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6화 (166/253)

# 166

제166장. 유장의 승부수.

성도 유장치소.

"양회와 뇌동은 뭐했길래 벌써 건위군이 원매에게 넘어간 거야?"

유장이 벌개진 얼굴로 비관을 비롯한 신하들을 질책했다. 그들은 유장의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두려워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비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원매가 파군과 건위군을 장악했다고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지인 촉군, 광한군은 주군에게 있습니다. 또한, 남쪽은 아직 원매에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성도에서 강력하게 버티고, 남쪽에서 예비대가 올라온다면 충분히 원매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유장은 비관의 말을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성도전투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남쪽을 가지고 시비걸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끌어 모은 병력이 어느 정도야?"

"면죽관의 병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데려왔습니다. 보병 9만, 기병 1만 2천입니다. 맹달, 오란, 정기, 유괴가 보병을 이끌 것이며, 장예, 등현이 기병을 이끌 것입니다. 충분히 일전을 겨룰만 한 병력입니다."

"그래. 북쪽은 면죽관만 확실히 막으면 장안이나 한중의 병력이 내려오기 힘들지."

유장은 뜻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까지 궁지로 몰린 상황이 답답했으리라.

"강주성에서만 이겼으면 내가 이런 개고생을 할 필요도 없는데, 멍청한 놈들 때문에 이게 무엇이냐? 이 쳐죽일 새끼들 같으니라고!"

유장은 화가 솟구치는지 분노를 터트리며 벼루를 집어 던졌다. 장수들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비관이 재빠르게 중재에 나섰다.

"주군. 여기 장수들이 있는 데, 험험- 덕담이라도 해주시지요."

실수를 깨달은 유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강주성을 함락한 원매 이 개자식을 욕한 거야. 오해는 하지 말게. 내가 볼 때, 저놈들이 건위군까지 진군하면서 많은 전투를 치렀으니 지금쯤 엄청나게 지쳐있을 거야. 그러니, 이번에 공격하면 쉽게 물리치겠지. 안 그런가?"

"주군. 걱정마십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저들을 물리쳐서 근심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잘 생긴 맹달이 앞으로 나와 자신감을 피력하자, 유장의 기분이 좋아졌다.

"진작 자네를 보냈어야 했는 데, 아쉽군. 이번에는 확실하게 저들을 격파하게. 비별가(비관). 이번 작전은 어찌 운용할 생각이신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비관은 장수들을 상황판 앞으로 모이게 한 후, 지시봉으로 짚어가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설명은 한참 이어졌고 장수들은 눈을 반짝이며 머릿속에 내용을 새겨 넣었다.

등현이 다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좋은 계책입니다. 저들도 군량이 부족해지면 매우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강주변을 매복했다가 불화살을 쏘아서 배를 태워버리면 됩니다.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저들은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군량이 부족해지면 퇴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남아서 버틴다 하더라도 승기는 우리가 가지게 되겠지요."

"매복은 제가 맡겠습니다."

오란이 자원하고 나서자, 유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비관이 재빨리 그의 심기를 눈치 채고는 입을 열었다.

"오장군의 용맹이 제일이므로 적의 대군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매복은 맹장군께서 맡으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맹달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오란은 마지못해 수긍했다. 오의와 먼 친족관계인 오란으로서는 충성심을 의심받는 것 같아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비관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곳 광도현은 촉군과 건위군의 경계지대이며 낮은 구릉이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여기서 구릉 뒤에 병력을 숨겨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적들도 구릉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빠르게 진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하여 맹장군께서 저들의 배를 불태우시면 됩니다."

짝짝짝-

유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치자, 장수들도 일제히 박수를 쳤다. 비관이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고, 유장이 입을 열었다.

"역시. 비별가 수고했어. 이번에 저놈들을 확실하게 격파해야 해. 제깐 놈들이 군량이 없는데 어쩌겠어? 이번 작전의 총대장은 유괴 자네가 맡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 알겠는가?"

"목숨을 걸고 적을 격멸하겠습니다."

유장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일어나서 장수들을 일일이 격려하고는 출정을 명령했다. 장수들은 유괴를 필두로 하여 성도 밖에서 병력을 점고한 후, 곧바로 광도현으로 출병했다.

"이번엔 문제 없겠지? 반드시 이겨야 해. 반드시."

"물론입니다. 유괴라면 전투경험이 풍부한 노장입니다. 맹달이 확실하게 배를 불살라 버린다면 유괴가 장수들을 이끌고 지연작전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다가 적들이 퇴각한다면 뒤를 물고 늘어지면 승리할 것입니다."

피로감을 느낀 유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통이 파군에 이어 건위군까지 점령해 들어 오자, 요즘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위군 무양현.

무양현은 한안현에서 가깝지만, 조금 다른 곳이었다. 한안현이 한수를 끼고 있어 성도까지 곧장 연결되는 수로가 없다면, 무양현은 강수를 이용하여 성도까지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보병과 기병은 한수에서 바로 무양현으로 이동했고, 수군은 길게 우회하여 강수를 타고 무양현으로 올 수 있었다.

이통치소.

이통은 먼 거리를 우회했기 때문에 피곤해하는 수군들을 보며 슬며시 걱정이 들었다.

"이보게. 서부어사. 중간에 급류가 있어서 그런지 수군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큰일이군."

"이곳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이동하시지요. 그러면 피로도 조금 풀릴 것입니다."

이통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정찰결과는 나왔는가? 이제 곧 촉군으로 들어설 텐데, 너무 조용한 것이 이상하단 말이야."

"계속 보고를 받고 있는 데, 아직 적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성도로 가려면 광도현을 통과해야 하는 데, 지형이 묘합니다. 낮은 구릉과 평야가 혼재되어 있어서 적들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전투를 벌인다면 시간도 상당히 지연될 뿐만 아니라, 아군의 피해도 클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들이 그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겠군."

"그렇지요. 낱낱이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요. 조심스럽게 진군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점령해 나가야 합니다."

"이거 골치 아프군. 차라리 불을 질러 버리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구릉전투는 쉽게 피하고, 평야전투로 적들을 유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불이 예상밖으로 커진다면 대평원이 불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익주를 얻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지요."

"끙- 막판에 귀찮게 되었군.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나도 고민하지."

"예. 이도독!"

서서가 군례를 올리고 자리로 돌아가자, 이통도 골치가 아픈지 밖으로 나섰다. 수군문제는 휴식을 주면 될듯 한 데, 광도현의 구릉지대를 어찌 극복할까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거렸다.

'분명히 매복을 할 것이야. 저놈들이 바보가 아닌 데, 그 좋은 지형을 외면하지는 않겠지. 안 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씩 점령해 나가는 수 밖에. 무슨 일이 있어도 성도를 점령해야 해. 익주를 점령하지 못 하고 어찌 전하를 뵙는단 말인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익주를 반드시 전하께 들어 바칠 것이다.'

이틀 동안 이엄의 수군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통과 서서는 머리를 맞대고 좋은 계책을 강구했지만, 지형을 극복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무리를 하더라도 낮은 구릉을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하고는 장수들을 소집했다.

문추, 엄안, 오의, 양회, 이엄, 마초, 마대, 고패까지 모이자 지휘소가 비좁게 느껴졌다. 이통은 이들을 자리에 앉히고는 광도현 일대의 전투계획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장수들은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양회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이도독! 광도현은 제가 잘 아는 데, 낮은 구릉이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하나씩 극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험한 지형도 아니기에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기습을 당할 걱정도 없습니다. 다만, 귀찮을 뿐이지요. 아군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면돌파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양회는 한안성 전투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자,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게진했다. 오의가 그런 양회를 보며 빙긋 웃고는 동의하는 의견을 냈다.

"양장군의 말이 옳습니다. 모조리 불태울 수도 없고, 건너 뛸 수도 없습니다.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나씩 풀어가시지요."

"그래. 자네들이 내 의견을 알아주니 고맙군. 나도 서부어사와 고민을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 광도현만 정복하면 바로 성도니 힘을 내주시게."

이통은 곧바로 표정을 엄하게 굳히고는 추상같이 명령을 내렸다.

"장군 문추, 마초, 마대는 보병 3만, 기병 1만 6천을 이끌고 예비로 남으시오. 지원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출병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군 오의, 엄안, 고패, 양회는 각각 1만 5천을 이끌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차례대로 배치하여 일제히 진군하시오. 아무래도 익주출신인 그대들이 지형을 더 잘 알 테니 부탁하겠소. 또한, 예기치 못 한 상황이 닥치면 즉시 불화살을 쏘아 올려 지원요청하시오. 즉각 지원하겠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들이 일제히 복명하자, 이통은 즉각 출정을 명령했다.

총 6만의 대군이 4개의 부대로 나뉘어져 일제히 광도현으로 진군했고, 문추와 마초, 마대는 보병과 기병을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이엄은 강수를 서서히 따라 올라가며 보급 지원에 나섰다.

누각선안 이엄치소.

이엄은 매의 눈으로 강변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장강이 크다고는 하지만, 이곳이 상류다 보니 폭이 많이 좁아졌다. 그간은 배가 공격당하는 일이 없어서 큰 문제가 없었는 데, 조금 불안하긴 하구나.'

그는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배에 정예 궁병들이 2천이나 타고 있고, 경계도 강화시켰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거야.'

이엄은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며 불안감을 억눌렀다. 보병의 진군에 맞춰서 배를 이동시켜야 했고, 그러러면 노를 젓는 수군들은 정말 힘이 들었다. 그렇기에 가능한 그들에게 휴식을 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폭이 좁긴 하지만, 저놈들이 배를 이용하여 공격한다면 맞받아 쳐주면 된다. 만약 분수를 모르고 덤벼든다면 모조리 수장시켜주마.'

이통군이 광도현으로 진군하고 있을 때, 유장군은 낮은 구릉지대에 도착해 있었다. 유괴는 높은 구릉에 올라 사방을 관찰하고는 입을 열었다.

"좋은 지형이야. 충분히 시간을 끌면서 유격전을 벌여도 되겠어."

유괴는 그곳에서 내려온 후, 곧바로 장수들을 소집시켰다. 그리고, 광도현 상황을 전파하며 이곳에서 매복 후, 유격전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등현, 장예에게는 기병을 이끌고 후방에 대기하다가 지시가 있으면 전방부대를 지원하는 임무가 부여되었다. 유괴의 명령을 받은 장수들은 일제히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낮은 구릉지역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았다.

맹달은 2만의 부대를 이끌고 강수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에 날이 저물자, 급히 간략하게 주둔지를 편성했다.

'이번 기습이 제대로 성공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공을 인정받아 더 높은 지위를 제수 받을 것이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반드시!"

맹달이 주먹을 불끈 쥐고 낮게 으르렁거릴 때, 종사관이 급히 들어와 아뢰었다.

"뭐라? 효직이 왔다고? 들어오라고 해라."

법정이 왔다는 소식에 맹달은 어리둥절했다. 법정과는 관중에서 한중으로 같이 넘어왔기에 남다른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는 데, 어찌 알고 왔단 말인가? 그의 마음 속에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 법정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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