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1화 (171/253)

# 171

제171장. 전풍의 계책.

강동 말릉성 주유치소.

주유는 직접적으로 원매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를 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손가를 비롯한 불순세력의 반란을 진압하고 강동을 오롯이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원매가 유비/조조와 적대적인 관계를 취하였고, 이에 주유는 조조와 유비의 걱정을 덜어냈다.

전풍이 조조의 신하들에게 원소의 교지를 내려 흔들었을 때, 조조는 즉시 곽가를 강동에 파견했고, 그는 빠르게 움직여서 이틀만에 석성 포구에 도착했다. 그는 말릉성의 외항인 석성 포구에 도착하여 차분하게 정황을 살피고는 말을 이용하여 곧바로 하루거리에 위치한 말릉성으로 달렸다.

말릉성은 훨씬 번화해져 있었고, 압도적인 웅장함을 자랑했다.

'주군께서 원매와 죽도록 싸우는 동안 주유는 편안하게 강동을 집어 삼켰구나. 말릉성이 이토록 번영할 줄은 정말 몰랐다. 경제가 발전되지 않은 예전의 강동이 아니다.'

곽가는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성으로 들어섰다. 주유는 조조의 사신자격으로 온 곽가를 반갑게 맞이했다. 강동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방패막이를 충실히 하고 있는 조조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해야했다.

"강동의 주인을 뵙습니다."

곽가는 주유가 듣고 싶어 하는 말로 인사를 하자, 주유의 얼굴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는 조조가 보낸 죽간을 종사관에게 주었고, 주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한漢황제의 교지임을 확인한 주유는 허공에 예를 표하고는 펼쳐서 읽어 내려갔다.

"흠- 이거 정말 고마운 일이로군. 내게 표기장군을 제수하시다니. 그렇다면 내가 조거기(거기장군 조조)보다 높게 되는 데 괜찮은가?"

"주군께서는 이번에 대장군을 제수받으셨습니다. 덕분에 주군의 직책이 약간 더 높긴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관직이야 형식이고 강동의 실질적인 주인 자리가 진짜가 아니겠습니까?"

"곽봉효가 달달한 말을 뱉는 것을 보니 아쉬운 소리를 할 게 있는 가 보군. 이번에는 무슨 일이 터졌는가?"

"주표기(표기장군 주유)께서는 이토록 빨리 알아주시니 대화하기가 편합니다. 한달전에 원매군을 여강에서 격파했는데, 원매가 복수를 하기 위해 하북에서 대군을 불러 들였습니다. 그래서 여강군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결론은 병력을 지원해달라. 이말이군."

"예. 좀 더 고상한 이유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군요. 병력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빠를 수록 좋겠지?"

"물론입니다."

"먼저 돌아가게. 이곳에서도 절차가 있으니 바로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출병하겠네."

곽가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결례라고 생각하여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주유가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감정에 훨씬 더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병력지원에 대한 승낙을 받은 곽가는 내정이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에 물러났다. 곽가는 수춘성으로 돌아갔고, 주유는 신하들을 불러모아 병력파견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신하들은 병력파견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누구를, 얼만큼의 병력을 파병할 것인가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장시간의 토론 끝에, 대장 태사자, 부장 이이, 하제, 능조, 병력 3만의 파병이 결정되었다.

여강군 서현성 원매치소.

전풍은 며칠 동안 사마의를 대동하여 여강군일대를 샅샅이 파악했고, 첩보를 통해 구강군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는 사마의와 기존 장수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전투계획을 세우고는 곧바로 원매를 찾았다.

"전하. 태부 전풍입니다."

"오- 전태부. 어서 오시게. 생각보다 빨리 찾아 오셨군."

"조조와의 결판을 빨리 맺는게 좋으니까요. 중달과 함께 여강군을 훑어보고, 구강군의 상황까지 검검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땅이 크고 백성이 많아 놀랐습니다. 조조군의 위력도 대단하다고 들었고요."

"그렇지. 그래서 조조가 겨우 몇 개군을 가지고도 힘을 쓰는지도 모르지. 계속 하시오."

"예. 현재 아군의 병력은 보병 12만, 기병 1만 2천입니다. 조조가 아무리 병력을 모은다 할지라도 최대 7~8만에 불과할 것이며, 만약 주유가 지원군을 보낸다면 도합 10만이 조조군의 최대치라고 생각합니다. 조조군의 약점은 기병이니만큼, 가능하면 야전을 통해서 저들을 물리쳐야 합니다. 공성전을 벌인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므로, 좋은 계책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평이하군."

"기존의 작전을 살펴보니 하나씩 착실하게 성을 점령하여 영토를 늘려가는 계책이 주를 이뤘습니다. 덕분에 강하군과 여강군 절반을 확보했으니, 잘못된 계책은 아닙니다. 다만, 한번에 조조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하고 적극적인 계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입안한 계책은 수춘성진공작전입니다."

"수춘성진공작전이라? 흥미가 돋는군.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원매는 전풍의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원매는 하나씩 착실하게 영토를 점령하여 상대방을 압박하는 전술을 선택했는데, 이번에 전풍이 내놓은 것은 전혀 다른 작전임에 분명했다. 왜냐하면, 여강군을 모두 점령하지 못했는데, 구강군의 수춘성을 공격한다는 것은 적진 중앙으로 병력을 투입시키는 것이므로 매우 모험적인 작전으로 보였다.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만약 수춘성을 공략하려면 여강군 육양현과 구강군 합비현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을 어찌할 것이오?"

"일부 병력을 선발하여 그들을 견제하게 하고 중간의 개활지를 이용하여 전격적으로 진군시킬 계획입니다."

"그러면 병참수송이 문제가 될 것이오. 병참선이 길어진다는 것은 조조군의 기습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오?"

"간단합니다. 육양현과 합비현을 2만의 병력으로 각각 방어케하고, 서현성에 군량을 쌓아둔 채, 버티면 됩니다. 나머지 병력을 가지고 수춘성으로 진격시킬 때, 최소한의 군량만 가지고 가게 해야 합니다. 이후 수춘성 동쪽에 있는 서곡양을 점령해야 합니다. 서곡양은 커다란 포구이고, 회하를 통해 수춘성으로 들어오는 물자는 모두 서곡양을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곳을 전격적으로 점령한 후에, 감녕/문빙이 이끄는 수군을 통해서 서주, 예주의 병참을 지원받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조조군에게 군량을 빼앗길 걱정 따위는 잊을 수 있습니다."

원매는 무릎을 탁- 쳤다.

"그런 획기적인 방법이 있었군. 그간 내가 너무 고지식하게 병력을 운용했어."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조와의 전투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조조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단번에 승기를 잡으셔야 합니다."

"알겠소. 장수들을 모을 테니, 전태부가 설명을 하시오."

"예. 전하!"

원매가 장수들을 소집하는 동안, 전풍은 사마의의 도움을 받아 지도를 마련하고 계책을 설명할 준비를 마쳤다. 곽준, 장비, 방덕, 위연, 견초, 장패, 안량이 지휘막사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넓은 막사가 꽉차 보였다. 원매가 그들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조조에게 치욕을 당하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복수할 준비를 하였어. 방금전에 여기 전태부와 조조를 물리칠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상당히 좋은 계책이었어. 그러니 자네들도 설명을 듣고 판단해 보게. 궁금한 점은 즉각 질문하고. 전태부 설명하시오!"

"예. 전하!"

전풍은 예를 올리고는 지시봉을 들고 상황판 앞에 섰다. 그는 지시봉을 짚으며 원매에게 보고한 내용을 장수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곳 서현성에서 조조의 치소가 있는 수춘성까지는 3일이면 갈 수 있습니다. 지형 또한 평탄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중간에 저들이 육양성과 합비성에 병력을 주둔시켜서 수춘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데, 자세히 파악해보니 두 성의 간격이 꽤 넓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병력으로 두성의 병력을 견제하고, 나머지 병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기동하여 수춘성을 공략하는 것이 이번 전투의 핵심입니다."

"보급선이 길어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상했던 문제점을 곽준이 바로 질문했다. 전풍은 빙긋 웃으며 원매에게 보고했던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해주어 그를 안심시켰다. 다른 장수들도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번에는 장비가 질문했다.

"수춘성은 대대적인 보강공사로 거성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서곡양을 점령하고 공성전을 벌인다면 결코 단시간에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고, 하비국이나 여강군, 구강군에 흩어져 있던 조조군과 주유의 지원군이 온다면 어쩌겠습니까?"

"장비장군께서는 전투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시군요."

장비를 칭찬하면서 전풍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전투의 목적은 수춘성 공략이 아니라 주변에 흩어져 있는 조조군을 수춘성으로 불러모아 결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야전이라면 조조보다는 우리가 훨씬 강하니까요. 찾아다니며 수고할 필요도 없고, 수춘성을 공격하는 시늉만 한다면 저들이 알아서 올 것이니 그때 상황을 봐가며 하나씩 각개격파를 하거나 대규모 야전을 벌이면 됩니다."

"수춘성공격은 미끼에 불과하군요. 좋은 계책입니다."

장패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풍의 계책에 동의했다. 안량이 가슴을 치며 다짐했다.

"선봉은 이 안량이 서겠소. 어차피 야전을 벌이면 기병의 운용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나는 만큼, 내가 앞장서서 서곡양성을 점령하겠소."

"지금은 개략적인 상황을 말씀드린 상태고, 수춘성전투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자- 지도를 보시면 수춘성 동쪽에 서곡양이 있는데, 이곳이 포구인만큼 조조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이곳을 공략하려고 한다면 단단하게 버틸 것입니다. 하여 기병, 보병을 같은 속도로 행군하여 수춘성을 공략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곡양에도 소문을 퍼트려야지요. 수춘성이 위험하다고요. 연후에 수춘성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그들은 서곡양을 버리고 수춘성을 구원하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그때 점령하면 피를 흘리지 않고 서곡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량장군이 그때 가서 서곡양을 점령하시지요."

"허허- 이거야 빈틈이 없으십니다."

위연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원매가 박수를 치며 계책을 찬성하자, 장수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동의했다. 사마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수를 치며 생각에 잠겼다.

'괜히 노회한 전략가가 아니구나. 이제는 나도 저런 계책을 내라면 낼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경험을 무시할 수가 없어.'

원매는 손을 들어 주변을 정리하고는 공격명령을 하달했다.

"장군 곽준! 1만을 이끌고 육양현을 견제하라! 그들이 수춘성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하면 뒤를 쫓아서 공격하라!"

"예. 전하!"

"장군 견초! 1만을 줄 터이니 합비현을 견제하라! 이하 임무는 곽장군과 동일하다."

"예. 전하!"

"장군 안량, 방덕! 두 장수는 기병 1만 2천을 이끌고 선봉으로 나서서 수춘성까지 이동로를 정찰하고, 확보하라!"

"예. 전하!"

"장군 장비, 위연, 장패! 세 장수는 보병 10만을 이끌고 최대한 빠르게 행군하여 수춘성을 포위 공격한다. 이후, 기병이 서곡양을 점령하면, 부대를 후퇴시켜 주요 목지점을 선점하고 조조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격파한다!"

"예. 전하!"

"좋아! 이번에는 반드시 조조를 격파해서 장강이북을 모조리 점령해야겠어. 내일 아침 일찍 조반을 먹고 출병하는 것으로 하지. 이번에는 반드시 조조를 격파해야 하니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도록! 알겠는가?"

"예. 전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군례를 올리고는 출병준비를 서두르기 위해 본인의 군영으로 돌아갔다. 전풍과 사마의는 지휘소에 남아서 다시 한번 지도를 보며 계획을 점검하는 등 서현성은 바쁘게 움직였다. 조운도 호위기병 2천을 출병준비시키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원매는 이번에야 말로 조조를 물리친다는 생각에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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