대며 도주할 리가 없겠지.'

이때 선임교위가 급히 만총에게 보고했다.

"장군. 저들이 방책이며, 천막이며 모두 버려두고 급히 도주하고 있습니다. 이때 후방을 급습한다면 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어찌 이대로 계십니까?"

"적장은 만만한 자가 아니다. 방책을 치며 포위한 것도 그렇고, 그동안 병사들 통제하는 것을 보니 잡음이 없더구나. 이번 후퇴도 재빠르게 상황판단을 하고 후퇴하는 것이고. 이런 자가 그 정도(기습)상황에 대비하지 않겠느냐? 문을 열고 주유군을 맞을 준비를 하거라! 수춘성을 포위되었을 것이니 이제부터는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알겠느냐?"

"예. 장군!"

선임교위는 만총이 명확하게 설명해주자 깊은 신뢰를 담아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견초부대가 합비성을 완전히 빠져나간지 채 반시진(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주유군의 선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만총은 급히 성밖으로 나가 그들을 환영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곳까지 오느라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합비성을 지키고 있는 만총이라 합니다."

"태사자요. 반갑소."

태사자는 짧게 말하며 만총과 주변상황을 훑어 보고는 위엄있게 다시 말했다.

"상황을 설명해주시겠소?"

"물론입니다.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태사자는 능조, 하제, 이이와 호위병을 거느리고 성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병사들은 주변에서 대기하며 휴식할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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