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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8화 (168/253)

# 168

제168장. 끝으로 치닫는 익주공방전.

맹달은 몸을 떨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이 이엄 수군을 공격하여 군량부분에 타격을 주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이 틀어졌으니 어떻게 상부에 보고해야 할지 난감했던 것이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하던 그의 얼굴에 아차- 하며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효직(법정)이........ 에이. 아닐거야. 그럴 리가?'

맹달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했지만, 한 번 짐작을 하자 영특한 그의 두뇌는 범인이 법정임을 확신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보안을 지켰는데, 이게 새어나갔다면 법정말고는 말이 안되었다.

'빌어먹을! 관중에서 살기 힘들어서 같이 익주로 들어와서 서로 의지를 하는 사이인데, 이걸 등친단 말인가? 죽일 놈 같으니라고!'

그는 죽간을 꺼내서 전투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법정의 이름을 적어 넣지는 못했다. 힘겹게 죽간을 말아 전령에게 주고는 유괴와 유장에게 보낼 것을 지시했다. 곧바로 병사들에게 이동준비를 명령하고는 애닳은 눈으로 전령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로써 내 꿈이 멀리 날아가는구나.'

그의 눈에서 뜨거운 분노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유괴군영.

이통과 유괴는 낮은 구릉을 사이에 두고 벌써 3일째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괴가 시간을 지연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양측에서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유괴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장군. 맹장군께서 전령을 보냈습니다."

"오- 맹자경(맹달)이?"

유괴는 그간의 피곤함도 잊고는 밝은 얼굴이 되어 죽간을 펼쳤다. 하지만, 글을 읽은 그의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혹시 잘못 읽은 것이 아닌가 했지만, 맹달의 실패는 확실했다. 눈을 질끈 감은 유괴는 고개를 하늘로 젖히며 탄식을 토해냈다.

'어쩌란 말인가? 병사들의 피해가 크더라도 이거 하나만 믿고서 버티고 있었거늘. 이리되면 이런 백병전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경험많은 유괴였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자, 앞이 깜깜했다. 그는 자리를 서성이며 영민하게 생각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3일간 이어지는 처절한 백병전으로 죽거나 중상을 입어 전투불능이 된 병사가 무려 1만 5천을 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이다. 성도로 후퇴해야 한단 말인가? 아냐. 아냐.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맹달군을 제외하고 아직 기병 1만 2천, 보병 5만 5천이 남았어. 부족하긴 하지만 충분히 일전을 시도해 볼만한 병력이야.'

결심을 굳힌 유괴는 맹달에게 전령을 보내어 성도로 후퇴하여 성을 지킬 것을 명령했다. 그 후, 밤이 되어 전투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장수들을 조용히 자신의 치소로 불러들였다. 보병장수 오란/정기, 기병장수 등현/장예가 자리에 앉아 유괴의 입만 쳐다보았다.

"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고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서요."

유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모질게 입을 떼었다.

"맹자경이 실패했소."

장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웅성였고, 처음부터 맹달이 맡은 임무를 자원했던 오란은 거칠게 분노를 터트렸다.

"맹자경 그 자가 제정신입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 작전인지를 알 텐데, 실패하다니요?"

"수군이 불화살 공격에 대비하여 배를 물청소하고, 돛을 내린 상태에서 오로지 인력으로 배를 움직였다는군. 또한, 즉각적인 반격으로 인하여 꽤 큰 피해를 입어 실패를 했어. 그러니 맹자경도 불가항력이었을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비밀이 누설되었다는 말이 아닙니까?"

이번에는 지략이 뛰어나다는 등현이 끼어들었다. 등현의 지적은 유괴도 생각했던 부분이었기에 일순 말이 막혔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일단 맹자경에게는 남은 부대를 추스려서 성도로 들어가라고 했네. 이렇게 된 이상 성도를 비워 놓을 수가 없어. 문제는 앞으로 전투를 어찌 벌일까? 고민하는 것이지.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봐."

유괴가 그들을 달래며 계책을 묻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전력에서 밀리는 상황이었고, 평야지대였기 때문에 딱히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맹달이 실패한 작전을 지나치게 믿고 있었기에 다른 쪽으로 생각을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장예가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유장군. 성도로 전군을 후퇴시켜 수성전을 벌이는 것은 어떻습니까? 성도성은 거성이고, 비축한 군량이 넉넉하여 최소한 1년은 끄덕없이 버틸 수 있습니다."

"저들은 강수를 이용해서 군량을 공급받고 있고, 우리가 대군을 이끌고 성도로 들어간다면 반드시 익주를 약탈할 것이오. 장기전으로 쉽지 않소이다."

"이곳 구릉에서 버티기로 한다면 시간은 벌겠지만, 결국은 패배할 게 뻔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개활지에서 최후의 결전을 택하는 것입니다. 승부를 걸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성도성으로 후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쪽이나 남쪽의 경계부대가 지원오는 것를 기다려야 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장예가 지적하자, 유괴는 입을 떼지 못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결전을 택한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보병도 문제였지만, 기병이 더 큰 문제였다.

가장 강력한 기병인 한수기병이 격파되었고, 한수는 어찌되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남은 기병은 유장의 기병이었는데, 그간 전쟁을 제대로 치루지 않았기에 실전에서 마초/마대가 이끄는 기병을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기가 입을 열었다.

"유장군. 결전은 힘듭니다. 우리측 기병은 실전경험이 부족합니다. 만일 기병이 격파라도 당하는 날이면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차라리 성도성으로 들어가서 농성전을 벌이는 것이 낫습니다. 재고해주십시오."

장예와 정기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유괴는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지금의 결정이 유장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것이 분명했기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통군영.

유장군 진영이 작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서서는 계책을 들고 이통을 찾았다. 서서가 설명하는 내용을 차분하게 들은 이통은 궁금증을 드러냈다.

"자네 계책이 마음에 들어. 한데 말이야. 맹달이 실패했다고 정말 이렇게 움직일까?"

"저들의 목적은 우리의 군량을 수몰시켜서 물량작전으로 몰고 갈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틀어졌다는 것을 이제는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지금처럼 지연작전을 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데, 저들이 어떡하겠습니까? 성도성으로 후퇴하여 농성하면서 지원군을 기다리거나, 군을 모아 결전을 벌이려고 할 것입니다. 이건 계책이랄 수도 없습니다. 최초의 계책이 어그러지니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 자네 생각에는 수성전을 하느니 한번 접전을 벌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설령 저들이 수성전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손해볼 일은 없으니 야전을 벌이시지요."

이통은 서서의 계책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하지. 그럼 일부를 이곳에 남겨 놓아 적들을 상대하게 하고, 나머지 병력을 빼서 우회하여 성도로 진격하면 되겠군. 그러면 저놈들도 뒤따라 오겠지."

"그렇습니다. 이제는 힘으로 제압해야 하니까요. 불리한 줄 알면서도 그리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힘들겠지만, 기병을 끝까지 숨기십시오. 저들이 불리하니 분명히 먼저 기병을 투입할 것입니다. 그때 마초/마대가 이끄는 기병을 투입하여 유장군 기병을 제압하면 전투는 끝이 납니다. 그 후에 성도를 포위하고 항복받으면 끝입니다."

"만일 항복하지 않는다면 공성전을 벌여야겠지?"

"성도성에 대해서는 내부 첩자에게 들었는데, 공성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강주성보다도 크고 견고하며 군량이 무려 1년치가 넘게 비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성은 공성전을 통해 무너뜨리기 어려우니, 포위하고 회유하면서 들어오는 지원군을 모조리 격퇴해야 합니다. 유장도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 항복할 것입니다."

"하긴 유장이 이곳에 홀로 버티면서 세력을 다져놓았으니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 아쉽군.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야."

"전하께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늦는다고 꾸지람을 하시지 않겠지만, 서두르다가 망친다면 분명히 경을 칠 것입니다."

"좋아. 장수들을 불러!"

이통은 계획이 서자, 장수들을 불러모아 지도를 짚어가며 작전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다. 질문을 받아서 확실하게 주지시킨 후, 회의를 끝냈다. 그들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비장한 표정으로 막사를 벗어났다.

이튿날.

오의가 이끄는 1만 1천은 넓게 산개하여 공격하는 형태를 갖췄다. 유장군은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 한지라, 다시 진지에 병력을 투입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이때, 후방에서 문추, 양회, 엄안, 고패가 이끄는 6만의 대군은 구릉지대를 크게 우회하여 성도로 진군을 개시했다. 기병은 그 뒤를 따르지 않고 후방에 남았다. 구릉전투를 겪으면서 전투불능 숫자가 1만 9천이나 되었기에 공격군의 규모가 이토록 줄은 것이다. 그만큼 유장군도 결사적으로 원매군을 막아섰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유괴는 오전이 지나도록 이통이 공격하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의 의중을 알리 없었던 그는 재빨리 장예를 호출하여 기병 1천을 정찰병으로 삼아 출격시켰다. 따분하고 초조하게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오랜만에 이곳에 평화가 찾아왔다. 병사들은 피곤함에 꾸벅꾸벅 졸았다. 하급장교들도 이통이 공격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정찰나갔던 병사들이 돌아왔고, 그들로 부터 정찰결과를 종합한 장예가 얼굴아 하얘져서 급히 달려왔다.

"유장군. 큰일 났습니다."

"천천히 말씀하시게. 무슨 일인가?"

"저들이 이곳을 버리고 우회하는 길을 택하여 성도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병력은 대략 5~6만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모두 보병이라고 합니다."

유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도로 진격한다 하더라도 성이 워낙 견고하므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다만, 성도 포위가 길어지면 성안에서 어떤 방책을 택할지 모르기에 늦지 않게 그들을 물리쳐야 했다.

"휴- 갈수록 태산이로구나. 저놈들이 우리의 상황을 꿰뚫고 있음이 분명해."

유괴는 이곳 광도현 구릉지대가 더는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저들의 군량만 처리했으면 이토록 과감한 공격을 못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자 맹달이 미워졌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장수들을 집합시켜라! 내일 아침에 출병한다!"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유괴의 명령에 장수들이 일제히 지휘막사로 모여들었다. 유괴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러 장수들도 느끼셨겠지만, 저들은 더는 이곳에 없소이다. 겨우 만여명이 공격하는 시늉만 내고 있을 뿐이오. 정찰결과 5~6만의 대군이 이곳을 우회하여 성도로 진격하고 있소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소이다. 내일 아침 출병하여 성도일대에서 일전을 치루겠소. 그러니 모두 준비하시오!"

"5~6만이 전부입니까?"

정기가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이곳에 남아 있는 1만과 기병이 1만 5천정도 되니 총 7만 5천에서 8만 5천 정도라고 보시면 되오. 우리가 부족하긴 하지만, 전력을 기울여서 저들을 격파해야 하오. 성도성에서도 분명히 지원군을 보낼 테니, 안밖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오."

장수들은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고는 이빨을 깨물며 일어섰다. 한명씩 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며 유괴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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