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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9화 (169/253)

# 169

제169장. 유장을 궁지로 몰아넣다.

익주 성도 유장치소.

"저 자식을 당장 참수해! 어서!"

유장은 방어를 위해 성으로 들어온 맹달을 보고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맹달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라, 그저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비관이 급히 유장을 제지했다.

"주군. 지금 장수 한 명, 병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곧 원매군이 이곳으로 몰려올 텐데, 어디서 맹장군같은 좋은 장수를 얻겠습니다. 일단 그의 허물은 덮어두시고, 성방어를 맡기셔야 합니다."

"지금 저놈 때문에 꼼짝없이 성안에 갇히게 생겼는 데, 두둔하는 거야?"

"그게 아닌 걸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어찌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십니까? 맹장군을 죽이려면 차라리 저를 먼저 죽이십시오."

"꼭 너까지 이래야 겠어?"

"그럼 맹장군을 죽고나면 누가 있어 성안의 병사들을 지휘하여 원매군을 막겠습니까? 하급장교들과 병사들을 지휘하여 수성전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장은 눈알을 굴리며 서성거리더니 물건을 집어 던지고 난리를 치더니 자리에 털썩 앉았다.

"빌어먹을!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유장의 마음이 조금 풀어진 듯 하자, 비관은 손짓으로 맹달을 물러나게 했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둘을 화해시킬 생각이었다. 유장도 비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른척하며 넋두리만 늘어 놓았다.

"휴-"

밖으로 나온 맹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목이 붙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자신이 실책이 워낙 컸기에 유장을 원망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이 컸다.

"일단 성의 경계상태부터 확인해 봐야겠구나. 유장군(유괴)이 잘 해줘야 할 텐데. 정말 수성전으로 이어지면 골치 아파지는데."

맹달은 머리를 흔들며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도인근 이가촌.

성도 동쪽에 있는 이가촌은 이씨들의 집성촌이었으며, 넓은 평야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다. 평화롭던 작은 마을은 갑자기 들이닥친 이통군으로 인해 난리가 났다. 이곳을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촌로 이량은 이통의 부름에 사색이 되어 달려갔다.

"그대가 이량인가?"

이통의 물음에 이량은 엎드려 벌벌떨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고개를 들어. 몇 가지 물어볼려고 부른 것이야. 제대로 답해주면 이가촌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예. 말씀하십시오."

"최근에 있었던 일을 말해봐. 자네가 판단할 때, 특이한 것들이 있을 거 아냐?"

이량은 미주알 고주알 조금이라도 이상했던 일들을 모조리 불었다. 이통의 뒤에 있던 서서는 중요한 내용을 적으며 추가 질문을 해서 확실히 알아냈다. 서서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자,이통을 이량을 격려하고 쌀 한 말을 준 후, 돌려보냈다.

"어떤가?"

"예. 맹달이 성도로 들어간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덕분에 조금 골치 아파졌습니다. 광도현 구릉지대에 있던 군대가 곧 성도로 몰려올 텐데, 그들과 전면전을 벌일 때, 성안의 맹달이 내응해 온다면 앞 뒤로 적을 맞이하는 형국이 됩니다."

"뭐. 그거야 병사를 둘로 나눠서 해결하지. 골치 아프긴 하지만, 극복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이통이 전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자, 서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계속 진언을 이어갔다.

"지금 성안에는 6~8만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맹달의 부대를 포함하여 병사들은 3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군량이 최소 6개월치는 있을 것인데,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공성전은 힘들고 장기전으로 나가면서 지원군을 격파하여 그들의 의지를 꺾어 버려 항복시켜야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되겠군."

"길게 봐서 2년 정도 생각하시지요. 우리야 수군을 통해서 군량을 가져오고, 건위군/파군을 단단히 지키면서 필요하면 그곳에서 병사들을 보충하면 됩니다. 결코 불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익주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지요."

"그래. 익주의 주인은 태자전하시지. 일단 유괴를 격파하고, 북쪽의 지원군을 격파하면 대부분 정리 될거야. 참. 남쪽은 어찌 되었는가? 그쪽으로 보낸 세작에게서 아직도 연락이 없는가?"

"확인했습니다. 유비가 장가군, 익주군을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월수군, 영창군도 조만간 그의 손에 떨어질 듯 합니다."

"허허- 내가 죽도록 싸워서 파군, 건위군 얻었는 데, 유비는 그냥 두개군을 꿀꺽하고, 두개군도 확보할 예정이라 이거지?"

"그곳은 이민족이 많고, 산이 험해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나중에 이민족을 살살 흔들어 놓으면 유비도 정신 없을 것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좋아. 성도의 주요 길목을 모조리 차단하고, 검문소를 설치하게. 방책을 쳐서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게 하고. 당분간은 이가촌에서 지휘소를 운영하면서 예비대를 필요하면 투입하는 방식으로 하지."

"명을 따르겠습니다."

성도가 평야지대에 있는 거성이었기에 모든 길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레가 다니는 큰길 8개는 모조리 차단했고, 둥글게 방책을 쳐서 검문소를 운용했기에 성도로 들어가는 병력이나 군량, 물자등은 차단할 수 있었다.

작은 소로를 통해 등짐을 지고 들어가는 것까지는 차단할 수 없지만, 차단으로 인해 물량의 4/5 정도는 막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통이 빠르게 성도주변을 장악했을 때, 유괴가 이끄는 군대는 그제야 성도 남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릉지대에 넓게 산개하여 방어하던 병력을 다시 모으고, 부대를 재편하여 이동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들은 정찰을 통해 동쪽 이가촌 일대에 이통군이 집결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랴부랴 대책을 논의했다.

이곳이 평야지대라서 특별한 대책이 나올리는 없었다. 결국 맞붙어서 이통을 꺾어야 했다.

성도앞 평원에서는 살기가 흘러 넘쳤다. 누가 보더라도 조만간 커다란 전투가 생길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통이 먼저 움직였다.

마초와 마대와 기병 1만 6천을 후방에 놓아두고, 좌측에 문추와 2만, 우측에 엄안과 2만, 중앙에 양회, 고패, 오의와 3만을 두었다. 이통은 1천의 호위대를 곁에 두며 중앙군 후방에 위치했다. 대형을 짜서 서서히 유괴군 방향으로 움직이자, 유괴도 진형을 편성해서 나왔다.

유괴군은 좌측에 오란과 1만 5천, 우측에 정기와 1만 오천, 중앙에 유괴 자신이 2만 5천을 이끌었고, 장예, 등현이 이끄는 기병 1만 2천을 후방에 놓았다.

전반적으로 이통과 유괴의 진형배치는 비슷했지만, 이통이 수적으로 우세였고, 좀더 정예된 병사들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기병에서 절대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중간지점에서 맞딱뜨렸고, 서로간에 소리를 지르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신경전에 열을 올렸다.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방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였다.

둥둥둥둥-

이통이 선제 공격명령을 내렸다.

7만의 대군이 움직이자 땅이 흔들렸고 먼지가 풀풀 날렸다. 거센 함성을 지르며 방패를 들고 진군하는 이통군을 보자, 유괴도 이빨을 악물며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유괴의 명령에 둥둥둥둥- 북소리가 연신 울려퍼졌고, 유괴군도 방패를 들고 진군했다.

두 부대의 간격은 점차 좁혀졌고, 후방에서 쏘아대는 화살은 상대편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진군하던 병사들은 결국 중앙지점에서 강하게 부딪쳤다.

쾅- 쾅-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방패를 든 병사들이 맞붙자 엄청난 굉음이 났고, 순식간에 처참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뒤에서는 계속해서 병사들이 밀려들었고, 선두에선 병사들은 상대방을 찌르고 또 찌르며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밀집대형으로 이뤄진 공격속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결국은 죽을 때까지 싸울 수 밖에 없었다. 힘이 빠진 병사들은 설령 칼에 찔려 죽지 않았더라도 바닥에 깔려 죽임을 당해야 했다.

보병들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이통과 유괴는 기병투입시기를 고민했다. 기병투입은 적의 약한 고리를 칠 때,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방에서는 궁수부대가 상대편 후방으로 활을 연신 쏘아댔고, 중앙에서는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살육전 속에 병사들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생을 마감했다.

계속해서 독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부 장수들은 독전병까지 운용하며 도망치는 병사들을 죽일 정도로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유괴치소.

유괴는 병사들이 내지르는 비명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이통군이 점차 우세를 드러내며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상이 현실로 드러나자 초조함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기병을 투입시켜 적의 측면을 강타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통이 기병을 움직이지 않으니 이도 힘들었다.

"이통 이 쳐죽일 새끼!"

육두문자를 내뱉은 유괴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참고 또 참으며 기병투입시기를 고려하던 유괴의 눈에 우측에 있던 정기군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이 포착되었다. 문추가 강하게 밀어 붙이면서 정기군이 힘없이 밀려버린 것이다.

여기서 더 밀리게 된다면 문추군이 중앙군의 측면을 강타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해지자, 유괴는 그간 아끼던 기병투입을 꺼내들었다.

등현과 6천의 기병을 투입했고, 장예와 6천은 대기시켰다.

후방에서 출격하여 우회한 기병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문추군에게 달려들었다. 극렬하게 싸우며 정기군을 몰아내기 바쁘던 문추는 멀리서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기병을 확신했다.

-적과 싸우면서 항상 기병투입에 촉각을 기울이시오. 그리고 기병투입이 확인되면 모든 전투를 중단하고 방원진을 구축하시오. 힘들겠지만, 버티시오. 서량기병을 투입해서 저들을 격파하겠소.-

문추는 출병하기 전에 이통이 신신당부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즉각 징을 강하게 치고,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전투에 몰입해 있던 병사들은 합류를 못하고 중군과 후방에 있던 문추군은 급히 창을 앞으로 길게 늘이며 방원진을 구축했다.

"똑바로 정신차려라! 버티면 기병돌격도 막을 수 있다!"

문추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채 방원진이 완성되기 전에 등현이 이끄는 기병이 들이닥쳤다. 말이 겁이 많은 동물이라 굳건하게 창으로 찌르며 버티는 쪽에서는 기병들이 혼란스러워졌지만, 약한 보병쪽은 여지없이 뚫렸다. 아수라장으로 변했지만, 문추군은 소형 방어진을 구축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미리 대비를 했던 탓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통은 기병 투입을 확인하고는 마대에게 1만 2천을 주어 문추군방향으로 투입했고, 마초에게 4천을 이끌고 출격대비를 지시했다. 마대를 보고 다시 유장기병이 투입되면 곧바로 마초를 투입하여 끝장낼 심산이었다.

문추군이 버티는 가운데, 등현기병의 위력이 감소했다. 곧이어 마대가 이끄는 1만 2천 기병이 등현기병의 뒤를 쳤다. 결과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숫자, 전투경험, 개인역량, 지휘관 역량 모든 부분에서 우세한 마대의 서량기병을 등현기병이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등현기병을 보고 유괴는 어쩔 수 없이 장예기병 6천을 투입했고, 이통은 기다리지 않고 마초의 4천 기병을 투입하여 그들을 저지했다. 기병 대 기병의 전투에서 마초의 극강한 무예와 개개인의 월등한 역량으로 숫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서서히 장예기병을 밀어 붙였다.

여기서 승부가 완전히 갈렸다.

등현기병을 격파한 마대기병이 그대로 중앙의 유장군 측면을 돌파해버린 것이다. 그대로 돌파하여 좌측에 있던 오란군 마저 중앙을 뚫어 버렸다. 유장군을 혼란이 일었고, 그 뒤를 문추, 엄안군이 뒤를 따라 들어가며 전과를 확대했다.

마대기병은 한바퀴를 선회하여 다시 후방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능수능란한 기병전술에 유장군은 참혹한 대패를 당했다. 유장군의 보병들은 살아날 방법이 보이지 않자, 무기를 버리고 그자리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끝까지 대항하는 병사들은 보병과 기병의 연합전술에 고혼이 되었다.

이통이 성도앞 평원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기선을 잡으면서 익주 점령에 한발 다가서게 되었다.

맹달은 성밖에서 벌어진 전투를 감지하고 유장에게 보고했지만, 끝내 지원하라는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맹달군마저 투입했다가 패배하면 성도수성전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유장의 판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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