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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7화 (167/253)

# 167

제167장. 법정의 활약.

"자경형님! 저 효직입니다."

넉살좋게 웃는 법정을 보며 맹달도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앉게."

맹달은 싱글벙글하는 법정을 바라보며 가볍게 힐난했다.

"이 사람아. 이 곳은 전장이야. 편하게 신도현에서 일이나 할 것이지 어쩐 일로 예까지 왔는가?"

"형님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여기 형님이 좋아하시는 술도 가져왔고요. 술한잔 마시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형님께서 성공하신다면 나중에 이 아우를 물리치지 말아달라고 아부도 하러 왔고요. 하하하하-"

넉살좋은 법정을 보며 맹달을 실소를 터트렸다.

"자네는 여전하구만. 그런데, 내가 출병하는 것은 어찌 알았는가?"

"신도현과 성도가 가깝습니다. 성도에서 10만이 움직이는 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더군다나 여러 번의 패배로 주요 장수들이 죽거나 항복했으니 형님께서 중요 직책을 맡아서 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죽어라 달려왔습니다."

"그리 된 것이로군. 이 사람 이거 눈치가 너무 빨라."

법정과 맹달은 술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작전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맹달은 평소처럼 대취하게 마시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자리를 파했다. 법정은 병사의 안내를 받아 막사로 들어서서, 자리에 누웠다. 아까 까지만 해도 넉살 좋은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해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 데, 하나도 첩보를 캐지 못했다. 큰일이다. 도대체 무슨 작전이란 말인가? 내게도 이렇게 함구하는 것을 보니 중요한 작전인 것 같은 데.'

법정은 누워서 뒹굴 뒹굴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한동안 뒤척이던 법정은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빌어먹을! 이것만 제대로 알아내면 내 위치가 좀더 견고해질 텐데.'

그는 오줌을 누러 밖으로 나왔다. 주둔지는 모두 잠들었는지 고요했고, 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이리 저리 오가며 번을 서고 있었다. 그들은 맹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 법정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법정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바지춤을 끌어 올리다가 문득 계책이 떠올랐다. 그는 방안에 있던 떡과 약간을 술을 들고 당직을 서고 있던 하급장교를 찾았다.

"고생이 많소이다. 나는 법정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맹장군으로부터 잘 보살피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리로 앉으시지요."

"고맙소이다. 힘드실 텐데, 이것을 드시지요."

"고맙습니다. 술은 근무중이라 안 되니, 떡만 먹겠습니다."

법정은 움찔했다. 맹달이 얼마나 하급장교들과 병사들을 단속했는지, 그들은 항상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법정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슬쩍 찔러 보았다.

"이번 작전으로 맹장군께서 큰 공을 세우시겠군요. 하긴 우리 형님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겠소이까?"

"대단한 임무지요. 저놈들도 이번에는 꼼짝없이 당할 것입니다."

하급장교는 무심결에 말을 뱉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법정은 주둔지가 강수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찔렀다.

"배를 모조리 없애버렸으면 좋겠군요."

"모조리 불태워 버릴 것입니다."

법정이 맹달과 교분이 있었기에 하급장교들은 그를 조심스럽게 대했고, 법정의 말에 간단하게 나마 말대답을 하게 된 것이다. 그들로서는 작은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법정의 눈은 반짝였다. 그는 더 캐고 들어가면 의심받을 것같아서 적당히 이야기를 얼버무리고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화공이구나. 분명히 알려줘야 할 텐데. 어쩐다? 그렇다면 어디서 공격을 한단 말인가?'

법정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침 일찍 맹달을 만나러 갔다.

"벌써 간단 말인가?"

"형님께 인사를 드렸으니 돌아가야지요. 이런 어수선한 시국에 치소를 비웠다고 주군께 경을 치시면 어쩝니까?"

"예끼! 이 사람아. 그리 겁많은 사람이 이리 돌아다니는가? 흐흐흐- 어서 돌아가게. 안 그래도 자네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려고 했어.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내 자네를 찾아가서 술 한잔 거하게 하겠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법정은 인사를 마친 후, 곧바로 북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말을 몰아가던 법정은 문득 멈춰서서 뒤를 돌아 보았다. 맹달군영은 이동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경(맹달)형. 미안하오. 나를 용서하시오.'

법정은 곧바로 가까운 포구로 향했고, 변복을 한 뒤, 배에 올랐다. 사공에게 건위군으로 갈 것을 요구하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그곳이 원매군이 점령했다고 난리입니다. 어찌 그곳을 가시려고 하십니까?"

"중요한 볼일이 있네. 그저 가까운 무양현만 가주면 되네."

법정은 슬그머니 그의 손에 황금 한 돈을 건네 주었다. 사공은 처음 받아보는 커다란 금액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황금을 품에 넣었다.

"무양현만 가면 됩니까요?"

"물론일세. 어서 출발하게."

"네. 어르신."

배는 곧바로 강수를 따라 건위군 무양현으로 향했다. 물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었고, 그리 멀지 않았기에 두시진(4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한시진 조금 지났을 때, 이엄이 이끄는 수군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공이 깜짝 놀라 배를 돌리려고 하자, 법정이 칼을 뽑아 들었다.

"목숨을 부지하려거든 계속 가거라. 시키는 대로 한다면 결코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슬퍼런 법정의 위세에 사공이 덜덜 떨며 배를 몰아갔다. 주가 3척이 빠르게 올라와 사공의 배를 포위했다.

"어디서 오는 누구냐?"

"나는 신도현 현령 법정일세. 이장군(이엄)을 만나게 해주게. 급한 일일세."

당당한 법정의 태도에 그들은 주가에 태워 이엄에게 데려갔다. 현령이면 유장군의 상황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엄은 법정이라는 말을 듣자, 곰곰히 생각하다가 무릎을 쳤다. 서서에게서 익주에 세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 데, 법정이 세작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오."

"이장군. 급합니다. 저들이 강수 상류에 매복해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광도현과 무양군 접경지대가 강폭이 제일 좁고 물흐름이 거셉니다. 거기서 불화살을 쏘아 화공작전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공이요? 확실합니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과 안면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조리 태워버리겠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화공이 분명합니다."

이엄은 얼른 법정의 손을 잡아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큰 화를 면했습니다. 이제는 제게 맡기시고 잠시 쉬시지요."

"늦지 않아 다행이군요.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법정은 이엄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뒤로 물러났고, 이엄은 곧바로 호각을 불고 북을 치며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후 이엄수군의 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배가 일렬로 길게 늘어섰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령 불화살 공격을 받더라도 일부만 피해를 보더라도 나머지는 보호할 수 있었다.

멀리서 강폭이 좁아지는 지점이 보이자, 이엄을 북을 쳐서 배의 속도를 더욱 늦췄고 간격을 벌렸다.

맹달군영.

맹달은 하급장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 설마 저 자식들이 눈치라도 챘단 말인가? 그럴 리가 있는가? 내가 얼마나 입단속을 시켰는데."

어안이 벙벙한지 맹달은 정확한 명령을 하급장교에게 내리지 못 하고 있었다.

"어쩐다? 이러면 화공작전은 물 건너간 것이다."

맹달이 서성거리면서 결정을 못하는 사이에 이엄이 이끄는 수군의 선두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맹달은 결국 중간을 치기로 결정했다.

주가가 천천히 한대씩 통과해 갔고, 오랜 기다림 끝에 누각선이 나타나자 맹달은 공격을 명령했다.

"불화살을 쏘아라!"

둥둥둥-

슈슈슈슉-

불화살이 일제히 날아와서 배에 꽂혔다. 누각선을 비롯한 주가에도 불화살이 꽂혔지만 웬일인지 불이 붙지 않았다. 설령 작은 불이 붙더라도 병사들에 의해 금새 진화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다는 듯이 곧바로 배에서 반격을 개시했다. 이엄이 천을 이용해서 배를 모조리 물청소를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맹달군은 불화살을 쏘아야 했기에 곳곳에 불을 피워놓은 상황이었고 이것이 위치를 알려주었다.

슈슈슈슉-

빠른 역습에 맹달군이 어이없이 당했고, 배는 유유히 강수를 거슬러 올라갔다. 물론 이엄군의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리 알고 있었기에 그 피해는 미미했다. 거대한 누각선이 모조리 올라가고 주가마저 뒤를 따르자, 맹달은 힘이 빠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저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은 이상에야 어찌 이렇게 치밀한 대응을 한단 말인가?"

맹달이 망연자실하여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자, 이엄은 빠르게 이동할 것을 명령했고, 배는 상류쪽으로 빠르게 이동해갔다.

이엄은 넓은 포구를 발견하자 그곳에 배를 정박하고는 경계를 강화하며 병사들을 살폈다. 법정의 도움으로 대규모 화공작전을 피한 이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급히 이통에게 전령을 보내 상황을 알렸다.

광도현 낮은 구릉지대.

이통의 명령으로 오의, 고패, 양회, 엄안이 이끄는 6만의 보병은 1천명씩 조를 이루어 공격해 왔다. 곳곳에서 원매군과 유장군의 접전이 벌어지며, 목불인견의 백병전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좋은 지형을 선점하고 있던 유장군이 힘을 냈지만, 강하고 경험많은 정예군이 많은 원매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그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형지물이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험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괴는 전투가 예상과는 다르게 원매군을 압도하지 못하고 조금씨 조바심이 났다.

"최대한 자신의 위치를 지켜라! 서두르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

그의 명령에 신호병이 약속된 신호를 북을 쳐서 알렸다. 반복하며 울리는 북소리에 유장군은 자리를 지키며 저항했다.

하루종일 이어진 전투는 날이 어두워지자 끝이 났다. 원매군은 많은 병사들을 죽이고 나서야 겨우 4개의 구릉을 점령했다. 주둔지에서 병사들을 재편성하고,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게 한 후, 이통은 장수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치소로 돌아왔다.

"이도독! 너무 낙심하지 마십시오. 예정대로 잘 풀려가고 있습니다."

"그건 그래. 하지만, 병사들이 많이 죽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로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네개나 점령했습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열흘 정도면 이곳을 돌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병사들의 피와 살로 이뤄진 도로를 따라 가겠군."

이통은 잠시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쳤다. 이때, 전령이 급히 들어와 서서에게 죽간을 건넸다. 서서는 죽간을 급히 읽고는 얼굴이 환해졌다.

"이도독. 이것을 읽어보십시오."

이통은 급히 죽간을 받아 펼치고는 읽어 내려갔다. 그는 자신이 잘 못 읽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몇 번이나 다시 읽고는 죽간을 내려 놓았다.

"휴- 정말 큰일날 뻔했군. 모르고 지나쳤다면 엄청난 피해를 봤을 것이야. 그런데 법정이 누구인가?"

"신도현의 현령으로 전하의 사람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번에 법정이 아주 큰일을 해냈습니다."

"그렇군. 법정은 이장군이 잘 데리고 있으라고 하게. 저들의 작전을 뒤엉키게 만들었으니 저들에게 노출되면 그대로 죽임을 당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이장군도 그를 누각선에 태워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서는 말을 끊으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도독! 어쩌면 저들을 궁지로 몰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히 말해보게."

"예. 지금까지 상황으로 추론해 보면 유장군은 이엄의 수군을 불화살로 공격하여 불태워 수장시키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군량보급을 차단하여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수작입니다. 그래서 저들이 자리를 지키며 최대한 지연작전을 쓰는 것입니다. 곧 저들도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을 테고, 그러면 작전을 바꾸겠지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 데, 정찰을 강화시켜서 알아내겠습니다. 예비 보병과 기병을 가까이에 대기시켜 주십시오."

"좋아. 계획이 수립되는 즉시 알려주게. 이번에야 말로 끝장을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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